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레이 레이무는 그저 걷고만 있었다. 뿌리칠 이가 없는데도 주억거리는 팔에는 힘이 꽉 쥐어진 채이다. 그래야만 할 이유는 그녀가 마치 어두운 안개 속을 걸어 헤메고 있는 듯한, 그렇기에 느끼는 정체모를 의도에서의 흐릿함이 몸 전부를 잠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은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몸은 그 생각과 반대로 행동하려 드는것만 같다. 그러니까 휘청거리는 몸을 다잡으려 구심점이 되는 팔에 힘을 잔뜩 주어 주억거리고 있는 것이다.
레이무의 마음속은 불쾌했다. 정의내릴 수도 없고 정의내리려 하면 할 수록 의미가 멀어져만가는 다습한 무언가가 응어리진 채로 몸속에 머물러서 호흡을 약하게만 하고 있는 듯했다. 주억거리는 팔이 부들거리더니 빨라진다. 그 정체처럼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지 전혀 이해가지 않을 그 무언가는 몸 전체를 잠식하여 그렇게 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전혀 차분해질 수가 없는 레이무는 그렇게 걸음을 늦출 수가 없고 점점 빠르게만 한다. 그것이 다급함을 명령한다. 걸음만으로는 부족해져서 곧이어는 달리게 되었다. 호흡은 가빠지고 더욱 거세졌지만 정체모를 응어리는 남아있다. 그것은 도저히 떠날 생각을 않고 레이무의 정신과 육체 모두를 괴롭힌다. 그것에 정신이 팔린 레이무는 목적지조차 정할 정신도 남기지 못하고 끊임없이 뛰고, 또 뛰어 정처없는 달리기만을 계속한다. 끝을 모를 가속이 계속되다 레이무는 두려움을 안았다. 어느새 숨을 쉬는 것조차도 잊었다. 그리고 어느새 숨을 쉬게 됐다는 걸 깨달았다.
심장을 잡자 뛰는 박동과 가쁘게도 이는 호흡은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린다. 온 몸에서 살아있다는 생명의 징후가 느껴지는데도 살아있음이 전혀 기쁘지 않았다. 결여되어있는 누군가를 향한 자신의 마음은 이미 육체를 빈 껍데기처럼만 만들어서 그렇다. 가쁘게 쉬던 숨 사이에서 칵칵, 울려대는 기침 유사한 웃음소리가 주변을 울렸다. 레이무는 숲 속에 있었기에 근처 아무런 나무에나 기대고 흐느끼는 웃음을 계속한다.
버렸다. 모든 것을 버리고 지금 떠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란 개체의 주위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생명의 무리들은 자신이 아직 미련을 갖고 이 세계를 떠나지 못했다는 확실한 증거로서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 그리고 자신조차도 모든 인연의 끈을 끊은 채 홀로 고독함을 구가할 수 없다고 느껴서 더욱 괴롭다.
생명이 뛰고있음의 증표인 심장을 지금이라도 당장 뜯어 어떤 것에도 안주하기 싫지만, 어떤 것에라도 안주하고 싶은 이 절망적인 현실을 끝내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어떤 것에라도 안주하고 싶다는 마음은 현실에 기대려들기에 자신이 심장을 뜯어 의식을 잃어버리는 행위를 말린다. 모순된 자신 둘이 부딪히면서 생기는 신경의 쇠약은 자신이라는 개체의 마음을 빠져나올 수 없는 야와타노 야부시라즈에 영원히 가두도록만 한다. 그렇게 하면 죽지도 않고 살아있으면서 그나마 둘을 모순되지 않게나마 남아있게 하기에 그렇다. 하지만 그러면 더욱 고독해지기만 할 뿐이다. 갇혀있을뿐인 나는 살아있음의 의미를 갖고있지 않다. 살아있음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숲에서 빠져나오려는 노력을 하지 못한다. 그저 고독히 있다.
나무에 쓰러지듯이 기댄 레이무는 앉음새를 고칠 생각도 없이 그저 고개를 털썩 떨군 채 머리숱을 쥐어짜며 흐느낌을 계속한다. 버리고, 버려야만 한다고. 방금의 자신이 말했던 목적을 상기시켜서 어떻게든 행동을 이어나가려만 든다. 그러나 흐릿한 망막의 렌즈 너머로 보이는 초목의 색은 속세에 자신이 존재하기에 아직 미련을 갖고있다는 확연한 증거로서 피력되고 있다. 떠나려드는데 아직 떠나지 못한 자신의 마음 중 도대체 어느 것이 진정한 하쿠레이 레이무가 원하는 것인가? 레이무는 그런 물음을 확실하게 머릿속으로 떠올리지는 못했지만 막연하게나마 느꼈다. 그렇기에 오열하려는데도 방금과 비슷한, 하려는 쪽과 하지 않으려는 쪽의 모순된 감정이 부딪히면서 쇳소리같은 거친 숨만이 그 타협점으로서 내보내진다. 행동 하나하나에서의 의식의 모순이 이 이상 계속되다간은 미쳐버릴 것이란 사실만은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그 어떤 모호한 현실보다 확실해서 도저히 제정신이 유지될 수가 없다.
어쩌다 레이무는 주먹을 내리쳤다. 그러자 바닥이 패이면서 흙덩이가 튀었다. 마음을 옭아매던 정의내릴 수 없는 모호함이 그것으로 약간은 덜어졌단 착각이 들었다. 파괴의 행위는 그 잔혹성있는 행위를 내릴만큼에 필요했던 결단만큼 모호함을 떨쳐내는 데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레이무는 그 잔혹성이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이 무겁지 않지만 막중한 짐이 덜어질까 하여 눈앞에 천재지변을 일으킨다. 하지만 와중에 느낀 좨책감의 일말때문에 그만둔다. 천재지변의 잔혹성으로는 마음의 모호함을 떨쳐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만둔다. 자신이 직접 재해를 일으켰지만 직접 일으키지 않는듯한 주체의 흐리멍텅함은 그것을 떨쳐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가 없었다. 이제 택하는 것은 육체라는 그릇을 직접 움직이기에 자신이 주체임을 확신할 수 있는 육체적인 폭력뿐이다. 레이무는 한동안 그것을 계속한다.
얼마나 그랬을지. 폭력에 후회를 느껴 쉼을 몇 번을 반복했던지. 그러면서 그만둘 수가 없어 계속해서 의식이 흐릿해질때까지 폭력을 휘둘렀을 때즈음일까. 해는 몇 번을 지고 달은 몇 번을 일어났을지 기억도 안 날 때일까.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하나의 이유 때문에 레이무는 풀린 동공을 어느 한 곳에 집중시키며 몸을 멈췄다. 그것의 중점에는 누군가가 있다. 자신이 도저히 떠날 수 없도록 미련을 마음에 못박아버린 이다. 유카리는 말한다. 어느 때와 같이 자신의 이름을. 그것도 다급하게.
"레이무…!"
"……."
눈물섞여 발음조차 명확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것이 전하는 의미는 너무나도 당연하다. 레이무는 파괴를 멈추고 고개를 살짝 젖히듯이 든 채 그녀를 마주한다. 이것이 떨쳐낼 마지막 기회라고, 자신은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왜 듯하다 이냐면 아직도 자신이라는 개체는 무게를 잡지 못하고 끝없이 흔들리는 천칭이었으니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