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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cted Ones - 05
Shark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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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휠이 달리던 레일을 따라, 후드를 뒤집어 쓴 청년이 걸어갔다. 푸른 머리칼이 바람을 따라 찬찬히 흔들린다.
"그녀석을 찾았어. 가온말야."
청년이 새까만 기계를 들고서 이야기한다. 기계라고 해야할까, 회로는 엉마이고 외피만 갖춘 금속 덩어리에 불과했다.
"오호라. 그렇느냐."
금속 덩어리에서 묘령의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당장 쫓아갈 수도 있다."
"그럼 부탁하지."
"그래. 녀석을 전력으로 박살내줘야지. 제대로 힘을 쓰기 전에 말야."
"아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여성은 단호히 말했다.
"지금 너에게 부탁할 일은 정찰. 링커도 되도록이면 사용하지 않고, 그 아이에 대해 자알 살펴보는 거다."
"피. 알고 있다고."
"그럼그럼. 그 아이를 죽이는 건 언제든지 가능하다. 서두를 필요 없어."
"말하는 게 섬뜩하구만. 폭시."
"사실 아니더냐."
키득키득 웃는 여인. 청년은 가온이 갔던 발자취를 따라갔다.
……
탕비실. 평소에는 학생들이 뭔가를 조리하느라 바쁜 이곳이지만 지금은 식사 시간이 아니라 한적하기만 하다. 재료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서, 칼을 가는 검은 머리 청년 시온 번델라이트. 그의 등 뒤에서 그가 날렵하게 칼을 가는 모습을 보고서 두 남자가 감탄한다. 그와 항상 같이다니는 가온과 클린트다.
"볼때마다 신기하다니까."
"빠르네."
칼과 칼을 슥슥 비비며 찰랑거리는 소리를 내서 칼날의 상태를 항상 좋게 유지한다. 질좋은 칼을 써야할만큼 자르기 어려운 고기는 아니지만, 시온은 항상 이걸 지키며 요리한다.
시온이 길쭉한 소세지 하나를 꺼내서 껍질을 벗겨낸다. 약간 불그스름한 소세지를 칼로 썰자 마늘향이 느껴졌다.
"우선 이걸로 시작."
팬을 예열하고, 썰어놓은 소세지를 넣는다. 뜨겁게 달궈진 팬 위에서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춤추는 소세지들. 고기에서 빠져나오는 기름이 팬 위를 적신다.
"냄새좋네."
"맛있겠구만."
"이걸 그냥 요리해서 먹어도 되지만, 오늘 주인공은 이녀석이 아니지."
소세지 위에 올리브 오일을 살짝 두르더니, 시온은 팬을 그대로 내버려두고 도마를 꺼낸다.
"양파."
양파 하나를 꺼내 세로로, 가로로, 그리고 수직 방향을 칼로 썰어 토막을 낸다.
"소세지 위에 투하."
잘게 다진 양파를 프라이 팬 위에 후두둑 뿌려놓는다. 소세지에서 빠져나온 기름 위로 양파가 볶아졌다. 조금 지나자 소세지의 붉은빛이 양파에게로 옮겨져, 양파 또한 주황빛으로 변하고 비슷한 향이 났다.
"마늘."
껍질을 까놓은 양파 몇 개를 꺼내더니, 으깨지도 않고 칼로 잘게 썰어버리는 시온. 순식간에 얇게 썰린 마늘을 주먹에 한 줌 쥐고서 도마에서 다시 프라이팬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마늘 투하."
마늘의 진한 향이 확 피어올랐다. 군침이 돌게하는 냄새다.
"타임잎."
마늘을 넣은 후, 허브 하나를 집어 이파리를 손으로 긁어 소세지 위에 뿌린다.
"그건 뭐야?"
"타임이라고. 뭐 간단히 말하면 향이 좋아지지."
"그럼 꼭 안 넣어도 되는거네."
"칫칫. 이런거 하나까지 잘 넣어줘야지. 그래야 보기 좋다고."
"그래?"
"꼭 그렇지는 않지. 귀찮으면 안 넣어도 되."
"어떤게 맞는거야."
하지만 그의 말대로 타임 잎을 넣자, 마늘향에 더해서 향기로움이 더 강해졌다.
"소리 좋고, 속재료 또 하나 준비해야지."
소세지와 야채들이 볶아지는 동안, 시온은 밀폐용기를 꺼내들었다. 뚜껑을 열자 새하얀 콩들이 우수수 빠져나왔다. 딱딱하기보단 점성이 조금 있는 콩이었다. 그것을 채에 거르고 물기를 뺀다.
