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 테크놀로지의 보안부실.
자이젠 아키라는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주먹을 꽉 쥐고서 대형 스크린에 떠오른 영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친 여동생과 의붓 여동생이 자신이 관리하는 영역에서 벌이는 결투.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는 몰라도 의도는 확실했다.
당사자인 아키라의 개입 없이 그녀들 스스로가 서로를 쓰러뜨리려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듀얼의 승패가 결정된 순간, 두 사람 중 하나는 아키라의 삶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아키라는 심각한 표정으로 듀얼을 살피다 자신의 모니터로 시선을 던졌다.
만약 보안부장이라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두 사람을 강제로 로그아웃 시킨다면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승패는 갈리지 않게 되니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할 수 있게 되리라.
‘하지만 그렇게 해선 ….’
이 갈등은 해소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욱 더 커져서 끔찍한 결말로 이어질 지도 몰랐다.
아키라는 그런 사실에 섣불리 나서지 못 하며 울적한 얼굴로 다시 결투의 영상으로 고개를 돌렸고, 듀얼은 네 번째 턴을 맞아 가속화되고 있었다.
바로 그 때, 링크 브레인즈의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이 말했다.
“부장님! 링크 브레인즈에 데이터 스톰의 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지금의 20%, 아니 30, 50, 80, 100, 140, 170 …, 250, 300, 500%, 오버플로우로 처리 불가!”
“큭 …! 당장 유저들에게 안내 메시지를 전하고 강제로 로그아웃시켜!”
갑작스런 데이터 스톰의 증가.
분명히 링크 브레인즈에게 있어 위험천만한 상황인 것은 맞았지만 오히려 아키라에겐 호재나 다름 없는 소식이었다.
이런 위험한 사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든 유저들을 강제 로그아웃시킨다면 자신의 체면도 서게 된다.
분명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더욱 불안한 미래가 기다리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던 아키라는 곧 이어 들려온 목소리에 책상을 내려쳤다.
“그게, 안됩니다! 메세지 전송도, 강제 로그아웃도!”
“그게 무슨 소리야?!”
“이상 유무 확인 …, 확인 불가의 프로그램이 저희의 개입을 막고 있어요!”
쾅, 책상을 내려친 아키라는 화를 주체하지 못 하고 목소리를 높혔다.
“어떻게든 처리해! 너희들의 임무를 완수하란 말이야!”
아키라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한탄하며 격렬한 듀얼을 펼치는 두 동생들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런 고난을 견뎌내고 그녀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해답이 없는 질문을 속으로 되뇌이는 아키라의 모니터에 작은 문양이 나타났다.
하노이의 기사들이 쓰는 가면 문장이, 디아블로 프로그램이란 이름으로.
***
[TURN 5]
자이젠 토키코 [패 : 5] [LP : 2200]
필드 마법 : [진제왕 영역]
메인 몬스터 존 : [난폭한 화염 제왕 테스탈로스], [천 제왕 아이테르], [명 제왕 에레보스]
마법/함정 존 : [명계의 패], [진격의 제왕], [제왕의 개암]
블루 엔젤 [패 : 0] [LP : 2800]
필드 마법 : [트릭스터 라이트스테이지]
메인 몬스터 존 : [None]
마법/함정 존 : [None]
상황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절망적이었다.
트릭스터 덱이 비트 다운과 번 데미지를 동시에 사용하는 초공격적이자 초강력 덱인 것은 맞지만 토키코의 라이프를 단번에 끊어내기엔 어드밴티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패에도, 필드에도, 묘지에도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없다.
스킬을 발동시킨다고 하더라도 이 상황을 뒤집을 순 없고, 승산은 오직 이번 드로우뿐.
그것도 이번 턴에 쓰러뜨리지 못 한다면 압도적인 어드밴티지의 차이로 짓눌릴 게 뻔했다.
사실상 마지막 턴, 마지막 드로우.
블루 엔젤은 떨리는 두 손가락을 덱 위로 올렸다.
분명히 역전의 수단이 존재하긴 하지만 승산은 터무니없이 낮다.
“… 나의 턴.”
“흐응, 계속 해보려고? 네 끈질김은 정말 진절 머리가 나네.”
“덱과 라이프가 남아 있다면 나는 포기하지 않아!”
