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각이었다. 그럼에도 벌써 해는 뉘엿뉘엿 져버려 언덕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는 돌아가기엔 꽤나 애매한 시각인지라, 묘렌사의 주지인 히지리 뱌쿠렌은 레이무에게 하루 묵고 가는 것이 어떻냐 청했다.
레이무는 흔쾌히 받아들였고, 거리낌 없이 사찰 내부로 향했다.
“누에, 이치린? 둘은 여기 남으셔야죠.”
피해자들에게 형식적인 사과를 모두 끝냈기에 이치린과 누에는 자리를 뜨려 했다.
당연히도 뱌쿠렌은 윤허하지 않았다. 입으로나 눈으로나 나긋나긋한 미소를 지으며, 둘에게 따라오라 고했다.
“ㅈ, 잠시만 운잔?!”
지금껏 이치린의 뒤를 보좌하고 있던 운잔은 그 말을 듣고는 누군가가 손쓸 틈도 없이 자리를 떴다.
상냥한 미소와는 다소 다른, 이질적인 분위기가 뱌쿠렌의 뒤에서 풍겨오고 있었기에.
이치린은 운잔마저 떠나자 눈동자를 벌벌 떨며 다시 뱌쿠렌을 쳐다보았다.
“도망치지 말고, 따라오세요.”
당연히도 원흉인 둘은 아무런 저항조차 못하고 서먹한 분위기를 풍기는 방 안으로 끌려갔다.
도나 도나 도나. 쿄우카는 끌려가는 누에와 이치린을 보자니 뜬금없이 이 가사를 떠올렸다.
곧 설교를 시작하려는 뱌쿠렌을 멀리하고, 쇼에게 하루동안 머물 방을 안내받았다.
레이무는 별 거리낌 없이 방 안에 들어서고, 구비되어있던 전병을 우걱우걱 씹어먹기 시작했다.
쿄우카는 뭐가 그리도 신기한지 장식품도 없는 방을 이리저리 멍한 표정으로 둘러보고 있었다.
“뭔가 신기해.”
“또 뭐가.”
별 일 없이 벽에 등을 기대 시간을 죽이던 쿄우카는 제 옆머리 부근의 갈색 브릿지를 살짝 매만지다가 말을 이었다.
레이무는 옆에서 입을 아앙 내밀고 있던 신묘마루에게 전병을 부숴 입 안에 넣어주고는 반문했다.
“내 상식에서의 승려와는 뭐랄까, 이미지가 좀 달라서.”
“승려라고 다 빡빡이는 아니지. 이치린만 봐도 그렇고.”
“아니, 그렇긴한데.”
투톤 그라데이션 헤어는 좀 충격적이었어. 쿄우카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말의 볼륨을 줄였다.
머리의 뿌리색은 보라에 노란색 그라데이션 헤어. 그런데도 인위적인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뱌쿠렌의 머릿결은 그에게 있어서 약간은 컬쳐 쇼크였다.
“설마 자연인가...”
“넌 참 쓸데없는 거에 놀란다.. 그러는 너도 투톤이잖아. 검은색, 갈색.”
레이무의 말에 쿄우카는 다시 제 눈가 근처의 갈색 브릿지를 매만졌다.
생각해보니 쇼도 노랑, 검정의 호랑이같은 색 배합을 가진 머리였으니 신기할건 없나 싶었다.
레이무는 일일이 상식에 얽매여 살면 귀찮을거란 말을 남기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아, 맞다!”
“또 왜?”
“이치린 씨한테 하나 물어볼게 있었어.”
“......내일 가기 전에 물어봐. 오늘은 절대 못 물어볼걸.”
“왜?”
“히지리는 한 번 설교하면 쉽사리 끝나지 않거든요.”
마지막 질문에는 레이무가 아닌, 싱글벙글 웃으며 문을 열고 들어온 쇼가 대신 대답했다.
방은 괜찮나요? 그 질문에 레이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럭저럭 이라 대답을 표했다.
“뭐, 쇼 말대로 히지리 설교는 끔찍할 정도로 길거든. 기본이 대여섯 시간이니까 내일 아침쯤이면 물어볼 수 있을거야.”
“저도 방금 전까지 한소리 듣다 왔으니...”
“그건 자업자득이지. 알겠으면 앞으로는 애들 관리 좀 잘 해.”
엄청 무섭네요. 쿄우카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엄청 무섭죠. 쇼가 마른 침을 삼키며 답했다.
기본이 대여섯 시간이라니, 인간의 정신력으로는 버틸 수준이 아니지 않나? 쿄우카는 마음속으로 그런 의문을 품었다.
