우선 쓸데없는 논쟁을 피하자는 의미에서 이 글은 설정이라든가 원작자 공인과는 일절 상관없는 유저 개인의 해석이라는 걸 미리 밝혀둡니다.
요컨대 공개된 정보를 가지고 과연 원작자가 이걸로 뭘 의도했을까 추측한 것으로 말 그대로 썰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이를테면 달세계에서 마술사들이 200년까지 살 수 있다는 건 공식 설정이고
그 설정을 가지고 이건 마술사 사회가 노답 꼰대 집단이라는 나스의 의도가 들어있다고 주장하면 해석이 되겠죠.
추측을 두고 그럴싸한지 아닌지 혹은 재미있는지 노잼인지 따질 수는 있지만
그게 맞았다 틀렸다를 논하는 건 원작자 해설이 나오지 않는 이상 무의미합니다.
그러니 재미있다거나 뭔가 의미있다고 느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본론.
개인적으로 에누마 엘리시 특공 범위는 그오 초창기부터 흥미롭다고 생각했는데
특공 대상이 서번트라는 점도 그렇지만, 거기다 별 속성 서번트들(중 일부)는 특공범위에서 제외되는 것도 특이하죠.
브륜힐데 로맨시아도 비슷하게 특수한 특공범위를 가지고 있지만 이쪽은 설정이나 마테리얼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서 기준이 밝혀진 반면
에누마 엘리시 쪽은 여전히 왜 저런 특공범위를 설정했는지, 예외 서번트 기준은 무엇인지 힌트조차 제대로 언급된 적이 없죠.
그런데 페스나 시절부터 나왔던 오래된 설정 중에 상당히 의미심장한 내용이 있습니다.
'서번트의 힘이란 (사람들의) 신앙의 힘이다. 신앙이란 곧 이야기다. 그 대상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대목이죠.
요컨대 서번트의 힘이랄까 본질이랄까 그 근본에 자리잡고 있는 건 인간의 상상력이라는 거죠.
그리고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서번트 중에 이런 메타적 의미의 상상력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서번트가 다름아닌 길가메쉬입니다.
페이트 시리즈 초창기부터 길가메쉬에 대한 묘사 중에 빈번하게 나오는 표현으로 '가장 오래된 영웅'이라는 게 있죠.
한 발 더 나가서 '영웅의 프로토타입'이라는 언급도 있고요.
실존했든 실존하지 않았든 길가메쉬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결과 후대에 수많은 영웅 이야기들이 만들어졌다는 거죠.
보구인 바빌론의 창고 역시 비슷한 식으로 묘사됩니다. 고대인들의 예지의 결정체이자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보물들을 다 모아놓았기 때문에
후대의 모든 이야기들에 나오는 보구들은 (몇몇 예외를 빼고) 바빌론의 창고에 원전이 있다는 논리죠. 말 그대로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일부 예외'가 의미있는거지만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써보죠.
어쨌든 그 인간 상상력의 결정체인 바빌론의 창고 가장 깊숙한 곳에 에아가 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가장 오래된 이야기들 중에서도 최초의 이야기. 그렇기 때문에 에누마 엘리시라는 이름에 천지창조의 의미를 넣었다고 볼 수 있겠죠.
세상의 온갖 이야기들보다도 먼저인 것. 그렇다면 에누마 엘리시는 어쩌면 인간의 상상력 그 자체는 아닐까?
애초에 창세신화란 인간이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고, 존재하지 않는 그 의문의 답을 스스로 꾸며내면서 만들어진 거죠.
즉 에누마 엘리시, 천지창조란 인간의 상상력이 나타난 모든 것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해석한다면 에누마 엘리시의 서번트 특공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결과가 됩니다.
서번트의 힘은 결국 상상력에서 나오는데 에누마 엘리시는 그 상상력 자체니까 일종의 상하관계가 성립하는 거죠. 길가메쉬 본인도 그 특공범위에 들어간다는 사실도 포함해서.
재미있는 건 특공범위에서 벗어나는 서번트들입니다.
현재까지 에누마 엘리시 특공제외 서번트는 별속성 서번트들 중에서도 일부, 드레이크, 테슬라, 모차르트, 로물루스 그리고 엑밥&엑밥 얼터인데
별 속성 서번트나 별의 개척자 스킬과 관련해서 인류사의 중요한 전환점과 관련되어 있다는 언급,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스킬이라는 설명을 종합해보면
별 속성 서번트들은 그때까지 인류가 품고 있던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지평을 연 서번트들이라고 해석할 수 있죠. 특히 드레이크와 테슬라의 마테리얼 설명은 여기에 딱 들어맞습니다.
엑밥과 엑밥 얼터 역시 먼 미래 서번트들이 이런저런 제약에서 완전히 해방된 세계에서 온 서번트, 즉 상상력의 한계를 넘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차원이 다른 서번트들이라고 하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고요.
반면 스카자하, 베디비어는 다른 이유가 있어서 별 속성을 가지게 되었으니 저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요. 다빈치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원본 위인이 딱히 위대한 업적을 남긴 건 아니고, 작중에서도 만능이라는 개념을 구현화한 존재라는 언급도 있고요. 잔느도 뭐랄까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은 업적을 남겼다기에는 좀 애매하죠.
그렇기 때문에 그냥 특공 대상에 포함되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요약하면
1) 서번트의 힘의 근본은 인간의 상상력
2) 에누마 엘리시는 인간의 상상력 그 자체라서 서번트들과 상하관계가 성립
3) 하지만 인류의 상상을 뛰어넘은 업적을 남긴 별 속성 서번트들은 제외
라는 썰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해석해보면 페제 후반부의 에누마 엘리시VS왕의 군세라든가
페스나 페이트 루트 마지막에 아발론으로 에누마 엘리시를 막아내는 장면도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죠.
그래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해석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건 숨겨진 설정 추측해봤다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원작자는 이런 의미를 담고 싶은 건 아니었을까 하는 썰입니다.
요컨대 보고 재미있다면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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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발언도 포함해서 저런 해석이 가능하지 않나 하는 거죠 | 17.05.27 11: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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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론 재밌는 이론인건 동의합니다. | 17.05.27 11: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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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엑밥정도의 개그시공 보정이 붙었더라면... | 17.05.27 12: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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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설정이 아니고 그냥 그럴싸한 해석이지만요 | 17.05.27 12: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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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고오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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