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적당한 양의 된장국과 계란말이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계란에 양파가 들어간 것 정도뿐일까.
코를 올려 냄새를 맡으려 애쓰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손님이 오더라도 레이무가 차리는 밥상에 변함이란 없었다.
친하기 때문에 격식을 차릴 필요도, 과다한 상을 차릴 필요도 없다는 뜻이었을지도.
“아 좀 가 있으라니까. 혼자서 할 거니까.”
멀리서 레이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툴툴대기는 하다만, 딱히 더 나무라지는 않고 있었다.
저런 일이 하루 이틀도 아닌지라, 쿄우카는 그대로 기다릴 뿐이었다.
쿄우카가 지금까지 느낀 바로는, 레이무란 아이는 원래 저랬다. 쌀쌀맞은 듯하면서도 심하게 내치지는 않는.
밀고 당기기에서 밀기를 담당하는. 속히 말해서 츤데레.
카이바, 너 츤데레구나☆
‘헙, 이게 아니지.’
“넌 또 왜 혼자 흠칫거리고 있어.”
“자아 찾기 여행 중이었어.”
“...너도 가끔 보면 뜬금없는 허언을 내뱉는 것 같아.”
방으로 돌아온 레이무가 쿄우카의 표정을 흘깃 보더니 말했다. 얼이 빠진 것이 가끔 보면 중증이었다.
뜬구름을 잡는 정도가 빈번했다. 속히 말해서 어벙했다.
감정이 얼굴로 쉽게 드러나는게 딱 사기 당하기 쉬울 상이었다.
“자아 찾기 여행은 그만하고, 밥이나 먹어.”
“응.”
식사를 마친 쿄우카는 식기를 품에 안고 부엌으로 향했다. 밥은 레이무의 몫이었고, 설거지는 쿄우카의 몫이었으니까.
신세지고 사는 몸이라 당연한 일이긴 했다.
닦지도 않았는데 번들거리기까지 하는 그릇마저 모두 닦아낸 쿄우카가 부엌에서 발걸음을 나서자 아야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 제대로 된 인터뷰를 해보죠! 착실한 응답 바랍니다!”
원래라면 시간이 급박해 간단한 인터뷰로 끝낼까 했으나, 아야의 생각이 바뀌었다.
아침식사마저 마쳤으니 이제 남은 신문 돌리기는 뒷전의 일이었다.
어차피 늦은거 몇 시간 더 늦어도 상관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방금 전의 인터뷰 도중 레이무의 방해가 있었기에 제대로 된 문답을 나누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부탁드려요!”
“오키테가미 쿄우카입니다. 掟(규정)上(상) 敎化(교화)를 써서요. 지금은 레이무에게 듀얼의 룰에 대해 가르치고 있어요.”
“듀얼의 룰이라면, 인간 마을의 선생인 카미시라사와 케이네 씨가 가르치고 있는 것과 동일한 건가요?”
“아마도 거의 동일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기초와 헷갈리기 쉬운 내용들을 중점으로 알려주고 있으니까요.”
“레이무에게 듀얼의 룰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셨는데, 이전까지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죄송합니다. 그건 모르겠네요.”
“네?”
순조로이 질문을 이어가던 아야의 눈이 잠시 굳었다.
알려드릴 수 없다는 대답까지는 프라이버시의 이유로 이해해 줄 수 있었으나, 모른다는 말은 전혀 예상치 못했으니까.
“모른다는건 무슨 의미인가요?”
“저는 하쿠레이 신사에 머물기 전의 기억이 없어요.”
“기억 상실이군요?”
“네.”
쿄우카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전에 나이를 밝히지 않은 것도 그 이유에서였나.
아야는 답을 듣더니 질문의 내용을 바꾸기로 했다.
흐음, 잠시 숨을 고르더니 고민하는 모양새를 보이고는 질문을 이었다.
“이름은 원래부터 기억하고 계셨나요?”
“아니요. 유카리가 성을, 레이무가 이름을 대신 지어주었어요.”
