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아직 온전한 밤이 되지는 않은 때였다. 하지만 직전의 상황과도 같아서, 하늘의 붉은 석양은 곧 모습을 감추려고 한창 일렁거리는 중이었다. 밤은 곧 요괴의 때. 그렇기에 인간은 숨을 죽일 시간. 그 불문율에 따라 가게는 점점 문을 닫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의외는 언제나 있어서, 아직은 불을 꺼트리지 않은 곳이 곳곳에 존재했다. 지금 후타츠이와 마미조가 있는 가게도 그 중 하나였다. 서양물을 흠뻑 먹은듯한 목조의 건물. 분위기에 걸맞은 메뉴도 구비하고 있어서, 막 그녀가 앉은 테이블의 위에는 쓰디쓴 커피가 한 잔 놓인 채였다.
“자네가 먼저 나를 부르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구먼?”
마미조는 왼손을 놀려 테이블 위를 점거한 너구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면서도 테이블 너머의 누군가에게 시선을 떼지는 않았다. 참으로 불평스러운 표정인 그녀. 표정만이라면 금방이라도 가게를 엎어버릴 듯한 기세의 그녀. 설마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항상 자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놀라움을 보여주었던 그녀였기에 마미조는 분위기나 좀 쇠하려 농을 꺼냈다.
“이곳 꽤 괜찮지 않은가?”
“뭔 개소리야.”
“바깥세계의 냥이 카페를 본 딴 너구리 카페라네. 인기도 좀 있지. 체인점도 곧 있으면 생길 기세라고?”
“이딴 게 마을에서 유행하면 내가…… 하, 아니다.”
“왜 그러나? 자네를 쫄래쫄래 쫓아다니는 현자님께서도 한 번은 들른 적이 있었네만. 진짜로 인기 많다네.”
“아 집어 쳐. 도대체 왜 여기로 장소를 정한 건데?”
관자놀이를 누르던 레이무가 짜증을 참다못해 마미조를 노려봤다. 이렇게 공개된 장소는 절대 요괴와 하쿠레이의 무녀가 만남을 갖출 만한 조건을 갖춘 곳은 아니었다. 이번 대화의 주제를 위해서는 오히려 더욱 폐쇄되고, 인기척이 없는 장소를 필요로 했다. 절대 새어나가선 안 될 이야기들뿐이니까. 하지만 마미조는 그런 위험성은 모르는 건지, 하도 여유로운 상태였다. 그 여유로움을 한껏 뽐내며 마미조가 말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아니, 분명. 하, 그래. 만나자고 한 건 나였지만, 장소를 정한 건 너였지. 근데 왜 여기냐고? 좀 눈이 없는 곳에서는 안 돼?”
“흠- 우선은 휴식을 취하면서 긴장을 푸는 것도 좋다 생각해서 말일세.”
콧숨을 작게 소리 내어 쉰 마미조의 어깨에는 카페를 나돌던 너구리가 올라탔다. 마미조는 오냐오냐, 쓰다듬어주더니 잔을 들어 홀짝 마셨다. 인상을 찡그린 상태인 레이무에겐 당이나 충당하라며 과자를 권했다. 눈꼴사나운 행동에 레이무는 테이블 위의 주먹을 으득, 쥐었다. 마미조도 그런 위협에는 흠칫하여서 평소보단 재빠른 빠르기로 말했다.
“자자, 일단 들어보게나. 시간이 지나면 이곳은 사람들의 눈에는 인식되지 않게 되네. 이 가게도 일종의 환상, 혹은 전설 비슷한 것이니 말이지.”
“…….”
“그러니 그때까지는 표정이나 좀 풀고 있지 않겠나? 보는 사람으로선 참 무섭다만.”
레이무가 천천히 주먹을 폈다. 짧게 한숨을 쉬며 과자를 머금고는 입을 오물거렸다. 표정을 유지하려고 애를 쓰나, 결국에는 점점 풀어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여서 마미조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절대 겉으로는 웃지 않았다. 웃었다간 물리적으로 죽었다. 이 말에 과장은 없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왁자지껄하던 가게의 손님이 떠나갔다. 웅성거리던 가게 주위의 소음도 멎어만 갔다. 어둑어둑해진 공간을 동그란 도깨비불 하나가 희미하게 밝혔다. 마미조는 가게 점주를 부른 뒤 밖으로 내보냈다. 둔갑너구리 중 한 마리라 레이무에겐 첨언했다.
“자, 이제 보는 눈도 귀도 없네. 이곳은 환상과 현실 사이의 격벽이나 다름없는 공간이니까 말이지.”
“인간이 요괴가 되는 경우- 는 정확히 어떤 조건 하에 일어나는 거지?”
“흠?”
반쯤 감겨있던 마미조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레이무 자신부터가 인간에서 요괴로의 변화를 몸소 겪은 사례 중 하나인지라, 그쯤은 알고 있을 거라 판단했었던 마미조였다. 지금까지의 레이무가 행한 자취만 보더라도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불온함을 잠식시키려 그녀는 몸을 아끼지 않아왔으니까.
