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흔드는 행동에 유사쿠는 눈을 떴다.
다행히도 꿈을 꾸진 않았지만 오래 잠들지 못 했기 때문에 피곤함이 어려 있는 얼굴이었다.
"쿠사나기 형 …."
"여, 유사쿠. 이제 학교 가야지?"
"으응 …, 그래야지."
"식사는 내가 차리고 있으니까 가서 씻고 와."
"굳이 신경 쓸 필요 없이 그냥 핫도그 하나 주면 되는데."
눈가를 비비적거리면서 졸린 목소리로 말하자 쿠사나기는 과장스러운 제스쳐로 반대를 표했다.
"안되지, 안돼. 고등학생 때, 제대로 먹지 않으면 키 안 큰다?"
"더 크고 싶은 생각 없어."
"자, 그러지 말고 어서 씻고 오기나 하셔."
"알았어."
곧 푸드 트럭 한 구석에 배치된 세면대에서 간단하게 씻은 유사쿠는 수건으로 머리칼을 말리곤 푸드 트럭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간단하게 테이블을 펴놓고 여러 음식-대부분은 인스턴트지만-들을 차려놓은 쿠사나기가 있었다.
유사쿠는 테이블의 음식들을 힐끗 바라보곤 말했다.
"인스턴트라면 굳이 힘내서 차릴 것 없잖아."
"에이, 그래도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니까? 그리고 된장국은 인스턴트가 아니라, 내가 만든 거라고."
"그래. 그럼 잘 먹을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유사쿠가 자리에 앉자 쿠사나기도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제법 쌀쌀한 아침이지만 따스한 햇살이 조곤조곤 두 사람을 비추고 있었고, 어린 새들의 울음 소리가 산뜻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아직 채워야 할 것이 많아, 부족하기 그지 없지만 평화로운 아침 식사.
유사쿠는 그 어울리지 않는, 느긋하면서도 포근한 감정을 느끼며 식사를 마쳤다.
빈 밥그릇을 내려놓으며 유사쿠가 의자를 뒤로 밀고 일어섰다.
"그럼 설거지는 내가 할게."
"아냐. 넌 바로 학교 가야지. 더 이상 지체하면 늦는다고."
"지각하는 거야 상관 없어."
"전혀 상관 없지 않아. 그러다 선생에게 찍히면 더 곤란해진다?"
"으음 …."
이번에도 옳은 말이었기 때문에 유사쿠는 침음성을 삼켰다.
기본적으로 학교 역시 작은 사회의 역활을 하고 있다.
담임 선생 한 명에게 찍히는 순간, 순식간에 【말 안 듣는 양아치】라는 소문이 퍼져서 더 골치 아파질 지도 모른다.
특히나 교사라는 직종은 학생에게 얕보이지 않기 위해 언제나 힘싸움을 써야 하는 존재들이니까.
잠시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던 유사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부탁할게. 쿠사나기 형."
"아아! 그리고 아이도 데려가."
"아이를?"
"그래. 요새 하노이가 잠잠하잖아. 평화로울 때일수록 위기에 대비해야 하는 법이야. 그렇지?"
"그렇네. 그럼, 다녀올게."
그리 말하고선 푸드 트럭에 들려 양치하곤, 아이를 챙겨 학교로 떠난다.
쿠사나기는 그런 유사쿠를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좀 더 그 나이의 때의 소년처럼 되면 좋으련만.
***
Sol 테크놀로지사의 보안부장인 자이젠 아키라는 미간을 좁히곤, 양손을 깍지낀 채 상체를 숙이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데스크톱의 "손님께서 들어오십니다." 라는 말에 상체를 일으켜, 응접실 안으로 들어오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붉은 머리카락과 대조되는 새하얀 피부, 언제나 상대를 내려다보는 시선, 그리고 살짝 사나울 듯한 눈은 차분한 분위기의 아키라와는 대조되었다.
그녀는 말 없이 그의 건너편 쇼파에 앉더니 가방을 내려놓곤 목을 까딱였다.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던 아키라가 입을 열었다.
"토키코."
"그렇게 친근한 듯 부르지 마. 집 안을 나선 건 너잖아? 그 바보 같은 여자애 때문에."
"… 그래, 그래서 무슨 용건이냐."
"크크큭, 우스운 얼굴이네. 한 때는 자이젠 사의 후계자였던 사람이 이런 곳에서 무익한 일을 하고 있다니."
"헛소리를 하러 온 거라면 돌아가."
그 차가운 눈동자에 자이젠 토키코는 웃었다.
