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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cted Ones - 46
Broken Sword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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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높게 솟아오른 기둥을 타고, 초아를 비롯한 몇 명의 남자들이 하늘 높게 올라갔다. 날개를 단 용들이 그들을 옮겨 주었다.
"코트. 그녀석이 이걸 만들어낸건가!"
초아는 경악했다. 그의 눈 앞에 거대한 감옥같은 것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감옥은 천 평은 족히 되는 크기로, 이 거대한 건축물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신목이 있던 자리에 뿌리를 두고 있는 기다란 기둥 하나 뿐이었다.
"들어간다."
초아가 앞장 서서 나아갔다. 거대한 감옥은 그들이 다가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열었다. 너무나도 순순히 문을 열어주는 것에 의심을 가졌던 그 순간, 감옥의 벽면에서부터 기이하게 생긴 날개달린 괴물들이 튀어나왔다. 그들은 모두 몬스터의 솔리드 비전. 초아를 비롯한 여럿이 즉각 듀얼 웨펀에 카드를 강타해, 괴물들과 대치했다.
"스타더스트 드래곤!"
초아가 자신의 머리처럼 새하얀 용을 불러들였다. 용의 날개는 얼음 결정이 낀 듯, 물기가 흐르며 별빛이 방울방울 맺혀있다. 그의 주인 초아가 팔을 뻗어 적들을 겨냥하자, 스타더스트는 작살처럼 기다란 머리를 움직이며 세찬 바람을 불었다. 그의 폐를 빠져나온숨결에 한기가 서렸고, 바람에 닿은 적들의 몸이 빠르게 얼어붙어 지상으로 떨어졌다.
적들은 수가 많지만 힘은 이쪽이 우위를 지키고 있다. 주의하며 싸운다면 이곳을 뚫고 지나갈 수 있다. 초아가 그리 확신하기 바쁘게 어디선가 갑자기 날아든 거대한 검이 스타더스트의 가슴에 꽂혔다. 스타더스트는 붉은 선혈을 뿜어내며 힘없이 추락했다.
검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니, 새까만 갑옷을 입은 머리가 없는 기사와 수려한 외모의 청년이 서있었다. 그가 밟고있는 바닥은 감옥 내부로 이어지는 거대한 문을 뒤로 하고 있다. 그 청년은 문을 지키는 문지기라도 되듯, 그 자리에 꿈쩍도 하지 않고 그저 초아를 노려보았다. 초아는 그의 가까이로 다가가, 용에게서 내려 바닥을 밟았다.
"네가 초아인가."
"너는 누구지?"
"내 이름은 한스 라이너. 널 쓰러트리라 명령받았다."
"코트. 그녀석은 또 나와의 승부를 미루는군. 겁이라도 난 모양이야."
"불경한 언사.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
자신을 한스 라이너라 소개한 남자는 깔끔한 제복 차림을 입고 있다. 그의 말은 절도 있고 예리하여, 위엄있는 젊은 장교를 보는 듯 했다. 초아는 자신의 후열에 서있는 이들에게 외쳤다.
"저녀석은 내가 상대하겠다. 너희들은 몬스터들의 공격을 방어해라."
"네!"
초아는 스타더스트 카드를 엑스트라 덱에 되돌리고, 듀얼 웨펀을 다시 전개시켰다. 초아가 싸움을 받아들이자, 한스 라이너 또한 새까만 엑시즈 몬스터를 엑스트라 덱으로 되돌리고 듀얼디스크를 다시금 작동시켰다.
"미리 말해두지. 나는 제시아 호라이즌이나 폭시 크리스타처럼 초월체가 아냐."
"평범한 사람이라는 건가?"
"그래. 그리고 초월체가 아닌 내가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순수한 실력파란 소리로군."
"그렇다."
"그거 우연이군 그래. 나도 마찬가지다."
두 남자는 씨익 웃으며 카드를 뽑기 위해 손을 들었다.
"듀얼!"
