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두꺼비 괴인)의 처소에 끌러온 카라스텐구는 그대로 포박 당한 채 벽면에 늘어선 기둥에 묶여졌다. 처소 안에는 결코 향기롭다고는 할 수 없는 수상한 냄새가 가득했고, 햇빛이 차단된 어두컴컴한 내부는 등불만이 옅은 빛을 내고 있을 뿐이었다.
'커컥..'하고 근처에서 누군가가 기침을 토해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닥과 탁상에 놓인 섬뜩한 도구들에 무심코 비명을 지르려는 찰나 들려온 소리에 그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누군가와 눈을 마주쳤다.
기침을 토해낸 자는 척 봐도 안쓰러울 정도로 수척해져 있는 남자였다. 카라스텐구는 어렵지 않게 남자가 자신처럼 흉물스런 두꺼비 괴인에게 잡혀온 요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언제부터 감금되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곳에서 모진 고초를 겪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남자의 눈은 생기가 없어 시체를 보는 듯 했다. 그때 한탄 섞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남자가 아닌 다른 자가 낸 소리였다. 카라스텐구는 남자 너머 묶여 있는 또 한명의 남자를 눈에 담았다.
그 남자는 아까의 남자와 같이 무척이나 수척했다. 머리에 달린 짐승의 특징에 카라스텐구는 남자가 구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구힌은 낮은 목소리로 흐느끼며 울고 있었다. 커억, 컥. 으흐흑. 기침과 흐느끼는 목소리에 불안감과 공포심이 고조된다. 저 두 남자가 자신의 미래라는 사실에 카라스텐구는 다시 한 번 울고 싶었다.
자신을 묶고 나서 계속 딴 짓을 하던 괴물이 준비가 되었다는 듯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앞으로 나련에게 기쁨을 줄 동료니까, 사이좋게 지내야한다노."
흐헤헤헤. 음흉한 목소리로 웃는 그녀의 입가에 한 줄기 더러운 침이 흘려 내렸다. 그걸 손목으로 슥슥, 닦아낸 괴물이 느릿한 걸음으로 카라스텐구에게 다가갔다. 이윽고, 코앞에 우뚝 선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를 그에게 보여 주었다.
"으헤헤헤... 이기 네 ㅁㅁ에 박혀서 쑤컹쑤컹할 나련 특제 요술방망이노. 조까 아파서 잉잉 하고 울어버릴 거다노."
칼자루보다도 굵은 몽둥이에는 우둘투둘한 구슬이 박혀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자신의 엉덩이에 들어간다고?!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런 것이 들어왔다간 엉덩이가 찢어져 제 기능을 상실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저 괴물은 진심이었다.
"봊나 기대되노? 벌써 우는 얼굴이다 이기."
"사.. 살려줘... 그런 걸 엉덩이에 넣었다간 죽어버릴 거야!"
"엄살은! 텐구정도 되는 요괴가 ㅁㅁ 쑤컹쑤컹 좀 한다고 안 죽는다노 이기!"
그가 아무리 애원하며 빈다고 해도 그녀는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잡아온 남자를 성적으로 학대하는 일에 있어서 잔혹성을 드려내는 그녀는 그 흉기 같은 몽둥이를 그의 엉덩이에 무리하게 집어넣을 것이며, 살갗이 찢어져 피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린다 해도 학대라는 이름의 유사 성행위를 계속할 예정이었다.
카라스텐구는 이제 곧 닥쳐올 끔찍한 고통과 치욕에 차라리 자신이 텐구가 아니라 인간이었으면 했다. 그랬다면 혀를 깨물어서라도 치욕을 겪지 않고 스스로 끝을 낼 수 있었을 텐데. 요괴의 몸은 그런 '자결'이라는 선택지 조차 불허하고 있었다.
부우욱, 하고 입고 있던 바지가 찢어졌다. 하의가 사라져 훈도시 한 장 걸친 하반신이 그대로 노출된다. 괴물은 천 조각 한 장에 가려진 성기를 뚫어져라 응시하며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봊나 실↗이노. 실망이다 이기.."
