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올라라
태양처럼
……
Selected One - Epilogue 3
태양
……
"으윽!"
둔탁한 소리, 외마디 비명과 함께 가온은 바닥에 떨어졌다. 일층은 책상, 이층은 침대로 구성된 이층침대에서 잡아주는 것 없이 1미터 넘게 무방비한 상태로 떨어진 그는 전신을 타고 흐르는 화끈한 격통에 신음 소리를 냈다.
"뭔 일이야."
샤워기가 물을 쏟아내는 소리가 멎고, 문고리가 달그락 열렸다. 마침 샤워를 하고 있던건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의 룸메이트 클린트 기로니쉬. 금발의 소년이 가온을 한심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으윽."
"뭔 일인지는 대충 예상이 가네."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졌다. 충분히 일어날만한 일이다. 다만 특이한 것은 그가 쓰고있는 이층침대에는 떨어지지 않도록 막아두는 난간이 있다는 점이다.
"저걸 넘어서 떨어지기도 힘들텐데. 이상한데서 재주가 있네."
"보고만 있을거냐 기로……."
"내가 뭘 해주겠냐."
그렇게 말하고는 문을 닫아 다시 샤워를 시작하는 기로. 바닥에 떨어지는 무수한 물 소리가 가온을 매정하게 때린다.
"매정한 놈……."
결국 자력으로 몸을 추스리고 일어서는 가온. 아직까지도 온몸이 뻐근하다.
'이상한 꿈이었어.'
꿈속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탓에 침대에서 뒤척이는 걸 넘어 몸부림을 쳤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침대난간을 넘어서 떨어질 리가 없을테니.
이상한 꿈이야 언제든지 꿀 수 있는 것이지만, 이번은 조금 달랐다. 그가 트리와 마주치고 싸울때처럼, 묘한 부유감이 몸을 떠받치고 세상의 이치를 벗어난 일이 일어남에도 그의 의식은 또렷하다. 그리고 그의 기억도 또렷하다. 마지막으로 그의 감각과 감정마저도 또렷하다.
"해바라기……?"
그가 꿈속에서 바라보았던 것을 정의한다면 그 단어가 가장 가까울 것이다.
방학이 끝나고서 제법 시간이 흘렀다. 시험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학생들의 패턴이 잘 드러났다. 도서관에 가서 하루종일 앉아있는 타입 그리고 시험기간에 아랑곳하지 않고 평소와 같은 생활을 만끽하는 타입. 가온은 후자에 속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호위임무는 종료됬다."
그리고 새빨간 머플러를 두른 자그마한 빨간머리 소녀 소피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 그러면 어떻게 되는건데."
"일정 기간동안 스쿨에 다니고, 사태가 모두 정리되면 나는 다시 돌아간다."
슈브 라킬드 소피아. 소피아는 애시당초 스쿨의 학생이 아니다. 포피리아 그리고 양, 링커를 가진 자들을 사냥하고 다니던 인물에게서 가온을 보호하도록 스쿨에 편입됬을 뿐이다. 호위 임무가 끝났으니 그녀가 학생으로 있을 이유또한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네가 있는 곳에 내가 불쑥 나타나는 일은 없을거다."
"하긴. 여태까지는 무슨 일이 있으면 계속 주변에 있었다는 듯이 튀어나왔었지."
"애시당초 내 일은 호위가 아니라 암살. 물론 회장님을 호위하긴 한다만."
"그렇게 말하니까 날 암살하려고 계속 따라다닌 것 같은데."
"임무가 암살이었다면 실제로 그랬을 거다."
"살벌한 녀석."
"뭐. 그래도 안심해라. 너를 암살하라는 임무는 없으니까."
"그것 참 안심이 되는군."
"물론 앞으로도 없을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지만."
"그런거냐."
"뻥이다."
농담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소피아의 평소 행적을 생각해보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겉보기에는 중학생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은, 같은 또래에 비해서도 작은 소녀지만 실상은 다르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 같은 신체 능력, 잠입 능력을 가진 것이 소피아다. 소피아의 진상을 모르는 사람이 그녀가 암살자라는 말을 들으면 말도 안되는 허풍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녀의 비상한 능력을 잘 아는 가온으로서는 그 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어디 가냐?"
"이사장실."
"이사장한테?"
"결제를 받아야 하는 게 있거든."
"결제……."
"서류에 도장 찍는 일 말이다."
"그래. 나도 알지. 결제. 그래."
둘은 교무실을 지나 이사장실로 갔다. 굳이 따라갈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리 할 일도 없었다. 그리고 이사장실에 가면 류세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와 마주치면 오랜만에 듀얼을 하자고 하고 듀얼을 한다. 그런 생각으로 그는 소피아를 따라갔다.
"그럼 나랑!"
"듀얼이다!"
하지만 소피아의 예상도 가온의 예상도 빗나갔다. 이사장실에는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빨간 머리 여성 그리고 하얀 머리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빨간 머리의 풍만한 여성은 가온과 소피아가 익히 잘 알고있는 사람, 라비아 라그나로스 G였다.
"뭐하냐 너네들."
"얘랑 듀얼하려고 하지~!"
"누군데?"
"바르. 류세 동생이래~."
"류세 동생?"
혹시나 류세가 있을까 싶어서 소피아를 따라서 들어온 이사장실에는 류세 대신, 류세 동생이 있었다. 오빠인 류세와 마찬가지로 하얀 백발, 그러나 차분한 그와는 달리 덜렁거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닮은 것으로 따지면 라비아와 더 닮았다고 해야겠다.
