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말은 멎었다. 마미조는 침묵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말은 돌아오지 않고, 대신에 적의서린 레이무의 눈총만이 답으로서 마미조의 눈에 보이더라. 곧 이를 바득바득 문 레이무가 헛웃음을 하더니 정색하고는 턱에 힘을 꽉 주며 말했다.
“하, 헛소리도 어느 정도여야 들어줄 만한데.”
이윽고 소매에서 불제봉을 꺼냈다. 마미조는 화들짝 놀라더니 손을 절레절레 저으며 외쳤다.“
“지금은 농담일세! 농담!”
“그딴 농담 한 번만 더 했다가는 죽는다.”
“……허허.”
마미조는 순간 든 공포감에 답을 않았다. 이 주제는 조금 있다가 적의가 사그라들었을 즈음에야 다시 꺼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일단은 주제를 넘기기로 선택해, 담뱃불을 끄며 말했다.
“내 부하를 보고 짐작은 하였겠지만, 일단은 본 정체부터 밝히겠네.”
동시에 연막탄이 터진 것 마냥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연기는 의외로 금방 사라져, 마미조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등까지 내려오던 장발이 어깻죽지까지만 내려오는 단발로 변하고, 방금까지는 없던 큰 꼬리가 꽁무니에 생겨났다. 마미조는 정수리에 놓인 나뭇잎, 둔갑너구리의 증표를 손가락으로 집어 들더니 다시 이름을 밝혔다.
“후타츠이와 마미조, 둔갑너구리이지.”
“이름은 다시 밝힐 필요 없어. 궁금한 건 딴 거지.”
“예상은 간다만, 무언가?”
“백귀야행을 이끄는 의도를 밝혀.”
“아큐 처자에게 듣지 않았는가? 마을에 퍼져있는 요기를 한데 모아 없애기 위함이라고.”
“그딴 표면적 이유로는 날 납득시킬 수 없는 걸 알 텐데.”
“거짓은 없네. 당대 최강인 하쿠레이의 무녀에게 내 어찌 거짓을 말하겠나?”
여유서린 마미조의 태도. 그런 능글맞은 표정과 말은 레이무에게 있어 썩 기분 좋은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레이무는 냉담히 을렀다.
“인간 마을의 안보란 환상향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해.”
“응?”
“그렇기에 이번 일에서는 난 절대 관대히 굴어줄 수 없다.”
그 어느 사소한 변수라도 어떤 사태를 일으킬지 짐작할 수 없다. 요괴에게는 사소한 일일지 몰라도, 인간에게 있어선 아닌, 그런 일 따위는 지겹도록 경험해 왔다. 때문에 더욱 민감히 굴어야 됐다. 짜증이 솟아올라 레이무는 주먹에 힘을 꽉 주며 말했다.
“다시 한 번 묻는다. 의도가 뭐야.”
“거짓은 없다 하였는데.”
“그렇다면 합당한 이유를 말할 때까지 맞을 수밖에.”
레이무가 다가서더니 덜컥 마미조의 멱살을 붙잡았다. 돌발행동에 마미조는 화들짝 놀라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끌어당겨진 마미조의 눈높이가 홱 낮아져 레이무와 맞물렸다.
“안경은 뗀다. 물어주기 싫으니까.”
“잠…!”
레이무는 벗긴 안경을 떨구고는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마미조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말을 시도할 때마다 얼굴에 육중한 주먹의 무게가 덮쳐들어 입이 뒤틀렸다.
“커허억… 그, 그만!”
“아냐, 차라리 끝까지 대답하지 마. 그래야 죽도록 팰 수 있으니.”
코에서 피가 터져 주먹에 묻어도, 이빨 몇 개가 박살이 나도 폭력의 행사는 끊어지지 않았다. 고통어린 신음도 간간히 들렸으나 레이무는 개의치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퍽, 퍽! 때리는 소리의 기세는 결코 멎지 않아, 결국에 마미조는 커흑! 크게 기침하며 항복이라 소리 질렀다.
“커흐, 그… 그만! 말하겠네. 말할 테니까…….”
그제야 레이무는 잡은 멱살을 풀고는 내팽개쳤다. 마미조는 목에서부터 짙은 피가래를 헛구역질하며 내뱉더니 숨을 골랐다. 입 주위에 흘러넘친 피를 손으로 쓰윽 닦고는 씁쓰름한 눈치로 말을 시작했다.
“큼, 이야기할 것은 많지…만, 자네가 그리 급하게 구니 최종의 목적부터 말하겠네.”
“…….”
“그것은, 쿠흑…… 잠시.”
말을 이으려던 마미조가 작게 기침했다. 기침이 끝나고, 입을 틀어막은 손이 떼어지자 그곳엔 목으로 흘러들어갔던 이빨 몇 개가 들려있었다. 상처야 금방 낫겠다만, 의외로 당황스러웠다. 마미조는 이가 놓인 손을 잠시 콱 움켜쥐고는 말했다.
