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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왕
Spirits of Glory
Rebel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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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치킨 레이스의 끝
[턴 상황: 5턴- 최화란, 메인 페이즈 1]
--- 최화란 LP: 1000 ---
몬스터 : [데스티니 히어로 블루-D](레벨 8, ATK 1900 DEF 600), [희생양 토큰](레벨 1, ATK 0 DEF 0)
패 : 2장
묘지 : [데스티니 드로우], [데스티니 히어로 디아볼릭 가이], [융합], [데스티니 히어로 대시 가이], [좀비 캐리어],
[데스티니 히어로 데들리 가이], [데스티니 히어로 디바인 가이],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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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현준 LP: 4000 ---
몬스터 : [크리스탈윙 싱크로 드래곤](레벨 8, ATK 3000 DEF 2500)
패 : [좀비 마스터] 외 5장
묘지 : [고블린 좀비], [데스카이저 드래곤]
제외 존: [팬데믹 스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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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도 같은 껍질을 온 몸에 둘렀지만, '피'라는 그 이명에 맞게 날개와 온 몸 구석구석에 혈관이 두툼하게 솟아오른 괴물. 10기가 두어달 전에 시작된 요즘에는 [데스티니 히어로 블루-D]를 제거하는 거야 별 일이 아니라지만, 일단 나왔다 하면 여러모로 껄끄러운 몬스터였다. 전개력을 심하게 잡아먹기는 해도 상대 필드에만 적용되는 [스킬 드레인]같은 카드니까. 하필 [신의 경고]나 [나락의 함정 속으로]가 현준의 패에 잡히지 않았던 탓에 현준은 블루-D의 강림을 손가락이나 빨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최화란이라는 녀석이 그 블루-D의 효과로 가장 먼저 할 행동은 역시….
"[데스티니 히어로 블루-D]의 효과 발동! [크리스탈윙 싱크로 드래곤]을 장착 카드로 취급하여 이 카드에 장착하겠어! 베인 오브 글러트니(Vein of Gluttony)!"
'크라프티 블러드'와는 조금 다른 효과명이 불리자, 피의 전사는 공중에 멈춰선 채 묵묵히 날개를 펼쳤다. 원래대로라면 피바람이 휘몰아치면서 몬스터가 분해되는 연출이었겠지만,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검붉은 핏줄. 두껍고 굵직한 혈관이 블루-D의 날개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 핏줄들은 이내 필드를 가로질러 수정룡의 몸 곳곳에 꽂혔다. 단단한 갑주를 온 몸에 둘렀기에 어느 곳에도 틈새가 보이지 않았지만, 흉측한 혈관은 용케 갑옷 사이의 틈을 찾아내 선혈을 터뜨리며 용의 몸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갔다. 이내 피칠갑이 된 용은 저항할 기운도 없이 괴물 쪽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결국, 괴물의 오른팔에 달린 거대한 대가리가 용을 집어삼켰다.
"블루-D의 공격력은 크리스탈윙의 공격력 절반만큼 올라가지. 따라서 블루-D의 공격력은 3400!"
[데스티니 히어로 블루-D](레벨 8, ATK 1900→3400 DEF 600)
아이들은 흉악하기 그지없는 영상 때문에 넋이 나갔다. 얼마나 넋이 나갔는지, 현준이 자신의 2번 메인 몬스터 존 위에 둥둥 떠 있던 크리스탈윙이 사라지는 것을 전혀 모를 정도였다. 하지만 화란은 상대 따위 상관 없다는 듯 자연스레 효과 처리 대사를 읊었다.
"아니 잠깐만! 대체 그 영상은 뭐야?!"
"아 이거? 솔리드 비전 존잘님한테 커미션했어. 이 영상에만 10만원이 들어서 아직 이것밖에는 못 했지만.
생일 선물로 받은 용돈을 여기다 다 써버렸지 뭐야?"
화란은 자연스럽게 대답했지만, 그런 단어를 모르는 현준은 갸우뚱한 표정으로 눈을 껌뻑이며 재철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재철이도 뭔 말인지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존잘? 커…, 뭐? 커뮤니케이션?"
"한 마디로 영상 잘 만드는 사람한테 돈을 주고 영상을 만들어달라고 한 거야. 너희 그것도 몰라?" "모르는데?" "나도."