'하긴 글레이셔도 라비아랑 딴판이지. 원래 남매, 자매는 서로 반대되는 건가.'
멍하니 바르와 라비아를 바라보던 가온이 정신을 차리고 둘에게 질문했다.
"이사장은?"
"교수님들이랑 회의중~."
"회의중인건가."
교수님들과 함께 회의중이다. 그 말을 듣자, 공통점 없는 두 사람이 왜 이자리에 모였는가 예상이 갔다.
'류세 동생은 이사장을 보러, 라비아는 자기 오빠를 보러 왔었구만.'
바르의 아버지는 이사장 초아. 그리고 라비아의 오빠는 수학 교수인 라이즈. 두 명 다 가족이 교직원이다. 뭔가 볼일이 있어서 교무실과 이사장실에 들렀는데 회의중이라 좌절되어 여기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둘이 각자 이사장과 교수의 가족인 걸로 말을 틀고서 듀얼을 하자는 것에 이르렀다.
"비약적이긴 하지만 그럴싸한 사정이구만."
"뭐가?"
"아무것도 아냐."
"너 설마 우리들이 서로 교수 가족이라 여기서 기다리고, 기다리는 참에 그 얘기를 꺼냈다가 듀얼을 하는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정답이다. 완전히 정곡을 찔렸군."
"우릴 얼마나 단순하게 생각하는 거야."
"평소 행실을 생각해보시지."
"사실 그 예상도 정답이야."
"예상 적중이다."
자기 입으로 가온의 생각을 그대로 읊어내더니 그 예상이 맞았다고 하는 라비아. 너무나도 당당한 태도에 가온이 도리어 당황한다.
"자자~. 그러면 듀얼하러 가자구."
"응!"
바르를 데리고서 밖으로 나가는 라비아.
"따라갈까."
"그러던가."
어차피 이사장실에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도 아무것도 할 게 없다. 회의가 끝나고 이사장을 보려면 저 둘을 따라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게 더 좋을 것이다. 가온과 소피아는 앞서 나간 둘을 따라갔다.
……
"자! 듀얼이다!"
라비아가 팔을 붕붕 휘두르며 외쳤다.
"나도!"
그러기는 바르도 마찬가지. 서로 비슷하게 활발한, 그걸 넘어서 에너지가 폭발하는 듯한 두 여성이 왼팔을 척 뻗었다.
"듀얼!"
두 사람의 듀얼디스크가 동시에 반짝거리며 차례로 불빛을 번뜩였다. 최후에 점등된 듀얼디스크가 선공 플레이어의 것. 마침내 듀얼디스크는 불빛을 주고받는 것을 멈췄다.
"선공은 나네!"
카드를 착착 뽑는 두 명의 여성. 한 발자국 앞으로 바르는 발을 내딛었다.
"튜너 몬스터 [레드 레조네이터]( LV 2 / ATK 600 ) 소환!"
회오리치듯 새빨간 물살이 몰려들었다. 빨강은 정열적으로 타오르며, 작은 몸집의 꼬마 악마가 되었고 귀에 거슬리는 웃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저 몬스터는 패에서 하급 몬스터를 특수 소환하는 카드. 류세랑 똑같이 싱크로 덱인가."
"동생이니까. 그렇겠지."
류세의 동생, 그와 같은 싱크로 사용자. 그렇게 말하려고 하기엔 그녀가 뽑아든 카드가 류세가 사용한 적이 없고, 양은 몇 번인가 사용했던 새빨간 튜너라는 것이 흠이였다.
'자주 쓰이는 몬스터니까. 우연이겠지.'
비슷한 카드를 쓴다고 해서 형제남매라고 한다면 얼마 전에 가온과 싸운 미니 미니 또한 양의 남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카드로 가족 관계를 추측한다. 억측에 불과하다.
"설명한대로! 레조의 효과로 패에서 이 카드를 소환. 나와라 [라바르의 마그마 포병]( LV 4 / ATK 1700 )!"
뜨거운 불길이 치솟았다. 작렬하는 주황빛 불꽃. 이글이글 타오르는 필드 위로 푸른빛, 어깨에 커다란 포를 진 암석 괴물이 나타났다.
"벌써 싱크로 준비를 했네."
"그럼 바로 갈게! 레벨4 포병에게 레벨2 레조를 튜닝!"
솟구치는 화염의 장벽이 바르와 라비아 사이에 커다란 벽으로서 자리잡는다. 주황빛 커튼 안쪽에서 눈부신 별빛이 반짝거린다. 타들어가며 하늘로 퍼지는 붉은 커튼의 끝자락처럼, 별들은 자연스럽게 회오리치며 불꽃을 빠져나간다.
"싱크로 소환! [라바르바르 드라군]( LV 6 / ATK 2500 )"
둘을 가로막던 화염의 장벽이 와해된다. 거친 바람이 몰아쳐 식어버리듯, 사르르 무너져내린 장벽. 그 뒤로 거대한 익룡 한 마리가 거대한 날개를 퍼득였다.
"시작부터 세게 나오는데."
"지금부터가 진짜야. 드라군 효과 발동!"
뜨겁게 달궈진 암석들이 모여 만들어진 익룡의 피부가 붉게 타올랐다. 익룡이 불타오르는 모습이 아니라, 화염이 익룡의 모양을 하여 날개를 젓는 것 같다.