“4년 전의 사고가 재발됨을 방지하고, 인간 마을을 보호하기 위함일세.”
“그것 때문에 츠쿠모가미의 요력을 한 군데 모아 처리하고 있다?”
“정답이네. 츠쿠모가미가 생겨났다는 것은 바로 그 장소에 요력이 잔존해있다는 증거이지. 그 요력이 인간에겐 어떠한 작용을 일으킬지 몰라 백귀야행을 자처했네.”
“참 나.”
킥킥, 레이무가 헛웃음을 해대었다. 하도 얼탱이가 없어 웃음 뿐에 나오지 않을 이야기였다. 요괴가 인간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공포를 근간으로써 인간의 위에 군림하려 들던 요괴들이, 인간을 위해서?
“지랄 말고 제대로 말해.”
“둔갑너구리의 수장으로서,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결코 거짓은 없네.”
“애초에 4년 전의 사태를 일으킨 것도 요괴야. 근데, 뭐? 그딴 말을 믿으라고? 개소리도 어느 정도껏이여야지.”
“자네가 요괴를 증오함은 충분히 알고, 또한 충분히 이해하고 있네. 하지만 공공을 위한 일에 자네의 감정을 섞어 판단하는 것은 좋지 않은 버릇이야.”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뭔데 날 이해한다고 지껄여. 내가 지난 4년간 도대체 어떤 것들을 봐왔는지 알기는 해? 어떤 사경을 헤매왔는지 알기는 하냐고.”
“알고 있네.”
“……뭐?”
일체 망설임 없는 마미조의 대답에 레이무는 잠시 멍을 때렸다. 그녀가 눈살을 찌푸릴 찰나 마미조가 바닥을 돌아다니는 츠쿠모가미를 집어 들더니 말했다.
“찾기는 좀 힘이 들었으나, 듣고 본 이들에게 전부를 전달받을 수 있었네. 4년 전부터 자네가 도대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말이야.”
“…….”
“둔갑너구리는 예로부터 인간으로 둔갑하는 일이 잦았기에 인간으로서 자네의 감정을 이해할 수도 있지. 그러니 나를 그리 무서운 눈으로 보지 말게나.”
마미조가 잠시 말을 마치고 제 꼬리 위를 방석 삼아 앉았다. 레이무는 침묵하며 마미조가 다음 말을 꺼내기를 기다렸다. 지금으로썬, 어떤 말을 내뱉어야 할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요괴 따위가 어떻게 날 이해하냐고 분노를 표해야 하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아니, 전혀 모르겠다. 도대체 어떤 감정을 표해야 할지를.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를.
유카리조차 모르고 있는 자신의 과거. 그 과거를 알고 있을지도 모를 유일한 존재를 도대체 어떻게 대해야 할까.
요괴인 점을 지적하여 꼬투리를 잡아야 하나? 그것도 아니라면, 비밀을 숨기기 위해 죽이는 선택을 해야 하나.
감정은 요동쳐, 판단조차 종잡을 수 없었다. 이토록 혼란스러운 것도 오랜만이었다. 레이무는 아까 전과는 다른 의미로서 헛웃음을 했다. 아까 전에 비해서는 한없이 작은 웃음이었으나, 분명히 소리는 퍼지고 있었다. 마미조는 레이무의 웃음이 멎을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너,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내가 무엇을 말하기를 원하는가?”
“알고 있는 것 전부.”
레이무는 그렇게 말했다. 마미조는 그녀의 기대에 부흥해주기로 했다. 대부분의 소문과 이야기를 듣고 보는 츠쿠모가미를 통해 얻어낸 것을 알려주어서 말이다. 현재로부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자네가 쿠다키츠네를 잡을 때 출처모를 요기를 사용한 것을 말인가? 아니면 카자미 유카를 굴복시켰을 때의 일을 말인가?”
“그딴 건 중요한 게 아닌 걸 알 텐데.”
“그렇다면 목 없는 말의 요괴에 빙의되어 요괴가 되어버렸던 소금 장수의 일인가?”
쉬쉬 넘기던 이전의 질문과는 달리, 이번에는 확연한 반응을 하였다. 레이무는 입을 앙 다물고는 다음을 기다렸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마음은 그득했으나, 지금 말을 끊어버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이후의 이야기를 듣지 못할 터였다. 그렇기에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그런 레이무의 반응을 보며 마미조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
“4년 전, 자네가 선대의 하쿠레이를 죽였을 때의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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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밥만 솔솔 풀어대는 마미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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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요즘 애들은 한 성깔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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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가 커서 된게...(죽음) | 18.01.17 21:5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