뜻밖의 반응이 튀어나오자 최화란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하아. 이래서 머글들은 안 된다니까~ 덕질을 할 거면 그 정도는 알아야 하는 거 아냐?"
"유공석이라면 모를까 난 만화같은 거 안 봐! 그리고 누가 누구보고 머글이래? 그럼 넌 마법사냐? 딱지 치는 방구석 인생인 건 너나 나나 똑같거든? 아놔 진짜, 지금 나랑 듀얼따위 집어치우고 현피로 승부보자는 거지 엉?"
"현피요? 이 공격이나 받고 다시 얘기하시든가! 블러디 피어스!"
피바람이 휘몰아쳤다. 블루-D의 밑바닥에 고여 있던 피웅덩이는 이내 공중으로 떠올라 핏방울의 안개가 되었다. 심홍빛 반점을 수놓은 것마냥 방을 뒤덮은 피는 바로 현준의 몸을 겨냥했다. 그리고는 마치 누가 붉은 잉크로 집중선이라도 그린 듯, 붉은 선혈으로 만들어진 창 수십 개가 현준의 몸을 꿰뚫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악!!"(차현준 LP 4000→600)
차현준은 그대로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양아치들이 불법 개조한 솔리드 비전이 아니었기에 솔리드 비전으로 만들어진 가짜 피가 가슴팍과 입에서 흘러내릴 정도로 고통스럽고 아프지는 않았다. 하지만 더럽게 아픈 걸 보니 솔리드 비전 강도를 최대치로 맞춰놓은 것 하나는 분명했다. 현준은 화란이 '제국의 스파이'인지 색출해내기 위해 일부러 솔리드 비전 강도를 최대치로 높였다지만 최화란의 입장을 모르는 상황에서 추측해 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몇 가지 정도였다. ①: 최화란이 강도를 조절하는 걸 까먹었다. ②: 자기 자랑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순간적으로 앙심을 품었다. ③: 화란은 스파이이며 자신을 죽이기 위해 듀얼을 내걸었다.
화란이 턴 엔드를 선언하는 동안에도 현준은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하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렇게 강도 높은 솔리드 비전으로 듀얼을 하는 건 거의 1주일만이었으니까. 몸이 계속해서 후들거리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하지만 화란이 스파이든 스파이가 아니든 간에 솔리드 비전 강도를 줄이자고 협상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었다.
'어차피 LP는 600 대 1000. 딱 공격 한 방이면 승부가 갈려. 그렇다면 이번 턴 안으로 한 방을 먹일 수밖에!'
그렇게 생각하고 호흡을 가다듬은 현준은 다시 한 번 힘을 주고 그의 좌우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 마디를 내뱉었다.
"나는, 죽지 않겠어! 내 턴! 드로우!"
'하튼 차현준 얘는 왜 오늘따라 의심이 심한 걸까? 듀얼도 완전 진지하게 하고 있고…. 나는 저 화란이라는 애가 집에 들어오든 말든 별로 상관 없는데, 현준이는 참 세상을 어렵게 살아~ 그냥 놔 둬도 될 걸 가지고 괜히 화낸다니까.'
고재철은 현준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현준이가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간단하고 빠르게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루트는 [시라누이의 무사]로 [시라누이의 궁사]를 제외해 장착 카드가 된 [크리스탈윙 싱크로 드래곤]을 파괴하고 블루-D를 물리치는 거겠지. 하지만 코스트가 지불된다 해도 무사의 효과는 블루-D에게 무효화되서 타점이 올라가지도 않고, 전투 후에 블루-D가 제외되지도 않아. 다른 카드를 갖추지 않는 이상 LP가 깎이기 마련이고 그 두 장에 집중하면 전개도 별로 할 수 없어. 게다가 현준이 녀석, 아무리 여유를 부렸다지만 '시라누이 몬스터를 최대한 적게 넣겠다'랍시고 덱에 [시라누이의 방랑자]랑 [요도-시라누이]만 한 장씩 넣었지 않았나? 그렇다면 [싸이크론]이라도 쓰지 않는 이상 두 번째 루트는 딱 그거 뿐인데……, 하긴 패가 예닐곱장이니 가능하기는 하겠다.'
'[가드 블록]…. 마지막으로 급식 듀얼을 하고 나서 뺀 카드인 줄 알았더니. 그래도 지금 나온 게 어디야.'