"덱에서 [라바르 란스로드]를 서치한 다음, 패에서 "라바르" 몬스터 하나~ [라바르 염화산의 시녀]를 묘지로 보낸다!"
덱에서 한 장을 가져오고, 패에서 한 장을 묘지에 보낸다. 이득도 손해도 없는 패교환.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이 순간~."
"음?"
"시녀의 효과 발동!"
그러나 바르는 그 뒷내용을 불렀다.
"자신 이외의 "라바르" 몬스터가 시녀가 묘지로 보내졌을 경우에 존재할 때~! 덱에서 "라바르" 몬스터를 하나 묘지로 보낸다!"
"오호. 몬스터 하나를 더 묘지에 보낸다는 건가. 조건이 복잡한 카드네."
"후후후. 언니 아직 눈치 못 챘어?"
"눈치채다니?"
"나는 이 효과로 두 번째 [라바르 염화산의 시녀]를 매장!"
"앗."
"그리고 또다시 시녀 효과 발동! 마지막 [라바르 염화산의 시녀]도 매장할게~."
순식간에 카드 두 장을 덱에서 더 뽑아 묘지로 보내는 바르.
"그리고 마지막 시녀의 효과로~ [라바르 염수해의 요녀]를 묘지로 보낸다~."
일련의 행동을 마치자, 바르의 묘지에는 제법 많은 몬스터가 쌓였다.
"순식간에 몬스터를 넷이나 묻어버리다니……. 그렇게 잔뜩 묘지에 묻어두고 뭘 하려고?"
"그건 아직 비밀!"
"비밀이라 그거야?"
"카드를 세트! 엔드할게~."
의외로 순순히,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서 바르는 턴을 마쳤다.
--- 바르 ---
몬스터 : □[라바르바르 드라군]
마법 / 함정 : ■
패 □[라바르 란스로드] + ■
--- --- ---
"묘지에 몬스터를 잔뜩 쌓아두다니. 무슨 생각일까?"
"후후~."
"한 방에 잔뜩 소생시키려는 걸까?"
바르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하지 않는다.
"뭐. 나로서는 네가 어떻게하든 내 방식대로 다 박살내는 게 최선이지~. 드로!"
어차피 지금 생각해봐야 어찌할 도리도 없다. 라비아는 평소처럼 간단하게, 자신의 방법을 고수하기로 한다.
"마법 발동. [염왕의 급습]!"
"그 카드는?"
"덱에서 몬스터 한 마리를 소환하지!"
"!!!"
라비아의 말을 듣자 바르가 화들짝 놀란다.
"소환할 수 있는 건 화염 속성인 야수족 / 야수전사족 / 비행야수족 몬스터 뿐이다."
"냅둬. 쟤 덱에는 그런 몬스터밖에 없으니까."
지나치게 과장된 효과에 바르가 경악하는 동안, 가온과 소피아는 둘의 행동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덱에서 [염왕신수 가루도닉스]( LV 8 / ATK 2700 )를 특수 소환!"
덱에서 주황색 카드 한 장을 탁 뽑아들자, 라비아를 중심으로 주황빛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뜨거운 화염의 대기를 날아다니는 거대한 새 한 마리. 뜨겁게 타오르는 화염을 비늘삼아 몸을 치장하고, 사납게 일렁이는 불꽃을 깃털삼은 거대한 봉황 한 마리가 날개짓한다.
"공격력 2700! 드라군보다 높아!"
"하하. 내 에이스라 이거지!"
"끄으으. 치사하게 마법 하나로 그런 몬스터를……."
"아직 이걸로 끝이 아니라고~. 패에서 [염왕수 기린]( LV 3 / ATK 1000 ) 소환!"
라비아가 필드에 카드를 강타하자, 가루도닉스의 아래에서 또다른 불꽃이 타올랐다. 드라군과 가르도닉스, 둘이 불태우는 붉은빛과는 상반되는 녹색의 차분한 불꽃이었다. 녹색 화염속에서 새하얀 비늘의 동물 한 마리가 빠져나왔다. 말을 닮은 네 발 짐승이 가릉거리며 뜨거운 숨결을 내뱉는다.
"배틀이야! 가루도닉스로 드라군을 공격~!"
봉황이 제자리에서 날개짓하기를 반복한다. 그러고는 주인의 공격 명령이 떨어지기 바쁘게, 눈빛을 매섭게 바꾸고서는 아래로 급강하한다. 수면에 떠오른 물고기를 낚는 새처럼 날렵하게 익룡에게 발을 내밀었다.
"언니. 공격이라고 했겠다~."
"뭣."
"리버스 카드 오픈! [킹스 싱크로]! 공격을 무효로한다~!"
자신에게 날카로운 발톱을 들이대는 봉황을 향해 익룡은 턱을 올려 반격했다. 돌처럼 가만히 굳어있던 먹잇감이 갑작스레 움직이자 봉황은 궤도를 선회한다.
"그 다음! 레벨6 드라군에게 묘지에 있는 레벨2 레드 레조를 튜닝~!"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익룡의 몸이 쩌적쩌적 갈라지며 내부에서 강렬한 빛이 퍼져나왔다. 봉황이 날개짓하듯 강렬한 열풍을 불러들이며 화염의 기둥이 일구어졌다.
"싱크로 소환! [크림즌 블레이더]( LV 8 / ATK 2800 )"
붉은 빛을 세로로 찢어가르는 서슬퍼런 칼 한 자루. 온몸에 단검의 날을 달아놓은 빨간빛 무사가 양손에 자기 키만한 칼을 쥐고서 봉황을 노려본다.
