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할 거야?"
침묵하는 그녀들을 향해 세이자는 촉구했다. 그녀 자신부터가 별 다른 수단이 없기에 답답함에 캐묻는 것이었다. 모두는 꿍한 표정을 지었다. 찌푸리는 표정의 지속이 불씨가 일렁거리며 꺼질때까지 계속되자 다가오는 어둠이 그녀들에게 스며들어 침울만이 얼굴에 표현되어있었다. 동료 한 명 한 명의 구출을 기뻐해야 할 상황인데,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벽은 너무 높아서, 넘을 수 있다는 투기보다는 오히려 좌절감만이 들었다.
"내 요술망치로 어떻게 해볼…"
"신묘마루, 네 본래 목적을 까먹지 마."
"응…."
신묘마루가 답지 않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세이자가 말허리를 끊었다. 수긍하는 목소리는 분명히 가라앉아 실망이 표해짐은 틀림없었지만 신묘마루 스스로도 방금의 말이 무리란 것은 알고 있어 할 수 있는 건 결국 수긍뿐이었다. 그녀만이 사용할 수 있는 요술망치는 분명 오니의 힘이 담긴 무구이나 명확히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었다. 요동치는 생명의 기운을 억제못해 끝없이 분출하고 다니는 오니들이 만들었었다기엔 너무나도 그들 족속과 모순되는 성질을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한두번 정도일까, 그렇기에 궁극의 목적만을 위해 아껴두어야만 했다.
"너희들도 요술망치에 의존하려 하지마."
"그 정도까지 염치없진 않아." 무라사가 무참함에 한번 응대한다. 슬슬 짜증도 난다.
"정말로?"
"자, 자. 싸우지 말고 얘기해요. 일단, 계책을 떠올려야죠."
"그러시던가."
쇼가 말려도 세이자는 코웃음칠 뿐이다. 이런식으로 못박아두지 않으면 기어올라 언젠가는 요술망치로 어떻게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는 노릇이니까 그럴 뿐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도, 공주의 목적을 위해서라도, 팔랑귀인 공주가 혹여라도 설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이자는 몇 번이고 이런 식으로 굴었다.
새침하게 굴었으나, 세이자는 그렇다고해서 계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약했다. 그녀는 요괴였지만 인간으로서의 편린도 가지고 있는 나약한 생물이었다. 그녀는 강자에 의존하여서 종래의 목적을 달성해야만 했다. 지저와 지상의 세계를 분리하고 있는 결계를 뚫어내는 데에도 그래야만 했다. 그렇기에 쇼 일행을 깨운 것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다던 그녀들이라면 혹여나 가능할까, 그런 막연한 가능성 하나만을 염두에 두어서. 굳이 왜 그녀들이었냐면, 이 아집투성이의 생명체들만 가득한 지저에서 유일하게나마 긍정적인 성품의 일편이 서술되었으니까.
"뭐어... 방법이 없는 것 까진 아닐지도 몰라."
그것으로 모두의 시선이 모인다. 짐짓, 같은 느낌으로 한 말인데 시선이 갑자기 집중되자 무라사는 손을 저으며 좀 놀랍다는 티를 낸다.
"확실한 거 아냐! 아니, 너무 기대하지 마!"
"그래도 말해봐."
"그게 말이지... 최근에 결계가 한 번 뚫렸었다는 정보가 있었거든. 그냥 흘려들을 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단 그거라도 말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결계가 뚫려?"
"뚫렸었대. 근데 그 틈이 어딨는지는 글쎄? 보수됐다는 이야기도 있고, 오히려 더 커졌다는 얘기도 있고."
"……."
세이자는 목은 반쯤 내밀고, 고개는 반쯤 숙이고 치켜뜬 눈으로 타오르는 모닥불을 멍하니 본다. 자신도 그런 소문을 못 들어본 것은 아니나, 터무니없어서 허황된 말로만 치부했던 것이었다. 세이자는 껄끄러워했다. 껄끄러움에는 이유가 여럿 섞여있다. 사실은 이렇게 지저를 누비는 것도 그 틈새란 게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는, 허황된 것이라 여겼다기엔 신경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서술될 것이 뻔한 자신의 옛 행동 때문과. 도무지 그 틈새란 걸 찾을 수가 없어 이제는 포기한 상황에서 또 그런 이야기를 타인에게 들어버린 이유 탓에.
세이자는 정말로 마음 한 켠으로, 절대 그것만은 안된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생각의 심연속으로 잠겨놓았던 계획 하나를 꺼내려 든다. 그만큼의 거부감이 드는 만큼 자신은 도무지 얽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그 계획을 낚아올리며 의식의 표면 위로 튀어 행동거지에도 티가 났다. 그녀는 시선을 끌 미끼부터 던진다. 완전히 낚아올리는 것은 잠시 후다.
"만약,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 틈새의 위치를 알 수 있을만한 녀석이 있긴 해."
"누구죠?"
달콤한 미끼는 모두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자신은 낚아올리는 주체가 되어야지 달콤한 미끼에 낚이는 객체가 되어서는 안됐다. 빨려들어가지 않도록 말을 조심한다.
"말은 해줄수 있지만, 조건이 있어."
"조건요?"
모두는 일단 들어보자는 식으로 마른침을 삼키며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세이자는 밀릴세라 눈을 치켜뜨며 나직이 말한다.
"그 녀석들을 만나러 가는 건 너희들뿐이야. 나는 빠진다."
"예?"
"이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난 너희들에게 그게 누군지 알려주지 않아."
말은 없지만 서로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시선을 교환하는 것들만 봐도 그렇다. 휘둥그레 뜬 눈으로 서로를 흘깃 쳐다보고 눈치를 살피는 꼴이, 이게 말이 되느냐고 자신에게 항의하는 듯만 하다. 하지만 세이자의 의견은 확고했다. 그녀는 완고했다. "들을 거야? 말 거야?" 하고, 도발하듯이 군다. 모두가 대답을 할 대표 자리는 떠넘기고 있다.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는 여기에 동의를 표해야만 했다. 총대는 쇼가 맸다.
"…들어보죠."
"……몇 번이고 말하지만 난 빠진다. 거기까지 안내만 할 거야."
"예."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확연히 밝히고서야 세이자는 짙은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코메이지 사토리, 그 지랄맞은 사토리 요괴라면 알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