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쿠는 카페 ‘나기’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슬쩍 뒤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까 자신이 나온 길은 그 지역을 아예 반대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길이다.
사소한 일을 신경 쓰지 않는 타입이라면 모르겠지만, 그 근처를 사는 아오이가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변명이 서툴렀군.
속으로 중얼거리곤 어느 덧, 어눅어눅해져가는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걸어나갔다.
철저하게 무언가를 감추려고 해도 인간인 이상, 틈이 남게 된다.
거짓말을 들키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하지 않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잃어버린 자신의 과거를 찾아서, 거짓말을 할 필요 없는 환경을 만들면 된다.
하노이의 기사들과 결착을 내면 된다.
- 어이. 유사쿠. 저기 ….
다시 한번 결의를 다지고 있을 때, 이그니스가 왼편을 가리키며 말하자 유사쿠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그 곳에는 346 프로덕션의 아이돌 부분 사무원인 센카와 치히로가 힘겹게 다 닫히지도 않은 박스를 옮기고 있었다.
스물다섯 살. 어엿한 어른이지만 여성인 한계 때문에 신장은 고작 150 언저리.
앞조차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박스를 옮기는 그 모습은 힘겹기 그지 없어보였다.
- 어떻게 할 거야? 이제 인연이 없는 사람이니까 무시해도 되지만?
“아아. 이제는 인연이 없는 사람이야. 하지만 그녀를 도와야 할 이유가 세 가지 있어.”
- 또 그거야?
유사쿠는 그녀를 향해 다가가며 이그니스를 향해 중얼거렸다.
“첫째, 그녀는 쿠사나기 형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야. 그녀의 고난을 보고 못 본 체 하는 건 쿠사나기 형을 욕되게 하는 일이야.”
- 의외로 그런 부분에서 성실하잖아? 유사쿠 쨩.
“둘째,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그녀에게는 많은 도움을 받았어. 빚은 남겨두고 싶지 않아.”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유사쿠는 그녀가 들고 있는 박스를 자연스럽게 뺏어들며 말했다.
“셋째, 조금 알 것 같거든. 쿠사나기 형이 왜 나를 346 프로덕션에 보냈는지.”
“아 …, 후지키 군?”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들어드릴게요. 센카와 씨.”
“무거우니까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무겁지 않으니까 괜찮아요.”
확실히 가볍다고는 할 수 없는 무게지만 남자인데다가, 어느 정도 육체가 완성되어가는 고등학생, 그리고 다름 아닌 듀얼리스트다.
가상 현실이라고는 하더라도 링크 브레인즈에서 발생되는 데미지는 현실로 피드백되니 필연적으로 몸을 관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겉으로 뚜렷하게 드러나는 육체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튼튼한 사내의 몸이기 때문에 치히로가 쩔쩔매는 무게였어도 충분히 들을 만 했다.
유사쿠가 멋대로 박스를 뺏고 걸어나가자 치히로는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그의 옆을 따라 걸었다.
“그러면 프로덕션 앞까지 부탁할게요. 거기서부턴 내가 들 테니까.”
“네.”
짧은 문답 후, 두 사람 사이에 마냥 무겁지만은 않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얼굴을 아는 사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지 않은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치히로는 잠시 무뚝뚝한 얼굴로 걸어가는 유사쿠를 바라보다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후후, 역시 남자애가 곁에 있으니까 편하네요. 좀 더 같이 지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
“… 다른 프로듀서님들이 있잖아요.”
“물건을 옮길 때는 자꾸 시간이 어긋나서요. 보통은 밤이 아니라 낮에 옮기는 편인데, 그 때에는 현장에 나가 계실 테니까.”
“그런가요.”
“그 …. 후지키 군. 방금 전에 한 말.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있을까요?”
“무엇을 …?”
“저희 프로덕션에 보낸 이유, 라는 거요.”
그 물음에 유사쿠는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도 저 해처럼 흐릿해져 갈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유사쿠는 나지막히 답했다.
“… 시부야도, 혼다도, 그리고 시마무라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더군요. 아니, 세 사람 뿐만이 아니라 모두가요.”
“응. 모두 빛나고 싶어 하니까요.”