한 때는 사자였던 남자다, 그런데 가축에 정이 들어서 이빨도, 손톱도 뺀 돼지가 되어버린 남자가 이를 드러내는 척을 하다니.
웃지 않을 수 있을까, 숨을 죽여 웃던 그녀는 짧은 숨을 내뱉고 가방에서 흰 봉투를 꺼내 테이블 위로 올렸다.
아키라는 봉투조차 바라보지 않은 채, 물었다.
"이건 뭐지?"
"뭐긴, 뭐겠어. 특별히 이 내가 헤드 헌팅을 하러 온 거야. 이런 구역질나는 돼지 우리에서나마 우수한 직위에 올라온 능력을 좋게 보고 있다는 거지."
"그 조건은?"
"정말이지, 잘 알잖아? 네가 아끼는 【새끼 돼지】를 버려두고 오면 돼."
"그렇다면 거절이다."
담담하지만 단호한 아키라의 어조.
토키코의 고운 미간이 일순 찡그러지며 고운 눈매가 무섭게 변했다.
"분명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으로 돼지 우리에서 오래 지냈나 보네. 내 제안을 다 거절하고."
"나는 더 할 말이 없으니 이만 일어나마."
"언제까지고 내 오빠인 척할 거야? 구역질나니까 작작하시지. 넌 이미 우리 가족을 버렸어."
"………."
"뭐, 좋아. 그럼 평생 돼지 우리 같은 곳에서 잘 살아보라고."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응접실을 나섰다.
아키라는 잠시 그녀가 나간 방문을 바라보다가, 푸른 하늘이 그려져 있는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체 어디부터 잘못되었던 걸까?
세계 굴지의 기업인 자이젠 사의 사장인 아버지와 그 분을 뒷받침 해주었던 어머니가 갈라설 뻔한 것?
그리고 아버지가 이복동생인 아오이 내연녀였던 새 어머니를 데려온 것?
그것도 아니면 수 많은 일 끝에 아버지가 죽고, 토키코와 친어머니가 회사의 실세를 잡은 것?
아오이를 …, 버리라고 한 것?
【자이젠 사의 후게자】라는 이름을 떼고서도, 많은 걸 포기해야 했다.
더 얼마나 포기해야 소중한 것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아키라는 고개를 젓곤, 응접실을 나섰다.
"그러고보니 …, 아이돌. 시작했다고 했었나."
말이라도 꺼냈어야 했을지, 속으로 작은 후회를 하며 복도를 걸어갔다.
**
사무소 소속에 검은색 밴에 탄 유사쿠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맨 앞자리의 운전석에서는 타케우치가 앉아 있었고, 그 뒤에는 우즈키, 그 뒷편에는 린과 미오가 앉아 있었다.
자연스럽게 우즈키의 옆 자리에 앉게 된 유사쿠는 후우, 하고 짧게 숨을 내뱉었다.
역시 학교에서 충분히 자긴 했어도, 불편한 자세였다보니 피곤하긴 마찬가지다.
"미안합니다. 타케우치 씨. 조금 수업이 늦는 바람에."
"아뇨, 괜찮습니다. 막 출발할 예정이었으므로."
"흐응, 후지쿠! 우리도 기다렸는데?"
"미오 쨩 …!!"
"사실이잖아?"
미오를 비롯한 뉴 제네의 말에 유사쿠는 슬쩍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그러곤 아무런 말도 없이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곤 작성하고 있던 파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태도에 살짝 약이 오른 미오가 화를 삭힌 목소리로 말했다.
"어이 …, 태도가 조금 나쁘지 않아?"
"미안, 조금 늦었군."
"그게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야!? 프로듀서를 대할 때랑 전혀 다르잖아!"
"… 그럼 어떻게 하길 바라지? 경어라도 써주길 바래?"
"너, 너, 너! 사무소에서는 나보다 어린 애들에게도 경어를 썼으면서!"
"그 때는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지금은 아니지."
"이익 …!"
"나한테 화낼 시간이 있으면 목이라도 가듬어. 오늘 스케쥴을 모른다곤 하지 않겠지."
오늘, 뉴 제네레이션의 스케쥴은 음악 방송에 출연과 라디오 방송의 출연이다.
노래와 춤을 추는 아이돌이기에 당연히 목의 관리는 중요하지만, 곧 목을 주로 사용하는 방송에 출연 예정이니 특히나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운전을 시작한 힐끗, 힐끗 거울을 통해 바라보곤 있었지만 운전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무어라 끼어들 수 없었고, 두 사람의 사이에서 우즈키가 미오를 달래면서 싸움은 멎어가는 듯 했다.
거기에 린이 한마디 더 하면서 싸움은 완전히 끝나버렸다.