오른손으로 잽싸게 카드를 뽑았다. 먼저 카드를 뽑아 패를 맞춘 것은 초아였다.
"선공은 나부터다."
한스 라이너라고 하는 남자는 젊은 청년. 그가 12년 전, 고향이 엑시즈 차원에게 습격당할 때에는 보지 못 했던 상대다.
"싱크로 소환. [고대 요정 드래곤]( LV 7 / DEF 3000 )"
빛은 새파란 물빛과 초목의 연한 녹색이 섞인 용으로 변하였다. 용의 몸은 뱀처럼 매끄럽고, 환한 우윳빛을 내뿜는 날개는 나비의 날개였다.
"싱크로 소재가 된 데스트루도는 덱 맨 밑으로 되돌아간다."
초아는 새빨간 용이 그려진 카드를 덱에 되돌렸다. 그러고는 패에 들고있던 또다른 몬스터 카드를 펼쳤다.
"요정 드래곤의 효과 발동. 패에서 튜너 몬스터 [제트 싱크론]( LV 1 / DEF 0 )을 특수 소환."
초아는 필드에 올라간 두 마리 몬스터를 다시 손으로 잡아 올렸다.
"레벨7 요정 드래곤에게 레벨1 제트 싱크론을 튜닝."
용이 오른손을 펼쳤다. 그러자 그녀의 손아귀에 새빨간 제트 엔진 한 대가 나타났고, 엔진은 소리를 내며 불을 내뿜었다. 화려한 불꽃이 그녀의 날개에 불을 붙였고, 주황빛으로 밝게 타들어갔다. 주황빛으로 활활 타오르는 사이, 요정은 차가운 숨결을 내뿜었다. 차가운 공기에 불꽃이 꺼지며 새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연기는 안개처럼 용의 모습을 가렸으며, 그 사이로 얼음 알갱이들이 맺히며 점점 걷혀졌다.
"바람을 찢고 날개를 뻗어내는 새하얀 생명. 찬란히 빛나는 보석! 비상하라! [크리스탈윙 싱크로 드래곤](LV 8 / ATK 3000 )"
용의 날개짓에 허공에 맺힌 얼음 결정들이 사라졌다. 찬란한 광채를 뿜어내는 아름다운 용 한 마리가 초아의 등 뒤를 지켰다.
"시작부터 나타났나. 크리스탈윙."
"묘지로 보내진 [제트 싱크론]의 효과 발동. 덱에서 [정크 싱크론]을 가져온다."
초아는 덱에서 카드 하나를 뽑고, 패에 쥐고있던 다른 한 장을 꺼냈다.
"카드를 하나 세트. 차례를 마친다."
--- 초아 ( LP : 2000 ) ---
몬스터 : □[크리스탈윙 싱크로 드래곤]
마법 / 함정 : ■
패 □[정크 싱크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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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례다. 드로."
카드를 당긴 한스는, 단숨에 두 장의 몬스터를 꺼내들었다.
"[팬텀 나이츠 더스티로브]( LV 3 / ATK 800 ) 소환. 그리고 패에서 [팬텀 나이츠 사일런트부츠]( LV 3 / DEF 1200 )를 특수 소환한다."
거적더미들이 허공에 떠올랐다. 옷을 입은 모습은 분명 사람의 모습이었으나, 그 안에는 사람의 피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뒤늦게 새파란 불꽃이 붙어 사람의 모양으로 천천히 타올랐을 뿐이다.
"사일런트 부츠는 내 필드에 "팬텀 나이츠" 몬스터가 존재할 때 패에서 특수 소환할 수 있지."
"노리는 건 랭크 3인가."
"그 말대로. 레벨3 더스티로브와 사일런트부츠로 오버레이."
한스 라이너가 손을 펼치자 그의 발 아래로 새까만 바다가 펼쳐졌다. 그 검정은 소용돌이 치며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두 몬스터로 오버레이 네트워크를 구축."
