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년 전, 어떤 사건을 계기로 마법사의 길을 걷게 되었던 키리사메 마리사는 꽤나 큰 기대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그것은 무미건조한 일상의 반복에서 벗어나 비일상과 연관될 수 있게 됐다는 기대 때문이기도 했고, 그때까지 상상만을 해왔던 어린 호기 특유의 망상들을 실제로 실현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법이란 그렇게 원리가 간단한 것은 아니라, 골머리를 앓기 일쑤였다. 마력이 넘쳐나면 뭐하는가. 그 넘쳐나는 마력을 활용하는 데 있어 애로사항이 엄청나게 꽃피는 것을.
단순무식… 까지는 아니더라도 짱구나 잔머리를 굴리는 데에 특화되어있는 마리사는 정형화된 수식이나 규칙을 이용한 마법을 체질에 맞지 않아했다. 당장에 앨리스가 쓰는 마법을 재현해보라 하면 한 십분의 일은 가능할지도 의문.
그래서 마리사가 사용하는 마법의 대다수는 그 무식할 정도로 넘쳐나는 마력을 쏟아 붓는 부류로 한정되었다. 팔괘로를 이용한 레이저도, 사용할 일이 아예 없을 것이라 생각되던 그녀의 필살기도 당연히.
“준비에 잠시 시간이 걸려. 사용할 때 신호를 보낼게.”
“그렇다면, 일단 거리를 벌리고 계세요. 시선을 끌겠습니다.”
대화는 이걸로 끝. 마리사는 기술의 밑준비를 위해 아직은 비틀거리는 앨리스에게 협력을 구했다. 카센은 방어 일변도이던 방금까지의 태세를 공격으로 바꾸어 돌진했다. 너스레 엄살떨면서 다시 일어나는 유카리에게 시선을 주는 이는 없었다.
‘무슨 기술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것밖에 가능성이 없어.’
루미아를 통해 요력을 흡수하는 기술이 통하지 않음은 방금 증명됐다. 다시 시도해본다 하더라도 완전히 속박해두지 않는 이상은 무리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정면승부가 그리 큰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믿을 것이라곤 그 필살기라는 존재뿐.
“후우.”
온전히 전투에 돌입한 카센은 숨을 딱 끊어내며 정권을 날렸다. 의외로 주먹은 깔끔하게 스이카의 복부에 작렬했다. 과연 오니이기는 한지, 자신과 비견될 정도의 힘에 스이카가 숨을 한 차례 토해내고 몇 발짝 물러서기까지 했다. 왜 공격을 이리도 쉽게 허용했는지.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나, 의문을 품을 새는 없었다. 카센은 연격을 잇기로 했다.
카센의 수도가 이번에는 명치에 꽂혔다. 일점으로 집중된 공격이나 살점을 완전히 파고들지는 못했다. 다음으론 축을 지탱하는 땅이 꺼질 정도로 무게가 강한 돌려차기를 이었다. 이번에 스이카가 취한 행동은 단순한 회피.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한 스이카의 눈앞에선 허공이 갈라지는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일었다. 착지 전, 돌려찬 카센의 발이 다시 내질러졌으나 이번에는 방어되었다. 대신에 튕겨졌다.
“이건 막지 말고 맞서보지 그러냐!”
구질구질하게 방어에만 몰두하지 말고! 스이카는 소리쳤다. 충격에 일시 튕겨났던 것조차도 바로 공격을 위한 밑준비였다는 듯이 아주 자연스레 발을 뒤로 땅기고는 허공에 발을 굴렀다. 그것만으로도 살인적인 위력의 풍압이 카센에게 쏘아졌다.
막지 말고 맞서라. 확실히 어설프게 막았다간 데미지를 입을 뿐인 미래 뿐에 없어서, 이번에 카센은 스이카의 말마따나 요격의 태세를 취했다. 방금의 동작을 완전히 재현함으로써 동일한 위력의 풍압을 발사했다. 기세는 밀리지 않고, 오히려 스이카의 돌풍이 집어삼켜졌다. 카센이 이런 기술에 특화되어있단 이유가 아닌, 스이카의 중심축이 아주 살짝. 흔들려있는 탓이었다. 당연히도 그 요인은 둘의 공방 이외의 것.
