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인간마을을 신기하다는 눈치로 이리저리 관찰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는 초록머리 그녀의 이름은 코치야 사나에. 환상들이를 한 지 아직 며칠조차 지나지 않아 아직은 환상향의 모든 것이 낯선 소녀였다. 인간마을마저도 며칠간 요괴의 산 탐방을 끝내고 오늘에서야 겨우 들리게 된 지라, 지금 사나에의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은 신비에 가까웠다. 그녀는 흡사 관광지에 들려 온갖 배경에 홀린 관광객이다.
“뭐라도 살 텨?”
“어~ 음, 아직은 아니요.”
그렇게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동네방네 노니는 사나에는 당연히도 상인들의 관심이 쏠릴만한 대상이라, 구경이나 해보라는 무수한 요청을 시도 때도 없이 받았다. 사나에 본인이 심부름을 요청받은 꼬마아이의 행세와 유사하기도 했다. 본래 목적마저도 심부름이기도 했다. 우리보다 먼저 이 땅에 있었다던 하쿠레이 신사에 대한 정보 수집이 그것이다. 다만, 대놓고 물어보기에는 아직 부끄러움을 타는 탓에 망설여 수확이라곤 없지만.
“와......”
하지만 질문을 부끄러워하던 소녀는 온데 간데 사라져, 지금은 눈앞의 광경에 헤벌쭉거리고 있었다.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밋밋한 자극의 목조건물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형형색색의 인형극. 사나에는 어느새 임무마저도 잊어버린 채로 관중들 사이에 동화되어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르고 있었다.
“다이달로스는 아들에게 주의를 주었어. ‘이카로스야, 탈출할 때는 나를 따라 적당한 높이로 날아야 한단다. 너무 낮으면 바다의 습기 때문에 날개가 무거워지고, 너무 높이 날면 태양열 때문에 밀랍이 녹는단다.’ 이카로스는 고개를 끄덕였어. ‘알았어요, 아버지.’ 마침내 둘은 미궁 밖으로 날았어.”
작은 인형 둘이 작은 날개를 퍼덕이며 무대 위를 날았다. 단순히 벽이었던 미궁이라는 무대가 180도 회전하여서 창문으로 탈출하는 이카로스 부자의 탈출을 극적으로 묘사했다. 사나에는 이후의 이야기를 알았지만 눈을 떼지 않았다. 오히려 알기에 더욱 눈을 반짝였던 것 같았다. 이카로스의 추락이 지금의 인형극에서 어떤 연출로 표현될지 그녀는 궁금해했다.
“이카로스는 날기에 자신이 붙자 흥분했어. ‘난 더 높이 날 수 있어!’ 아버지의 주의도 잊고 점점 높이 올라갔지. ‘앗!’ 날개의 밀랍은 태양열에 녹아 흘러내리기 시작했어. ‘살려주세요! 아버지!’ 떨어지던 이카로스는 외쳤어.”
이카로스 인형이 크게 휘청거렸다. 무대 위의 작은 털뭉치가 깃털이 바람에 날리듯 흩날렸다. 다이달로스 인형이 뒤를 돌아보았으나 까마득히 멀리서 떨어지는 이카로스를 붙잡을 수는 없었다. 처량히 이카로스가 빠진 바다만을 바라보다, 한 섬에 내려 고개 숙여 흐느꼈다.
“이카로스의 시체가 바닷물에 밀려왔어. ‘아아, 이카로스야...’ 다이달로스는 시체를 건져 바닷가에 고이 묻었지.”
인형의 무대를 커튼이 가리기 시작했다. 점점 어두워지며 닫히는 무대에서 목소리가 하나 흘러나왔다.
“그 뒤, 이카로스가 묻힌 섬은 ‘이카리아 섬’이라고 불리게 되었어요. 하지만 작은 재주나 능력을 믿고 오만하게 굴거나, 자만심 때문에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하는 것을 ‘이카로스의 날개’라고 부르기도 하게 되기도 했죠.”
목소리가 더 나오지 않자, 커튼이 무대를 완전히 가리자, 관객들의 박수와 함성이 앨리스의 목소리를 대신하여 메웠다. 앨리스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박수소리가 멎어감과 함께 관객들은 흩어졌다. 사나에도 그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 사람 중 하나였다. 재미는 있었다만, 엉겁결에 인형극을 전부 봐버린 것을 후회했다. 이 인형극 하나뿐이었다면 몰랐겠지만, 보는 것마다 쉽게 지나치지를 못해 벌써 하늘에서 노을이 져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으으, 너무 놀았어.......”
어떻게 받은 돈으로 요깃거리부터 사먹은 사나에는 좌절을 표했다. 정신 차리자, 사나에! 자기 뺨을 양손바닥으로 쳐가며 스스로를 타박했다. 그러니까 일단은 정보 수집의 일환으로, 가게 점장에게서부터 하쿠레이가 어떤 인물인지 물어보는 거다. 결심하면서 당당하게 걸음걸이를 했다.