내뱉은 말과는 달리 그녀의 얼굴은 기대감에 차 있었다. 이윽고, 성기를 가린 천조각 마저 찢어 버리려 할 때였다.
쾅!
단단히 잠겨져 있던 문이 파편을 튀기며 날아갔다. 그리고 문을 날려버린 인물이 안으로 발을 들였다.
"... 이거 장관이라고 해야 할지.."
감탄사처럼 내뱉은 목소리에는 당혹감이 섞여 있었다. 문을 부수고 들어온 불청객은 아이의 일격을 몸으로 받아내고 쓰러졌었던 코우였다. 갑작스런 방해에 아이는 핏발이 선 눈으로 노려봤다.
"귀남이 또 방해하노? 나련 심기 불편하게 만들지 말고 ■■해라 이기!"
"죽어버린 요괴까지 합치면 도대체 이 짓을 얼마나 해댄 거야."
그러거나 말거나, 코우는 이 장소에서 행해졌을 잔혹한 행위들을 떠올리며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속출 했을지 추측했다. 눅눅한 실내에는 미미하지만 소변 냄새가 감돌고 있었다. 아마도 이곳에 잡혀온 자들이 성적으로 고문을 당하며 지린 것이겠지. 그리고 피 냄새와 대변 냄새. 이미 죽은 사람과 같은 기둥에 묶인 요괴들의 얼굴.
죽지도 못하고 계속 고통을 받아야 했을 요괴들을 생각하니, 코우는 오니라곤 하나 그녀의 행각이 너무도 잔혹하게 느껴졌다.
자신을 무시하고 감상에 빠져있는 코우에게 아이가 고함쳤다.
"소추소심 귀남이 나련을 무시하노! 봊나 짜증나아아아아-!"
카라스텐구의 엉덩이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무수한 요철이 돋아나 있는 몽둥이를 코우를 향해 힘껏 휘두른다. 후웅-! 바람을 가르며 휘둘려 오는 그것을 코우는 머리를 숙여 어렵지 않게 피해냈다. 그 직후, 품속으로 파고든 코우가 그녀의 명치에 주먹을 찔러 넣었다.
퍽! 둔탁한 소리가 터져나왔고, 급소를 가격 당한 아이는 인상을 찡그리며 뒷걸음쳤다. 이어 비어 있는 그녀의 명치에 추가타가 연달아 꽂혔다.
퍽퍽퍽퍽퍽!
고기를 다지듯 코우의 주먹이 쉴 새 없이 그녀의 명치를 두드린다. 육안으로 쫒을 수 없는 속도로 수십, 수백의 연타가 작렬했다. 그녀의 두터운 지방층은 오니의 주먹으로도 피해를 입힐 수 없는 무적의 갑옷이었지만, 급소를 노린 수백이 넘는 연타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이윽고, 연타로 인해 지속적으로 누적된 충격은 그녀의 지방층을 뚫고 장기에 손상을 입히기 충분했다.
"꾸웨에엑-!"
돼지 멱따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입에서 각혈이 토해져 나왔다.
"이.. 이이.. 실↗귀남이..! 귀녀대장부를 아프게 했겠다!!"
백귀야행에 합류한지 아직 일 년도 되지 못한 나약한 오니가 감히 자신의 옥체를 상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아이는 흉악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격분하며 소리쳤다. 그리고는 지근거리에서 명치를 연타하고 있는 코우를 향해 깍지 낀 주먹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는 그대로 그의 머리를 향해 내려찍었다.
바위도 분쇄할 패력을 담은 아이의 깍지 주먹. 그러나 무의미하게 허공만 가르고 만다. 코우는 그녀의 주먹이 자신의 머리를 부수기 직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몸을 뒤로 날려 피해낸 것이었다. 그녀의 공격은 하나하나가 빠른데다 무시무시한 위력을 담고 있긴 했지만, 대비만 잘 하면 피해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처음에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정통으로 받아내게 되었던 것은 단지, 방심하고 있었을 뿐. 그녀의 주먹은 비록, 구마와 동등할 정도의 속도와 위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구마처럼 허를 찌르는 노련함이 없었다. 즉, 구마에 비하면 단조로운 그녀의 공격은 피하기 쉬운 편이었다.
