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해가 살짝 얼굴을 내민 후가 되어서야 레이무와 나는 스와코를 간신히 재울 수 있었다. 잠만 들까 하면 소스라치게 몸서리를 치면서 깨는 스와코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쯤 되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스와코가 왜 갑자기 저렇게 된거지?"
"아마도 짧은 기간동안 수많은 자신의 기억을 먹어치워서 감당할 수 없게 된거같은데..."
레이무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지금 스와코의 몸에는 엄청난 양의 기억들이 한번에 소용돌이 치고 있어. 그 기억들이 서로 충돌하며 지금의 상황을 만든게 아닌가 싶은데..."
"그렇구나..."
레이무의 단순한 가설이지만 매우 일리 있는 말이기에 일단은 이 가설을 믿어보는 수 밖에 없다. 앨리스는 일찌감찌 잠든 뒤이고 레이무와 나는 학교에 가기 전 짧게 탐색을 하고 등교를 하기로 했다. 남은 기억들이 자아를 가진것마냥 쉴 새 없이 동네 이곳저곳을 쏘다니는 터라 완전히 발견하는 것은 고사하고 흔적이라도 찾는다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벌써 나가는거야?"
부산스러운 소리에 앨리스가 어느샌가 잠이 들 깬 얼굴로 밖에 나와있었다. 앨리스는 교복을 챙겨입고 가방 안에 이것저것 집어넣는 우리를 번갈아 보더니 피곤에 절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 너희도 알다싶이 지금 스와코는 몸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일을 반복하고 있어. 그런데 무리해서 스와코에게 기억을 주입시킨다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지?"
"우리가 원해서 하는것이 아니야."
레이무가 잠든 스와코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아이가 원해서 하는 일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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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열기는 어느샌가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새벽 공기는 서늘하고 냉랭하다. 하늘은 드높고 구름 한점 없는데다 천천히 떠오르는 해는 동네의 구석구석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몸을 숨길만한 구름조차 없어서 공중에서 탐색을 하는것이 걱정 되었지만, 새벽 5시부터 하늘을 바라볼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을것이라는 레이무의 판단 아래에 우리는 거리낌 없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무슨 투명 망토같은거라도 있다면 조금은 더 공중을 날아다니는것이 편할텐데"
"꿈 같은 소리를 너무 쉽게 하는거 아니야 마리사? 우리는 현대시대에 살고 있어. 투명 망토같은 허무 맹랑한 소리는 그만 두자고"
레이무가 정색하며 말했다.
"마법도 있으니까 투명 망토같은것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알 수 없던 세계에선 엄청나게 수많은 허무맹랑한 일이 일어나고 있던걸"
"그건 그렇지만...어떻게 사람이 투명하게 되!"
"앨리스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앨리스가 아니더라도 마법사들중 누군가는 만들지 않을까?"
"으으...그것도 그렇겠네...네 말대로 우리가 사는 세계는 뭐든 이뤄질 수 있는 허무맹랑한 세계니까. 가능할 지도 모르겠네"
하늘엔 고개를 빼끔 내밀고 상태를 지켜보던 태양이 어느샌가 머리를 내밀고 길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도시의 곳곳이 황금빛으로 반짝이기 시작 할 때 쯤 레이무가 갑자기 나를 부르며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마리사. 저거 봐."
나는 레이무의 손가락을 따라 어느 한 지점에 시선이 멈췄다. 무언가 균열같은것이 공중에 붕 떠있는 상태였다. 쉴 새 없이 불길한 기운을 내뿜으며 균열은 서서히 닫혀가고 있었다.
"저거...지금 스스로 문 닫고 있는거 맞지?"
"더 늦기전에 안으로 들어가야 겠어! 어쩌면 저걸 놓치면 안된다는 직감이 들어! 어서!"
나는 레이무를 앞장서 레이무에게 손을 뻗었다. 레이무가 내 손을 잡았고, 나는 가볍게 레이무를 빗자루의 남은 공간에 앉히는걸 성공 할 수 있었다.
"레이디 에스코트 하는 능력이 대단한걸?"