"형세역전이지롱."
"으읏. 한 방 먹었네. 카드를 하나 세트하고 턴 엔드!"
그 순간, 하늘을 날던 봉황이 지상에 추락했다.
"어라?"
"급습으로 불러낸 몬스터는 턴 종료시에 파괴되지. 아쉽지만 가루도닉스는 여기서 끝이야."
"간단하게 몬스터를 불러내는 대신에 일찍 파괴된다. 그런거구나."
"세상에 아무 조건도 없이 최상급 몬스터를 냅다 소환하는 카드는 없을테니까."
"하긴 그렇네~."
한 때 봉황이었던 것은 이제 주황색 쇳물이 되어 끈적하게 바닥을 타고 흘렀다.
--- 바르 ---
몬스터 : □[크림즌 블레이더]
마법 / 함정 :
패 □[라바르 란스로드] + ■
--- --- ---
--- 라비아 라그나로스 G ---
몬스터 : □[염왕수 기린]
마법 / 함정 : ■
패 ■■■
--- --- ---
"드로~!"
턴이 바르에게로 돌아온다. 바르의 필드에는 공격력 2800의 싱크로 몬스터가, 반대로 라비아의 필드에는 공격력 1000 밖에 안 되는 약한 몬스터가 자리잡고 있다. 더군다나 [크림즌 블레이더]가 전투로 몬스터를 파괴하면 상대는 다음 턴 상급 몬스터를 소환할 수 없다. 저번 턴처럼 [염왕의 급습]을 이용해 기습적으로 최상급 몬스터를 불러내는 일조차 불가능하게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라고 생각했지?"
"어?"
"스텐바이 페이즈!"
지상을 타고 흐르던 쇳물이 끼익거리는 소리를 내며 부글거렸다. 앞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짙은 증기가 피어나며 요란한 소리를 낸다.
"되살아나라 불사조! 특수 소환! [염왕신수 가루도닉스]( LV 8 / ATK 2700 )!"
녹아내려 사라졌던 봉황은 새로운 몸을 얻어 다시금 불타올랐다. 작렬하는 화염의 정점에서 가루도닉스는 찬란한 섬광을 내비친다.
"으으읏. 이게 무슨 일이야?"
"가루도닉스는 효과로 파괴된 다음 턴 스텐바이 페이즈에 다시금 부활하지~!"
"그렇다면 급습으로 파괴되도 뚝딱 소생하는거야?"
"그런거지."
"치사한 효과잖아!"
"어이쿠. 놀라기는 아직 일러."
거칠게 폭염을 일으키는 봉황. 그가 울부짖자 대지가 뒤흔들린다.
"가루도닉스는 소생한 뒤 필드의 몬스터를 모조리 파괴시킨다. 가루도닉스 자신을 빼고서말야!"
"그럴수가!"
강렬한 열풍은 지상을 불태웠다. 무엇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재로 만들어버렸다.
"파괴된 기린의 효과. 나는 덱에서 화염 속성 몬스터를 하나 묘지로 보낼 수 있어."
"내 시녀의 염왕버전인거네."
"나는 이 효과로 [염왕수 가네샤]를 묘지로 보낼게~!"
카드 한 장을 덱에서 뽑아 바로 묘지로 보내는 라비아. 그녀의 행동에 가온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가네샤? 그 몬스터는 처음 듣는데."
"모르는건가."
"너는 알아?"
"제법 강력한 몬스터다. 나도 사용하고 있다."
"너도 화염 속성 덱이었지. 분명히."
"그렇다."
"대체 무슨 효과를 갖고있는 거야. 가네샤는."
"지금은 이야기할 수 없다. 바르라고 하는 저 아이도 너처럼 그 효과를 모르는 듯 하니까."
소피아의 말대로 바르는 가네샤의 효과를 알지 못 한다. 그 효과를 사용자 본인이 말하는 것도 아니고, 듀얼을 보는 관중이 떠벌린다면 재미가 사라진다.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는 없지!"
초록색 카드 한 장을 뽑아든다.
"마법 발동. [진염의 폭발]!"
"아아앗!"
"저 카드는……!"
라비아와 소피아가 동시에 경악한다.
"후후후. 내 묘지에 있는 라바르들은 모두 수비력 200!"
"그렇다는 건……."
"모조리 소생! 나와라 내 몬스터들아~!"
아무것도 남기지않고 잿빛만이 남은 바르의 필드에 새로이 몬스터들이 일어선다. 뜨겁게 타오르는 암반. 용암의 주황빛이 번쩍거리는 갈라진 피부의 몬스터들이 하나 두 일어선다.
"레벨4 [라바르의 마그마 포병]( LV 4 / ATK 1700 ) 그리고 레벨2 튜너 몬스터 [라바르 염수해의 요녀]( LV 2 / DEF 200 )!"
처음 일어선 것은 푸른빛으로 빛나는 밝은 암석 괴물. 그리고 후드를 덮어쓴 차분한 붉은 머리의 어린 소녀. 그녀의 뒤로 풍성한 화염이 솟구친다.
"그리고 레벨1 튜너 몬스터 [라바르 염화산의 시녀]( LV 1 / DEF 200 ) 셋을 모조리 소생!"
그것은 요녀처럼 마찬가지로 붉게 타오르는 머릿결을 자랑하는 아리따운 소녀들. 가뭄이 든 땅처럼 갈라진 피부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은 동화에 나오는 요정처럼 아름다웠다.