“그래. 그런 점이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 하지. 이를테면 네 오빠인 ….”
“오라버님은 관계없어!”
토키코는 한껏 목소리를 높힌 그녀를 바라보곤 입꼬리를 올렸다.
링크 브레인즈에서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른 얼굴이지만 결코 화난 게 아니다.
겁을 먹은 거다.
마치 겁이 많은 짐승이 시끄럽게 짖어대는 것처럼, 그것 이외에는 자신을 지킬 방법이 없기 때문에 요란하게 구는 것뿐이다.
조용히 그녀의 심정을 파악한 토키코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관계 없다고? 그게 거짓말이라는 건, 다름 아닌 네가 더 잘 알 텐데.”
“그건 ….”
“그는 왕이 될 사람이었어. 남을 짓밟고 그 위에 올라설 왕. 하지만 너 때문에 모두 물거품이 되버렸지.”
“………….”
블루 엔젤의 입술이 닫혔다.
그 모습을 바라본 토키코는 그녀의 심장을 박살내기 위한 쐐기를 들었다.
“인간은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를 알아. 짐승은 해서는 안될 일을 알지. 하지만 너는 어때?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천사의 가면을 쓰고 노는 중이잖아? 거기에 해서는 안될 일조차 네 욕심으로 붙잡아두고 있지.”
“나는 ….”
“너를 돼지라고 불렀지만 그건 취소야. 넌 짐승 이하의 쓰레기니까.”
쩌적.
토키코는 무언가가 깨지는 듯한 소리를 들은 것 같은 기분에 쾌감을 느꼈다.
아무리 강한 척하더라도 모두 자신의 아래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짓밟아 분수를 알게 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숭배 받아야 할 존재이고, 블루 엔젤이란 탈을 쓴 쓰레기는 태워버려야 옳았다.
처음 아오이의 장단에 맞춰준 것도 다 이 때문.
블루 엔젤은 파르르, 어깨를 떨고 있었지만 아무런 항변도 하지 못하고 있었고, 무거운 침묵이 그녀들 사이에 가라앉았다.
침묵을 즐긴 토키코는 마무리를 준비했다.
“하지만 네게 기회를 줄게. 적어도 짐승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말이야.”
“……….”
“얌전히 서렌더 하도록 해. 네 주제를 안다면.”
침묵. 침묵. 침묵.
마치 어둠 속에 갇힌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멈춰 있던 블루 엔젤은 덱 위에 올렸던 두 손가락을 내렸다.
그녀는 자신이 바라는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해왔지만 그것은 전부 부정당할 뿐이었다.
오라버니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던 링크 브레인즈의 아이돌도.
플레이메이커에게 이겨 증명하고 싶었던 그녀의 가치도.
토키코와 싸워 자신이 바라는 미래를 보여주고 싶었던 그녀의 소망도.
전부, 부정당하고 말았다.
“… 나는.”
그런 자신이.
“서렌 ….”
싸울 이유가 있을까?
그녀는 자신에게 물은 질문에 답변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바로 그 순간, 따라갈 수 있었던 데이터 스톰이 폭주하기 시작했으니까.
쿠르르릉.
“이건 …?!”
“위, 위험해!”
갑작스럽게 데이터 스톰이 불어나 링크 브레인즈의 건물을 깨부수고, 무자비하게 듀얼리스트들을 덮쳐갔다.
블루 엔젤과 토키코는 듀얼을 멈추고 보드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 힘을 써야 했고, 건물 아래에서 듀얼을 하거나, 듀얼을 지켜보던 유저들은 데이터 스톰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도망쳐야 했다.
그 혼란스러운 상황, 불현듯 블루 엔젤의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어젯밤. 자신과 함께 밤을 보냈던 귀여운 신데렐라가 떨어지는 모습이.
“니나 ---!!”
***
듀얼을 지켜보던 346 프로덕션의 스텝들은 갑작스럽게 불어난 데이터 스톰에 당황함을 감추지 못 했다.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이 휩쓸려가며, 부상자가 나타난다.
갑작스런 재난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그들은 판단할 수 있는 사고력이 흐려진 상태였다.
휘이이이익!
바로 그 때, 사나에가 호루라기를 불어 시선을 집중시켰다.