“이 새끼가?”
스키마에서 뽑혀서 자신의 허리로 휘둘러졌던 표지판의 주인은 누군지 뻔하다. 방해가 거슬린 스이카는 허리를 강타한 표지판을 냉큼 빼들으며 유카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깡! 하고 몸에 부딪히자마자 요란한 소리를 내며 플라스틱처럼 무르게 찌그러졌던 철제의 표지판이 스이카의 손에 쥐어지자마자 완전히 우그러졌다.
카센보다 우선으로 유카리가 노려졌다. 표지판 길이만큼 리치가 더해진 공격이 아주 날카롭게 유카리에게 꽂히려 들었다. 카센은 다급히 주먹을 내질러 무기를 아작냈다. 어떻게든 시선을 끌려고 안달이었는데, 어그로가 도리어 유카리에게 꽂혀버리니 그녀로서는 진짜 미칠 지경.
“아니! 아까 전부터! 계속 무기를 쥐어주면 어쩌자는 겁니까!”
“뭐라고? 안 들려!”
“뭐라고요?”
서로가 외쳤으나 소리가 전달되지 않았다. 입을 뻐끔거리는 것이 서로의 눈에 보이는데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대신에 신호마냥 머릿속에 직통으로 전달됐다.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지 말라는 마리사의 목소리였다. 그런 마법의 발동에는 앨리스의 도움이 있었다.
“카센. 잠시만 접근하게 도움을 줘.”
“......”
카센은 눈도 힐긋거리지 않고 그대로 몸을 일으키는 척하며 고개를 까닥였다. 마침 스이카가 유카리를 노리려 들었기에 그 대응에 어색함은 없었다. 마리사는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싸움터의 지근거리에 다가섰다. 다시 외쳤다.
“내 쪽으로 밀어!”
“...?!”
그쪽으로 밀었다가는...! 순간 망설이던 카센의 눈이 마리사를 보았다. 제 가슴께를 가리키는 마리사의 눈에는 자신감이 차 있었다. 카센은 주저하다 결국에는 수긍했다. 전력으로 양팔을 내질러 그대로 스이카의 복부에 작렬시켰다. 단순히 밀쳐내기만이 목적인 공격은 그 의도대로 스이카를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가까이, 아주 가까이 스이카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마리사가 숨을 삼켰다. 그 숨을 단박에 터트렸다.
“■■■■■■!”
마력으로 인해 위력이 깡으로 수십 배는 증폭된 소리가 찢어지도록 울렸다. 이 중 유일하게 귀가 보호되지 않고 있던 스이카만이 그 위력을 몸소 체험했다. 물리적인 공격에는 꼼짝 않던 스이카마저도 잠시 뇌가 흔들려선 눈앞이 희끄무레 변해버릴 정도의 위력. 마리사는 그제서야 팔을 뻗어서 스이카의 심부에 손바닥을 내리눌렀다. 반응이 한참 늦은 스이카의 발이 명치에 내질러졌으나 어떻게 레이무의 수호부가 감수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성공.”
땅을 서너 번 구른 마리사는 핑핑 도는 머리를 흔들어 깨우곤 씨익 미소지었다. 스이카의 심장을 감싸고 있는 아주 희미한 빛. 그것이 완전히 빛에 감싸였을 때 영혼은 속박된다. 함께 영혼을 담는 육체도 속박된다. 영혼이라는 것 위에 옷 수십, 수백, 수천 겹을 껴올리는 것과도 비슷한 과정이다. 어마어마한 마력이 필요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마력은 차고넘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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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오지게 길어지네요
레이무라면 스이카 뚝배기를 한화만에 깨부쉈을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