"몬스터를 다섯 마리나!"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부활의 연속이다.
"그래도 튜너 몬스터가 넷이면 싱크로 해봤자 결과물은 한 마리……."
"바보."
"뭐?"
"생각해봐라. 저 애가 저번 턴에 드라군의 효과로 서치한 카드를."
"앗……. 설마 비튜너 몬스터를!"
"그래. 최소한 둘은 나온다는 거다."
그리고 그 말을 바로 증명하듯, 바르는 카드 두 장을 집어들었다.
"레벨4 포병에게 레벨1 시녀를 튜닝~!"
새빨간 소녀가 팔을 벌리자 화염의 띠가 푸른 암석 거인을 향해 나아간다. 불의 고리 속에서 포병은 푸르게 타올랐다.
"싱크로 소환! [라바르바르 드래곤]( LV 5 / ATK 2000 )"
푸른 불꽃 속에서 한 마리 용이 몸을 늘어트려 빠져나왔다. 뜨겁게 지글거리는 암석룡이 눈알을 꿈뻑거리며 적을 포착하려 한다.
"묘지에서 "라바르" 몬스터를 둘, 포병과 시녀를 덱으로 되돌리고 드래곤의 효과를 발동하겠어~."
방금 막 묘지로 보낸 몬스터들을 꺼내며 바르는 검지 손가락을 길게 내밀었다.
"가루도닉스를 대상으로 발동! 패로 되돌린다~."
"바운스 효과?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그에 반발하며 라비아는 세트해둔 카드를 꺼내든다.
"체인2! [염왕 염환] 발동!"
뜨거운 암석으로 이루어진 용이 봉황을 향해 뜨거운 침을 뱉었다. 사르르 녹아내리는 봉황의 몸. 가루도닉스는 뜨거운 격통을 느끼며 세차게 울부짖는다.
"가루도닉스를 파괴하고 묘지에서 [염왕수 가네샤]( LV 4 / ATK 1800 )를 소생시키지!"
녹아내리는 봉황의 몸, 피는 용암처럼 묽고 진득하다. 지상으로 주륵 흘러내리는 그의 혈액은 동물의 형상을 하여 굳어졌다.
"으읏. 그러면 바운스 효과는 불발……."
"그리고 이번에도 가루도닉스는 효과로 파괴됬으니까, 다음 스텐바이 페이즈에 소생하지."
"그리고 또 몬스터를 전멸시킨다니. 치사해!"
"하하하. 세상이 다 그런거야."
"우우우. [라바르 란스로드]( LV 6 / ATK 2100 ) 소환!"
지글거리는 소리를 내는 암석 거인이 나타났다. 너무나도 뜨거워 촉에 불이 붙어있는 창 한자루를 쥐고서, 거인은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릴리스 없이 소환?"
"란스로드는 릴리스 없이 일반 소환할 수 있어.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엔드 페이즈에 묘지로 보내지지만."
"튜너도 남아있겠다. 싱크로 소환할 생각이지?"
"정답."
"역시나."
"하지만 아직은 아냐. 먼저 전투부터 하고!"
"오호?"
"배틀! 란스로드로 가네샤를 공격~!"
창을 쥔 거인이 봉황의 피조물에게 창을 던졌다. 가네샤는 곧 검과 도끼를 든 괴물이 되어 창을 막아낸다. 보라빛으로 타오르는 무기를 들어, 뛰어오르고선 란스로드에게 도리어 역공을 가한다.
- 고옷!
하지만 그정도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가뿐하게 가네샤의 공격을 받아내는 란스로드. 두터운 암석으로 이루어진 손을 내밀어 가네샤의 팔목을 잡아 비틀고선 박치기로 끝을 내버린다.
"우욱! ( LP : 4000 → 3700 ) "
"그럼 이어서 드래곤으로 공~."
"그 전에!"
"에?"
"파괴된 가네샤의 효과 발동!"
란스로드에게 박치기당해 기절한 가네샤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려졌다.
"무슨 일이!"
원래의 덩치보다 몇 배는 더 크게 부풀어진 가네샤가 펑 터졌다. 폭음을 내는 불꽃은 높게 치솟아 날개짓한다. 뜨겁게 타오르는 화려한 봉황 한 마리로 불꽃은 변화한다.
"으윽. 이러면 공격을 못 하잖아."
"엔드하는 건 어때?"
"부우. 그렇게 쉽게 엔드할까봐!"
전투는 끝났지만 바르에게는 아직 두 쌍의 튜너와 비튜너 조합이 남아있다.
"레벨5 드래곤에게 레벨1 시녀를 튜닝!"
화염이 화염을 두르고, 겹으로 쌓인 불꽃은 강렬한 폭풍을 몰고 온다.
"싱크로 소환! [레드 와이반]( LV 6 / ATK 2400 )"
거칠고 뜨거운 암석은 번듯한 비늘이 되어 용의 몸을 감싼다. 쩍쩍 갈라져 피빛을 내는 것은 날개뿐. 두터운 갑옷이 그를 지키고 있다.
"그 다음! 레벨6 란스로드에게 레벨2 요녀를 튜닝!"
불꽃이 치솟고 화염이 휘감으며 뜨거워진 필드. 다시금 불꽃을 실어 바람이 불었다.
"바람?"
하지만 이번에 불어온 바람은 조금 다른 것이었다. 앞서 불었던 열풍이 흐르게 한 뜨거운 공기를 식히며, 차갑게 피부를 스친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것도 아니지만, 이 바람은 분명 필드에 달아오른 열을 식히고 있다.