연 이어서 휘둘려지는 주먹을 간단히 피해낸 코우는 다시 그녀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비어 있는 명치를 가격했다.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주먹을 피해 뒤로 몸을 뺀다. 싸움에 있어 학습 능력이 없는 아이는 같은 방식으로 찔러오는 코우의 움직임에 대처하지 못해 두 번, 세 번 같은 공격을 허용하는 것을 반복했다.
그리고 다섯 번 째로 코우의 주먹에 명치를 허용해 버린 그녀는 마침내 무릎을 꿇고 말았다.
쿵쾅!
육중한 무게로 인해 둔중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피가 새어 나오는 입술을 세게 깨문 그녀는 핏발이 서다 못해 흰자위 없이 온통 새빨갛게 된 눈으로 코우를 노려봤다. 당장이라도 눈앞의 오니를 찢어 죽이고 싶은 그녀였지만, 누적된 충격으로 내장이 엉망이 된 몸은 더 이상 말을 듣지 않는다. 분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패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백귀야행에 합류했을 때만해도 입으로 훅 불면 날아가 버릴 만치 약골이었던 오니가 일 년도 되지 않아 백귀야행에서 나름 상위의 강자로 통하는 자신을 패배 시킨 것이었다.
"실↗귀남에게 지다니... 귀녀대장부도 다 죽었노."
충격이었지만, 기분이 나쁘지 만은 않았다. 오히려 시원해진 기분이 드는 아이였다. 자신이 줄곧 얕잡아 봐왔던 남자가 설마, 이 정도로 성장했을 줄이야. 물론, 슈텐의 지도와 죽음도 불사하는 노력이 있었다는 건 잘 아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자신을 쓰러뜨릴 만한 성장을 이뤘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
"나련, 이제 너보고 실↗이라고 하지 않겠노. 이기."
그녀는 아직 신참인 그를 재평가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을 이길 정도의 힘을 갈고 닦은 그를 어찌 '실↗'이라 폄하할 수 있겠는가. 패자인 그녀를 내려다보며 코우는 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저 카라스텐구뿐만 아니라 감금되어 있는 다른 자들도 풀어주겠습니다."
"후.. 패한 봊은 승리한 ↗에게 따라야 하는 법. 맘대로 하라노."
괴물의 입에서 나온 해방 선언에 절망 속에 반 시체 상태로 묶여 있던 요괴들의 눈에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저 괴물로부터 벗어난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꿈에도 그리던 순간이었다. 이제 두 번 다시 하늘을 태양을 볼 수 없으리라 여기고 있었는데.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죽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매일 성적 고문과 학대에 망가져 가던 그들은 이제 말라서 더는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눈물을 펑펑 쏟으며 환희했다.
신이시여!
요괴이긴 하나 그들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신의 기적이라 믿었다. 그리고 그 기적을 일으킨 코우를 공경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감격에 찬 감사를 뱉어냈다.
"가.. 감사합니다!!"
"으흐흑... 정말 감사하오!!"
카라스텐구도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코우에게 감사를 표했다.
"너 정말 좋은 오니구나!"
그는 코우라면 자신의 엉덩이 정도는 허락해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죽음보다 더한 지옥을 겪지 않게 되었으니 무엇이 아깝단 말인가. 목숨을 바쳐도 갚지 못한 빚이었다. 텐구로서의 자존심? 저 괴물에게 덮쳐지는 것에 비하면 자존심 따위 버려도 아깝지 않다.
기둥에 묶여진 몸이 자유를 되찾자마자 그는 자신을 풀어준 코우의 품에 와락 안겨 들었다. 그리고 엉망이 된 얼굴을 가슴에 비벼대며 꺼이꺼이 울었다. 그는 이러다 동성인 그에게 자칫 연심이 싹 틀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