“저에게도 분명 전력을 다하는 것이 있어요. 하지만 방향이 다르죠. 그들은 빛나기 위해서 전력으로 달려가지만, 저는 빛을 찾기 위해 전력을 다해요. 그러니까 쿠사나기 형은 그런 제가 걱정되었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과거를 찾아 헤매는 자신이, 미래로 나아가지 못할까봐.
분명히 쿠사나기는 그런 점이 안타까워서 빛나는 신데렐라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가 변하기를 바랬을 것이다.
그래서 전력으로 반짝이는 세계로 그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치히로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 유사쿠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타케우치 씨에게 많은 걸 배웠어요. 프로듀서는 그녀들이 빛날 수 있게 전력으로 서포트하는 사람이라는 걸. 하지만 저는 ….”
“그럴 수 없다는 건가요?”
“… 네.”
“흐음. 뭐랄까, 후지키 군의 생각이 틀리다는 건 아니지만. 어리네요.”
“네 …?”
탁, 유사쿠의 걸음이 순간 멈췄지만 치히로는 멈추지 않고 저물어가는 해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다 유사쿠의 걸음이 멈춘 것을 보자,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치히로는 당황스러움과 의문이 가득 차 있는 그의 얼굴을 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후지키 군이 전력으로 해본 일이 몇 개나 되나요?”
“그건 ….”
“어른으로서의 제멋대로인 참견이지만 많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 일도 전력으로 해본 건 아니지요?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도망친 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요?”
유사쿠는 말문이 막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날카롭고, 험악하고, 두려운 목소리나 논조가 아니었지만 그녀의 다정한 말은 족쇄처럼 입을 열지 못 하게 만들었다.
머릿 속으로 수 많은 반박을 떠올려리지만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답답한 감정 덩어리가 가슴 속에서 목소리를 붙잡은 것이었다.
치히로는 쉽사리 답하지 못하는 유사쿠의 모습을 보곤 한 발자국 그에게 다가갔다.
“저는 후지키 군이 어떻게 살아 왔는지, 어떤 사람인지 몰라요. 하지만 후지키 군에 대해 확실하게 아는 건 하나 있어요. 후지키 군은 전력으로 그녀들을 프로듀싱해본 게 아니에요. 왜냐하면 그녀들과 정면으로 마주보지 않았잖아요?”
“센카와 씨. 저는 ….”
“쿠사나기 씨라고 했죠? 나는 그 사람이 후지키 군을 걱정해서 저희 프로덕션에 보낸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후지키 군이 어려워하는 부분, 그러니까 사람과 상대하는 일을 정면으로 이겨내서 당당한 어른이 되길 바란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
“제멋대로의 참견이라 미안해요. 하지만 전력을 다해보지도 않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이었다고 포기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후지키 군은 아직 어른이 아니잖아요?”
어른이라는 것은 완전히 한 명의 객체로 성장한 사람을 말한다.
성장을 끝마친 사람이기 때문에 그 이상으로 극적인 변화를 할 수 없다.
현재를 바꾸기 위해서는 뼈를 깍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소년은 다르다.
손을 뻗는 것만으로도 변할 수 있는 게 있다.
나아갈 수 있는 게 있다.
유사쿠는 치히로의 다정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아무 말하지 않고 유사쿠를 바라보다가, 그가 들고 있는 박스를 뺏어 들었다.
“읏차, 조금 멀긴 하지만 여기부터 제가 들고 갈게요. 아직, 자리 남아 있으니까 한번 생각해줘요. 후지키 군”
유사쿠는 박스를 들어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불안불안하게 걸어가는 치히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쥐었다.
웃고 싶었다. 웃으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그 때 겪었던 끔찍한 기억이 웃지 못 하게 막았다.
그러니까 포기했던 거다.
웃을 수 없는 자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안기는 그녀들을, 반짝반짝 빛나는 신데렐라들을 도울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자신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지만 …, 지금의 자신도 완전히 웃을 수 없는 걸까?과거로부터의 악연을 결착내지 않으면, 웃는 것조차 할 수 없는 인간인 걸까?유사쿠는 조용히 입술을 깨물다 쥐어짜내듯 소리쳤다.
“센카와 씨!”
“네?”
“… 고맙습니다.”
그녀는 편안한 미소로 답하고 신데렐라들이 있는 성을 향해 걸어갔다.