"콩 투하."
새하얀 콩들이 뚜르르 떨어졌다. 프라이팬 위에서 콩들이 지글지글 볶아지는 소리가 듣기 좋다.
"시즈닝."
소세지 즙을 흡수하는 콩 위로 조미료를 뿌린다.
"토마토……. 아니다 이건 생략."
나무 주걱으로 재료를 섞으며, 때로는 팬 손잡이를 잡고 내용물을 위아래로 흔들어 섞어준다.
"속재료 완성."
불을 끄고서 주황빛이 예쁘게 입혀진 요리를 깊은 그릇에 담아놓았다. 가온과 클린트는 시온이 속재료라 부르며 팬에서 그릇으로 옮긴 것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속재료? 이거 자체가 완성 아냐?"
"지금도 충분히 맛있어 보이는데."
"이 상태로 먹어도 되. 아무런 문제도 없어."
"그럼 왜."
"오늘 주인공은 이녀석이거든."
닭 한 마리를 도마 위에 꺼내는 시온. 두 남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닭 요리?"
"그럼 여태까지 소세지는 왜 볶은거야?"
"안에다 채워줄거거든."
칼을 들고 닭을 잡았다.
"우선 다리 끝이랑 날개를 잘라준다."
슥슥 가볍게 닭 살을 떼어내는 시온. 잘라낸 살덩이들은 나중에 다른 요리를 할 때 쓴다고 말했다.
"시즈닝 하고."
소금과 후추를 뿌려넣는다.
"속재료를 닭 안에 투하."
안쪽이 비어있는 닭에게 소세지 볶음을 넣어준다. 그릇 안에 든 내용물을 모두 집어넣자, 닭은 살아있는 것처럼 살이 빵빵해졌다.
"이렇게 속을 꽉꽉 채워주면 안에 빈 곳이 없어져서 닭이 골고루 익거든."
"그래서 속재료를 준비한거구만."
"그리고 여기에 레몬 하나 준비하면 완벽해지지."
시온이 닭 속으로 속재료를 쑤셔넣은 구멍에 큼직한 노란 레몬 하나를 통째로 집어넣었다. 속재료가 터져나오려 하는 것을 껍질을 눌러 진정시키고, 레몬을 밀어넣어 닭을 완전히 밀봉시켰다.
"올리브 오일 둘러주고, 파프리카 가루 한 스푼만 뿌려주자."
내용물은 모두 준비되었으니 겉을 치장시키는 시온. 올리브 오일이 흐르는 닭살위로 시온은 붉은 파프리카 가루를 뿌리고서 정성스럽게 비벼줬다.
"아주 정성스럽구만. 네 여친한테도 그렇게 해주냐."
"피곤하다고 하면 요렇게 안마도 해주지. 너네들 라비아가 얼마나."
닭을 정성스럽게 마사지하면서 여자친구 자랑을 시작하는 시온. 이미 골백번은 들었던 내용에 가온과 클린트는 멍하니 닭을 바라보며, 귀를 막고 신경을 닭에게 쏟았다. 닭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보였다.
"아 저놈 또 여친 자랑한다."
"에효. 질리지도 않는건지."
"너네들 안 준다?"
"죄송합니다 형님."
"제가 배운 것이 없어 실례되는 말을 했습니다."
"그래야지. 얌전히 기다려라."
닭을 마사지하고서 그는 네모난 로스팅트레이를 꺼냈다. 그 위로 물과 화이트 와인을 꼴꼴 쏟아붓는 시온. 어디서 가져왔냐고 하자 아는 교수한테서 몰래 가져왔다고 대답할 뿐이다.
"와인이 어디서 왔는지 그게 중요해? 지금 중요한 건 우리들 앞에 그게 있다는 거야."
"맞는 말입니다."
"자 이제 닭을 올려준다."
와인과 물이 출렁이는 로스팅 트레이에 붉은 옷을 입은 닭을 올려놓았다. 그 옆을 장식하듯 시온은 타임 잎 몇개를 내려놓았다. 손을 털고서 쿠킹 호일을 꺼내, 트레이 위에서 시작해 딱 트레이를 감쌀 정도로 잘라놓는다.
"마지막으로 호일로 밀봉."
쿠킹 호일에 밀봉된 로스팅 트레이는 중앙이 닭에 의해 살짝 솟아올라있다.
