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왜 돌아오는 게 늦느냐 구박받는다면 마미조가 서툴러서 늦게 나왔다는 변명도 서슴치 않을 것이었다. 동료를 방패로 삼는 것도 서슴치 않을만큼 세이자와 사구메의 사이에 대한 궁금증은 컸다. 히지리도 그건 마찬가지였고, 그렇기에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략이라도 알아와주면 좋겠다 귀띔을 했었다.
마침 사구메가 입을 뻐끔거리기에, 쇼는 그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머리, 어울려."
유려한 사구메의 목소리는 민망해하고 있으나 발음이 또박또박했다. 할 말을 찾지 못해 고심 끝에 했던 칭찬이었지만, 무안할만큼 반응이 없었다. 세이자는 시큰둥한 얼굴로 창 밖이나 바라보는 중이었다. 거기에서는 고개라도 끄덕여줘야지…! 쇼만 애간장을 태우며 마음속으로만 소리치고 있었다.
세이자의 침묵은 계속 이어졌고, 그것은 명백히 대화를 거부하는 태도였다. 사구메는 세이자의 태도를 이해해 이제는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 사구메의 시선은 테이블 아래의 자기 무릎으로만 고정되어있었고, 세이자의 시선도 창 밖으로만 고정되어 있었다. 서로를 보겠다는 의지도 전혀 드러나지 않는 둘에게 대화가 성립되리란 무리였다. 둘만 있게 된다면 대화라도 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쇼는 그게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다는 걸 깨닫곤 아쉬워하며 초조해했다.
"저 둘은 누군가?"
"아, 저쪽은 죠온처럼 저희 절에서 수행을 받고있는 세이자 양이고요, 맞은편은 세이자 양의 모친이에요."
"아마노자쿠인 키진 세이자? 인상이 많이 변했군. 저번에 만났을 때는 들개같았는데 말이야."
마미조는 세이자를 이제야 알아보면서 흥미롭다는 듯이 흠, 하는 소리를 냈다.
"그 아마노자쿠가 우리 절의 식구가 된 겐가? 인원이 많이 늘었구만. 저번에 재앙신도 한 명 데려올 때가 기억나."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됐네요."
"이제는 슬 식구가 두자릿수에 이르렀을 것 같은데. 옛날에 비해선 많이 왁자지껄해졌겠군."
"화목해서 좋죠 뭐."
쇼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마미조는 빵긋 웃는 쇼에게 가벼운 웃음소리를 내며 주문한 음식이 나왔으니 가져가라 말했다. 쇼는 조금만 더 지켜보다가 가겠다고 했다. 마미조는 의아해하면서도 굳이 재촉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뭘 그리 유심히 보는 걸까, 궁금해 해 엿보는 광경을 같이 지켜봤다.
"그런데 모녀치고는 둘의 분위기가 정반대구만. 외모는 비슷한데 말이야."
"그렇죠? 외모는 비슷하면서 분위기만 저렇게 다른 것도 좀 신기하긴 해요."
차분해보이는 사구메의 인상과 달리 세이자는 금방이라도 날뛸 듯한 야생마같은 인상이었다. 만약 산발을 정리하지 않았다면 더욱 도드라져보였을 특징이었다. 그나마 정리한 지금은 나름 말끔해보이게 됐다만, 그렇다고 해서 심성이 사나워보이는 인상이 어디 간 것은 또 아니라.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렸는지 세이자의 가늘은 시선이 일순 쇼에게 향했다. 고개도 돌리지 않고 눈동자만 살짝 돌려 확인한 게 적당히 하고 돌아오지 않느냐는 위협같았다. 뜨끔 몸을 떤 쇼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아 머쓱히 웃으면서 테이블로 돌아왔다. 와중에 마미조가 서툴러서 늦었다는 변명은 빼먹지 않았다.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카페가 난장판이 된 건 그때였다. 갑자기 창문을 깨트리며 들이닥친 무언가에 카페 안의 모두는 단숨에 대응하는 자세를 잡았다. 세이자는 몸을 뺀 뒤 날카로운 눈으로 바닥에 있는 무언가를 노려봤고, 쇼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사구메는 앉은 채로 금방이라도 입을 뗄 준비를 하고 있었고, 마미조는 깨진 창문값과 널부러진 가구들의 뒷처리를 걱정하고 있었다.
아무튼 긴장하고 있는 그녀들의 시야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밥그릇같이 생긴 무언가… 아니 밥그릇 그 자체는 곧 꿈틀거리면서 뚜껑이 열렸다.
"세이자아아아아아아아ㅡ!!!!"
"……."
"너무해, 너무하잖아! 너도 레이무도 아운도!! 진짜 너무하잖아아아!"
그 속에서 나타난 소인, 스쿠나 신묘마루를 보자마자 세이자는 질색하듯이 표정을 구겼고, 그게 충격인지 신묘마루는 눈물까지 울먹거리며 세이자의 멱살을 그 작은 손으로 흔들려고 했다. 멱살잡은 손이 흔들리며 딱히 고정시킬 생각이 없는 세이자의 고개도 스카이댄서의 몸처럼 펄럭거렸다.
"어떻게 풀려났으면서 나한테 귀띔 한 번도 안 할 수가 있어? 지금까지 우리가 같이 지내왔던 추억은, 같이 벌였던 이변은! 전부 잊어버린 거야? 응!?"
"……."
"게다가 레이무도 너무해! 너를 붙잡았으면 얘기라고 해줘야지…! 아무 말도 안하고 어떻게 다른 곳에다 노예 팔듯이 넘겨버리냐고!! 진짜 둘 다 너무해애! 배신당했어어!! 친구도 아니야ㅡ!!"
얘기할 시간도 없었고, 네가 보이지도 않았던 건데.
세이자는 변명하려다가 어차피 신묘마루가 듣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결국 신묘마루는 제 풀에 지쳐 멱살만 겨우 잡은 채 헉헉거렸다. 와중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걸 보면 정말로 배신당했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이자가 딱히 상관할 건 아니었다.
"아… 허억…. 으……, 아무튼 너무해……! 정말로……."
"불평은 끝났수?"
"안 끝났어!!"
"그럼 계속하고."
"너무 변한 게 없잖아……."
지쳐버린 신묘마루는 잡고있는 멱살도 힘들어 놓아버렸다. 떨어지는 신묘마루는 다행히 펴놓았던 세이자의 손바닥에 안착하게 됐다. 손바닥에 누운 채인 신묘마루는 거친 숨을 헐떡거리면서 너무 변한 게 없다고 지친 기색으로 웃었다. 세이자는 그런가? 하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런데 진짜로 너무해…. 나는 세이자한테 소식도 전할 필요 없을 정도라 생각되고 있는 거야……?"
"전할 시간도 없었어."
"있으면 했어…?"
"음, 아니."
"진짜 너무하잖아아……!! 너무해!! 친구도 아니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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