레이무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됬고, 허리 꽉 잡아! 전속력으로 달릴테니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빗자루는 엄청난 속도로 균열을 향해 날아갔다. 균열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에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균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환한 빛이 우리를 감쌌고, 한동안 앞을 볼 수 없었다.
눈 앞을 가리고 있던 빛이 서서히 걷혀갈 때 쯤 주변 풍경을 둘러볼 수 있었다. 붉은 황혼이 세계를 뒤덮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해가 져버릴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대지에는 수없이 짙은 검은 연기들이 사방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리사. 저걸 봐"
다시 한번 레이무가 손을 뻗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레이무는 낡은 고성을 가리키고 있었다. 드높은 일본식 성이었다. 하지만 성의 웅장함은 온데간데 없었다. 천수각은 반쯤 불타고 있었고, 성벽은 무너져 있었다. 자세히 바라보니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파놓은 해자의 안에는 사람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이 결계는 전투가 끝난 후의 전장같았다.
승자의 환호성도, 패자의 비명도 들리지 않는 침묵의 폐허였다.
레이무는 내 빗자루에서 내린 뒤 공중으로 떠올랐다. 공중에 잠시 멈춰서 멍하니 성을 바라보던 레이무는 입을 열었다.
"이건...확실히 스와코의 기억이 맞겠지?"
"아마도...맞을거야."
"스와코는 대체 어떤 일을 겪었길래 이런 전장을...기억하고 있는거지?"
그때 바닥에서 엄청난 속도로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왔다. 나와 레이무는 간발의 차이로 갑자기 뻗어나온 무언가를 피할 수 있었다.
"이건...덩쿨...?"
나무덩쿨이였다. 나무덩쿨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여기저기 박혀있었다. 칼날뿐만이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각종 병장기란 병장기는 다 나무줄기에 얼기설기 얽혀 안그래도 기괴해 보이는 모습이 더욱 소름끼치게 느껴졌다.
"마리사! 저 아래야!"
나는 아래를 덩쿨을 따라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 누군가 아래에 서있었다. 몸을 기괴하게 뒤틀자 덩쿨이 순식간에 땅으로 빨려들어 내려갔다. 나와 레이무는 지체하지 않고 땅을 항해 내려갔다.
"너! 누군데 이런 짓을...허억...!"
레이무는 성질을 내며 상대방에게 다가가다 상대방의 모습을 보고는 몸이 굳어버렸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사극에서 많이 보이던 장군과 별 반 다를것이 없었다. 태양을 등지고 서있었기에 더더욱 그 모습을 알긴 힘들었지만,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니 인간과 갑옷 그리고 나무줄기가 한데 뒤엉켜 있는 끔찍한 모습이었다. 말 그대로 나무 장군이었다.
투구의 장식이라고 생각됬던 곧게 솟은 뿔이 투구를 뚫고 튀어나온 나무 줄기라는것을 깨닫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으...어어어...!"
나무 장군이 무어라고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목에서 목소리라기보단 나무가 삐걱대는 소리와 신음이 뒤섞인 괴성이 들려왔다.
"카...아아아아아아아..."
나무 장군은 손을 뻗어가며 무어라고 말을 하려 했지만 이윽고 자신이 말을 할 수 없다는것을 깨달았는지 머리를 감싸쥐고 괴로워 했다.
"저...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의는 없는거같지?"
"그러게...이봐. 뭔가 곤란해 하는게 있다면 우리가 도와줄 수..."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무 장군이 갑자기 검을 뽑아들고 괴성을 내질렀다. 그러고는 아무런 자세도 취하지 않고 미친듯이 우리를 향해 검을 휘두르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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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오랫만의 소설입니다!
요즘 게임이 너무 재미있는게 많이 나와서 말이죠.
이것저것 다 골라먹다보니 체해서 병원에 갈 정도로 즐겼습니다 헿힣.
여튼 너무 오랫만에 쓰는 작품인 만큼 감회가 색다르네요.
스토리를 어떻게 써나가야 할지 애먹어서 오래 걸린 부분도 있습니다...
이전보다 이야기 짜기가 힘드네요.
그래서 머리속에서 어거지로 짜내서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