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보자마자 알았습니다.
유희왕의 연재 시작일은 1996년 9월 30일. <죠죠의 기묘한 모험>은 잡지에 5부나 6부가 연재되고 있었을 겁니다.
듀얼리스트 킹덤 편에 영향을 주었다는 <도박묵시룩 카이지>도 한참 1부가 연재되고 있었을 테고...
근데 저 3부의 쿠죠 죠타로를 생각해보면 확실히 1권의 어둠의 유우기랑 닮았단 말이죠.
타카하시 카즈키(※늘 오모토 타츠키랑 헷갈림)가 죠죠러였단 걸 생각하면 ATM은 여러모로 죠타로를 닮도록 만들어진 캐릭터 같습니다.
이집트랑 관련 있지, 주인공 스탠드지, 적 줘패고 쿨하게 사라지지.
그런데 1권까지만 해도 '범죄자 때문에 주인공이 위험해-벌칙 타임-ATM 일침'이라는 법칙이 유지되다가 왜 2권부터 깨졌느냐?
한계가 분명했던 패턴이기 때문입니다. 유희왕 애니들의 일상편과 다를 바 없이, 커다란 적이 존재하질 않았아요.
그래서 'ATM 이외의 다른 캐릭터들은 주먹질 빼면 게임에 도움이 안 된다'는 비중 분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EATH-T편을,
'ATM의 적수가 없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샤디를 위시한 천년 아이템을 등장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첫 화부터 등장하는 '우정'이라는 주제의식을 부각시키기 위해 1권 3화쯤부터 ATM은 죠타로풍 일침맨에서 벗어나
'내 친구를 때렸다! 용서못한다!'같이 빡친 죠타로같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DEATH-T편 전후로는 죠타로에게 없는 자비심이란 것도 생겼죠.
천년 아이템의 소유자 샤디, 바쿠라, 페가서스, 마리크 역시 결속과는 거리가 멀어서 유우기 일행과 대비되는 인물들이었고 말입니다.
한편 AIBO 역시(캐릭터성의 큰 변화는 보이지 않았지만) 점점 성장하기 시작했고 각 대형 에피소드마다 한번씩 빛을 발하게 됩니다.
이렇게 유희왕이 여러가지로 스케일이 커지다가 등장한 '그냥 M&W만 그려라'라는 편집부의 지시는
어쩌면 카즈킹에게 청천벽력같은 일일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소재 고갈이 다가오고 있긴 했겠지만, 이미 대형 이벤트(DEATH-T, 몬스터 월드)를 2번이나 헤쳐 나갔고
다룰 게임이나 다뤄야 할 천년 아이템 사용자도 더 남아 있었을 수 있었겠죠.
그런 걸 생각하면 다들 갑자기 듀얼 만능주의자가 된 걸 제외하고는 카즈킹이 이 격변을 잘 헤쳐나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미치광이 게임광 카이바는 회사 사장님 이미지를 굳히면서 찌질이에서 벗어나 라이벌이 되었고
천년 아이템 사용자들은 어둠의 듀얼로 등장해 왔으며
천년 아이템이라는 떡밥 때문에 이 모든 것은 3천년 전의 운명과 관련이 있었다는, 어찌 보면 정말 죠죠 3부같은 스토리 라인으로 유희왕은 막을 내렸습니다.
제가 여러번 강조했던 대로 유희왕과 타카하시 카즈키는
'여러 곳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또한 그것과도 완전히 같지 않았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곳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만화를 연재하면서 언제 어떤 시련을 겪었을지 이렇게 머리를 굴려보는 건 매번 재밌단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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