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츄리님, 파츄리님!”
“서재에서 뛰는건 금지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 그것보다, 무슨 일이야?”
꽂혀있는 마도서 만으로도 철옹성같은 수십 개의 벽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홍마관의 서재.
여느 때와도 같이 홍차를 홀짝이며 잠시간의 휴식을 가지던 서재의 주인인 파츄리 널릿지는
자신의 사역마인 소악마가 먼지를 일으키며 다급히 다가오자 의문을 품으며 물었다.
“금제 시즌이 다가왔어요!”
“......벌써 그렇게 됐나.”
소악마가 손을 휘휘 흔들어 여러 구의 신문을 보이자 파츄리는 잊어버렸던 시간 감각을 되살렸다.
서재에만 있고 바깥으로 향한 출입은 거의 삼가는 그녀였다. 그런 파츄리가 시간 감각을 되살리는 방법은 둘.
그냥 다른 이에게 물어보거나, 하루에 여러 구의 신문이 발행되었음을 알았을 때.
그녀가 읽는 텐구들의 신문은 비정기적으로 발행되는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하루에 여러 구의 신문을 읽을 필요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런 비정기적인 신문들이 공통적으로 발행되는 날짜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3개월마다의 금제가 발표되었을 때.
“전 이만!”
소악마는 다급히 신문을 전하고는 그대로 서재를 뛰쳐나가 파츄리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전력으로 달렸는지, 쌓여있던 먼지가 풀풀 휘날려 파츄리가 콜록거릴 정도였다.
파츄리는 미간을 찡그리며 교육을 다시해야겠어, 라 짧게 중얼이고는 신문을 펼쳐봤다.
“파체, 어디가는거야?”
“묘렌사.”
“......금제 때문에 그래?“
홍마관의 주인장 레밀리아 스칼렛은 다급히 바깥으로 향하는 파츄리를 붙잡으며 물었다.
평소에 누그러졌던 눈매는 어디 갔는지, 날카로워져서는 썩 심상치 않은 흉흉함을 풍겨왔기에.
“언제나 있는 일이잖아. 저저번 금제에서는 플랑의 순수 파괴수가 죽었는걸...”
“레미, 넌 금제당하는 아픔을 모르니까 그런 소리가 나오는거야.”
레밀리아는 더 이상 파츄리를 말릴 수가 없었다.
지병인 천식을 앓고 있으면서도 다급히 뛰쳐나가는 그녀의 의지를...
금제 시즌에는 당연히도 환상향이 벌컥 뒤집힌다. 덱의 희비가 갈리는 날짜이기에 그만큼 시끄럽기도 하다.
지금의 묘렌사도 그랬다. 구성원이 많은 묘렌사인만큼, 그들에게서도 희비는 교차했다.
“꽤 좋구먼.”
“난 긴급 텔레포트나 풀어주면 좋겠어.”
처음은 후타츠이와 마미조, 두 번째는 호쥬 누에.
kozmo 덱인 누에는 테라포밍을 제외하면 별 타격도, 지원도 없었기에 이번의 금제가 흥미 바깥이 된 상태였다
하지만 마미조는 달랐다. 금제가 썩 마음에 드는지 술잔을 기울이며 홀홀 웃어대었다. 그녀의 덱은 요선수였으니.
야수전사족인 태도 형제를 다루는 그녀로서는 이번 금제에서 염무-「천기」가 무제한이 되었다는 것이 희소식이었다.
“다크시미터 제한 안 먹기나 기도하그라.”
“......다크시미터가 금제를 왜 받아?”
마미조의 말은 다른 평행세계에서의 이야기일지도.
“......아.”
“이치린, 너무 낙담하지 마세요. 곧 풀리겠죠...”
쿠모이 이치린은 넋이 빠진 상태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를 지키던 운잔은 그녀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음을 알았는지 어디론가 사라진 채였다.
토라마루 쇼는 위로 아닌 위로를 하며 이치린을 토닥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기분은 좋아지지 않았지만.
“쿠모이 이치리이이이인!!!”
초점없는 눈동자로 허공을 바라보며 힘없는 헛웃음만을 연발하던 이치린의 이름을 누군가 다급히 불렀다.
그 자는 파츄리 노우렛지였다. 분노서린 걸음으로 이치린에게 다가간 파츄리는 눈을 부라리며 이치린의 멱살을 잡아 뒤흔들며 소리쳤다.
“당신 때문이야! 당신 때문에 내 그리모의 마도서가 제한을 먹었다고!!!”
파츄리의 덱은 순수 마도. 최근에 루도라의 마도서라는 상급 지원을 받았었지만, 그것 이외에는 환경권에 들어서 깽판을 친 적도 없는 1티어 이외의 덱.
그런데도 그녀의 키 카드인 그리모의 마도서는 제한을 받아버렸다. 파츄리가 이치린에게 소리를 지르는 이유는 간단했다.
“당신이 그리모의 마도서랑 루도라를 용병으로 쓰니까 애꿎은 내 덱이 딕이 되어버렸잖아!”
“.......”
하지만 마도의 지원이라고 해서 다른 이들이 사용하지 않는 법은 없으니.
지원받았던 루도라의 마도서는 마도에 한정된 것이 아닌, 마법사족 전체를 지원하는 것이었기에 사용될 여지가 많았다.