패를 훑어보던 현준은 마침내 전술을 정하고 벨릭의 이름을 불렀다. '벨릭, 부탁한다!' '오케이!' "[좀비 마스터]를 일반 소환!"
이 말과 동시에 [좀비 마스터] 벨릭은 경쾌한 춤을 추며 필드에 튀어나왔지만, 차현준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광경을 볼 수 없었다. 벨릭의 "기다리셨습니다! 구세주 등장! 잠시만. 이거 리부트였지? 그렇다면…! 이제서야 내가 이 소설에서 필드에 직접 나오는구나! 하하! 신난다!"라는 똘끼어린 외침도 마찬가지로 현준밖에 들을 수 없었다.
"좀비 마스터의 효과를 발동! 패에서 [좀비 캐리어]를 묘지로 보내고 묘지에서 [고블린 좀비]를 특수 소환!"
"하하, 그래봐야 그 효과는 [데스티니 히어로 블루-D] 때문에 무효야! 일반 소환권만 낭비했네!"
"아까 무사 얘기를 했을 때 뭘 들었던 거야? 무사의 제외 효과로 묘지에서 제외하는 언데드족 몬스터도, 이 카드의 소생 효과로 버린 패도 전부 코스트야. 즉 좀비 캐리어는 그대로 묘지로 보내진다는 거지!" "끄응…!" "[생자의 서-금단의 주술] 발동! 자신 묘지에서 [좀비 캐리어]를 특수 소환하고, 니 묘지의 [데스티니 히어로 대시 가이]를 제외! 이어서! 레벨 4의 [좀비 마스터]에 레벨 2 튜너, [좀비 캐리어]를 튜닝!" 현준의 외침과 동시에 네 개의 별로 변한 벨릭을 두 개의 고리가 된 좀비 캐리어가 감쌌다.
"굳이 "시라누이" 카드를 소환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지! 싱크로 소환! 나와라! 레벨 6! [도신-시라누이]!"
방바닥 한가운데가 푸른 불꽃으로 불타기 시작했다. 모여든 불꽃은 이내 필드 구석 흩어졌고, 화염이 타올랐던 자리에는 하늘거리는 선으로 불꽃을 형상화한 둥그런 문양이 남았다. 문양 한가운데에서 홀연히 나타난 칼잡이는 짧게 기합을 내지른 뒤 푸른 기운이 감도는 카타나를 빼들었다. 그러자 검사 뒤로 흐릿한 남자의 환영이 나타났다.
"그리고 묘지에 존재하기 때문에, 블루-D의 효과로 무효화되지 않는 [좀비 캐리어]의 효과 발동! 패 1장을 덱의 맨 위로 되돌리고, 이 카드를 특수 소환한다! 이 효과로 특수 소환된 좀비 캐리어는 필드를 벗어나면 제외되지만 말이지. 포자 재발!"
여러 동물의 시체를 누덕누덕 기워 붙인 시체가 무덤에서 낑낑대서 겨우 기어나왔지만, 그 헐떡이던 숨소리가 멎기도 전에 [좀비 캐리어]는 다시 고리 두 개로 분해되고 말았다. 10기의 듀얼이란 으레 이런 법 아니겠는가.
"나는 레벨 6! [도신-시라누이]에 레벨 2 튜너, [좀비 캐리어]를 튜닝!"
"진짜 이거까지 꺼내긴 싫었는데! 에라이 모르겠다! 싱크로 소환! 나와라! 레벨 8! [전신-시라누이]!"
대장장이의 풀무 소리에 맞추어 용광로가 뜨거운 날숨을 내쉬듯, 바닥에 남은 문양에서 붉은 불꽃이 솟아올라 도신을 감쌌다. 불기둥이 치솟았고 불꽃은 천장을 불태워버릴 듯 불타올랐다. 불꽃 속에서 걸어나온 자는 무사였던 도신이되 그 모습은 이미 도신이 아니었다. [요도-시라누이]의 혼이 이미 도신의 몸을 몸을 빌려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전신은 오랜만의 빙의가 익숙치 않은 듯 이리저리 몸을 풀고, 자신의 혼이 깃든 카타나와 무사의 플랑베르주를 양 손에 들고는 전투 태세를 취했다.
"왜 그렇게 "시라누이" 카드를 싫어하는 거야? 언데드족을 쓴다면 웬만해서는 반드시 넣지 않"
"구시대의 유물 취급당하는 기분을 알기나 하냐!! 아니지, 데스티니 히어로 덱을 굴리니까 더 잘 알 거 아냐?!"