방 안으로 자연스레 들어와 착석한 쇼는 입으로는 미소를 짓고 있으면서도 주변 눈치를 끊임없이 살펴대었다.
레이무는 지금까지 움직여댄 피로가 찾아온 것인지 눈을 감았다. 그러다가 잠시 크게 한숨을 쉬고는 쇼를 치켜보았다.
“쇼.”
“네?”
“왜 내 눈치를 봐.”
평소 그대로의 무미건조한 말투로 레이무가 물었다. 쇼는 무언가 찔리는 것이 있는지 그 물음에 눈을 세차게 깜빡이다가 얼빵히 대답했다.
곧 하하, 머쓱히 웃던 쇼는 등 뒤에 숨겨두었던 무언가를 꺼내들며 미소지었다.
“아, 그게 말이죠 레이무…. 이거, 하지 않겠습니까?”
“…넌 이치린하고 누에를 보고도 깨닫는게 없어?”
그 무언가는 술병이었고, 쇼는 술잔을 기울이는 포즈를 취하며 다시 히히덕 웃어대었다.
레이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미간을 찡그려 답하고는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도 없다는 듯이.
“괜찮습니다! 술은 적당히 즐길 뿐이지, 취할 정도로 마시지는 않을 테니까요!”
“허이구... 잘도 그러겠다.”
쇼는 잔뜩 기합을 넣고 말하며 모면하려 했다.
레이무는 코웃음 치더니 칠칠치 못하다는 눈치로 계속해서 나무랐다.
마치 품행이 단정치 못한 자식을 타박하는 어머니처럼.
“아니, 그래도... 이거 텐구에게서 받은 물품이라고요? 같이 먹으려고 오랫동안 아껴놨던건데 이대로 내버려두기는 아까워요...”
쇼는 다시 술병을 레이무의 눈앞에 보였다. 꽤나 고급진 티가 다분하였고, 병의 정 가운데 박힌 라벨조차 수필로 쓰여 범상치 않은 품질임을 은근슬쩍 보였다.
“그러니, 어때요?!”
“......”
텐구에게서 받은 물품이라는 소리를 듣자, 레이무가 망설이는 끼를 보였다.
텐구란, 그 오니를 뒤이을 정도로 술에 환장하는 종족이기에 그들의 술이라면 품질이 보장되는 것은 당연지사.
일찍이 마셔본 적 있는 레이무였기에 그 유혹은 더했다.
수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쿄우카는 설마하며 레이무를 쳐다봤다. 티가 날 정도로 망설이는 끼가 보였다.
으으으음, 말을 흐리면서 몸을 점점 일으키고, 결국에는 쇼와 정면을 바라본다. 곧 굳게 닫혀있던 입이 열렸다.
“히리지는...”
“분위기를 얼핏 확인했었는데, 몇 시간 내에는 절대 안 끝날 듯 보였어요.”
“잔은...!”
“여기 있죠!”
사기꾼처럼 으흐흐 소리 없는 웃음을 짓고 있던 쇼가 그 말을 기점으로 소리 내어 웃었다.
그와 함께 술 따르는 소리가 방 안을 메웠다. 사고쳐놓고 당일에 바로 술이라니, 절에 있으면서 술이라니, 부처님이 보면 백의 백은 노하시지 않을까.
쿄우카와 어느샌가 깬 신묘마루는 잠시 어이없는 눈치로 그 둘을 쳐다보았다.
“자, 자. 한 잔 마시겠어요?”
“......”
쇼는 곧 기미를 눈치채고 쿄우카와 신묘마루에게도 잔을 넘겼다. 달콤한 과일향이 둘의 후각을 자극해왔다. 이건 그거였다. 공범이 되자.
신묘마루는 잠시 거리끼는 듯하더니 새어나오는 침을 멈추지 못하고 그 작은 몸으로 실컷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쿄우카는 잠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대며 망설이는 낌새를 보였다. 그는 그래도 이렇게 간단히 유혹에 빠져들 만큼...
의지가 약했습니다. 하도 퍼마신지라 깨어났는데도 한참동안은 몇 시인지 가늠조차 못 할 정도가 되어버렸습니다.
*
“이 정도면 알겠죠?”
나무삼. 이럴 때 쓰는 말은 아니지만, 금방이라도 쓰러질듯한 정신을 붙잡을 매개가 되어줄까 싶어 이치린은 속으로 그 말을 몇 번이나 되뇌였다.
오후 6시부터 오전 9시, 도합 15시간의 설교란 맨 정신으로 온전히 듣기에는 너무나도 벅찬 것이었으니.