유사쿠는 사라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품 안에서 휴대 전화를 꺼내들었다.
- 뭘하려고? 유사쿠.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
- 프로듀싱?
“아니. 그건 지금의 나에겐 무리야.”
하지만 내게도 할 수 있는 건 있어.
유일하게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건 유사쿠는 또렷한 의지가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
이른 아침.
사무소에 들어선 우즈키는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언제나 활기가 넘치는 사무소이긴 했지만 오늘의 관경은 다른 날보다도 특별히 이상하기 그지 없었으니까.
매일 아침, 차분하게 업무를 처리하던 치히로는 양 손목에 은수갑을 차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중심으로 전직 경찰이었던 사나에와 같은 ‘밤에 취한 여인들’의 멤버인 나나, 카에데가 노려보고 있는 터무니 없는 관경이었다.
평소에도 사이가 좋은 어른들이 갑자기 무슨 일이지?
우즈키가 그런 의문과 놀람에 멈춰있을 때, 그녀를 발견한 치히로가 간절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도, 도와주세요! 우즈키 양!”
“도망치긴 어딜! 내가 똑똑히 봤는데 발뺌할 생각이에요?”
“그러니까 오해라니까요!”
“이쪽의 증인은 둘이나 있어요? 치히로 씨?”
“오해에요! 오해!!”
필사적으로 발악(?)하는 치히로에 우즈키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섰다.
“일단 다들 진정하시는 게 …. 아니, 대체 무슨 일인지 설명해주실래요?”
“그거라면 제가 설명해드릴게요! 우즈키 양! 듣고 놀라면 안되요? 꺄핫!”
그런데 고교생이라면 지금은 등교 시간 아닌가?
태연하게 사무소에서 일(?)을 벌이고 있는 나나에 우즈키는 의문을 가졌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지 않고 조용히 사건의 전말을 듣기로 했다.
어차피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 굳이 캐낼 필요는 없는 일이고.
“그렇게 놀라운 일이에요?”
“그게 …, 치히로 씨가 범죄를 저지르는 걸 저희가 목격했거든요!”
“버, 범죄요!?”
그렇다면 손에 차고 있는 은수갑도 이해가 된다.
하필이고 하필이면 그것을 목격한 사람 중 한 명이 전직 경찰(교통과였다고 하더라도)인 사나에였으니 즉결 심판(?)도 이해가 갔다.
그러나 범죄자의 발악이라는 걸까?
치히로는 억울하다는 듯이 “오해에요! 전부 오해라니까요! 제 말부터 들어주세요!” 라고 소리치고 있었고, 우즈키는 어색한 미소를 지우지 못 한 채, 나나에게 이야기를 재촉했다.
“그러니까 …, 우즈키 양은 일본의 법률상 결혼 가능한 나이가 몇인지 아나요?”
“네? 그건 갑자기 왜요?”
“저도 자세한 건 몰랐는데, 사나에 양의 말에 의하면 현재에는 남녀 모두 18세라고 한다네요? 그런데 ….”
거기까지 이야기를 들으니 우즈키도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우즈키는 경악스런 표정으로 치히로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치히로 씨! 설마 그런 파렴치한 일을 벌이신 건가요!?”
“글쎄, 오해라니까요! 애초에 그런 일은 하지 않았다구요!”
“네? 그럼 ….”
“우연히 후지키 군을 만나서 같이 걷고 있었을 뿐이에요!”
“후지키 씨를요?”
그러니까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안 그래도 방송 스케줄 때문에 직접 차를 몰고 촬영장까지 가던 사나에와 나나, 카에데는 우연히도 다정하게 길을 걷고 있는 치히로와 유사쿠를 보았다는 것이었다.
유사쿠는 아르바이트를 관두고 얼굴을 보지 며칠째 인데 성인조가 떠난 지 30분도 지나지 않아서 그런 모습을 보게 되니 명확한 현장 증거라는 것이었다.
“맞아요! 이 나나가 확실히 봤다구요!”
“치히로 씨의 히로인 같은 모습이었달까요? … 후훗.”
“그냥 후지키 군이 짐을 들어준 거라니까요!”
“사람 대하는 게 눈사람처럼 쌀쌀 맞은 후지키를 우연히 만났는데, 들고 있던 짐을 들어주고 같이 걸어갔는데 그 모습이 우연히 다정하게 보였다고 말하는 중인데 누가 그걸 믿겠어?”
