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만상을 들이켜 버리는 흉맹한 그것을, 심장을 대신하여 가슴 안쪽에 간직하며.
어둠 속에서, 자욱이 끼는 죽음을 상징하듯이 희미한 마력의 빛이 켜져 나간다.
관객이 없는 검은 무대에서 마나카는 춤추는 것인가. 아니다. 관객은 적지만 존재한다.
계속 춤추는 소녀의 뒷편에는, 여섯 명의 그림자가 있다!
좌로 돌아가지 않고, 성배에 그대로 보관되어, 지금, 이곳에 현계를 마친 일그러진 여섯 기!
「아아, 저는, 또 다시 시구르드를 죽이는 거군요…… 그건 정말로, 곤란한 일이에요……」
창의 영령(랜서). 예전에 용자를 인도하던 자.
목덜미 가까이에 형성된 합계 6개의 작은 병에는 검은 색이 듬뿍 채워져 있다.
작은 병의 뒤에 돌출된 바늘은 그녀의 목을 찌르고, 검은 색의 더러운 것을,
8년 전에 스스로를 미치게 만들었던 것과 꼭 닮은 성질의 독을 흘려보내서 뇌수와 정신을 녹여버리고 만다.
저항할 방법은 없다.
금세 그녀는 미친다. 사랑(恋)에. 사랑(愛)에.
금세 그녀는 창을 휘두른다. 사랑해 마지않는 창은의 기사를 죽이기 위해.
「…………읏」
활의 영령(아처). 일찍이 세계를 갈랐던 자.
그 두 눈동자에 비치는 건 피로 물든 성배전쟁의 행방 뿐만이 아니라,
이윽고 지상으로 올라가 유린을 달성할 짐승과 자신들의 존재 방식일까.
응시한 미래를 향해 그는 걸어갈 수 밖에 없겠지.
거절은 허락되지 않는다. 소녀에게 복종하는 종으로서 그는 다시 만들어졌다.
그렇기에 그는, 접촉하는 모든 것을 부수는 검은 색 비를 내리게 하겠지.
누구보다도 빛나는 자, 우르크의 도시를 통치했던 황금의 영웅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건방지구나ㅡㅡ」
기수의 영령(라이더). 일찍이 지상을 통치했던 자.
거친 고대의 왕으로서가 아니라, 파괴를 초래하는 첨병으로서
그는 특별히 정성 들여 다시 만들어졌다.
검은 궁병과 함께 그는 지상을 전부 부숴버린다.
그 몸과 똑같이 칠흑으로 변모한 신의 배와 신수를 자유로이 부리며,
검은 태양의 빛으로서 만상을 전부 부수는 것이다.
태양의 빛을 칠흑의 빛으로 바꿔서, 모든 걸 비추는 대신, 모든 걸 어둠으로 감싼다.
마치 지상의 왕인듯 구는 황금의 영웅왕을 완전히 박살내기 위해서.
「히히, 햐하하! 길었다고, 겨어우 지킬 새끼가 처박혀준 건가!」
광기의 영령(버서커). 일찍이 큰 악을 품었던 자.
이미 주체는 역전되었다. 악을 겉으로, 선을 안으로 삼은 그는 검은 진흙에서 태어났다.
인간으로서의 모습 따위, 이제 와서는 1시간도 유지하지 못하겠지.
살며시 연 입술에서, 악의 독기(瘴氣)를 배출하고, 피에 흥분하며,
작은 주인의 호령이 떨어지기를 고대하며 기다린다.
그는 미친 짐승이 되어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며, 검과 같은 커다란 송곳니가 나란히 생겨난 턱으로 물어뜯는다.
전설 속에서 유명한 붉은 창을 지닌 쿨란의 맹견을 박살내고, 선혈을 마시기 위하여.
「명령을 내려주시길, 마스터」
술법의 영령(캐스터). 일찍이 희망을 퍼뜨린 자.
흰 옷을 벗어던지며, 절망의 옷을 걸친 그는 마술을 행사한다.
4대여, 지금이야말로 완전히 미쳐서 울부 짖어라,
5대여, 세계의 모든 것을 저주하고 썩어 문드러져라.
