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지났다. 여름이 점점 무르익어가 이제는 정점에 달하는 시기가 되었다.
이른 아침임에도 정신 사납게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불협화음마냥 신사 내부를 강타하고 있었다.
레이무는 나른한 표정으로 툇마루 부근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은 일과였고, 그 주변에 쿄우카와 신묘마루가 함께하고 있었다.
“으음…”
신묘마루가 뒤척였다. 그녀는 지금 쿄우카의 무릎맡에 누워 곤히 잠들고 있는 채였다.
신묘마루에게 내리쬐는 햇빛을 손으로 가려주던 쿄우카는 옆의 레이무마냥 멍을 때리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있잖아.”
“응?”
“너 기억 되찾을 생각은 있어?”
“글쎄, 그리 급하지도 필사적이지도 않은데.”
“그럼 말고.”
레이무는 기운 빠진 숨을 쉬며 기둥에 머리를 기대었다. 레이무는 가끔씩, 쿄우카의 기억에 대해 이런저런 간섭을 해왔다.
그녀 나름대로의 배려였다. 기억상실인 채로 사람을 그대로 내버려두기란 썩 마음이 편치 않았다. 솔직히는 내버려두기 뭐했다고 생각한다.
‘오지랖일려나.’
레이무가 눈을 감고 중얼였다. 듀얼의 규칙에 대해 교육을 받는 대신, 기억을 되찾아 주는 것으로 서로 윈윈일까 싶었는데.
본인이 필사적이지 않고, 되찾을 생각이 별로 없다 하니 그냥 자신의 오지랖일 뿐이었을까.
‘모르겠네.’
둘이 동일한 생각을 중얼였다. 애매한 감정이었다. 쿄우카는 자신이 잃어버린 기억에 대해 그리 필사적인 태도를 취하지는 않았다.
기억을 되찾아야한다는 사명같은 것도 느끼지 못했다. 기억을 되찾을 전조와 상황조차 없으니, 이를 뭘 어찌하겠는가.
‘뭔가, 내 일이 아닌 것 같아.’
그것이 자신의 기억에 대해 느끼는 쿄우카의 감정이었다. 철저한 남의 일 같았다. 그렇게까지 필사적일 필요는 없다 생각했다.
그냥 시간이 흐르다보면 저절로 잘 해결되겠지 라고 되뇔 뿐이다. 성급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기억이 단번에 되살아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비유를 하자면 흩어져있는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과 같을까. 일정 키워드가 주어지면 그와 관련된 기억들이 저절로 상기되는 것만 같았다.
느긋이 지내다보면, 찬찬히 한 조각씩을 맞추다보면 저절로 퍼즐이 완성되겠지. 그리 생각했다.
퍼즐을 한 번에 완성하기에는 양이 너무 방대해 엄두조차 나지 않으니.
쿄우카가 생각을 마칠 무렵, 썩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왔다.
습도가 높아 후끈한 오늘 같은 날에 이런 상쾌한 바람은 하늘이 내려준 짧은 유흥이었다.
아아아- 작게 소리 내어 바람을 만끽하는 쿄우카와 달리 레이무는 인상을 찡그리며 허공을 바라봤다.
“왜 그ㄹ…”
짧게 한숨마저 내쉬길래 물어보려던 찰나, 신사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요란스런 소리, 매캐한 연기와 충격을 동반하여. 마치 저번 묘렌사 사태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강렬한 소음이었다.
“응? 뭐야?! 뭐야?”
투캉! 하고 울린 소리에 신묘마루마저 벌떡 일어나곤 어리둥절해 했다.
레이무는 눈을 찌푸리곤 일은 먼지 속의 인영을 바라보더니 혀를 쯧 찼다.
“아야, 내가 올 때는 조용히 좀 오라하지 않았었나?”
“아야야... 깜빡했습니다.”
연기 속에서 나온 텐구 요괴, 샤메이마루 아야는 해맑게 웃으며 레이무에게 다가갔다.
뻘쭘함을 표하기 위해 뒷머리를 긁적이는 것은 덤이었다. 쿄우카는 이런 예상외의 사태에 익숙해져 별 심각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자신에게 잠시 놀랐다.