"관둬, 미오. 이 녀석은 우리에게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거니까."
"하지만 …!"
"우리들의 관리자는 프로듀서니까, 프로듀서에게만 하면 된다. 이런 생각이지?"
유사쿠는 딱히 말하지 않고, 작성하고 있는 데이터에만 집중했다.
정말로 붙임성 없는 녀석이다, 뉴 제네의 세 사람을 생각하면서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분명히 히터에 의해 따뜻할 차 안이었지만, 확실하게 싸한 느낌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밝은 기계음이 울려퍼졌다.
- 어이어이, 유사쿠 ∼? 그런 식으로 여자들에게 대하면 안된다고?
"입 닥쳐. 아이."
- 모처럼 조언을 해주는데 그런 태도는 너무 한 거 아니야?!
"시끄럽다고 말했어. 한번 더 말하면 네 음성 기능을 꺼버릴 거야."
- 너무해 …. 이건 인(공지능)권침해야!
갑작스런 이그니스의 말에 뉴 제네의 세 사람이 깜짝 놀라며 이그니스를 바라보았다.
이그니스는 그 시선을 느낀 듯, 눈웃음을 지었다.
- 오야오야, 제법 나도 인기가 있는데?
삑.
- ■■■!! ■■ ■■■!!!
유사쿠가 이그니스의 음성 기능을 꺼버리자, 옆에 있던 우즈키가 눈을 깜빡거리며 물었다.
"그건 …?"
"듀얼 디스크의 인공 지능 기능이야."
확실히 들어본 적이 있었다.
최신 듀얼 디스크에는 듀얼을 돕는 인공 지능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고.
그런데 저렇게나 감정이 풍부했나?
조용히 입이 막힌 이그니스를 바라보던 린이 말했다.
"인공 지능 기능은 최신형에나 있을텐데? 네 건 구형이잖아?"
"개조했을 뿐이야."
"흐응, 듀얼 디스크의 불법 개조는 범죄라고 알고 있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신고해도 좋아. 그럼 이 녀석을 지워버리면 그만이니까."
그건 너무 심한 태도가 아닐까, 미오가 "그건 너무하지 않아?" 라고 말하자 유사쿠는 다시 듀얼 디스크 안의 이그니스의 음성 기능을 켰다.
"아이. 그리고 너희도 잘 기억해둬. 인공 지능은 인공 지능일 뿐이야. 인간이 아니니까 그런 건 신경 쓸 필요 없어."
- 우린 파트너잖아! 유사쿠!!
"헛소리 하지 마. 내 동료는 쿠사나기 형 뿐이야. 넌 도구고."
냉정하기까지 한 유사쿠의 발언이 쏘아지자 이그니스를 훌쩍 거렸고, 타케우치나 뉴 제네의 일행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했다.
분명히 냉정하고, 붙임성 없고, 재미 없는 녀석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방금 전까지 열을 내던 미오는 자리에 앉아서 시선을 창 밖으로 돌렸고, 린도 이어폰을 끼며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우즈키는, 유사쿠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우리도 동료가 아닌가요?"
"뭐 …?"
"분명히 …, 후지키 씨에 대해서 안 지 얼마 안 됐고, 이것저것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저는 후지키 씨도 린 쨩이나, 미오 쨩같이 동료라고 생각해요."
"…………."
그녀가 말한 것은 분명히 예상치 못한 물음이었다.
지금까지 잘만 답했던 유사쿠였지만 이번에 그녀가 물은 것은 입이 턱 막히는 질문이었다.
미오나 린과 다툴 때에도 노트북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던 유사쿠는 저도 모르게 그녀를 바라보고 말았다.
그래서, 알아챌 수 있었다.
그녀의 말이, 가식 같은 것이 아닌 진실이라고.
"그건 …."
어떻게든 말문을 때긴했지만, 그 뒤의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유사쿠 본인이 놀랄 정도로 머릿 속의 파츠가 맞춰지지 않았다.
마치 퍼즐 듀얼을 처음 시작한 듀얼리스트처럼 한 장, 한 장의 카드를 살펴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어째서 내가 이런 질문에 당황한 거지?
스스로에게 물은 유사쿠는 곧 대답을 찾아냈다.
"네?"
"… 네 동료는 시부야와 혼다야."
"그, 후지키 씨는 …?"
"………."
- 어이어이! 유사쿠! 설마 나를 제쳐두고 아가씨들이 동료라는 말은 하지 않겠지?
자신을 동료라고 생각한 사람이 처음이기 때문이라고.
유사쿠는 이그니스가 들은 듀얼 디스크를 노트북에 접촉시키며 나지막히 말했다.