“자신과 관련된 명세 사항들을 전부 기억하지 못하고 계시는건가요?”
“네. 이름부터, 전부가 기억나지 않아요.”
“기억 상실이여도 듀얼의 룰을 가르치는 데에는 문제가 없나요?”
“그 부분은 상세히 기억나기에 가르치는 데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아요. 혹시 몰라 그 부분과 관련하여 카미시라사와 선생님을 만나볼 예정이기도 하고요.”
기억의 손실은 ‘자신’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일반적인 사회 상식이나, 듀얼의 부문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아야도 그 사실을 어림짐작하고 물었고, 예상대로의 답을 얻었다.
“하쿠레이 신사에 머물기 전의 기억이 없다 하셨는데, 그렇다면 신사에는 어떤 계기로 머물기 시작한건가요?”
“영문을 모르고 숲을 떠돌고 있을 때, 유카리가 스키마를 통해 레이무에게 데려다 주었어요.”
야쿠모 유카리가? 아야가 당혹감을 드러내려는 것을 숨겼다.
그 도짓코에다 레이무 빠순이가 도대체 뭔 목적으로 기억 상실인 남자를 신사에 들였단 말인가.
“야쿠모 유카리가 신사로 당신을 데려올 때, 무슨 말을 했나요? 했다면, 어떤 말이었나요?”
“…….”
쿄우카가 잠시 턱을 짚었다. 당시의 기억은 ‘나’로서의 첫 번째 기억.
안개가 낀 것 마냥 뿌연 옛 기억들과는 달랐다. 명백한 자신의 기억이었다.
“당신은 이제 한 아이에게 듀얼의 룰에 대해 가르치게 될거야. 전부를 가르치는걸 당신의 목적으로 삼아. 구해줬으니까,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라고.”
쿄우카가 유카리를 과장스럽게 따라하며 대답했다.
아야는 그 정도까지 리얼리티를 살려 말하지는 않아도 된다 말하려다 목으로 그 말을 삼켰다.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알고 계시는 것이 있나요?”
“능력이요?”
“네, 환상향에 있는 대다수의 요괴, 일부 사람들은 능력을 가지고 있답니다. 저의 경우는 바람을 일으키는 정도의 능력이고, 레이무는 주로 하늘을 나는 정도의 능력이에요.”
“…글쎄요. 짐작 가는 바가 없네요.”
“네에, 대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카리가 손수 데려온 인물이라 품은 기대였지만, 아직 알아채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능력이 없는 것인지 돌아온 대답은 부정이었다.
약간은 실망한 아야가 글을 끄적이던 수첩을 덮었다. 인터뷰가 끝났다는 제스처였다. 쿄우카도 고개를 숙여 수고했다 인사를 남겼다.
‘으음, 1면이나 특급을 차지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분량을 얻었네요.’
최근 아야의 신문인 붕붕마루의 1면은 레이무가 일러두었던 듀얼의 규칙에 대한 선포만이 차지하고 있었다.
듀얼에서 영력, 요력, 신력 등의 사용을 금한다. 솔리드 비전인 카드에 힘을 불어넣어 실체화 시키는 행동을 금한다. 그런 내용들이.
‘앞으로도 몇 주 동안은 그 내용만 1면에 써야 한다는게 약~간 아쉽지만... 중요한 일이라니까, 괜찮겠죠?’
그리고 그 내용만이 1면을 차지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레이무가 손수 부탁해준 것이었으니까.
당분간은 듀얼의 규칙에 대한 것만을 강조해달라고. 1면에 쓸 정도로 자극적인 사건이 없던 것도 한 몫 했지만 말이다.
“끝났어?”
“네. 기사에 쓸 적당한 내용이 됐네요.”
“소설 쓰려는건 아니지?”
“에이, 제가 그럴리가요.”
아야가 손사래쳤다. 그러다가 레이무의 옷매무새가 방금 전과는 다른 것을 보고 화제를 돌려 물었다.
“어디 갈 예정이에요?”