마침 [예상외]마냥 바닥에 구멍도 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라? 오랜만에 눈에 익지 않은 인물이군요!”
눈을 빛내며 후닥닥 다가오던 아야가 금세 레이무에게 제지당했다.
팔을 팍! 공기 내리치는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내려도, 눈으로 흘겨봤음에도 아야는 아랑곳 않고 팔 너머로 고개를 빼꼼 내보이며 자기소개를 해왔다.
“안녕하세요! 깨끗하고 올바른 샤메이마루 아야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혹여나 실례되지 않는다면 이름을 좀! 푸얽!”
“적당히 해.”
말을 이을려던 아야의 옆구리에 불제봉이 작렬했다. 고통어린 신음을 내며 바닥을 뒹굴었다.
몇 번을 구르다 옆구리를 잡고 부들부들 떠는 모습은 적잖이 아파 보여 쿄우카가 동정어린 시선을 보냈다.
“레이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땅에 구멍난거 메워야 하잖아. 난 정당해.”
레이무는 귀를 후비며 무덤덤하게 대답하더니 쯧, 혀를 차며 현재진행형으로 먼지가 나풀거리는 구멍을 바라봤다.
아야는 옆구리를 움켜쥐고 고통어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이..름을…”
“오키테가미 쿄우카라 합니다. 그것보다 맞은 곳이…”
“아-니요! 괜찮습니다! 이것도 다 레이무의 애정 어린 표현이니까요! 그것보다는 본론입니다! 레이무와 어떤 관계이신지?”
“관계요?”
“네! 레이무가 외간남자아아앍”
다시 한 번 아야의 옆구리에 불제봉이 작렬했다.
아야는 그나마 미소를 유지하던 아까와는 달리 입을 물고는 바닥을 뒹굴며 고통을 호소했다.
“적당히 해.”
“으아으… 자중할게요”
아야가 옆구리를 붙잡은 채 터덜터덜 걸어왔다. 새하얗던 블라우스는 완전히 흙먼지 투성이가 된 채였다.
“자, 그럼 오키테가미 씨. 인터뷰입니다아.. 레이무랑 어떤 사이인지부터… 아니, 레이무 이거 진짜 흑심 없이, 기자로서 물어보는거니깐요?!”
아야는 레이무가 불제봉을 꺼내자 기겁하며 손을 내저었다.
“음… 투숙객과 집주인 정도…일까요.”
“뭐, 그 정도.”
쿄우카는 레이무를 흘깃 쳐다보며 눈치를 살폈다. 레이무는 그 대답에 딱히 부정을 표하지는 않았다.
“에, 같이 살고 있었나요?”
“……하.”
“자, 잠시만요? 그냥 손님인줄 알았는데, 같이 살고 있었어요? 이거 대서특피이이읽”
“적당히 하랬지. 대서특필은 무슨. 저번에 말했던거 신문에 내기는 했어?”
레이무가 인상을 찌푸리며 몇 번이고 가격한 곳을 똑같이 가격했다.
아야는 이제 익숙한지 불제봉에 맞고도 쓰러지지 않고 허억허억 거친 숨을 내쉬며 견뎌내었다.
“으으, 당연히 냈죠! 오늘 온 이유도 기사 전달을 위함이랍니다?”
아야가 금세 표정을 되찾고는 찡긋 웃으며 어깨의 핸드백에서 신문을 꺼내들었다.
레이무는 별 말 없이 받아들이고는 신문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래서, 정말로 무슨 사이인가요?”
“글쎄…요? 확정지어 말하기가 좀.”
“에에, 답변 회피인가요…”
“적당히 대답해도 돼. 쟤가 신문에 헛소리 쓰려하면 바로 응징할거니까.”
“제 신문은 항상 올바르거든요!”
“웃겨 아주.”
벌써 한 차례 신문을 넘기며 레이무가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쿄우카는 한 차례 고개를 기울여 난감함을 표했다.
“뭐라 할 게 있어? 그냥 선생과 학생이잖아.”
굉음 때문에 잠을 깼던 신묘마루가 입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깨기는 했어도 나른함은 그대로인지라, 곧이어 하품을 했다.
“그렇네... 전 지금 레이무한테 듀얼의 룰에 대해 가르치고 있어요.”