더스티로브와 사일런트부츠는 각각 새파랗게 불타오르며, 새까만 검정 속으로 몸을 던졌다. 주인을 잃은 거적더미는 그 자리에 녹아 사라졌으며, 영혼을 마신 어두운 바다는 굉음을 내며 빛을 쏘아올렸다.
"엑시즈 소환. [팬텀 나이츠 브레이크스워드]( Rank 3 / DEF 1000 )"
어둠속에서 빠져나온 빛은 일정한 형태를 갖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말을 탄 새까만 갑옷 차림의 기사. 완전 무장한 몸통과는 달리, 그의 머리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먼저 나타난 팬텀 나이츠들이 그렇듯 새파란 불꽃만이 목에서 조금씩 솟구쳐 올라올 뿐이었다.
"오버레이 유닛을 하나 제거하고 효과 발동. 브레이크 스워드 자신과 크리스탈윙을 파괴한다."
"가만히 당할 것 같았나. 크리스탈윙의 효과 발동. 브레이크 스워드의 효과를 무효로 하고 파괴하겠다!"
새까만 기사가 고삐를 당겼다. 철마는 흥분한 목소리를 내지르며 새하얀 용을 향해 달려갔다. 기사가 거대한 검을 휘둘러 용의 목을 자르려는 그 순간, 용이 턱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기사의 등 뒤를 향해 새하얗고 두꺼운 얼음 덩어리를 쏘아보냈다. 거대한 얼음 조각이 기사의 상반신을 꿰뚫었고, 기사는 소리조차 내지 못 한 채 그 자리에 쓰러졌다.
"[크리스탈윙 싱크로 드래곤](LV 8 / ATK 3000 )의 공격력은 파괴한 몬스터의 공격력만큼 상승한다. 크리스탈윙을 치울 생각이었겠지만, 도리어 공격력을 높여준 셈이 됬구나."
"흥. 내가 그 몬스터의 효과도 모를거라 생각했나?"
"뭐라고?"
"내 노림수는 이쪽이다. 파괴된 브레이크 스워드의 효과 발동."
초아의 등 뒤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초아가 뒤를 돌아 확인해보자, 부서진 갑옷들이 서로 부딪히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묘지에서 "팬텀 나이츠" 몬스터를 둘 소생시키고 레벨을 하나 올린다."
"!!!"
"되살아나라. [팬텀 나이츠 더스티로브]( LV 3 → 4 ) 그리고 [팬텀 나이츠 사일런트부츠]( LV 3 → 4 )"
갑옷이 강한 빛을 내며 폭발했다. 산산히 부숴지는 갑옷 사이로 새파란 불꽃처럼 타오르는 영혼이 빠져나와 한스의 앞에 몰려들었다.
"레벨4가 된 더스티로브와 사일런트부츠로 오버레이."
브레이크 스워드를 소환할 때보다도 더 커다란 어둠이 그의 발 아래에 축적되었다. 소용돌이치며 점점 영역을 확장해가는 어둠. 그 위로 푸른 불꽃이 기세를 더해가며 밝게 타올랐다.
"두 몬스터로 오버레이 네트워크를 구축!"
두 영혼이 어둠에 발을 들였다. 어둠 속에서 오만가지 색으로 별빛들이 반짝이며 영혼을 받아들였다. 끝없이 확장하여 하늘을 가득 채울것만 같던 거대한 소용돌이는 이제 역방향으로 회전하며 입을 오므렸다. 그리고 하늘 높게, 새까만 빛을 뿜어냈다.
"내리쳐라. [다크 리벨리온 엑시즈 드래곤]( Rank 4 / ATK 2500 )"
쨍쩅하던 하늘에서 새까만 번개가 내리쳤다. 번개는 피아를 가리지 않고,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쏘았으며, 그 중심에는 새까맣게 칠해진 용 한 마리가 있었다.
"네놈의 명은 이걸로 끝이다. 초아."
……
워낙에 초월체가 많아서 이번화가 원즈 최초의 인간vs인간이네요.
이번에는 로그에는 오리카가 없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