“……네.”
이치린은 빠져나가려는 넋을 붙잡고는 겨우겨우 대답했다. 그 메마른 목소리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뱌쿠렌은 설교를 마쳤다.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누에와 이치린은 부들부들 떨려오는 다리를 붙잡아 간신히 일어났다.
아무리 요괴의 신체능력이 인간을 아득히 상회하더라도, 반나절 넘게 무릎을 꿇는 것이 힘든건 인요 모두에게 공통되는 사항이었으니.
“으악, 누에… 좀 잡아줘요….”
“지금 나 혼자 걷기도 벅차거든…”
방을 나설 때, 턱에 걸려 힘없이 풀썩 쓰러진 이치린이 애처로이 손을 뻗으며 누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누에는 말로는 툴툴거리면서도 뻗은 손을 붙잡아 끌고나갔다. 이치린은 썰매마냥 질질 끌려갔다.
“악.”
“아악.”
“으...”
누에는 뒤를 돌아봤다. 방마다 달린 턱을 넘을 때마다 이치린이 장난삼아 내는 신음소리를 내뱉는데,
이게 고생하는 그녀의 의욕을 한 풀 꺾는데는 충분할 정도로 거슬렸다. 솔직히 마땅찮기도 했다.
“야, 너 엄살이지.”
“아ㅡ닌데요.”
“맞네.”
터덜터덜 끌려가던 이치린은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끌려가지 않았다. 공중으로 올려져 있던 손도 다시 바닥으로 착 달라붙었다.
누에가 이치린을 버리고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했으니. 창문을 통해 어디론가 사라지는 누에를 바라보며 이치린은 마지막으로 중얼였다.
“진짠데…”
아침이 되었다. 쿄우카는 잔존하는 술기운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는 벽에 등을 기대었다.
술에 꼴아버린 것은 지금으로서는 첫 번째 기억인지라, 익숙한 느낌은 아니었다.
“으아으... 엄청 독하네 그 술...”
“달콤해서 그런지 잘못 마시다간 훅 가기는 하지.”
창문 맡에서 바람을 쐬던 레이무가 혼잣말에 답했다. 벌써 들키지 않도록 뒷정리를 마친 그녀였다.
은은히 감돌던 술향기는 이미 통풍시켜놓은지 오래였고, 주변에 널부러졌던 흔적조차도 말소시켜놨다.
이제 남은 것은 당사자들에게서 잔존하는 향을 없애는 것 뿐.
“냄새 없애게 마셔.”
풀떼기를 띄워놓은 무색의 액체를 건네자 쿄우카는 별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 벌컥 들이켰다.
하지만 무색이라 무취일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향이 화악 올라오자 곧 눈을 찌푸렸다.
“갸아앍, 민트...”
“설교 듣고 싶지는 않잖아?”
“아 그건 맞아.”
방 안에 있는 모두가 반나절에 달하는 설교를 듣고 싶지는 않았다. 모두가 손으로 입을 가려 냄새가 남아있지는 않은지,
수차례의 검증을 걸치고 나서야 안전함을 확인한 레이무는 고개를 끄덕거려 신호를 전했다.
“아 맞다, 넌 앞으로 술 적당히 마셔. 정신줄 놓을 때까지 마시지 말고.”
“......나 뭔 짓 했어?”
끄덕. 다시 레이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쿄우카는 입을 닫고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동공에 지진을 일으켰다.
어물쩍대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치린 씨한테 뭐 좀 물어보고 올게!”
방을 나서는 발걸음은 당연히도 다급했다. 솔직히 말해서 쪽팔렸다. 추태를 부렸다니.
이치린은 당연히도 뻗어있는 채였다. 더 이상 움직일 기력조차, 정신력조차 부족했다.
약간은 서늘한 바닥이 어째 피곤함을 부추기는 듯 해 기립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던 도중 발소리가 들리자, 구호를 요청했다.
“아, 누에에요?”
대답은 없었다. 아직까지도 엄살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염치 없다는건 알고 있지만, 좀 업어다줘요. 버리는건 너무하잖아요…”
그렇다고해서 해명을 할 기운은 더더욱 없었다.
바닥에 누워있는 것조차 지금 들킨다면 예절 관련으로 한소리 들을 수 있었기에 이치린은 애처로이 도움을 구했다.
그녀의 진심이 전해졌는지 금방 몸이 들려져 어딘가로 향해졌다.
“뭐야, 네가 이치린을 왜 데려와.”
“데려다달라고 해서.”
“엑.”
