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리퀘스트를 받아 서평을 써봄.
참고로 작가의 대표작인 그녀가 마법소녀!?는 화수와 더불어 한 동안 읽지 않았기에 대신, 완결난 다른 소설인 흑/백을 하기로 했슴.
이 부분 양해 바람.
흑/백이라는 제목만 봤을 때는 솔직한 감상으로는 이세돌 같은 바둑 기사를 주인공으로한 소설인가 싶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바둑과는 일억 광년이나 먼 내용이었으니, 단단히 착각한 셈이다. 소설은 텐구라는 그룹 중에서도 하위로 분류된 백랑텐구와 카라스텐구. 두 집단의 다툼을 그리고 있다. 제목의 흑/백은 다름 아닌 그 두 집단을 상징하는 색을 뜻하는 의미로 쓰인 것이다. 여기서 좀 더 알기 쉽게 고친다면 흑vs백이 되지 않을까?
소설은 그런 두 집단의 서로 죽고 죽이는 살벌한 살육전이 끝날 기미도 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뚝 떨어진 어느 한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운 없게 그들과의 다툼에 말러들고 만 주인공의 운명은 너무도 뻔하다. 어느 한 진영에 소속되어 반대 진영과 싸우거나 아니면 양 진영에 소속되지 않은 채 그들의 싸움을 방관 내지 막으려 하거나. 흑/백의 주인공은 전자다. 백랑텐구 세력에 소속되어 카라스텐구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이렇듯 소설은 매우 고전적이면서도 왕도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다른 세계에 떨어져 그곳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에 휘말리는 한편, 그것을 해결해 나감으로서 갈등을 해소하는 영웅적인 면모를 보이는 클리셰를 말이다.
흑/백은 소설, 영화, 만화 등등 각종 매체에서 곧잘 쓰이던 전개 방식을 취한다. 그래서 다소 진부해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왕도란 것이 무엇인가? 뻔한 내용임에도 가장 받아들여지기 쉬운 정석을 뜻하지 않은가. 그래서 흑/백은 낮선 세계, 소속된 조직원간의 우정, 고난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랑 등등 고전적 왕도물이 보여줄 수 있는 걸 전부 보여준다. 마치, 한편의 활극 영화를 본 것과 같다.
이처럼 하나의 완성된 왕도물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반면에 동방프로젝트라는 원작과의 연관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결국은 주인공과 히로인이 원작의 캐릭터와 연관이 있다는 식으로 끝이나긴 했지만, 독립된 소설로의 면모가 더 강하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이는 오리지널 요소가 강한 다른 팬픽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원작의 캐릭터를 노출시키거나 원작의 세계관을 자주 설명하는 것으로 타협을 보고 있다. 흑/백은 원과의 과거 시점이라는 설정과 더불어 이누바시리라는 캐릭을 통해 동방프로젝트 팬픽임을 역설한다.
다시 말하지만, 소설은 고전적인 왕도물이다. 왜 왕도물인가에 대해 설명했으니 이제 고전적이라는 의미를 되새겨 볼 때다. 왜 고전적인가? 그것은 요즘 들어서는 거의 사장되다 시피한 클리셰이기 때문이다. 요즘엔 다른 세계에 떨어진 주인공은 그렇지 않다. 어느 동방 팬픽을 보더라도 조직원과 우정놀이를 하면서 칼 한자루 들고 조직의 방침에 따라 움직이거나 하지 않는다. 범람하는 이세계물을 봐도 그렇다.
그렇기에 진부할 터인 흑/백이 조금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젠 고전이라고 취급되는 이야기 구성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고 만 것이다.
원래는 뻔하기만 한 남자의 영웅적 일대기가 이러한 세태속에서 역으로 신선함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아이러니 하지만, 가끔은 옛날부터 숱하게 봐온 전개의 왕도물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요즘 왕도물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구닥다리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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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와는 별개로 서평 진짜 마음에 들어요! 감사합니다! | 18.01.20 11:5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