"비상하라. 싱크로 소환! [스타더스트 드래곤]( LV 8 / ATK 2500 )"
새하얀 별빛이 붉은 대기에 흐른다. 얇고 투명한 막이 몇이나 떨어지며 커튼처럼 쳐진다. 바람이 멎고, 눈이 내리듯 사뿐하게 별빛이 하얀 용의 어깨 위로 떨어졌다. 은빛의 창백한 용. 뜨거움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온풍이 느껴졌다.
"오호. 스타더스트구나!"
"전개는 이걸로 끝. 엔드할게~."
그 말을 함과 동시에 바르의 옆에 서있던 새빨간 불꽃 소녀가 바람결을 따라 사라졌다.
"[진염의 폭발]로 살렸던 몬스터는 턴 종료시에 모두 제외되버려."
"튜닝에 쓰지 않은 애는 사라지는 거구나."
그리고 뒤이어 하늘을 날던 봉황도 힘을 잃고 점점 지상에 가깝게 추락했다.
"그거랑 마찬가지로, 가네샤의 효과로 소생한 몬스터도 턴 종료시에 파괴되지."
"파괴된다…… 그렇다는 건."
"효과에 의한 파괴라는 거지."
그 말이 다시금 바르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 바르 ---
몬스터 : □[스타더스트 드래곤] + □[레드 와이반]
마법 / 함정 :
패 ■
--- --- ---
--- 라비아 라그나로스 G ( LP : 3700 ) ---
몬스터 :
마법 / 함정 :
패 ■■■
--- --- ---
"내 턴이야. 드로!"
카드를 드로하는 순간, 동시에 사나운 불길이 치솟는다.
"되살아나라 불사조! 특수 소환! [염왕신수 가루도닉스]( LV 8 / ATK 2700 )!"
그것은 사나운 불꽃의 날개를 퍼득이는 봉황. 거친 날개짓에 뜨거운 화염이 화살처럼 날아든다.
"가루도닉스의 효과 발동. 몬스터를 모조리……."
"그 효과에 체인!"
"읏?"
"스타더스트를 릴리스하고 가루도닉스의 효과를 무효로 해 파괴!"
거친 화염의 화살이 비처럼 쏟아져내린다. 하지만 그것은 허공에 막혀 더이상 나아가지 못 했다. 투명한 별빛의 장막에 닿자 화살은 급속도로 식어버려, 형체조차 남지 않고 사라진 것이다. 새하얀 용이 날아올랐다. 파괴의 의지를 가진 불꽃을 잠재우며, 하늘에는 밝은 별이 반짝인다.
"맞다. 저런 효과였었지. 스타더스트 드래곤은!"
"스타더스트는 턴 종료시에 소생하니까, 언니가 가루도닉스를 다시 소생시켜도 파괴 효과는 봉인된거나 다름 없어!"
"이거 참 난감한데."
머리를 긁적이는 라비아. 하지만 이내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이 카드를 못 뽑았더라면 말야!"
그녀는 듀얼디스크의 가장 끝단에 초록색 카드를 찔러넣었다.
"필드 마법 [염왕의 고도] 발동!"
그러자, 바르와 라비아가 선 무미건조한 필드의 모습이 점차 바뀌어간다. 허공에 솔리드 비전이 연이어 형성되며, 울창한 숲을 일군다. 뜨거운 열대림이 우거졌다.
"필드 마법!"
"고도의 효과! 내 필드에 몬스터가 없으면 패에서 화염 속성인 비행야수족 몬스터를 특수 소환할 수 있지!"
"화염에 비행야수……아앗!"
"날아올라라 [염왕신수 가루도닉스]( LV 8 / ATK 2700 )!"
울창한 숲에 거대한 새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뜨겁게 작렬하는 태양과도 같은 붉은빛이 지상을 비춘다.
"두 마리나!"
"하하~. 두 번째는 막을 수 없을걸."
"으우욱."
"배틀이야! 가루도닉스로 와이반을 공격!"
봉황이 지상을 훑어본다. 자신과 비슷한 붉은빛을 내는 딱딱한 용 한 마리를 포착한다. 그것을 낚아채려, 봉황은 날카로운 발톱을 세워 급강하한다.
"이 순간, 와이반의 효과 발동!"
"호?"
"자기보다 공격력이 높은 몬스터를 파괴한다!"
와이반은 가루도닉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는다. 자신을 향해 빠르게 낙하하는 봉황을 포착하고선 세차게 날개짓한다. 뜨거운 숨을 내쉬며 불을 뿜었다. 새빨갛게 타들어가는 하늘. 쇠가 부딪히는 소리를 연신 뱉어내며 주황빛 불꽃이 튀긴다. 강렬한 마찰에 의해 번뜩이는 섬광이 멎자, 봉황의 날개 한 쪽이 지상에 떨어졌다.
"공격은 실패했네. 하지만 잊지 않았겠지? 가루도닉스는 효과로 파괴되면 다시 소생한다는 사실을."
"끄응……."
"턴 엔드!"
에이스 몬스터가 줄줄이 파괴됨에도 불구하고 너털스레 턴을 넘기는 라비아. 도리어 머리를 싸매고 끙끙거리는 것은 바르였다.
"이 순간, 스타더스트는 되살아나!"
잔잔한 바람, 옅은 별빛이 흘렀다. 우거진 초록 숲 속에 한 차례 강풍이 불며 은빛의 용이 나타나 날개를 펼쳤다.