듣고 보니 오해할 만도 한 상황이다.
치히로는 하필이면 그 시각에 해가 져가는 중이라, 로맨틱했던 것을 떠올리며 하늘은 원망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사건의 전말을 듣고서 우즈키는 이 행동이 질투(?)와 장난이라는 것을 깨닫고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다행히도 346 프로덕션의 사무원의 만행으로 회사가 망할 일은 사라진 셈이었다.
그렇게 웃음소리가 터져나오는 와중에 카에데가 의아한 듯, 우즈키에게 물었다.
“그런데 우즈키 양은 학교 갈 시간 아닌가요?”
“아! 사무소에서 두고 온 필통 때문에요! 이제 가야 해요!”
“그러고보니 나나도 가야 하지 않아? 고교생이잖아?”
“아, 하하하. 그, 그렇지요. 아쉽게도 오늘 CF 촬영은 무리겠네요 ….”
“지금 돌아가시면 프로듀서님이 곤란해요. 나나 씨!”
후후후.
우즈키는 웃음을 터뜨리다 문득 켜지지 않은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이그니스의 장난으로 인해 실례해버릴 정도로 무서웠던 그의 집을 떠올랐고, 무뚝뚝한 모습으로 냉정하게 답했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제 …, 같이 지낼 수는 없는 걸까?’
이별은 언젠가는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헤어지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었다.
그 때였다.
따르르릉, 하는 경쾌한 전화벨이 울리며 사무소를 뒤흔들었다.
아직까지 수갑을 찬 치히로가 양손으로 전화를 받았고,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네. 346 프로덕션 아이돌 사무소입니 …아, 후지키 군?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이에요?”
후지키 군?
단어를 듣자마자 사나에는 웃으면서 전화기를 스피커 모드로 전환했다.
또렷한 유사쿠의 목소리가 사무소에 울려퍼졌다.
“우선은 메일을 확인해주시겠어요?”
“메일이요?”
“예. 지난 번에 보여줬던 신데렐라 프로젝트에 관한 웹 반응의 전원 버전을 보냈습니다.”
“… 네? 아, 그 …, 전원 버전이요? 200명이 넘는데?”
“프로그램은 만들어져 있었으니까 데이터만 넣으면 간단하니까요. 그러니까 ….”
그 말 다음은 짧은 침묵이었다.
언제나 따박따박 대답을 잘하던 유사쿠였을 터인데, 머뭇거리는 기색이 보이자 사무소에는 기이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무언가 무거운 말이 나올 것이라는 걸을 직감한 것이었다.
치히로는 재촉하는 말 한마디 없이 조용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리고 짧은 침묵이 지나고, 말이 이어졌다.
“있다가 뵙겠습니다.”
“네? 그러면 ….”
“그럼.”
그의 말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었지만 치히로가 있는 곳에 온다는 것이었다.
치히로가 있는 장소는 당연히 346 프로덕션의 사무소.
“후지키 군이 사무소에 ….”
“치히로 씨를 보러 온다는 거지?”
“엣.”
“좋아, 일단 가까운 서까지 같이 갈까?”
“어째서 그렇게 해석되는 건가요!?”
치히로가 버둥거리고, 사나에가 붙잡는다.
카에데와 나나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 있고, 우즈키는 소란스러운 그 관경 속에서 생각했다.
그가 돌아온다.
어째서 돌아올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슴 한 켠에 응어리졌던 무언가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우즈키는 사무소 테이블에 놓여져 있던 자신의 필통을 챙기고 사무소를 나서며 소리쳤다.
“다녀올게요!”
***
이그니스는 퀭한 눈의 유사쿠를 바라보며 물었다.
간신히 휘청거리지는 않고 있지만 누가 보더라도 명백히 피곤해 보이는 그의 모습은 불안해보였다.
- 역시 잠이 모자란 것 아니야?
“괜찮아. 학교에서 자면 되니까.”
- 그렇게 낮과 밤이 바뀌면 몸에 안 좋다고? 유사쿠 쨩.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 에헤이. 쑥쓰러워 하긴.
“닥쳐. 아이.”
뭐, 그래도 기운은 있어 보이네.