“다들 뭐하는 거야!? 어서 로그아웃해!”
“하, 하지만 사나에씨. 아까부터 시도하고 있는데 로그아웃이 되지 않아요.”
“뭐!? 그러면 Sol 테크놀로지에 연락은!”
“소용 없어요! 아까부터 먹통이에요!”
“읏, 그러면 모두 데이터 스톰에서 떨어져! 팀의 리더가 팀원들을 챙기면서 대피하는 거야!”
전직 경찰다운 탁월한 판단력.
스텝들과 신데렐라들은 그녀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대피하기 시작했고, 위험천만한 재앙에게서 절망적인 도주를 시도했다.
하지만 도주가 불러온 필연적인 혼란은, 더욱 더 큰 혼란을 일으켰다.
사람들 사이에서 빠져나온 소녀가 소리쳤다.
“사나에 씨! 큰일 났어요!”
“아리스?”
“타치바나에요! 아니, 이럴 때가 아니라 니나가 없어졌어요!”
“뭐어!?”
끔찍한 소식을 전한 어린 소녀는 고작 12살이지만 어른스러운 성격의 갭을 포인트로 알려진 아이돌, [타치바나 아리스]였다.
사나에조차 그녀의 소식에 해답을 내놓지 못 했고, 아리스의 이야기를 들은 아이돌들의 발걸음이 멈춰졌다.
“누구 니나 본 사람 없어!?”
“본 적 없어요!”
“어떻게 하죠? 사나에 씨.”
콰드드득, 쿠르르릉, 파지지직.
재앙과 함께 몰려온 굉음 속에서 사나에는 선택을 해야 했다.
위험을 무릅 쓰고 니나를 찾으러 떠날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니나가 잘 대피했을 것이라 믿고, 이대로 아이들을 이끌고 움직일 것인가.
그 어느 쪽도 섣불리 답할 수 없었다.
사람을 찾는 일, 그것도 어려서 작은 니나를 찾는 일은 한 두사람 가지고 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이런 급박한 상황이라면 빨리 찾기 위해서 어느 정도 인원을 할애해야 했다.
하지만 이 난장판 속에서 니나를 찾자고 몇 명이나 끌어들일 수는 없지 않은가?
“사나에 씨!”
“사나에!”
“사나에 언니!”
어느 쪽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그 상황 속에서.
“제가 니나를 찾아서 따라갈게요!”
긍정적인 소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나에는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그녀도 잘 아는 동생이자, 한창 인기를 올리고 있는 신데렐라, 시마무라 우즈키였다.
“그러고보니까 니나가 어떤 건물로 간 걸 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가 금방 가서 ….”
“너무 위험해! 어른으로서 허락할 수 없어!”
반대하는 그녀를 향해 우즈키의 옆에서 린과 미오가 말했다.
“하지만 사나에 씨. 그러면 니나는 ….”
“그렇긴 하지만 시마무, 시부린, 사나에 씨의 말대로 위험한 건 사실이야.”
“린, 미오. 그래도 ….”
누군가는 있을 지도 모르는 니나를 찾기 위해 재난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그 누구도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순간, 린이 짧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았어. 그럼 사나에 씨. 나도 우즈키와 같이 니나를 찾아볼게요.”
“리, 린!?”
“할 수 없네. 그렇게 됐으니까 사나에 씨는 대피를 유도해주세요. 이 리더인 미오님이 어떻게든 뉴제네와 니나를 데리고 도망칠 테니까요!”
“미오까지. … 사나에 씨!”
이제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다.
선택해야 할 시간.
사나에는 무책임하다는 걸 알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대신 서둘러줘. 그리고 절대로 다치면 안돼. 알았지?”
“네!”
“그럼 가자. 우즈키, 미오.”
“오우! 뉴제네, 출동이야!”
신데렐라들이 동료를 찾기 위해 움직이고, 시간이 움직였다.
***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 니나는 발돋움을 해서 난간을 붙잡았다.
데이터 스톰 위에서 치열한 결투를 벌이는 토키코와 블루 엔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듀얼의 상황은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니나는 토키코와 싸우는 블루 엔젤이 자신이 아는 그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 니나의 눈이 맞았던 겁니다. 독수리의 기분이 된 거에요.”