"소생해봤자 소용없다구."
라비아는 바르의 몬스터를 다시금 삼키려 준비했다.
--- 바르 ---
몬스터 : □[스타더스트 드래곤] + □[레드 와이반]
마법 / 함정 :
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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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비아 라그나로스 G ( LP : 3700 ) ---
몬스터 :
필드 마법 : [염왕의 고도]
마법 / 함정 :
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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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
초조한 심경으로 카드를 뽑는 바르. 그녀의 앞에 한 바탕 따가운 바람이 몰아친다.
"묘지에서 가루도닉스를 특수 소환. 바로 효과 발동이야!"
"스타더스트를 릴리스 해서 그 효과를 무효로 하고 파괴!"
바람결을 따라 흔들리는 거대한 화염. 붉은 새가 은빛의 용을 물어뜯는다. 반격하는 용. 상반되는 두 바람이 부딪히며 맹렬하게, 사납게 울부짖는다. 그 결과는 공멸. 별빛과 진홍은 동시에 소멸한다.
"되살아나라 불사조! 특수 소환! [염왕신수 가루도닉스]( LV 8 / ATK 2700 )!"
하지만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사그라들 것 같던 주홍색은 더욱 맹렬하게 타들어가며 뚜렷한 모습을 갖춘다. 아름답게 타오르는 푸른 불빛을 가슴팍에 박아놓고, 봉황은 포효한다.
"이건 못 막을걸! 모두 부숴버려!"
"누아앗!"
비처럼 내리는 불꽃. 숲을 불태우며, 붉은 용또한 타들어간다. 무력하게 스러지는 와이반. 그녀의 눈 앞에는 사나운 새 한 마리가 눈을 부릅뜨며 그녀를 노려보고 있다.
"스타더스트로 가루도닉스 하나를 묶어놓을 수는 있지만 다른 하나는 못 이겨……."
"후후. 눈치챘구나. 이걸로 언제든지 몬스터 클린 콤보를 쓸 수."
"있다고 생각했지. 언니?"
"뭣."
"마법 발동~! [죽은 자의 소생]!"
"!!!"
"되살아나라 [크림즌 블레이더]( LV 8 / ATK 2800 )"
울창한 나무를 베어가르며, 붉은 검사가 나타났다. 서슬퍼런 날을 갈며 하늘을 쏘아보는 악마.
"아아아앗!"
"효과는 알고 있지?"
그의 공격력 그리고 효과는 그야말로 가루도닉스에게 있어서 더할 나위 없는 천적이다.
"배틀! 가루도닉스를 갈라랏!"
검사는 가볍게 뛰어올라 굵은 나무들을 박차고 올라갔다. 뜨겁게 작렬하는 불꽃을 향해 도약해 두 자루 칼을 휘둘렀다. 자신을 향하는 날을 보고 휙 피해버리는 가루도닉스. 검사의 칼은 허공을 지나쳤다. 적을 놓쳐버린 그는 곧장 오른손에 쥔 칼을 버리고 봉황의 불타는 꼬리를 잡아당겼다. 얇은 몸에서 가공할만한 힘을 내며 가루도닉스를 냅다 지상에 던져버렸다.
- 캬아아악!
포효하는 봉황. 열이 머리 끝까지 올라 하늘을 향해 불을 내뿜었다. 검사는 그 불꽃을 맞으며 지상으로 빠르게 낙하한다. 아지랑이 피어나는 뜨거운 대지. 검사는 왼손에 쥔 칼을 양손으로 고쳐잡고, 봉황의 목에 찔러넣었다. 붉은 피가 분수치듯 피어올랐다.
"우아아앗! ( LP : 3700 → 3600 ) "
두 몬스터의 혈투가 남긴 열풍이 라비아를 거칠게 밀어낸다.
"크림즌 효과 발동!"
"체인2! 가루도닉스 효과 발동!"
"가루도닉스 효과……?"
가루도닉스의 효과는 효과로 파괴된 다음 턴에 소생해, 자신 이외의 몬스터를 모조리 파괴하는 것이다.
"그것 말고도 효과가 따로 있는거야?"
"그렇지! 가루도닉스가 전투로 파괴되어 묘지로 보내졌을 때, 덱에서 가루도닉스 이외의 "염왕"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거든!"
"효과로 파괴되면 자기가, 전투로 파괴되면 다른 몬스터가……. 끝이 없어!"
"그래도 가루도닉스보단 약한 몬스터니 안심하라고. [염왕수 가네샤]( LV 4 / ATK 1800 ) 소환!"
"아앗. 또 코끼리!"
가루도닉스가 사라진 자리에, 분홍 수인 한 마리가 태어났다. 검사의 칼끝에서 피해 뒤로 몇 바퀴를 굴러 순식간에 라비아의 앞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크블 차례! 언니는 다음 턴에 레벨 5 이상의 몬스터를 일반 소환 / 특수 소환할 수 없어!"
"즉, 가루도닉스는 소생 불가능하다. 이거지?"
"정답이야."
"까다로운데."
"나는 이걸로 엔드할게~."
전열을 가다듬고 턴을 끝마치는 바르. 그녀가 그 말을 마치자, 창백한 별빛이 되살아난다.
"그리고 [스타더스트 드래곤]( LV 8 / ATK 2500 )은 소생한다."
"자기 상급 몬스터는 내버려두고 상대만 소환 못 하게 한다니. 치사한 걸."