“저기!”
“으, 응?”
“하쿠레이의 무녀는 어떤 사람인가요!”
“하쿠레이 씨? 으음…….”
팔짱을 끼던 점주는 망설이다 대답을 내놓았다. 무서운 분…? 더듬는 점주의 말에 사나에는 놀라 에? 감탄사를 내었다. 보통의 무녀라면 자신이 모시는 신님이 신앙을 얻기 용이하도록 친숙한 이미지를 갈고닦아야 하지 않던가. 인상부터가 우락부락하다면 권유를 해도 사람들이 잘 받아들이지를 못할 텐데?
“그런데 그런 건 왜 묻는…… 없네?”
하도 당황스러워, 자리를 뜬 사나에는 아까 전보다 발걸음을 빨리했다. 다시 한 가게에 들어서고서는 물건을 아무거나 집고 계산하면서 물었다. 하쿠레이의 무녀는 어떤 사람이냐고. 대답은 비슷했다. 다가가기 꺼려지는 사람. 무서운 쪽의 의미로.
“......에에.”
‘친절…, 하지는 않지만, 많이 신경써주시는 분이죠.’ 문을 닫는 소바집의 점주에게 물어보자 나온 말. ‘멋져요.’ 길을 잃은 꼬마아이를 집에 데려다주며 묻자 나온 말. ‘무뚝뚝?’ 그냥 물어보니 나온 말. ‘깡패.’ 지나가던 요괴가 한 말. 사나에는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면서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 황당함과 호기심이었다.
뭐지, 이곳의 무녀는. 어느새 어둑어둑해져 길을 밝히던 가게의 불들마저도 꺼진 때, 황량한 광장의 벤치에 앉아 사나에가 고민했다. 사람들의 대답을 종합해보아도 종잡을 수가 없었다. 특히 마지막으로 들었던 말인 깡패라는 단어는 아직까지도 뇌리에 박혀있어서, 뭔가 정리가 될까 싶을 때 종합적으로 답이 도출되는 것을 막았다.
‘많이 신경 쓴다는 말이 뭐 조직폭력배 쪽으로, 자기 구역이니까 신경 써준다는 말…인가?’
그러다 문득 정해진 결과 도출의 방향. 그렇게 사나에의 결론은 한 쪽으로만 기울어졌다. 무섭다, 무뚝뚝하다, ‘신경’써준다, 깡패, 멋져요. 왜인지 아귀가 점점 들어맞기도 했고.
……멋지다는 아이의 말이 약간은 거슬리긴 했으나, 선악구별을 하지 못하는 어린아이 특유의 호기, 아니면 삐뚤어진 동경 비슷한 것이라 사나에는 판단했다.
그렇게 완성된 사나에의 머릿속 하쿠레이 레이무의 이미지는 흡사 오니였다. 신장은 약 2m에 달하고, 무녀복 너머의 등에는 악마의 형상을 이루고 있는 근육들이 살아 숨쉬는. 그러니까 지상 최강의 무녀랄까.
“아니, 그건 그냥 한마 유지로잖아…….”
사나에는 스스로의 생각에 태클을 걸었다. 떠오르는 망상을 흩뜨리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벌떡 일어서서 양손을 꽉 쥐며 기합을 넣었다. 마침 시간도 늦었기에 내일을 기약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신님들도 하루 만에 뭐, 또 뭐를 다 해오라 타박하시는 분들은 아니었으니까. 이건 그냥 견문을 넓혀보라는 것을 돌려 말했던 거였겠지. 그러니까 일단은 집으로 돌아가서-
“못 나가.”
“네?”
“시간이 늦었으니 못 내보내드립니다.”
“자, 잠시만요? 저 집 가야 하는데!”
“피치 못할 사정이어도 안 돼(요).”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싸악 무시한 경비병의 대답. 몇 번이고 진심어린 설득을 시도했으나 돌아오는 것이라고는 차가운 푸대접이었다. 사나에는 고개를 푹 떨구고는 좌절하며 입구 반대방향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그래도 동정심에 내보내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노숙...할까...?”
다른 선택지는 없어서, 사나에는 노숙을 생각했다. 날씨도 슬슬 풀려가고 있는 계절이라 얼어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광장의 벤치에 옆구리를 대고 누워 조용히 자신을 지나치는 황량한 바람소리를 들었다. 이대로 있으면 몇 분 지나지 않아 잠들 수는 있을 것이다.
난생 첫 노숙을 낯선 이국의 땅, 아니 낯선 세계의 땅에서 할 줄은 몰랐는데. 왜 이세계 라이프에 이런 험난한 일이 일어나는 걸까. 사나에는 눈을 감고 불평어린 생각만을 이었다.
“…너 누구야. 왜 여기서 자고 있어.”
붉은 배색의 무녀복을 입은 한 사람이 자신을 깨울 때까지는.
“흑, 이게 말로만 듣던 텃세인가요…….”
잠자리마저 빼았는다니, 사나에는 저절로 볼멘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