"가끔 듀얼하는 애들이 하나 있는데, 시라누이 굴리는 애가 현준이 카드 보고 낡아빠졌다면서 놀렸거든."
재철이가 둘 사이에 끼어들어 현준이 격분한 이유를 간단히 설명해주었지만, 그 한 마디는 오히려 현준의 분노를 사고 말았다.
"와 씨 너도 나랑 별다를 바 없는 신세면서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멀리서 설명만 하냐?! 정크도플도 구시대의 유물 취급받으면ㅅ"
"아까 영호를 진작 쫓아냈어야 했나 봐, 얘가 이러는 거 보면. 당장 듀얼 그만 두고 나가."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잠시동안 방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ㅎ, 하튼! [전신-시라누이]의 효과 발동! 이 카드가 특수 소환에 성공했을 경우 자신의 묘지의 언데드족 몬스터 1장을 제외하고, 이 카드의 공격력을 턴 종료시까지 제외한 몬스터의 원래 공격력만큼 올릴 수 있어! 내가 제외할 카드는 [도신-시라누이]!"
전신이 눈을 감고 온 몸에 힘을 주자, 두 개의 칼에서 불꽃이 치솟음과 동시에 현준의 듀얼 디스크에서 도신의 카드가 튀어나와 허공으로 사라졌다. 듀얼 도중에는 카드가 리얼 솔리드 비전으로 치환되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요도의 환영을 빼면 칼을 든 [시라누이의 무사]의 모습만 그려진 허전한 일러스트대로, [도신-시라누이]는 대개 고레벨 싱크로 몬스터를 꺼내기 위해 거쳐가는 싱크로 소재로나 쓰이는 몬스터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카드는 오히려 묘지로 보내진 뒤에야 진가를 발하는 카드였다.
"이번에도 전신의 효과는 무효화되지만, 도신은 전신의 효과를 발동하기 위해 지불된 코스트에 해당되므로 제외…."
"더 말할 필요도 없네.[도신-시라누이]의 효과 발동! 이 카드가 제외되었을 경우, 상대 필드의 몬스터 1장을 대상으로 공격력을 500 내린다! 제외되었을 경우에 발동되는 효과니까 당연히 블루-D의 효과 범위에 들어가지 않지!"
[데스티니 히어로 블루-D](레벨 8, ATK 3400→2900 DEF 600)
"2017년인데 뭐 어쩌겠냐, 아아…, 나도 2010년에 듀얼을 제대로 해 봤어야 했는데! 그 시절엔 이런 구식 덱으로도 잘만 듀얼했잖아. 그 때로 돌아간다면 우리 중에서는 재철이가 가장 듀얼을 잘 했겠지만." 고재철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튼 카드 2장을 덮어놓고 차례를 마치겠어."
"내 턴! 드로우!"
[7턴- 최화란: LP 900]
"데스티니 히어로" 덱의 장점 중 하나는, 몬스터 카드들이 묘지로 보내진 이후로도 활약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GX 애니 카드군이니 상당히 초반에 만들어졌다는 걸 생각하면 여러모로 의외다 싶긴 하지만. 그래서 이번 턴처럼 전개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카드를 드로우하고서도 묘지에 카드가 가득 쌓여 있다면 크게 걱정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차현준의 필드에 세트 카드가 둘이나 있었으니, 혹시 모를 [신의 심판]같은 함정을 견제할 필요가 있었다.
"[싸이크론] 발동! 너가 세트해 둔 왼쪽의 카드를 파괴하겠어!"
"이 카드만은 안 돼! 오른쪽을 파괴해줘!" 깜짝 놀란 현준은 아연실색하며 그 카드만은 파괴하지 말아달라고 싹싹 빌었지만 소용없었다.
"역시 블러핑을 자주 쓴다던 소문이 사실이었네! 하지만 그런 건 통하지 않아! 그대로 왼쪽의 카드를 파괴!"
회오리바람이 솟아올라 세트 카드를 파괴하려던 그 순간, 애원하는 목소리가 갑자기 잦아들었다. 그리고는….