그렇기에 드로우 요소인 루도라의 마도서를 서치하는 그리모의 마도서가 제한되어버린 것이었다.
“안 멈춰?”
그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던 레이무는 파츄리가 무력을 보이자 바로 제지했다.
파츄리는 레이무를 보며 이를 갈고는 격양된 감정으로 소리쳤다.
“넌 몰라! 의식의 준비가 무제한이 됐으면 상관 끄라고!”
레이무의 덱은 이번 금제에서 오히려 상향을 먹은 네크로즈였다.
덱에서 레벨 7 이하의 의식 몬스터를 서치하고, 묘지에서 의식 마법을 가져오는 의식의 준비가 풀렸다는 것은 그녀의 덱 순환이 썩 좋아졌음을 의미했다.
“그렇다고 해서 무력은 금지인거 몰라? 할거면 듀얼로 결정해”
“하... 듀얼... 으아아아아!!!”
“지, 진정하세요!”
찢어진 목소리로 소리지르는 파츄리를 쇼가 말렸다. 마법사인 그녀는 몸이 허약했기에 쇼에게 금방 제압되어 체포된 모양새마냥 되었다.
“시끄러워 십이수! 다른 덱에 민폐 끼치는 녀석이!”
“전 보옥수인데요...?”
“아니, 말을 잘못했나? 10.33수!”
“보옥수라니까요.”
“하! 그것도 아니지, 9.33수!”
“보옥수라고! 닥쳐!”
쾅! 쇼는 닥치라며 바닥에 주먹을 날렸다. 용병으로 불려나가고, 정룡mk2라며 대차게 욕을 먹었었던 그녀의 십이수 덱은 더 이상 십이수가 아니었다.
키 카드인 모르모래트가 제한당하고, 떵이와 드라고가 죽어버린 이상은...
“힘 내 이치린.”
클리포트 덱인 나즈린은 힘없이 이치린을 토닥였다. 이치린은 울먹이다가 곧 꺼이꺼이 울며 바닥에 무릎 꿇었다. 그녀의 덱, 소환수였다.
“끄흐흐으...”
이곳은 마법의 숲, 그 중에서도 앨리스 마가트로이드의 집. 평소에는 그녀 혼자서 지키던 집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묘렌사에서 쫒겨난 파츄리와 마리사가 한 식탁을 거점으로 빙 둘러앉아있었다. 마술사 셋이 한 방에 모이는 일이란 꽤나 드물었다.
“그만 울어 파츄리. 곧 풀리겠지...”
“맞아 맞아.”
“하지만, 그리모라고... 그리모... 키 카드를 제한하는게 어디있어...”
앨리스는 쿠키를 깨작이며 위로했다. 마리사는 평소와도 같이 장난기 넘치게 피식 웃어대며 고개를 여러번 끄덕였다.
파츄리는 오랜만에 맞아보는 금제의 철퇴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옛날에 철퇴를 맞았던 기억은 있었다. 그것은 마도서의 신판이 금지 당했을 때.
그때야 당연히 금지 당할 성능이라 생각했기에 마음속으로는 별 타격이 없었지만, 지금은 용병으로 불려나가 당한 금제라는 점이 너무 서글펐다.
“키 카드 금제당하는건 흔한 일이잖아?”
“......”
마리사는 일찍이 자신의 덱의 필수 카드를 금지당한 일을 생각했다. 그녀의 덱, 정크도플이었다.
약 1년 전 쯤인가, 자신의 필수 카드인 레벨 스틸러가 금지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히야, 진짜 그때는...”
“1년이나 됐잖아.”
“파츄리...!”
파츄리는 영웅담을 내놓는 말투의 마리사를 비꼬았다. 앨리스는 파츄리의 이름을 부르며 다급히 말렸다.
“시끄러워. 너도 금제 안 당했잖아...!”
“뭐?”
“......아. 미, 미안...”
앨리스가 정색하며 반문하자 파츄리는 고개를 깨갱 숙였다. 지금의 앨리스의 덱은 마돌체였지만, 옛 덱은 섀도르였으니.
몇 년째일까, 그녀의 네피림이 금지에서 풀려나지 않은지는...
요괴의 산, 홀로 정적을 모토로 삼으며 살아가는 선인, 이바라키 카센은 바닥에 떨구어져 있던 신문을 들어 찬찬히 살펴보았다.
금제가 있을 리 없다, 그렇게 생각한 그녀의 손짓은 여유가 넘치는 상태였다. 그렇지만, 곧 두 손은 당황의 감정에 벌벌 떨려왔다.
“왜...?”
최근 듀얼 샵에서의 대회에 나간 적도, 우승한 적도 없거늘. 자신의 카드가 금제당했다는 당황감에.
[원룡성-보우텐코우 제한]
그녀의 덱, 순수 룡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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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금제 떴길래 살짝 끄적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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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의 보우텐코우에서 살짝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ㅠㅠ 순수 룡성이었다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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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용병으로 끌고가서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애꿏은 순수 테마 운용하던 사람들이 피해를 입죠... 네피림이 금지에서 안 풀리는 것과 보우텐코우에서 눈물이 났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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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의 보우텐코우에서 살짝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ㅠㅠ 순수 룡성이었다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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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용병으로 끌고가서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애꿏은 순수 테마 운용하던 사람들이 피해를 입죠... 네피림이 금지에서 안 풀리는 것과 보우텐코우에서 눈물이 났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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