“저번에 무연총에서 주운 카드들을 팔아야 돼서. 샵이 붐비기 전에 일찍 가두려고.”
“가기 전에 듀얼 한 번 하는건 어때요? 최근 일주 동안은 한 적이 없어서 심심했는데요.”
“......아침 댓바람부터 듀얼은 좀 피곤한데. 테이블 듀얼이라면 할게.”
레이무의 말대로 둘의 듀얼은 스탠딩 듀얼이 아닌 테이블 듀얼로 진행되었다.
그렇게까지 시간이 없기도 했고, 솔리드 비전을 이용한 스탠딩 듀얼은 테이블 듀얼에 비해 몇 배나 체력이 들기 때문이었다.
쿄우카는 저 멀리 기둥에 등을 기대고 레이무가 무덤덤하게 패를 뽑아드는 장면을 보고있었다.
노곤한데다, 움직였다간 땀이 차서 불쾌한 기분이 들 것만 같앗으니.
“[네크로즈의 만화경] 발동. [아크 디클레어러] 소재로 [유니코르] 소환. 의식 몬스터 [궁니르] 패로. 카드 2장 세트, 턴 종료.”
“제 턴, [검은 선풍]을 발동할게요. 그리고 [흑창의 블래스트]를 일반 소환. 선풍의 효과로 가져올 것은.”
“체인으로 [싸이크론]. 선풍 파괴.”
둘의 듀얼은 설명을 최대한 간략화한 듀얼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덱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별 다른 설명은 필요 없었기 때문이었다.
“으... BF 못 가져오죠?”
“선풍은 지속마법이니까. 필드에 없으면 처리 불가야. 못 가져와.”
레이무의 확답에 아야가 패셔플을 하며 아쉽다는 소리를 내었다. 잠시 망설이며 고개를 까닥이더니 새로이 전개를 시작했다.
“BF가 있으니 [질풍의 게일] 소환하고 유니코르의 공격력을 반으로 할게요. 둘을 튜닝하여 레벨 7의 [A BF-눈물비의 치도리]를 소환. 공격입니다.”
“[궁니르] 버려 파괴 무효로.”
“[달그림자의 카르트] 묘지로 보내 공격력 올릴게요. 유니코르가 파괴되지 않은 것으로 [두 칼의 에테지아]를 묘지로 보내고 1000 포인트 추가 데미지.”
“…계산 복잡하게스리.”
“이 정도로 뭘요.”
“칭찬 아니야. 드로우. [지고바이트] 특수 소환해서 둘로 엑시즈. [No.39 유토피아] 소환.
유토피아 위에 [유토피아 레이] 겹치기. 또 위에 겹쳐 [유토피아 더 라이트닝] 소환.”
레이무는 라이트닝의 효과를 2번 쓸 작정이었다. 익숙한 죽창의 모습에 아야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도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서, 레이무가 호프를 포함한 엑시즈 소재를 보내 치도리를 파괴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엔드.”
“너무 급하게 하는거 아니에요? 좀 천천히 즐기고 싶은데.”
“소환하기 전에 말하지 그랬어.”
“……일부러죠? 진짜 일부러 그러는거죠?!”
“네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레이무는 턱을 괴고는 아야의 말에 시큰둥이 답했다. 피식 웃기까지 하자 아야의 승부욕이 올랐다. 눈매를 날카로이 하고는 아야가 외쳤다.
“좋아요! 좀 더 즐기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거 이번 턴에 끝내버릴게요! [극북의 블리자드]를 소환하고 [달그림자의 카르트]를 소생! 튜닝, [오월비의 소하야]를 싱크로 소환!”
“오니마르?”
“맞아요! 소하야의 효과로 치도리를 되살리고, [A BF-신립의 오니마르]를 싱크로 소환!”
갑자기 텐션이 오른 아야의 모습에 쿄우카가 멀리서 듀얼을 듣고, 지켜봤다.
레이무는 잠시 흠칫거리는가 싶더니 라이트닝을 슬쩍 보고는 다시 표정을 되돌렸다.
