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코가 잠들어있는 늦은 밤. 레이무가 자료조사를 하고 오겠다고 떠난 후 뒤늦게 돌아온 지금 앨리스, 레이무 그리고 나는 둥그런 테이블에 앉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나긴 침묵속에 오로지 방금 끓여낸 허브티만이 온기를 내고 있었다.
"할 이야기라는건? 그리고 너가 하고 오겠다는 조사의 이유는 뭐야?"
앨리스가 물었다. 아무래도 늦은 밤동안 깨어있는 사실이 달갑지만은 않은듯 싶었다.
레이무는 앨리스와 나를 번갈아 보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스와코의 기억을 되찾아 주는 일. 마냥 좋지만은 않을 일이라는건 마리사 너에게도 했던 이야기지?"
"맞아. 하지만 이유는 모르겠어. 어째서?"
레이무가 손가락을 한번 튕겼다. 손 끝에서 기이한 빛이 스멀스멀 새어나와 작은 구체를 만들어냈다. 구체의 몇몇 부분은 깨어진듯 틈이 생겨나있었다.
레이무는 자신이 만들어낸 구체를 손으로 이리저리 굴려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게 스와코의 기억이라고 가정해보자고. 지금껏 스와코가 모와간 기억들."
레이무가 구체를 가볍게 만지자 구체가 격하게 요동치더니 녹빛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에 잠식 당해가는듯, 구체는 부들부들 떨며 녹색과 보라색을 바꿔가고 있었다.
"스와코의 기억은 보다시피 매우 불안정해. 단 한번의 충격으로 모든게 뒤틀리고 무너져 내릴수도 있어. 이유는...사나에 때문이지."
"사나에가?"
"사나에가 모왔던 신앙의 존재. 너희에게도 말했겠지만 죽은 인간들의 사념이야. 그것도 한두명의 인간의 것이 아닌 수십 또는 수백의 사람들의 사념이 담긴 물건이지. 사나에는 그런 물건을 이용하여 억지로 스와코와 카나코를 소환하는 매게체를 만들어냈어"
레이무가 다시금 구체를 가볍게 만지자 구체는 산산히 부숴져 모습을 바꾸었다. 개구리와 뱀의 목상이었다.
"여기서부턴 내 가설이지만..."
레이무가 말 끝을 흐리며 앨리스를 바라보았다. 앨리스는 레이무를 바라보다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으흠..."
레이무가 차를 한입 마시고는 목을 풀었다. 단단히 긴장한듯한 모습이었다.
"내 가설은 이러해. 사나에가 봉인을 푼 목상은 사실상 환상에 존재하는 물건이야. 두 목상에는 스와코와 카나코의 존재, 기억이 봉인되어있어. 그리고 이런 신들이 만든 봉인은 아무리 마법이 사용 가능한 사람일지라도, 쉽게 봉인을 푸는일은 불가능해. 아마 사나에는 자신이 모와두었던 사념을 이용해서 봉인을 억지로 풀려고 했을거야."
"하지만 그것이 생각처럼 되지는 않았다. 이 뜻이구나?"
앨리스가 말을 이었고, 레이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두 신이 봉인이 풀린 이유는? 사나에가 봉인을 푸는 일은 불가능 하다고 했잖아?"
"봉인 된 두 신은 아마 사나에가 억지로 부워넣은 사념에 위협을 느꼈을거야. 전지전능한 신이라고는 하지만, 무방비하게 잠들어 있는 상태에서 공격을 받으면 제 아무리 신님일지라도 오래 버티진 못할테니."
"스와코는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는것을 두려워했다고 했었어..."
"바로 그거야."
레이무가 손뼉을 가볍게 부딪치며 말했다.
"스와코와 카나코는 이러다 자신의 존재에 해가 되지 않을까 두려워했어. 그래서 봉인을 풀고 직접 나서려고 했을테지. 하지만 사나에에게 자신의 봉인을 푸는 일을 맡기게 되면, 그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일이나 다름 없지. 두 신의 힘을 빌어 더욱 많은 학살을 벌이려 했던 녀석이니까."
"그래서 코이시가..."