홀로 고개를 끄덕거리던 니나는 손을 흔들며 그녀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팬들이 니나에게 하던 응원 방식 그대로의 모습이었지만, 그것이 실수가 된다는 건 생각치도 못한 일이었다.
몸의 중심이 난관에 기대게 되는 순간, 데이터 스톰의 폭주가 시작되었으니까.
쿠르르릉!!
그 다음부터 니나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폭주한 데이터 스톰에 의해 건물이 갈라지고, 난간을 붙잡고 있던 니나는 균형을 잃어 튕겨져 나갔다.
“어 …?”
추락하는 순간, 니나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나 절망감 같은 것들이 아니라,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몰아친 바람, 건물이 무너지고, 자신은 추락한다.
9세의 소녀가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니나 ---!”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손을 뻗었지만 두 사람의 손은 결국 닿지 못 했다.
니나는 멀어져 가는 그녀를 보며 자신의 상황을 점차 이해하기 시작했다.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크게 다친다.
그것이 설령 가상의 세계라고 할 지라도.
그러니까 많이, 아플까?
니나는 눈을 꼭 감았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눈을 꼭 감고 있으면 엄마가 다가와 약을 발라주었다.
이번에도 분명, 다치더라도 누군가가 와서 약을 발라줄 거라고 믿으면서 눈을 감았다.
“……….”
그리고 니나가 눈을 떴을 때.
겉으론 무뚝뚝하지만 자상한 소년이 보였다.
***
추락하는 니나를 플레이메이커가 잡아내자 듀얼 디스크 안에서 이그니스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후우. 아슬아슬했다고. 플레이메이커 님아.]
“입 다물어.”
[우짜서!?]
“다친 데는, 없나? 이치하라.”
플레이메이커가 묻자 니나는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플레이메이커는 지상에 그녀를 내려주면서 검지를 입술에 댔다.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니나는 다람쥐처럼 고개를 끄덕였고, 플레이메이커는 멀리서 다가오는 신데렐라들을 확인했다.
“니나! 괜찮니? 다친 덴 없어?!”
“앗! 우즈키 언니에, 린 언니, 미오 언니까지 온 겁니다!”
“어서 돌아가자. 여긴 위험해!”
“와앗! 플레이메이커가!?”
화들짝 놀란 미오에 플레이메이커는 힐끗 폭주하는 데이터 스톰을 보곤 그녀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서 대피하도록 해.”
“아, 그 …, 고맙습니다! 니나를 구해주신 거죠?”
“감사 인사는 됐어. 그럼.”
위기에 처한 도시의 구세주처럼 플레이메이커는 다시 보드를 타고 데이터 스톰 위로 올라섰다.
신데렐라들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대피를 시작했고, 니나는 멀어져 가는 플레이메이커를 향해 소리쳤다.
“사자의 기분으로 열심히 하는 검다! 유사, 아니 플레이메이커 오빠!”
“플레이메이커 오빠 …?”
휘이이익.
플레이메이커는 폭주하는 데이터 스톰 위에 올라타 아슬아슬하게 보드에서 떨어지지 않은 그녀들을 확인했다.
이그니스는 주변의 데이터를 확인하곤 상황을 전달했다.
[좋아, 좋아. 점점 데이터 스톰의 폭주가 줄어들고 있어. 앞으로 3분이면 완전히 사그라들겠는데?]
“바이러스 프로그램은?”
[플레이메이커님과 쿠사나기 형씨가 만든 임시 백신으로 딜리트 중이라고. 데이터 스톰의 폭주와 함께 완전히 제거될 거야.]
“좋아.”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들어갔다면 반대로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면 된다.
쿠사나기와 함께 몇 시간을 동안 만들어낸 백신 프로그램이 플레이메이커의 로그인과 함께 링크 브레인즈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아직 임시 백신에 불과해 바이러스인 디아블로 프로그램이 완전히 제거되기 전까지 플레이메이커가 접속하고 있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의 등장으로 폭주하던 데이터 스톰들이 빠르게 잠잠하게 변해갔다.
그리고 그녀들의 시야에도 그의 모습이 들어왔다.
“너는 ….”
“플레이메이커!?”
라이프와 패, 덱과 필드, 그리고 묘지를 확인한 플레이메이커는 조용히 속도를 줄여 뒤로 물러났다.