"시끄러워."
그래도 이그니스 덕분에 대답을 회피한 유사쿠는 자신도 이유를 알 수 없는 한숨을 속으로 내시며 노트북의 모니터에 집중했다.
우즈키는 그런 그의 모습에 린과 미오와 눈을 한번 마주치고는 그의 어깨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무수히 움직이는 데이터 파일들의 향연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유사쿠는 억지로 그녀의 향기를 무시하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이건 뭔가요?"
"… 너희들의 데이터야."
"네?"
"공식 팬 카페와 SNS, 커뮤니티 사이트의 데이터를 총집합해서 팬들이 무얼 원하는지, 어떤 장면이 이슈가 되고 있는지, 오늘 스케쥴에 따른 반응을 확인하는 거지. 그러니까 …."
파밧, 하는 소리와 함께 모니터의 화면이 잘 정리된 보고서처럼 나타났다.
실시간으로 이슈들을 나타내면서 음반을 비롯한 연예 활동에 대한 영향력을 그래프로 보여주고 있었다.
뉴 제네의 멤버들은 놀란 표정으로 그것을 보며 물었다.
"후지쿠. 이거 정말로 후지쿠가 만든 거야?"
"그래."
"굉장하네 …. 듀얼 디스크를 개조했다고 했을 때부터 손재주가 있을 거라곤 생각했지만."
"딱히 어려운 건 아니야."
"그, 그래도 굉장하네요! 정말 대단해요! 후지키 씨!"
"… 뭐, 그래."
신호등의 색이 빨갛게 변하자 타케우치도 몸을 뒤로 돌려 손을 내밀었다.
"저도 잠시 봐도 되겠습니까?"
"예."
"… 과연, 굉장하군요."
"저는 타케우치 씨처럼 프로듀서의 일을 잘 할 수 없으니까, 할 수 있는 걸 해보자고 생각해서 어제부터 만들었습니다."
"그렇습니까. 혹시 이것을 모든 사무소의 아이돌들에게도 …."
"시간만 충분하다면 가능합니다."
다시 타케우치에게서 노트북을 돌려받은 유사쿠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어느 새 신호등의 색이 초록불로 바뀌자 타케우치는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이그니스는 한껏 삐진 목소리로 말했다.
- 프로그램을 짠 건 유사쿠지만, 구동한 건 나라고?
"아, 그러네요. 그러니까 …, 고맙습니다. 아이 씨."
"우즈키, 그래도 인공 지능에게 인사를 하는 건 …."
"뭐, 어때! 시부린. 고마워! 아이!"
- 우헤헤헤!
실실 거리며 웃으며 자기 자랑을 하기 시작한 아이를 내버려두고, 유사쿠는 모니터 화면의 데이터를 살펴보았다.
아직 여러가지로 부족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팬들이나 대중들의 관심은 분명히 상승세였다.
아마 이대로라면 그녀들은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이름처럼, 신데렐라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그녀들과 함께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그 의문을 지우지 못한 채, 유사쿠와 신데렐라들이 탄 차는 방송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
"어이! 알바! 이것 좀 해줘!"
"아니아니! 이것부터 부탁해!"
"예."
방송국에 도착하자 신데렐라들과 유사쿠는 갈라졌다.
타케우치는 방송국 인원들과 협조하면서 음악 방송의 준비에 들어갔고, 당연하지만 어떠한 인맥이나 경험도 없는 유사쿠는 잡무에 들어갔다.
방송에 필요한 물건들을 스태프들에게 전달하거나, 무대의 안전을 한번 정검하거나, 청소하거나, 다양한 일들을 하면서 방송의 진행을 살폈다.
하는 일은 달랐지만 방송국의 모든 사람들이 하는 일의 목적은 같았다.
아이돌을 빛나게 하는 것.
대부분의 일을 끝낸 유사쿠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고 근처에 널브러진 의자에 앉았다.
스윽, 하고서 물이 찰랑거리는 물병이 시야에 들어와, 그 주인을 살펴보니 타케우치가 받으라는 눈을 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처음 해본 이쪽 일은 어떻습니까?"
"… 생각보다 여러가지 일을 하는군요."
"모두 그녀들을 빛나게 하기 위한 일이죠."
"그렇습니까 …."
물을 한 모금 마신 유사쿠는 시선을 돌려 무대를 바라보았다.
어느 새인가, 이전 아이돌의 무대는 끝나고, 다음 아이돌의 무대가 시작되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아이돌들을 바라보는 건 어떻습니까?"
"SNS에 보면 괴리감이 느껴진다고 하죠. 그런 기분이군요."