모든 사랑을 인정하면서, 모든 사랑을 침범하고, 성배전쟁이 향해야 할 암흑의 성취를 위하여 노력한다.
세계를 구하려 하는 자의 앞을 그는 가로막아 선다.
용자의 희망을 처부수기 위하여. 아니. 쿨란의 맹견과, 상대하기 위하여.
「모두, 모두, 마스터가 생각하시는 대로」
그림자의 영령(어새신). 일찍이 사랑을 바라던 자.
도쿄 지하에서 흔들거리는 검은 색에 온몸을 담뿍 담구고서, 모든 걸 죽음으로 바꾼다.
이제는 검은 진흙을 독의 파도로 삼아 자유로이 다루며, 그녀는 바짝 쫓아간다.
인간과 영령의 구별 없이, 놓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있을 리 없다.
소리도 없이 닥쳐오는 독의 바다 앞에, 모든 힘은 무력하기 그지없다.
검은 물결은 언젠가 커다란 독의 해일이 되어 극동의 도시를 완전히 덮어버린다.
8년 전에 상대했는지도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 창은의 기사를 삼켜버리기 위해.
「내 세이버! 나만의 왕자님!」
검은 영령들을 옆에 두면서, 사죠 마나카는 암흑 속에서 계속 춤춘다.
우아하고 아름답게. 현란하게.
품었던 사랑 그대로, 미소를 반짝이며.
마나카. 검은 여섯 기. 그리고, 준동하는 거대한 검은 진흙덩이.
이곳에, 세계를 유린할 군세가 완성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1999년의 "현실"이라는 얇은 껍질을 쉽게 압괴해버릴,
기형의 존재로부터 8년 전과 같은 모양으로 "머리"를 형성하기 위해 꿈틀거리는 거대한 짐승,
머지않아 완성될 그 "머리"는, 세계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삼고서 다룰 만한 힘을 내포하고 있으며,
크게 웃는 근원의 공주는 이번에야말로 틀림없이 진좌(鎭座)할 것이다.
이것을, 누가 쓰러뜨리는가. 누가 구하는가.
아니. 아니. 아니.
인간은 그 누구도, 이 위기에 맞서려하지 않겠지.
찢기고 양단당할 뿐이다. 도려내져서 꿰뚫린 뿐이다. 증발당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뿐이다. 뭉개질 뿐이다.
말 못하는 시체가 되어 조종당할 뿐이다. 침식당해 녹여질 뿐이다.
그저, 세계란 것이 절망이라는 대해(大海)란 것을 통감당하고, 누구의 손도 닿지 않는 가장 끝에서,
신음하며, 울부짖고, 아무리 흐느껴 울어도 구원받지 못하고, 그야말로 무참하게 죽어버린다.
예외는 없고, 희망도 없다.
사람이여, 너희들은 여기에서 끝을 맞이할 뿐이다.
ㅡㅡ허나, 어쩌면.
ㅡㅡ다시금, 성검을 가진 기사가 지상에 나타났었다고 한다면?
「나는, 세이버. 너를 지킬ㅡㅡ 서번트야」
--
그래ㅡㅡ
그렇다. 희망은 무너지지 않았다. 빛도. 두려운 암흑의 대악(大惡)에 삼켜질 것 같나, 세계에는 존재한다.
시간을 뛰어넘어서, 창은의 영령은 세기말의 극동 도시에 모습을 드러낸다.
빛나는 성검을 지니고서.
분명, 성배를 둘러싸고 새로운 여섯 기와 사투를 벌이겠지.
허나, 이윽고 진정한 결판을 낼 때가 다가온다.
목숨을 걸고 싸웠던 두 명, 고대의 영웅왕과 무쌍한 맹견과 양립하면서,
예전에 서로 싸웠던 검은 여섯 명 모두를 쓰러뜨리고, 거대한 짐승을 상대하여, 세계를 구한다ㅡㅡ
스스로가 운명이라고 정한 한 명의 소녀를, 이 손으로, 다시금 지키기 위해.
구국의 왕자로서가 아니라.
구세의 성자로서가 아니라.
그저 한 명의,
맹세를 품은 기사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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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이 강화상태가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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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필드 다음으로 도쿄 불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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