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가 직격한 아야카시의 꼴이란 마리사의 눈에는 썩 유쾌해보이지는 않았다. 표면이 잔뜩 타버려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은 둘째 치고, 폈던 벚꽃 전부가 바닥에 폭삭 가라앉아 너저분하게 어질러져버린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보통 벚꽃보다 수배는 커서 생리적으로 좀 꺼려졌는데, 나무랑 덩달아 타버린 탓인지 변색되기까지 하여 그 불쾌감은 더했다.
“에휴.”
“…….”
모두가 침묵하는 가운데 마리사의 한숨소리만이 들렸다. 유유코는 잠시 얼이 빠진 표정으로 멀뚱멀뚱 눈만 깜빡거리며 침묵하는 채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나 자신을 쓰러트려야만 아야카시를 멎게 할 수 있다 강조하였는데, 레이무가 쌩까고 나무부터 조져버렸으니. 이변해결사로서의 도리가 땅에 떨어진 것 아닐까.
“이걸 이변 해결이라 봐야 되나.”
“해결이지.”
“우와 뻔뻔해. 두 손 두 발 다 들 것 같아.”
“뭐가 문제야?”
“스스로 몰라?”
“응.”
“안 좋아. 그런 염치없음.”
마리사의 지적에도 레이무는 별 답을 않고 무덤덤하게 현장만을 둘러봤다. 성큼성큼 유유코에게로 다가서 핑거스냅을 해 얼빠진 그녀의 주의를 집중시키더니 말했다.
“모은 봄기운 풀어.”
“……하는데 며칠 걸릴 거야? 감안해줘.”
다행으로 여길 소식. 레이무의 그런 뻔뻔함에도 유유코는 얼타지 않고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내었다. 여기에서 연회까지 열지 않았다가는 유카리의 계획과 요우무가 한 달 동안 뼈 빠지게 돌아다닌 노력마저도 무의로 돌아갈 터였다. 그것만큼은 아무래도 사양이었다.
“그때까지 잠깐이라도 이 벚나무들로 연회를 열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될까?”
“마을의 인간을 끌어들이는 순간 너는 끝이야.”
“알겠어, 알겠어.”
그러니까 눈 부라리는 건 그만해줘. 유유코는 눈까지 반쯤 가릴 정도로 부채를 높였다. 유카리는 이런 무서운 아이를 도대체 어떻게 다루는 건지. 참 존경심이 일었다. 배울 점이 있다고 해서 거두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적당한 감정을 표하는 아이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표본일 줄이야. 이래서야 배울 점이 있기는 할까 라는 의문이 유유코에게 들었으나, 어디까지나 친우의 선택이었으니 존중해주기로 했다. 시큰둥하던 옛날에 비해서야 아무래도 나았으니.
레이무는 답을 받고는 몸을 홱 틀었다. 돌아가자며, 대기하고 있던 마리사와 사쿠야에게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사쿠야는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어 손가락으로 마리사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더니 조심스레 물었다.
“……끝인 건가요?”
“안 믿기지만 그래.”
“완전 무대뽀네요.”
“동감.”
해결해도 해결한 맛은 안 나고, 어째 찜찜함만 배로 늘어난 기분. 이대로 파티를 즐길 수는 있을까. 마리사는 진심으로 고민해봐야만 됐다.
이변의 해결 이후에는 항상 뒤처리가 따르는 법이다. 그것은 이변을 일으킨 쪽에서도, 이변을 해결한 쪽에서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백옥루에서는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요우무가 홀로 비산한 아야카시의 파편을 청소하는데 진땀을 빼는 것과, 홍마관에서는 귀환한 사쿠야가 잔뜩 화나 유카리의 쪼인트를 까고 암바를 거는 레밀리아를 진정시키는 것이 바로 그 사실을 뒷받침하는 사례였다.
그리고 그 사례가 적용되는 것은 레이무도 마찬가지. 오히려 그녀의 업무는 주인의 화를 가라앉히는 것이나 청소처럼 퍽 간단히 완수했다고 볼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은연중에 퍼졌을지 모를 요기를 탐색하여 이를 제거하는 것이었기에, 엄청난 주도면밀함이 필요한데다 완수했다 확신할 수도 없는, 그런 업무였다.
“아큐, 나 왔어.”
“어서 와.”
여느 때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아큐는 레이무를 반겼다. 시간은 야심한 때이라, 방에는 광원이 놓인 상태였다. 그럼에도 어둑어둑한 기운은 가시지 않은 상태이라 아큐가 초에 불을 하나 더 붙였다. 그러자 불꽃 너머로 아큐의 얼굴이 제대로 드러났다. 무슨 용무로 찾아온 것인지 잘 모르는 표정이여서, 레이무는 그제야 연유를 밝혔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해결했으니까 괜찮아.”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아큐는 태연히 답했다. 태연함이 유지된 까닭은 그녀의 의무가 직접적인 이변 해결과는 동떨어진, 어디까지나 요괴에 대한 기록을 후세에까지 남기는 일이었기에 였다. 그렇기에 아큐는 레이무처럼 이변에 대해서 필요 이상으로 민감히 굴지 않았다. 깨달을 수 있는 이변도 레밀리아 때처럼 눈으로 이상을 체감할 수 있는 그런 종류에 한했으니까.
레이무도 그 사실을 알기에 더 이상 이변에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참견해주지 않아주었으면 하는 바였기에 필요 이상의 이야기는 삼갔다. 찾아온 본 목적이 있기도 하여, 레이무가 주제를 돌리려 들었다. 그 사이를 아큐가 먼저 껴들은 탓에 꺼내지는 못하였지만.
“근데 레이무, 한 가지 이야기 할 게 있는데.”