"괴리감 …, 입니까."
"빛나는 그녀들과, 빛나지 않은 자신의 차이에 대한 기분이죠."
물론, 그 이외의 이유도 있지만 말입니다.
유사쿠는 말을 삼키며 몸을 일으켰다.
분명히 빛나는 그녀들과 빛나지 않은 자신에게서 괴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는 것조차 해서는 안되는 자신에게서 깊은 절망을 느꼈다.
자신이 저들을 바라보는 건, 그 끔찍한 과거를 매듭 지은 후의 일이니까.
"물론, 그럴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무얼을, 말입니까?"
"아이돌과 팬은 서로를 비춰주는 존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서로를 비춰주며 나아가는 존재 말입니다."
"……………………."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게 저희 프로듀서인 겁니다. 후지키 씨."
타케우치는 그렇게 말하고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유사쿠를 바라보았다.
아이돌들을 뒷받침해주는 프로듀서의 관점에서 그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얻을 수 있을 지는 모두 그에게 달려 있다.
그러니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보는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뿐.
그렇게 해서 그의 인생이 조금이라도 변할 수 있다면 ….
"프로듀서 씨!"
"여기에 둘 다 있었네?"
"이제 곧 우리 무대야!"
타케우치와 유사쿠는 어느 새인가 무대 복장으로 갈아 입은 뉴 제네레이션의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들은 밝게 웃으면서 사내들에게 말했다.
"프로듀서! 후지쿠! 우리들의 무대! 꼭 봐야 해?"
"다녀올게."
"시마무라 우즈키! 열심히 할게요! 꼭 봐주세요! 두분 다!"
그녀들의 말에 타케우치는 작게 "예. 그러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유사쿠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녀들은 방송국 스태프들의 지도를 받으며 무대로 향했고, 유사쿠는 말 없이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차, 우연히 우즈키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고, 유사쿠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유사쿠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린 것은.
"쿠사나기 형. 무슨 일이야?"
"유사쿠! 하노이야. 지금 네가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까 나와줘!"
- 이 몸의 GPS 기능으로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있다구!
"알았어. 바로 갈게!"
휴대폰을 끈 후, 유사쿠는 타케우치를 향해 소리치곤 복도를 달려갔다.
"잠시, 일이 생겨서 다녀오겠습니다!"
"후지키 씨 …!"
***
카페 '나기'의 푸드 트럭에 탄 유사쿠는 곧 링크 브레인즈의 접속실로 들어섰다.
그래, 반짝이는 구두를 신은 신데렐라를 바라보는 것은 자신과 맞지 않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복수】로 정해져 있다.
"덱! 세트! 인 투 더 브레인즈!"
──────────────────────────────────────────────
유사쿠에게 있어 아이는 동료도, 인간도 아니지 말입니다.
그리고 약속은 처음에 깨져야, 다음에 의미가 있는 법!
언제나 관심을 가져주시고, 추천과 코멘트를 달아주시는 만큼 열심히 쓰겠습니다.
+ 추가적인 신데렐라메이커만의 오리지널 설정
자이젠 아키라, 자이젠 토키코, 자이젠 아오이.
자이젠 아키라는 세계 굴지의 기업 자이젠 사의 후계자였다는 설정.
아오이는 아키라의 아버지의 내연녀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고, 토키코는 정실의 딸.
아키라의 친아버지가 죽고, 친어머니가 기업의 사장이 되자 아오이를 버리려 했으나, 아키라가 직접 아오이를 거두고 집에 나간 상황.
뉴제네 이미지.
왼쪽부터 시마무라 우즈키, 혼다 미오, 시부야 린
리볼버(?).. 가 아니라, 타케우치 프로듀서 이미지
자이젠 토키코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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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쿠:프로듀서... 뭔가 목소리가 익숙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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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캐릭터입니다. 다만, 복수귀라는 어려운 녀석이라 글로 표현하기 힘들어요. | 17.12.20 0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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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글로 쓰기 어렵죠... 그 눈에서 이글대는 불꽃이라던가, 여러모로 감정선이 복잡한 성격이니까요 | 17.12.20 00: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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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다른 캐릭터들과의 커뮤 반응이 결국 냉정, 무관심으로 결정되어 있어서 더욱... | 17.12.20 00: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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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쿠:프로듀서... 뭔가 목소리가 익숙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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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개그 ㅋㅋ | 17.12.20 00: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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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나올 예정이 없었지만 자이젠이라! | 17.12.20 11: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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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이건 써먹어야 해!! 라고 생각했지요! | 17.12.21 15: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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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 아니, 리볼,, 아니, 프로듀... | 17.12.21 23:5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