"사실은 블러핑의 블러핑이었던 거임ㅋ! 정말로 너가 오른쪽 카드를 파괴했다면 그대로 내가 졌겠지만. 이게 먹힐 줄은 정말 몰랐는데 운이 좋았군. [싸이크론]의 발동에 체인해서 세트되어 있던 [메타버스]를 발동! 덱에서 [언데드 월드]를 직접 발동하겠어!"
작은 회오리바람이 헛되이 사라짐과 동시에 필드 전체에 하늘색 섬광이 퍼졌다. 섬광은 이내 푸른 빛의 폴리곤을 만들기 시작했고, 폴리곤이 다 만들어지자 재철이네 방은 을씨년스러운 묘지로 바뀌어 있었다. 음산한 추위 사이로 시체 냄새가 물씬 풍겼지만, 현준 한 명만은 내 집에 들어온 듯 팔을 쫙 벌리며 공포 대신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게 내 덱의 잠재력을 해방시켜 줄 놀이터다 이 말씀."
"[언데드 월드]라면 예상하고 있었어. 그래서 [기간테크 파이터]는 진작에 사이드 덱으로 빼 놨지. 고물이긴 해도 참 좋아하는 카드였는데…, 하지만 소환할 카드는 충분히 있어! 마법 / 함정 한 장을 세트해두고 묘지의 [데스티니 히어로 디아볼릭 가이]의 효과 발동! 묘지에서 이 카드를 제외하고 덱에서 디아볼릭 가이 1장을 특수 소환! 이어서 나도 [좀비 캐리어]의 효과를 써서 패 한 장을 되돌리고 좀비 캐리어를 특수 소환하겠어. 여기서 문제, 내 패가 지금 몇 장이게?" 갑자기 튀어나온 질문에 현준은 "당연히 0장이지. 보면 모르냐?" 라며 황당한 표정을 지은 채 대답했다.
"정답! 진작에 묘지로 보내진 [데스티니 히어로 디바인 가이]의 효과 발동! 내 패가 빵장이면 이 카드와 "데스티니 히어로" 몬스터 1장을 제외하고 2장을 드로우할 수 있답니다! 제가 제외하는 카드는 [데스티니 히어로 블루-D]!" "니가 뭐 선생님이냐?!"
[좀비 캐리어]의 효과의 효과로 덱 맨 위로 간 카드 말고도 1장을 더 드로우한 화란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가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안전빵이 낫겠지. 되살려도 얼마나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나…."라며 몬스터를 한 장 세트했다. "마지막으로 레벨 6. [데스티니 히어로 디아볼릭 가이]에 레벨 2 튜너, [좀비 캐리어]를 튜닝!" 이번 듀얼은 유독 좀비 캐리어가 많이 보이는 듀얼이었다.
"심연의 암룡이여, 암흑의 힘으로 나의 수족이 되어 나와 함께 싸워라! 싱크로 소환! 나의 에이스! 레벨 8! [다크엔드 드래곤]!!"
흰 기운과 검은 기운이 서로 꼬리를 물며 흑백 태극 문양을 이뤘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검은 기운이 흰 기운을 삼켜버리고,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검은 용이 튀어나왔다. 유희왕에 검은 용이 뭐 한둘이겠냐만, [라이트 앤드 다크니스 드래곤]의 분신이라는 점 말고 이 용의 특이한 점이라면 역시 가슴팍에 흉측한 얼굴이 하나 더 달려 있다는 점이었다.
"[다크엔드 드래곤]의 효과 발동! 이 카드의 공격력과 수비력을 500씩 내리고, 상대 필드의 [전신-시라누이]를 묘지로 보내겠어! 다크 이베이퍼레이션!"
용의 이마에 달린 푸른 보석이 검은색으로 물들자, '어둠의 증발'이라는 효과명에 걸맞게 귀신 쌍검사는 한 순간에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다크엔드 드래곤](레벨 8, ATK 2600→2100 DEF 2100→1600)
"파괴가 아니라 묘지로 보내졌으니 제외된 수비력 0의 언데드족 몬스터를 회수하는 [전신-시라누이]의 효과는 불발해…, 이거 한 방 먹었군." "이걸로 널 지켜 줄 몬스터는 사라졌어! [다크엔드 드래곤]으로 다이렉트 어택! 다크 포그!"
용 가슴팍의 입이 탐욕스럽게 열렸다. 그 우악스런 아가리에서 흘러넘치는 검은 연기는 이내 네 개의 덩어리로 흩어진 뒤 현준을 향해 날아왔다.