나름대로 그들만(?)의 말장난에 착실하게 답하니 이그니스는 홀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러던 때, 그의 눈에 유사쿠에게 다가오는 누군가의 모습이 들어왔다.
어제도 보았던 익숙한 상대.
그런데 느껴지는 기운은 어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 어이, 유사쿠. 저기 ….
“일단 다물어.”
이그니스가 그 사실을 전하려 할 때, 유사쿠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의 정체를 눈치챘다.
학교 교복을 입은 수수한 모습의 소녀, 그리고 과거의 기억을 되찾을 열쇠가 될 소녀.
자이젠 아오이였다.
유사쿠는 눈치챘지만 못 본 척 연기했고, 그의 옆으로 그녀가 다가왔다.
“안녕. 후지키 군.”
“아, 자이젠.”
“언제나 이 시간에 학교에 오는 거야? 일찍 다니네.”
“평범하다고 생각하는데. 등교 시간이잖아.”
“하지만 후지키는 오자마자 매번 잠만 자잖아? 그래서 늦게 오거나 할 거라고 생각했어.”
역시 같은 클래스인만큼 그가 학교에서는 매번 수면을 취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지 별 관심이 없어서 언제 오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던 걸까.
유사쿠는 이해한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니까.
“밤에 일을 하거든.”
“아르바이트?”
“아니. 아는 형의 일을 돕고 있어.”
“확실히 얼굴이 상해보이네 ….”
“그래? 언제나 있는 일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잠자는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학교에서 수업 듣는 시간도 아까우니 수업 시간에 잠을 잔다는 발상으로 언제나 낮과 밤이 바뀌어 있는 유사쿠였기 때문에 피로로 얼굴이 상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오이는 무어라 답하려다가 고개를 젓곤 이야기를 돌렸다.
“그런데 후지키는 왜 듀얼 클럽에 가입한 거야?”
“그건 ….”
“듀얼이 좋아서 …, 라는 말은 아니지?”
그 말에 유사쿠는 섬뜩한 기분을 느끼며 멈춰설 뻔한 발걸음을 간신히 당겼다.
혹시 자신이 미행했다는 걸 눈치챈 걸까?
충분히 그런 흔적이 있었으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아오이는 무언가 추궁할 기색 같은 것은 없이, 어떤 대답을 바라는 것처럼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신형 듀얼 디스크나 Sol 테크놀러지 입사도 관심 없다고 했었고.”
“아아. 그런데?”
“그러면 …, 어째서?”
과연, 그런 점에서 가능성을 떠올린 건가.
의외로 날카로운 걸. 유사쿠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황급히 다른 변명을 떠올렸다.
“확실히 딱히 듀얼을 좋아해서 듀얼 클럽에 가입한 건 아니야.”
“그 말은, 나, 나에게 ….”
“네 말대로 다른 이유가 있었어. 딱히 지금 말하고 싶지 않지만.”
“그, 그렇구나 …. 알았어. 그럼 이만.”
아오이는 그 말을 끝으로 황급히 교실을 향해 앞서 가기 시작했다.
유사쿠는 그런 그녀의 행동에 의아해하며 멈춰섰고 이그니스는 자그만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 소리에 유사쿠가 물었다.
“그건 무슨 의미야?”
- 바보는 몰라도 돼.
“뭐?”
- 그보다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어. 그녀와 듀얼 할 필요가 있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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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vs 블루 엔젤 전이군요.
갈 길이 멀다 멀어.
이야기에 나온 과금(?)담당 센카와 치히로 씨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디자인의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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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장면을 넣을 때마다 모호합니다. 유사쿠의 과거가 바뀌고 싶다고 쉽사리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라.. | 18.01.14 19: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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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과거를 가졌기 때문에 쉽사리 바뀔 수 없지만 사소하게라도 변할 수 있는 계기를 앞의 글에서 계속 던져오셨다고 생각합니다. 개연성은 충분히 챙겼다고 봐요. | 18.01.14 19: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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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D | 18.01.14 19: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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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냐! 유사쿠가 멋대로! | 18.01.14 19: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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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도중에 이미지를 넣으신 거 같은데, 나오질 않는군요 | 18.01.14 22: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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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은 거 아닙니다. 한글의 특수 효과 같은데 지워도 저리 나오네요. | 18.01.14 22:2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