방에 업혀온 이치린은 누에의 것이 아닌 목소리에 다급히 버둥거리며 바닥에 내려앉았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레이무와 자기를 데려온 쿄우카를 번갈아봤다.
“조, 죄송합니다!”
“이치린, 어제 손님에게 그렇게 민폐를 끼쳐놓고 오늘도….”
“고의가 아니였어요! 죄송합니다!”
이치린은 또 다시 혼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진실성 담긴 호소를 내보였다.
과장된 사과에 잠시간의 침묵이 돌았다. 타박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어제 일에 비하면 별 일도 아니었으니.
레이무는 콧숨을 소리 내어 쉬며 잠시 침묵을 깨었고, 곧 쿄우카는 이치린에게 물었다.
“마침 물어볼게 있는데 괜찮으신가요?”
“아, 네! 마음껏 물어보세요.”
“그, 어제 듀얼을 할 때부터 궁금했던건데, 체인하고 새크리파이스 이스케이프에 대한걸 어디에서 들으셨나요?”
질문 사항은 어제부터 괜시리 마음에 걸렸던 것. 레이무에 비해 박식하다 느껴지는 카드 운용 방법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건 왜?”
“체인에 관한 개념이야 구전으로 얼핏 알 수도 있기는 한데, 어제 들은 적이 있다는 말이 신경 쓰여서.
새크리파이스 이스케이프도 이치린 씨가 너무 잘 다루기도 했고.”
특히 유니코르의 효과 무효화 적용 범위를 피하도록 카드를 플레잉한 것은 구전으로 쉽사리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유카리는 환상향에는 듀얼의 규칙이 제멋대로라고 했었지만, 막상 그건 또 아닌 듯하니 그로서는 궁금증이 일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협력을 구할 수도 있을테고.’
혼자서 모든 것을 바꿔나가기에는 환상향은 넓었다. 자신이 모든 규칙을 꿰고 있다 장담할 수도 없었다. 실수가 없다고도 장담할 수 없었다.
듀얼 전체에 통용될 규칙을 정하는 사항이기에,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옆에서 검수해주거나, 혹은 보조해줄 이는 당연히도 필요했다.
“그거라면, 인간마을에 있는 서당의 카미시라사와 케이네 선생께 들었습니다.”
“인간마을...인가요. 대답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네요.”
쿄우카는 익숙한 지명에 반가움을 표했다. 레이무가 모르지는 않을 터이니, 다음에 안내를 받을 수 있다면 받기로 계획했다.
“아참, 어제 못 말했던거 지금 알려줄게.”
“어제 왜 말 안하나 했다...”
레이무는 터덜터덜 다가오더니 옆에 앉았다. 준비성이 철저한지 어제 사용했던 트리슈라를 꺼내든 채로.
쿄우카도 준비를 위해서 kozmo-다크시미터를 꺼내들었다.
“뭐, 그렇게까지 길지는 않을거야. 두 가지 정도만 알면 끝이니까.”
[대상 지정] 선택하고, 대상으로
[대상 비지정] 고르고
“첫 번째는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는다]는 효과를 가진 다크시미터를 보면 알 수 있는 대상 지정과 비지정의 차이지.”
“지정과 비지정? 둘이 뭔 차인데?”
“[선택하고, 대상으로]라는 텍스트를 가진 카드는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는 다크시미터를 뚫어낼 수 없어.
하지만, [고르고]라는 텍스트를 가진 카드는 다크시미터를 뚫어낼 수 있지.”
어제 트리슈라의 일을 떠올려봐. 쿄우카는 그리 말하고는 다크시미터와 트리슈라를 보였다.
그의 말대로, 트리슈라는 [고르고]라는 텍스트를 가진 카드였다.
“트리슈라는 [고르고] 제외하는 카드라서 대상 지정 내성을 가진 다크 시미터를 제외시켰지.”
“......뭐, 그래.”
레이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별 거 없었다. 이번 것은 그냥 외우면 되었으니.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같지만 왜 처리가 다른지는 묻지 않았다. 그냥 용어라서 그런 거겠지 라며 받아들이고는 유하게 넘겼다.
“두 번째 차이는, 대상으로 선택하는 타이밍의 차이야.”
“......뭔 소리야?”
어제의 일과는 하등 관계가 없을 법한 이야기에 레이무가 의문부호를 띄웠다. 타이밍의 차이? 들어보아도 전혀 짐작가지 않을 이야기였다.
“대상을 지정하는 타이밍이 다르거든. 이건 말보다는 글로 보여줄게.”