살짝은 불안이 서린 목소리. 눈가는 살짝 처지기까지 하여 보통의 이야기가 아님을 얼핏 눈치 챌 수 있었다. 레이무는 무슨 일이냐 물었다. 아큐는 숨을 고르더니 머뭇거리며 답했다.
“코스즈가 눈을 떴어.”
“…….”
덩달아 레이무도 시선을 내렸다. 무언가를 말하려 하였으나, 입은 앙 다물어진 채였다. 눈을 떴다는 이야기는 문자 그대로의 것이 아니라, 능력이 개화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능력의 개화란 서로가 원치 않아왔던 것이기도 했다.
“요주의…… 해야겠네…….”
“……응.”
레이무가 하는 말이라고는 고작 그것이었다. 분위기는 퍽 서먹해져, 한동안 서로는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탄식의 한숨을 들리지 않도록 한 차례 쉬고 나서야 레이무가 먼저 말했다.
“부탁할 게 하나 있어.”
“무슨 일?”
“이변이 일어났었으니까, 그 후타츠이와 마미조라는 자를 만나보고 싶어. 호위는 해 줄 테니 이전의 그 장소에 가볼 수 있을까?”
“……이번 이변은 눈치 채기 힘들었는데. 과연 그 사람이 이번에도 나올까?”
“나올 거야.”
높낮이는 감정이 섞여있기는 하였으나, 투는 확신하는 모양새에 가까웠다. 아큐는 레이무의 굳은 태도에 의문을 가져 물었다.
“어떻게?”
“은연중에 흘러드는 요기의 이질감은, 요괴가 오히려 더 잘 아니까.”
레이무의 부탁에 따라, 아큐의 사용인은 따라오지 않았다. 바깥의 때는 새벽인지라 그 누구도 없어 퍽 삭막한 분위기가 길가에 풍겼다. 광원이라고는 하늘에 뜬 달과 아큐가 든 등불 뿐에 없었다. 들려오는 것이라고는 휑하게 부는 바람소리와 사박사박 밟히는 모래소리뿐이었다. 나설 때까지는 분명히 그런 상태였다.
“진짜 열렸네…….”
“이게 백귀야행이구나.”
“응. 이걸 따라가면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어.”
멀리서 얼핏 보이는 불꽃에 둘의 눈은 집중되었다. 따라 향하니 줄지어 걷는 츠쿠모가미들이 보였다. 생필품이라고 한정짓기에도 뭐할 정도로 종류는 다양했다. 레이무는 아무거나 살짝 집어보려 하였으나 아큐가 그 행동을 말렸다.
“저거 만지면 원래대로 돌아오니까. 만지면 안 돼!”
그런 요주의를 받고. 레이무는 행을 따라 걸었다. 걸음의 속도는 빨라 이내 백귀야행의 맨 앞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맨 앞에 도달했을 때는 목적지의 도착의 때와 맞물렸다. 아큐와 레이무의 앞에는 거대한 느티나무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후타츠이와 마미조는 그런 나무에 누워 백귀야행의 도착을 기다리는 상태였다.
“마미조 씨, 저희 왔어요.”
“이 목소리는, 아큐 처자인가?”
아큐의 목소리를 듣자, 마미조는 천천히 일어서며 뒤통수를 긁어댔다. 나무에서 폴짝 뛰어내리더니 아큐의 옆에 있던 레이무를 보고는 입가를 가려 피식피식 웃어대었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자, 우선은 마미조가 손을 건네며 말했다.
“안녕하신가. 이번 대의 하쿠레이의 무녀여. 후타츠이와 마미조라고 함세.”
“하쿠레이 레이무야. 무엇 때문에 찾아온 지는 알고 있겠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겠지. 그것은 이쪽도 마찬가지임세. 하지만 보는 눈이 있지 않은가?”
악수를 마치고, 한 쪽 눈을 감은 채로 연초를 꺼내던 마미조는 아큐를 바라봤다. 덩달아 레이무의 시선도 그 쪽을 향했다. 마미조는 아큐를 한 손으로 끌어안아 당기더니 나무줄기 쪽으로 아큐를 옮겼다. 품에서 안대와 마개를 꺼내더니 귀를 막아놓고는 말했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이야기이다 보니 양해를 바라네.”
“네, 네?”
“아차, 눈 먼저로군.”
마개를 뽁 뽑고는 안대로 눈을 가리며 마미조가 다시 말했다. 아큐는 퍽 불만스런 눈치였다.
“양해를 바라네. 아무래도 개인적인 이야기이다 보니.”
“……으.”
“불안하다면 너구리 꼬리라도 만지고 있게나.”
그리고는 귀마저도 막아버렸다. 등을 나무에 붙인 채로 서 있던 아큐는 불안한지 서서히 몸을 가라앉혀 바닥에 엉덩이를 대었다. 마미조는 부하너구리를 부르더니 벌벌 떨리는 손에 머무르게 했다. 폭신한 감촉을 느끼던 아큐가 서서히 불안을 감추었다.
“이야기를 들을 눈과 귀는 이제 사라졌다네. 터놓고 이야기하지 않겠는가?”
“뭘 말이야? 네가 요괴인거?”
“껄껄, 그렇지. 이 내가 요괴인 것도.”
확신에 찬 레이무의 태도에 마미조는 너털웃음을 짓더니 연초에 불을 피웠다.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할 즈음에야 웃음이 멎었고, 숨을 한 차례 내뱉고서야 마미조는 말했다.
“자네가 요괴인 것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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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영나암도 하지마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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엌ㅋㅋㅋㅋㅋ PPAPㅋㅋㅋㅋㅋㅋ | 18.01.16 23:5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