“인간이 요괴가 되는 이유라, 자네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알았다면, 코스즈를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지. 나는 짐작만 할 수 있었을 뿐이야. 정확히 어떤 것이, 뭐가. 인간을 요괴로 변화시키는지는 몰라.”
“의외로 별 건 없네.”
마미조는 우선 과거의 설화를 꺼냈다. 하시히메나 오니 등의, 질투심 혹은 복수심 또는 스스로의 본능을 이기지 못하여 요괴로 변화되어버린 이들의 이야기를.
“하지만 그 이외의 요인도 아주 드물긴 하지만 있기는 있다네. 자신의 신체에 이변이 일고 있다는 인식. 그것이 마음속의 초조, 불안, 두려움 등의 부정적 감정과 맞물리다보면 가끔. 아주 가끔- 불씨가 일지.”
“고작 그것 때문에?”
“단순이 이 요인뿐인 것은 아니지. 그랬다간 이곳 인간마을 사람들은 다 요괴이지 않겠나?”
마미조는 손가락을 굴려 원을 그렸다. 하도 말뿐인지라 심심해서 한, 크게 의미 없는 움직임이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려면 우선은 배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네. 단발적으로는 세계 멸망의 위험이라던가, 그에 비견될 정도의, 누구이든지 위험과 두려움을 느낄 정도의 이변 같은 것. 연속적으로는 요기에 노출되는 환경에 무방비인 상태로 놓이는 것.”
“……계속 말해봐.”
“안 그래도 그럴 걸세. 배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말은 했다만, 그것으로는 조건이 부족해. 변화를 겪는 사람의 체질도 큰 몫을 하지. 근데… 이건 좀 경우가 많은지라 설명은 좀 하기가 힘드네. 사람만 해도 체질은 수도 없이 있잖은가? 어느 사상에 한정지을 수도 없고 말이지.”
“…….”
설명을 하기 힘들다, 는 마미조의 말에 레이무가 눈을 사납게 찌푸렸다.
“무서우니까 그 표정은 좀 거둬주지 않겠나? 정말 꿈에서라도 나올듯한데.”
“난 코스즈를 전적으로 너에게 맡겼어. 그렇다면 그게 가능하다는 확신을 나한테 심어주어야 한다는 건 알 텐데.”
“…뭐, 그 아이의 경우만을 말하려던 참이네. 일어날 만한 일은 세 가지지.”
마미조가 손가락을 셋 폈다.
“첫째는 그 아이가 요마서 등의 방법을 통해 스스로 요괴로의 변화를 꾀할 경우. 둘째는 타 요괴의 격에 자신의 인격이 집어삼켜져서 자의식을 잃어버리는 경우. 셋째는…… 음, 아니군. 두 개 뿐이네.”
“그렇다면 스즈나안에 요마서를 취급하는 건 위험할 텐데.”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지. 지금에서 섣불리 요마서를 압수하는 등의 행위를 하면 반항할 수도 있고 말이지. 그 아이는 위험감각이 좀… 많이 결여되어있지 않은가?”
“…….”
코스즈는 옛날부터 좀 사고치는 경향이 많았긴 해서, 레이무는 잠시 침묵했다. 대화가 한참을 이어지지 않자, 마미조는 팔을 놀리며 더 뭐 묻고 싶은 게 있냐고 물었다. 아니, 그렇게 크게는. 레이무는 답했다. 마미조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잠시 걷지 않겠는가? 권했다.
그녀들은 걸었다. 타박거리는 발걸음소리가 나는 텅 빈 거리는 은근스레 시선이 느껴져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장소였다. 그녀들은 일일이 시선에 신경을 쓰는 반응을 해주었다. 사적인 이야기는 오가지 않아 마미조는 연초를 슬슬 피며 지루함을 때웠다. 레이무는 순찰을 하는 기분으로 약간 주의를 기울였다.
“…….”
“…….”
전혀 교차점이 없던 시선은 장소가 바뀌고, 시선이 쏠릴 것이 생겨서야 맞물렸다. 잠시 얼 탄 얼굴의 그녀들이 시선을 모은 곳은 텅 빈 광장의 벤치였다. 정확히는 벤치에 누운 채로 흑흑, 과장스럽게 울어대는 초록머리의 무녀, 사나에였다. 레이무는 마미조에게 시간을 물었다.
“음, 새벽 1시네만.”
“뭔.”
이 시간까지 밖에서 쏘다니는 녀석은 뭐야? 레이무는 한숨을 쉬었다. 눈을 감은 채 몸을 웅크리고 있는 사나에의 허리를 툭툭 건드려댔다.
“너 누구야. 왜 여기서 자고 있어.”
“흑, 이게 말로만 듣던 텃세인가요…….”
“뭐? 텃세?”
자다가 납치될 수도 있는 이곳에서 누가 노숙을 하고, 누가 텃세를 부려? 레이무는 참 이해가 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