블루 엔젤과 토키코는 그런 그의 행동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 하고 그를 바라보았고, 플레이메이커는 나지막히 답했다.
“듀얼 중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 수는 없지. 어서 끝을 내라.”
“흐응, 그렇다는데? 어쨌든 좋아, 그러면 슬슬 서렌더 하지 그래?”
“… 플레이메이커. 난.”
“듀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렇지? 블루 엔젤.”
플레이메이커의 말에 블루 엔젤은 그의 단호한 눈을 바라보았다.
모든 상황이 불리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눈.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과 덱을 믿고 싸우는 듀얼리스트의 눈.
블루 엔젤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토키코를 향해 소리쳤다.
“그래, 미안하지만 서렌더는 하지 않아!”
“… 이 상황을 역전할 수 있다는 거야? 끈질기긴.”
“확실히 어려워.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아. 그것이 듀얼리스트니까. 나의 턴, 드로우!”
경쾌하게 드로우한 카드는 이 상황에 적절한 카드였다.
믿으면 반드시 덱은 답해준다.
듀얼리스트 사이의 격언이 나타난 듯한 드로우에 블루 엔젤은 미소를 머금으며 드로우한 카드를 발동시켰다.
“속공 마법 발동! [마력의 샘]! 상대 필드 위에 앞면 표시로 존재하는 마법/함정 카드의 수만큼 드로우하고, 내 필드 위의 앞면 표시 마법/함정 카드의 수만큼 패에서 고르고 버려!”
“이 상황에서 드로우 카드를?”
“단, 이 카드의 발동 후, 다음 상대 턴 종료 시까지 상대의 마법/함정 카드는 파괴되지 않고, 발동과 효과는 무효화되지 않아. 당신의 앞면 표시 마법/함정 카드는 네 장. 따라서 네 장을 드로우!”
찬란한 빛을 내며 네 장의 카드가 블루 엔젤의 앞에 나타났다.
이 듀얼의 승패를 결정할 네 장의 가능성.
퍼즐처럼 맞춰져 가는 승리로의 가능성을 바라보며 블루 엔젤은 두 장의 가능성을 묘지로 보냈다.
“내 앞면 표시 마법/함정 카드는 두 장. 따라서 두 장을 묘지로 보내겠어.”
“패는 늘었지만 그래도 어림없어.”
“과연 그럴까? 나는 묘지의 [셔플 리본]의 효과 발동! 필드의 라이트스테이지를 덱으로 되돌리고, 카드 1장을 드로우!”
드로우한 카드를 확인한 블루 엔젤은 승리를 확신했다.
셔플 리본에게는 엔드 페이즈 시에 남은 패 중 하나를 제외해야 하는 디메리트가 있지만 상관 없게 되었다.
이번 턴에 이기면 되니까!
“그럼 가겠어! 나는 속공 마법, [코즈믹 싸이크론]을 발동! 내 라이프를 코스트로 마법/함정 카드 하나를 게임에서 제외해! 제외할 건, 진제왕 영역!”
블루 엔젤 [LP : 2800 -> 1800]
진격의 제왕이 존재하는 한, 몬스터는 건드릴 수 없지만 마법/함정이라면 다르다.
푸른 천사의 생명을 머금고 날아간 돌풍은 필드에 내려 앉았던 제왕들의 영역을 이차원 너머로 날려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승리를 위한 마지막 퍼즐을 짜맞추는 것뿐.
“칫 ….”
“이어서 [트릭스터 샤크나쥬]를 일반 소환!”
그녀의 외침과 함께 철쭉의 모습을 한 불제봉을 자줏빛 꽃의 요정이 나타났다.
레벨은 4, 공격력은 1400, 무시무시한 제왕들에게 맞서기엔 나약해 보였지만 그 작은 요정의 진가는 힘이 아니었다.
“샤크나쥬의 효과 발동! 패에서 트릭스터 카드 1장을 버리고, 묘지의 트릭스터 링크 몬스터를 특수 소환해! 컴백 -! 홀리 엔젤!”
패에서 버려진 건 트릭스터 부케.
이 상황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속공 마법이지만 코스트로 활용될 수 있다면 충분했다.