"그래. 얼떨결에 결계를 넘어 들어온 코이시는 두 신이 예상조차 하지 못한 최고의 열쇠였지. 두 신은 모든 힘을 그러모은 뒤, 열쇠를 던져주었을거야."
"코이시가 말했던 두 구슬이구나..."
앨리스가 나지막히 말하자 레이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계바늘이 째깍째깍 흘러가고 있다. 어느세 시계의 시침은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봉인이 풀리는것은 좋았지만 부작용이 있었어. 그도 그럴게, 사나에는 봉인을 억지로 풀기 위해 자신뿐만 아니라 봉인된 목상에도 정제되지 않은 불순물을 쑤셔넣은데다, 자신의 봉인을 풀 열쇠를 '환상' 안에 강림시키느라 남은 힘 마저 거의 써버린 상태였을테니. 아마 그 이전부터 두 신들은 자신들을 가둔 봉인을 풀고 나올 힘 조차 남아있지 않았던건 아닐까 싶어."
"그래서, 부작용이라는건?"
"억지로 현세에 강림하게 되면서 두 신의 남아있던 힘마저 산산히 부숴져 사방으로 흩어지게 되었어. 스와코의 경우 그것이 기억일테고. 카나코의 기억은 문제가 없는것으로 보아..."
"존재...구나."
"그래. 마력이 넘쳐 흐르는 '환상' 안에서만 자신을 유지할 수 있었을테지. 그렇기에 우리들에게 의뢰를 요청한것이고."
===============================================================================================
"그러면 왜 카나코는 자신의 파편을 찾아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거야?"
나의 질문에 레이무는 곰곰히 생각을 하는듯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아직 그 이유를 모르겠어. 어째서 카나코는 스와코의 기억만 찾아달라고 했던것일까..."
"..."
"..."
방 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소파에 이불을 덮고 조용히 잠든 스와코의 숨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잔잔히 방 안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좋지...않다는 이유는. 아마 불안정한 기억들 때문이겠지?"
앨리스가 물었다.
"맞아. 사념이 부워지면서 오염된 힘들은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고, 그 결과 스와코의 기억들이 결계를 만들기 시작했어. 어쩌면 우리가 보았던 뒤틀린 무사들이 사나에의 흔적이 아닐까 싶어"
"그렇다면 스와코의 기억을 다 모은다 하더라도 좋은 일이 일어날것 같지만은 않아. 우리가 계속 이 일을 해도 되는걸까?"
"그 점에 관해선 카나코에게 물어보았어."
"조사라는 일이..."
"맞아. 두번 다신 가고싶지 않은 장소지만, 다시 갈수밖에 없었지. 그 집..."
레이무는 예전의 기억이 떠오르기라도 한듯 질색을 하며 말했다.
"카나코에겐 내 생각을 전부 이야기 했어. 어디까지나 가설이지만 나름 일리는 있다는 듯한 표정이었지. 그래서 나도 너희들에게 말할수 있었어."
"그럼 카나코에게 들은 말은 뭔데?"
-스와코의 기억이 얼추 모였다 싶으면, 나에게 데리고 오게. 그대의 말을 듣자하니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겠군...그러니 내가 무슨 수를 써보지...-
"...라고 말했어"
"숟가락은 얹겠다는 뜻이겠네."
앨리스가 불만스럽다는듯 말했다.
"가급적이면 너의 도움을 받고 싶지만, 이건 이미 우리의 영역을 벗어난 일이야 앨리스."
"언젠가 신의 영역에 도전해보일거야..."
앨리스가 분하다는듯이 이를 갈았다. 자신이 무력해진것을 느낀 순간 앨리스는 속으로 이를 마구 갈았을것이다.
"확실한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 최대한 스와코의 발작을 막으면서, 최대한 빠르게 기억을 모으는 일, 그리고 최대한 카나코에게 빠르게 데려가는 것. 그 뒤의 일은 두 신의 몫이야."
레이무가 말했다.
----------------------------------------------------------------------------------------------------------
글 실력이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묘사가 생각이 안나서 대화로만 분량을 차지하는 빌어먹을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