"함정 발동! [가드 블록]! 이 전투 데미지를 0으로 하고 덱에서 카드를 1장 드로우!"
하지만 가드 블록의 방어막이 펼쳐지면서 안개는 현준 주변으로 비껴나가고 말았다. "역시 [싸이크론] 말고 [트윈트위스터]를 넣을 걸 그랬나…, 턴 엔드!"
"내 턴! 드로우!"
"[유니좀비]를 소환하고 효과를 발동! 필드의 몬스터 1장을 대상 삼아, 덱에서 언데드족 몬스터를 1장 묘지로 보내고 그 카드의 레벨을 1 올린다! 나는 [마두귀]를 묘지로 보내고 이 카드의 레벨을 1 올리겠어!"
예전이나 지금이나 언데드족 카드들의 홈그라운드는 어디까지나 묘지다. 그렇기에 [유니좀비]와 [우두귀]의 효과는 귀중하기 그지없었다.
"이어서 묘지의 마두귀를 제외하고 효과 발동! 내 묘지의 [데스카이저 드래곤]을 소생시키겠다! 그리고 데스카이저의 효과로 니 묘지의 [데스티니 히어로 디아볼릭 가이]를 소환하겠어!"
무덤에서 몸을 일으키는 사룡의 등에서 다시 한 번 갈고리가 발사되었고, 이내 필드 반대편에 있는 최화란 듀얼 디스크의 묘지에 꽂혔다.얼마 안 가 묘지에서 악마 하나가 뼈로 된 사슬에 꽁꽁 묶인 채, 몸을 뒤틀며 튀어나왔다. 악마는 자신을 조인 뼛조각에서 빠져나오려 애를 썼지만 소용 없었다. "이어서 레벨 6의 [데스카이저 드래곤]과 [데스티니 히어로 디아볼릭 가이]를 오버레이!" 데스카이저 드래곤이 먼저 공중으로 날아올랐지만, 디아볼릭 가이가 몸부림치는 바람에 바닥에 처박혔다. 그렇게 두 장의 몬스터는 서로 교대로 바닥에 주저앉기를 반복하다 오버레이 유닛이 되어 바닥의 검은 심연으로 빨려들어갔다.
"2장의 몬스터로 오버레이 네트워크를 구축! 엑시즈 소환! 나와라! 랭크 6! [영원의 숙녀 베아트리체]!"
하지만 이게 웬걸, 흉물 두 장으로 특수 소환된 카드는 도저히 이 어두컴컴한 뼈무덤에 어울리지 않는 아리따운 숙녀였다.
"[영원의 숙녀 베아트리체]의 효과 발동! 이 카드의 엑시즈 소재를 1개 제거하고 덱에서 몬스터 1장을 묘지로 보내겠어. 나는 디아볼릭 가이를 제거하고 덱에서 2번째 [마두귀]를 묘지로! 이어서 배틀 페이즈 돌입이다! [유니좀비]의 ②번 효과를 쓰면 이 턴에 언데드족 이외의 자신 몬스터는 공격할 수 없지만, 필드와 묘지의 몬스터를 전부 언데드족으로 바꾸는 [언데드 월드]가 있는 이상 의미가 없지. 유니좀비로 세트된 카드를 공격!"
몸 한 쪽이 붙어버린 두 좀비는 2인 3각을 하는 것마냥 우스꽝스럽게 뛰어가 세트된 카드를 들이박았다.
화란은 몬스터가 파괴되면서 생긴 역풍을 버텨내고는 입을 열었다. "세트된 카드는 [데스티니 히어로 둠 가이]야. 다음 턴 스탠바이 페이즈에 이 카드의 효과로 묘지의 "데스티니 히어로" 몬스터 1장을 특수 소환할 수 있지. 다음은 [다크엔드 드래곤]의 전투 데미지를 버틸 일만 남았네…. 다크엔드의 효과를 상대 턴에도 쓸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차현준이 공감할 법한 이야기었지만,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최화란을 믿을 수 없었던 현준은 오히려 화란을 비웃었다.
"하하 어떡하나, 에라타가 거의 안 나오는 유희왕 OCG에 '만약'이란 말은 없어! 베아트리체로 다크엔드를 공격! 700 포인트의 데미지를 받아라!" 성녀의 광채가 용을 뒤덮으려는 그 순간.
"딱 걸렸어." "뭐라고?!"