☆ : 대상을 지정하는 타이밍
[선택하고, 대상으로]
효과 발동 시점 – 효과 처리 시점
☆
[고르고]
효과 발동 시점 – 효과 처리 시점
☆
“......난 이렇게 말해도 못 알아듣겠는걸.”
“뭐, 그럴만하지... 이것도 다크시미터랑 트리슈라를 예로 들어서 설명해줄게. 마침 다크시미터에 대상으로 지정해서 파괴하는 효과가 있으니까.”
[kozmo-다크시미터]
①: --필드의 몬스터 1장을 대상으로 하고 발동할 수 있다. 그 카드를 파괴한다.
[트리슈라의 네크로즈]
②:--발동할 수 있다. 상대의 패·필드·묘지의 카드를 각각 1장 고르고, 그 3장을 제외한다.
“필드에 A, B라는 몬스터가 있다고 해보자. 처음에 다크시미터의 효과를 발동해서 A를 지정했어.
근데 또 다른 효과의 체인으로 인해 A가 필드에서 모습을 감췄어. 그러면 다크시미터의 파괴 효과는 대상을 잃어 불발이 되어버리지.”
“이게 새크리파이스 이스케이프죠.”
줄곧 보고만 있던 이치린이 거들어 얘기했다. 레이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도 필드에 A, B라는 몬스터가 있다고 해보자. 이번에는 트리슈라의 효과를 발동했어.
근데 다른 효과의 체인으로 인해 A가 필드에서 모습을 감췄어.
이때는, 트리슈라의 효과 처리 차례가 되면 남아있는 B를 고를 수 있어.효과 처리 시점에서 대상을 고르기 때문이지.”
“......뭐?”
“......대상 지정 효과는 효과의 발동과 동시에 대상을 지정해.
다크시미터는 A를 지정하고 발동했기에 효과 처리 시점에서 A가 사라지면 효과는 대상을 잃고 불발이 되지.
하지만 대상 비지정 효과는 효과를 발동하는 시점에서는 상대가 뭐를 선택할지 몰라. 트리슈라가 A를 제외할지, B를 제외할지 모른다는거지.
그건 효과 처리 시점이 되고나서야 알 수 있어.
하지만, 이전에 말했었지? 효과의 처리 도중에는 다른 효과로 체인을 걸 수 없다고.
트리슈라의 효과 처리 시점이 되어 상대가 A라는 카드를 고른 순간에, A를 희생시켜 효과를 피하는 행위는 불가능한거야.”
“음, 오늘은 왠지 엄청 어려운데...”
“…….”
레이무는 물끄러미 카드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녀에게는 잠시 이해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치린은 별 무리 없이 받아들이고는 아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한 명이라도 이해해 준다는 것이 쿄우카에게 있어서는 희소식이였다.
“이 둘이 차이가 있던거군요..?”
“……네, 아무래도 환상향에는 퍼져있지 않은 규칙이다보니 모르는 분들이 많겠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규칙입니다.
저는 유카리의 부탁으로 그 규정을 지키도록 하려 알려드리는 것이고요. ……저도 부족하지만.”
쿄우카는 레이무를 쳐다보다 잠시 망설이며 마지막 말을 이었다.
수업이 어려웠나, 아니면 설명이 복잡했나 라는 생각으로 좀 복잡한 기분이었으니.
“아뇨, 지금까지는 힘 있는 자나 목소리 큰 자가 유리해왔던 것이 듀얼이니까요.
인간 마을의 선생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규칙을 아는 자가 생기는 것이 오히려 좋은 변화겠죠.”
“아,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쿄우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했다. 이해해주었다는 보람과 뿌듯함 덕인지 입가가 약간씩 실룩거렸다.
“저기, 한 번만 다시 알려줄래?”
“……어, 그래.”
아직은 보람을 느끼기엔 한참 멀은 듯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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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하고, 지정하고
1. 대상 지정
2. 선택과 효과의 처리 타이밍이 나뉘어 있음.
• 고르고
1. 대상 비지정
2. 대상의 선택과 효과의 처리를 동시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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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후기
히지리 뱌쿠렌은 묘렌사의 승려입니다.
가슴 만지게 해주세요!라는 네타로 유명한 분이죠
유희왕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법한 헤어 배색을 가지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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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후기
대상지정과 비지정을 글로만 설명하는데 왜 이렇게까지 어려운지에 대해...
아는 것과 설명하는 것이 별개라는걸 다시금 깨닫는 중입니다
고르고 13 네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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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경우야 사전적 의미가 다르다 쳐도 이건 사전적 의미가 같으니 으아아 | 17.09.21 0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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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당.. | 17.09.21 00: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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