“[극야의 다마스카스]를 묘지로 보내 오니마르의 공격력을 500 업! 배틀입니다! [A BF-신립의 오니마르]로 유토피아 더 라이트닝을 공격!”
“…아직 [유토피아 레이] 소재 남아있는데. 라이트닝 효과 발동.”
“에? 그거 [No.39 유토피아] 소재일 때만 되는거 아니었어요?”
“유토피아 몬스터면 다 돼.”
“에에...”
“뭐, 라이트닝 효과로 오니마르 효과 발동을 못 하니 자폭이 됐네. 오니마르 파괴.”
“……?”
아야와 레이무, 둘 사이에 의미 모를 대화가 지나가자 쿄우카가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는 듀얼의 정세를 멀리서 살펴봤다.
아야의 턴 한정이라면 싱크로계의 죽창인 오니마르가 질 리가 없었으니까.
“잠시만, 레이무.”
“왜?”
“신립의 오니마르의 공격력이 3000 오르는 효과는 라이트닝의 효과 범위 외야. 라이트닝이 져.”
“또 왜?”
“……잠시만요 샤메이마루 씨. 오니마르 좀 주실 수 있나요.”
아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쿄우카는 테이블 지근거리로 다가가더니 아야가 건넨 오니마르를 받아들고는 텍스트의 문제되는 부분을 가리켰다.
A BF-신립의 오니마르
④: 싱크로 몬스터만을 소재로 하고 싱크로 소환한 이 카드가 공격할 경우, 데미지 스텝 동안에 이 카드의 공격력은 3000 올린다.
“오니마르의 데미지 스텝 동안에 공격력을 3000 올리는 효과는 '발동'하는 효과가 아니야. 필드에 있을 때 지속되는 '지속 효과'지.
효과의 발동을 막는 라이트닝으로는 못 막아. 막을 수 있는건 '발동한다, 발동할 수 있다'같은 텍스트가 있는 녀석들이지.”
“…….”
“어, 그럼 제가 이긴게... 맞죠?”
“네. 오니마르 공격은 성공이에요. 레이무의 라이프도 이걸로 0가 되네요.”
아야는 쿄우카의 확답을 듣고는 레이무를 내려다보더니 피식 웃었다.
레이무는 그 도발에 넘어가 떫은 표정으로 말없이 지켜볼 뿐이었다.
패자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승자는 할 말이 많았다.
“레이무, 이걸로 최근 전적이 어떻게 되죠~?”
“이걸로 총 17승 6패잖아. 지금은 아무리 봐도 내가 우위지? 안 그래?”
“최근 전적은 레이무가 2승 3패 아닌가요? 이젠 제가 우위같은데 말이죠...?”
“야 잠시만, 그런게 어딨어. 총 전적으로 계산해야지!”
“텐구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최근 전적입니다! 패자는 말이 없어야죠!”
“아니, 하. 그럼 다시 한 판 해! 앉아! 다시 붙자!”
“안 할래요! 하하!”
아야는 씨알도 안 먹힌다는 어투와 표정으로 레이무를 놀리기 시작했다.
수백 살 먹은 텐구든 뭐든, 듀얼에서 경쟁심이 붙어 어린애마냥 구는 것은 만국 공통이었다.
그렇게 몇 분은 레이무를 놀려대던 아야는 레이무에게 (물리로) 제압당하고 나서야 잠시, 말을 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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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동과 지속 차이에 대해서 설명이 너무 대충같지만, 둘의 차이를 뭐라 설명해야할지 감이 안 잡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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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는 아는데 설명으로 쓰기가... 뭔가 한 눈에 확 들어오질 않는게 고민이네요 흐음 | 17.11.04 00: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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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사실 아는 거 설명할 때마디 골치가... 체인 블록 만드는 건 방아쇠 당겨서 총 쏘는 느낌이고 지속 효과는 햇빛 비추는 느낌이라고 하면 너무 안 맞을까요. | 17.11.04 00:3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