그녀의 메인 몬스터 존으로 성스러운 천사가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냈고, 필드에는 요정들을 간섭할 영역이 사라졌다.
블루 엔젤의 손이 앞으로 뻗어나가 미래의 서킷을 열어제쳤다.
“나와줘! 꿈과 희망의 서킷!”
반짝임과 함께 링크 몬스터의 서킷이 나타난다.
“소환 조건은 천사족 몬스터 2장 이상! 나는 링크 2의 홀리 엔젤과 샤크나쥬를 링크 마커에 세트! 서킷 콤바인!”
소환할 링크 몬스터의 링크는 3.
그렇기 때문에 세 장의 몬스터가 필요했지만 링크 소환을 할 때, 링크 몬스터의 링크 수만큼 소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 전략.
두 천사들이 자신의 영혼과 육체를 이었을 때, 새로운 꽃의 마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와줘! 링크 3, [트릭스터 폭시 위치]!”
요정봉을 휘두르며 나타난 꽃의 마녀는 귀여운 몸짓을 하며 웃음 소리를 터뜨렸다.
거대한 제왕들에 비하면 나약하기 그지 없어 보였지만 필드 위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블루 엔젤의 승리가 확정되었다.
꽃의 마녀의 주문이 제왕들을 덮쳤다.
“폭시 위치의 효과! 이 카드가 특수 소환에 성공했을 경우, 상대 필드의 카드 하나당 200 포인트의 데미지를 줘!”
“내 필드 위에 카드는 여섯, 1200의 데미지지만 내 라이프는 남아!”
자이젠 토키코 [LP : 2200 -> 1000]
듀얼의 중반에 나타난 1200의 번 데미지는 강력하긴 하지만 토키코의 라이프를 끝내기엔 부족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루 엔젤은 실망하는 기색 없이 듀얼을 속행했다.
“배틀! 트릭스터 폭시 위치로 명 제왕 에레보스를 공격!”
“무슨 …!?”
“데미지라면 받아주겠어. 승리를 위해서!”
아무리 링크 3이라고 하더라도 폭시 위치의 공격력은 2200.
2800의 에레보스를 상대로 맞서 싸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요술봉을 들고 분전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손등으로 내려쳐져 별빛이 되었고, 남은 충격의 여파가 블루 엔젤을 덮쳤다.
블루 엔젤 [LP : 1800 -> 1200]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그녀의 계획.
“파괴된 폭시 위치의 효과 발동! 링크 소환된 이 카드가 전투/효과로 파괴되었을 때, 엑스트라 덱에서 링크 2의 트릭스터 몬스터를 특수 소환해. 나와줘! 링크 2, [트릭스터 블러드마리]!”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건, 토키코처럼 빨간 드레스를 입은 나무의 요정.
새빨간 구두로 일렁이는 데이터 스톰을 밟으며 블루 엔젤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녀의 뒤로 장난스런 요정의 환영이 비쳐졌다.
“설마 ….”
“폭시 위치의 효과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블러드마리를 소환한 후에, 상대 필드의 카드 하나당 200 포인트의 데미지를 주거든.”
“………!”
“이것으로 피날레! 페어리 하모니!”
두 요정들의 노래가 필드에 울리며 제왕과 여왕의 라이프가 무너져 내렸다.
토키코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패배를 받아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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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와 장면 전환이 많아서 아쉬운 화.
오랜만에 주 2회 연재도 괜찮죠?
(IP보기클릭)211.36.***.***
(IP보기클릭)223.62.***.***
감사합니다! 데스티니 드로우는 언제나 가슴 설레죠! | 18.04.28 17:03 | |
(IP보기클릭)180.71.***.***
(IP보기클릭)223.62.***.***
언제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18.04.28 17:03 | |
(IP보기클릭)210.99.***.***
(IP보기클릭)221.154.***.***
어, 이건 이해하지 못 하게 쓴 제 잘못이군요. 그냥 토키코가 아오이와 듀얼하기 위해 잡혀 있던 데뷔 무대 일정을 링크 브레인즈로 바꾼 겁니다. 데뷔 무대라고 혼자 세워둘 순 없으니까 신데마스 애들도 같이 접속한 거고요. | 18.04.28 17: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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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력으로 승부! | 18.04.28 18:4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