"그게 듀얼이니까~."
--- 바르 ---
몬스터 : □[스타더스트 드래곤] + □[크림즌 블레이더]
마법 / 함정 :
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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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비아 라그나로스 G ( LP : 3600 ) ---
몬스터 : □[염왕수 가네샤]
필드 마법 : [염왕의 고도]
마법 / 함정 :
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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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턴이야. 드로!"
그녀의 패에 들어온 것은 족제비의 그림이 그려진 주황색 카드 한 장. 그 카드를 확인하고서 라비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좋아. 승리 조건은 모두 갖춰졌어!"
자신만만한 표정. 키 작은 바르에 비해 우월하게 기다란 팔을 뻗어 선언한다.
"필드 마법 [염왕의 고도] 효과 발동!"
"그 효과는 필드에 몬스터가 없어야……."
"후후후. 고도에게는 또다른 효과가 있거든."
"엇."
"패 / 필드의 몬스터를 하나 고르고 파괴한 뒤 덱에서 "염왕" 몬스터를 하나 가져오지! 나는 가네샤를 파괴하겠어~!"
가네샤를 파괴하고 "염왕"을 패에 가져온다. 가네샤에게는 묘지의 화염 속성 몬스터를 소생시키는 효과가 있다. 비록 가루도닉스를 소생시키지는 못 하겠지만, 잘만하면 엑시즈 소환으로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곤란해. 스타더스트를 릴리스하고 효과 발동! 고도를 무효로 하고 파괴……."
"걸려들었구나?"
"에?"
"가네샤의 효과 발동! 스타더스트의 효과 발동을 무효로 한닷!"
울창한 숲이, 필드가 뒤흔들린다. 흉폭한 맹수를 불러들이려는 대지 그 자체. 별빛의 용은 별빛의 장막을 펼치며 그것을 막아내려 한다. 하지만 그를 향해 날아드는 도끼 한 자루. 보랏빛으로 타오르는 두꺼운 날이 용에게 턱 박혔다.
"그럴수가!"
"그 다음 내 패 / 필드에서 화염 속성 몬스터 하나를 고르고 파괴하지. 패에있는 [염왕수 가네샤]를 파괴!"
라비아의 꾀에 넘어갔다. 스타더스트는 자기 스스로를 릴리스한 상태에서 효과 발동을 무효화 당했으니, 턴이 끝나더라도 되살아날 방법이 없다.
"그리고 고도의 효과! 패에서 [화무태도]를 파괴하겠어~! 그 다음 덱에서 [염왕수 바롱]을 서치!"
"가네샤를 파괴하는 게 아니라?"
"후후. 이유는 지금 알게될거야."
"앗?"
새빨간 검사의 목덜미에 새빨간 족제비 한 마리가 앉았다. 꼬리가 몇 개 연속으로 이어진 낫처럼 되어있었다. 검사의 목을 슥 그어버리자, 새빨간 화염이 솟구쳤다.
"[화무태도]가 파괴되어 묘지로 보내졌을 때, 상대 몬스터 하나를 파괴하고 500 데미지를 주지!"
"으으윽. 크블이. ( LP : 4000 → 3500 ) "
"패에서 [염왕수 바롱]( LV 4 / ATK 1800 ) 소환!"
또 한 마리 몬스터를 불러내는 라비아. 각각의 몬스터는 그렇게 쎄다고 말할 수 없었지만, 바르가 처한 상황은 그것을 다르게 보이게 했다.
"공격력 합계……3600!"
"이걸로 끝이야~!"
사나운 화염이 하얀 머리 소녀의 눈앞에 들이닥쳤다.
……
양쪽에서 날아드는 화염에 맞아 튕겨나가는 바르. 그녀의 듀얼디스크가 라이프 0을 표기함과 동시에 듀얼은 종료된다.
"우아아. 져버렸다."
"그래도 재밌었다구."
"하긴 나도~!"
솔리드 비젼이 사라져간다. 엉덩방아를 찧은 바르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주는 라비아. 둘의 듀얼이 펼쳐진 필드는 땀이 날정도로 후끈하다.
"한 판 더 해볼까?"
"응! 이번에는 안 질거야!"
다시금 투지를 불태우는 두 소녀. 그녀들을 향해 가온이 넌지시 물었다.
"그런데 너네 교무실에 볼일 있지 않았냐."
"앗."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어."
"듀얼은 다녀온 다음에 하지 그래."
"그러지 뭐."
소피아는 듀얼을 보던 도중에, 전화를 받으러 밖으로 나갔다. 소리 없이 나타났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것이 그녀의 특기인만큼 가온이 그것을 눈치챈 것은 듀얼이 끝날 무렵이었다.
"워낙에 신출귀몰한 녀석이니 떠날 때도 작별 인사없이 사라질지도 모르겠구만."
……
오랜만입니다. 한 백만년만이에요!
정말로. 여지껏 시험 기간이었습니다. 4,5,6월을 모조리 시험 기간으로 보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오늘도 시험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닙니다. 내일 교양 시험이 하나 남아서, 내일 그것까지 끝내야 이제 겨우 방학입니다.
역학 어려워어어어.
악몽을 꾼 가온입니다. 꿈 내용은 대충 7월 금제에 초중무사소울 석궁이 제한을 먹는다던가, 그런 레벨의 악몽이었겠죠.
50화 이후 시점에서는 예전에 머리 왼쪽에 솟아난 허연 세갈레가 사라지고, 그림처럼 변했습니다.
고럼 다음에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