"이 상태로 오븐에서 1시간동안 굽고, 호일 제거하고 30분 정도 굽는다……."
조리 방법을 중얼거리며 로스팅 트레이를 오븐에 넣고, 오븐을 작동시킨다. 주황빛이 반짝였다.
"자. 이제부터는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기대되는데."
"맛이 기가 막히거든. 내가 보장하지."
오븐에서 노릇노릇 구워지는 닭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가온과 클린트는 시온이 요리하고 난 자리를 정리하며, 설거지를 시작하려고 했다.
"네가 가온이지?"
"?!"
등 뒤에서 갑자기 들려온 처음 듣는 남자의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깜짝이야."
가온은 설거지를 시작하려던 찰나, 등뒤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느낌에 접시를 쥔 채로 허리를 휙 돌렸다. 코 앞에서 부웅 날아갈뻔한 접시에 당황하며 목소리의 주인은 손사례를 쳤다.
후드를 뒤집어 쓴 파란 머리 남자. 얼굴에는 큰 흉터가 나있다. 사고로 다친 것일까. 그 외에는 별로 특이한 점은 없었다. 교복이 아니라 사복을 입고있다는 것도 그렇게 특기할만한 점은 아니다.
"누구야? 갑자기 등 뒤에서 말을 걸고."
"아는 사람 아냐?"
"처음 보는 사람인데."
"혹시 시온이 훔쳤던 와인의 주인……."
"훔친 거 아냐. 빌린거다!"
"그래. 빌린 거 말이지."
"한 400미리는 콜콜 쏟은 거 같은데."
와인을 가지고 다시금 투덜투덜대는 남자들. 누군지 모를 청년이 가온에게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갔다.
"와인보단 나에게 신경쓰는 게 좋을텐데?"
"그래서. 넌 누구냐?"
"내 이름은 SS. 샤크 슬레이."
"샤크 슬레이. 처음 들어보는데."
"그렇겠지."
"밖에서 이야기하고 와."
가온과 청년에게 클린트가 말했다. 설거지를 시작한 그에게 방해가 될까, 가온은 나가기로 했다. 탕비실과 식당에서 나와 복도로, 둘은 가볍게 걸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내 이름은 어떻게 알고 왔어? 아니 애초에 내가 여깄는지는 어떻게 알았고."
"너의 이름은 모를 수가 없지."
"모를 수가 없어? 같은 반이던가?"
"같은 반은 아니지. 그건 아냐."
"스무고개 하는 것도 아니고. 빨리빨리 좀 말해봐."
"그래. 말해주지."
씨익 웃는 SS. 그가 상어같은 이빨을 삐죽거리며 외쳤다.
"상어의 초월체 샤크 슬레이. 너와 싸우러 여기에 왔다!"
"!!"
"자 덤벼라. 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온이 남자의 안면에 킥을 꽂아넣었다. 창문을 부수고 밖으로 던져지는 SS. 2층정도 되는 높이에서 남자는 무방비하게 지상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곧장 가온도 뒤따라서 뛰어내렸다. 가온에게 이정도 높이면 준비해서 뛰어내리면 문제없이 착지할만한 높이였다.
"새끼가. 난데없이 다리부터 움직여?"
"역시 이정도로 다칠리가 없지."
SS가 왼팔을 펼치자, 살갗을 찢고 푸른색의 상어 지느러미가 튀어나왔다. 가온은 그것을 보고서 왼팔을 들어 듀얼디스크를 작동시켰다.
"그런데 초월체라는 녀석이 무슨 원한이 있어서 나한테 온거지?"
"이야기 못 들었나? 너와 싸우려고 왔다."
"이유는 그거 하나 뿐이냐고."
"쿡. 크캬."
그가 이상한 웃음 소리를 냈다.
"그래. 넌 아직 상상도 못 하겠구만."
입을 삐죽삐죽 움직이며, 즐거움에 가득차서 상어이빨을 숨길 생각조차 없다.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어디에서 왔는지?"
"자아. 듀얼도 하기 전에 입을 털어봐야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지. 카드를 꺼내들면 바로 알 수 있을거다."
"바라는 대로 해주지."
시온이 말하기로 요리가 완성되기까지 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 지금 듀얼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몰라도 요리 완성되기 전에는 도착하겠다. 가온은 그렇게 가볍게 생각할 뿐이었다.
그 뒤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 모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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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듀얼해라ㅡㅡㅡ!!! | 17.07.03 19:5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