신묘마루가 답을 내주자 쿄우카는 아야에게 눈을 돌렸다. 그 말대로, 자신은 스승의 입장으로서 하쿠레이 신사에 머무르고 있었다.
환상향에 제대로 된 듀얼의 룰을 전파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기위해 유카리가 자신을 하쿠레이 신사에 데려왔고, 자신은 환상향의 주축이나 다름없는 레이무에게 가장 먼저 룰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오오, 스승과 제자 입장인가요… 레이무가 스승을 들이다니, 신기하네요.”
“나라고 뭐 다 완벽한줄 아나. 자, 다 읽었어.”
“샤메이마루 씨, 저도 읽어도 될까요?”
“네, 당연하죠! 구독자가 느는건 기자로서 희소식이랍니다?”
어느새, 벌써라 생각될만큼 신문을 빠르게 읽은 레이무가 신문을 완전히 접고는 구석으로 휙 던지려 했다.
쿄우카가 관심을 보이자 레이무는 1면 부분을 벗겨내더니 고이 접고는 고개를 돌려 다시 읽기 시작했다. 남은 부분은 쿄우카에게 넘겼다.
“여기 아직 안 읽었어.”
“아, 그래.”
신문에서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레이무의 사진이었다. 내용은 이전 묘렌사 사태에 대한 내용이었다.
요괴들의 단순한 말다툼에서 일어난 사건, 이가 싸움으로 변질되기 전에 레이무가 개입하여 듀얼을 통해 승부를 내도록 하였다는 내용.
“아무튼, 이번에도 좀 고생해줘. 내가 아는 텐구들 사이에서 너 말고는 믿을 녀석이 없네.”
“레이무!”
“아, 애정표현은 됐고. 규칙이나 잘 지키라 쓰기나 해.”
아야가 와락 안겨들자 레이무는 진절머리 난다는 표정으로 쯧 혀를 찼다. 그러면서도 떼어놓지는 않았다.
쿄우카는 둘의 수다를 뒷전으로 하고 신문으로 눈을 돌렸다. 아직 환상향에 대해서는 문외한인지라, 읽어도 알 수 없는 내용이 많았다.
너무나도 사소하다고 느껴질 법한 일들이었다. 스즈나안 점주의 딸이 소음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린다 같은 내용만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었으니.
‘여기도 금제는 있구나.’
사소한 일들을 넘겨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하자, 금제에 관한 내용들이 보였다. 이전 금제들과 지금의 금제를 비교하는 내용이었다.
순수하게 글이었던 이전 페이즈와 달리 표로 이루어져있어, 쿄우카는 신문을 덮었다.
읽어본 총평은 글재간은 있어 재미는 있지만 실속이 없다 였다.
“잘 읽었어요.”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한테 넘겨주실 필요는..”
“악, 그렇네요.”
아야는 레이무가 신문을 받아드는 것을 보더니 발을 툭툭 굴려대었다. 가방 끈을 한 차례 정비하였다.
떠나갈 채비를 하는 준비였다. 레이무는 그 행동을 보더니 말했다.
“벌써 갈거야?”
“여기는 가장 먼저 왔으니까요. 아직 갈 곳이 한참 남았답니다.”
“수고했으니 아침이라도 먹고 가라고 하려 그랬는데.”
“아, 그럼 안 갈래요!”
밥 얘기가 나오자 야아는 예이, 소리없는 환호성을 지르더니 레이무에게 금방이라도 안겨들 것처럼 다가갔다.
레이무는 아야를 한 차례 떼어놓고는 그대로 부엌 부근을 향했다. 들어가기 전,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
“밥 먹을거면 땅은 네가 메워.”
“……본 목적 그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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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의 빈도를 조절하는게 힘들군요
일단은 동방 소설이기도 한지라, 캐릭터도 써야하니...
얼른얼른 넘어가 사토리와 듀얼하는 부분 리메이크를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케이네랑도 듀얼 한 판 붙어야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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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무는 아야를 신뢰하고 있습니다! 그냥 둘이 꽁냥대는거에요! | 17.10.29 18: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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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엔 전혀 아닌 거 같... | 17.10.29 18:2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