"현준이 너도 참. 마함존에 세트된 카드 생각은 하고 공격해야지! 아까 세트해 둔 [가드 블록] 때문에 살았으면서!"
"고재철 말대로야! 둠 가이의 효과를 발동시키기 위해 일부러 이 카드를 발동하지 않고 놔 뒀었지. 함정 발동! [신풍의 베리어 -에어 포스-]! 상대 몬스터가 공격했을 때, 상대 필드의 공격 표시 몬스터를 전부 패로 되돌린다!"
화란의 선언과 동시에, 다크엔드 뒤로 엄청난 풍압의 바람이 현준의 필드를 날려버렸다.
"마두귀를 미리 안 쓰길 잘했네…." "그걸로 뭘 할 거야?" "수비벽이라도 쌓게."
현준의 강점인 싱크로 소환을 쓰자니 튜너들이 죄다 제외되어 있었고 [이차원에서의 매장]조차 패에 잡히질 않았다. 하필 아까 [유니좀비]의 덤핑 효과를 써 버렸던 데다, 방금 썼던 콤보로 [영원의 숙녀 베아트리체]를 한 번 더 엑시즈 소환할 수는 있었지만 [다크엔드 드래곤]이 있는 이상 필드가 다음 턴에 텅텅 비어 버린다. 현준의 필드에 [언데드 월드]가 존재하니 공격 대상이 되지 않을 [No.82 하트랜드라코]를 꺼내면 좋겠지만, [언데드 월드]가 파괴되면 무용지물이요 마찬가지로 다크엔드가 걸림돌이었다. 현준은 패에 잡힌 '그 카드'에 듀얼의 사활을 걸고, 다시 한 번 화란을 떠 보기로 결심했다.
"마두귀를 제외하고 효과 발동! [데스카이저 드래곤]을 수비 표시로 특수 소환해 [데스티니 히어로 디아볼릭 가이]를 수비 표시로 특수 소환하겠어! 마지막으로 패에서 마법 / 함정 카드 1장을 세트한 뒤 턴 엔드."
"역시 마두귀가 있어도 할 게 없었구나! 내 턴! 드로우!"
[9턴- 최화란: LP 900]
"내가 세트해 둔 카드는 [초융합]! 패를 1장 버리고 자신 필드와 상대 필드에서 몬스터를 융합 소재로 삼아 융합 소환을 실행한다! 나는 상대 필드의 [다크엔드 드래곤]과 [데스티니 히어로 데들리 가이]를 묘지로 보내겠어. 둘 다 '토큰 이외의 필드의 어둠 속성 몬스터'니까 [스타브 베놈 퓨전 드래곤]을 소환할 수 있기는 하지. 하지만 [해피의 깃털]이 체인 1, [초융합]이 체인 2인 이상 이걸 꺼낼 수 있다 이 말씀! 2장은 '언데드족 몬스터' 2장으로 묘지에 보내진다!" "당연히 그 카드구나. 그 조건이라면!" 그 말에 재철이도 맞장구를 쳤다.
"황천을 떠도는 망자의 영혼들이여! 소용돌이가 되어 저승의 문을 부수고 그대들의 주인을 불러내라!
융합 소환! 강림하라, 레벨 8! [명계룡 드래고네크로]!"
용과 괴물을 감싸고 있던 갑옷은 산산히 부서져 거대한 뼈가 되었고, 두 몬스터의 육체가 뒤틀려서 만들어진 근육 덩어리가 그 사이를 채웠다. 시체들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육체라 성대는 불완전하게 만들어진 것일까, 포효라고 할 수 없는 괴상한 울부짖음이 울려퍼졌다. 한참이고 그 괴물을 망연자실하게 쳐다보던 최화란은 "……이젠 아무 것도 할 수 없어…."라며 듀얼을 포기하듯 턴을 종료했다.
"이걸로 마지막이다! 내 턴! 드로우!"
차현준 vs. 최화란
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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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차현준: LP 4000]
[허영호: LP 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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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 18.01.04 18: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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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데드 월드+초융합=당근드래고네크로빳다죠! 실제로 애용하는 콤보이기도 합니다. | 18.01.05 15: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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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컬라이더....라고.... 그 녀석 레벨이 6이었군요. 진짜 언데드는 왜 이리 짝수를 좋아하는 거야?! | 18.01.14 20:4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