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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장편] 불기분방 -47- ep5 : 이어져 가는 인연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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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눈을 헤치며 뛰쳐나온 것은 순백의 늑대였다. 센라와 코우를 포위하듯 사방에서 거리를 좁혀오는 늑대들은 어림잡아도 열 마리가 넘었고, 하나 같이 날카로운 이와 발톱으로 위협해 왔다. 가장 먼저 달려든 늑대를 센라가 주먹으로 가볍게 쳐냈다.


깨갱 소리를 내뱉으며 허공으로 튕겨나간 늑대는 느닷없이 흰 연기를 내뿜으며 한 장의 부적으로 변하였다. 센라는 그걸 보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것들 식신인가 보군."



그렇다면 이 어딘가에 그 주인인 퇴마사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한 마리를 처리한 센라는 곧바로 차례대로 달려드는 늑대들을 손쉽게 처리해 갔다. 코우도 그 작업을 거들려고 했지만, 그럴 틈도 없이 총 열 마리의 늑대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부적으로 되돌아갔다.


늑대 식신을 전부 처리한 센라는 가볍게 손을 털며 어딘가를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방금의 늑대들은 아마도 자신의 실력을 확인해 보기 위해 보낸 것일 테지. 퇴마사의 꿍꿍이를 대략 파악한 센라는 코우의 어깨를 끌어안아 자신의 품안으로 밀착 시켰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려보며 난처한 기색으로 말했다.



"완전히 포위된 모양이야."


"설마, 토벌대가!?"


"아- 그래. 이대로는 불리하니까, 단숨에 돌파 한다!"



센라는 코우의 물음에 긍정하며 보다 강하게 그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코우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그를 안은 센라의 몸이 대각선으로 튀어 올랐다. 갑작스런 사태에 코우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히야아아아악-!"



땅으로부터 순식간에 멀어져가는 감각을 느끼며 동시에 엄청난 압력이 코우의 몸에 가해졌다. 이어서 찰나와 같은 부유감을 느끼는가 싶더니 어김없이 땅 아래로 낙하하는 감각에 코우는 전신이 오싹해졌다. 그것은 사람에 따라 짜릿한 경험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우에게는 토벌대에게 둘려 쌓였다는 위기와 처음 맛보는 기묘한 감각이 맞물려 형용하기 어려운 공포스러운 경험이었다.


도약과 착지. 요란스럽기 그지없는 일련의 행동을 두세 번 반복하자, 놀란 얼굴을 한 수많은 병사들이 센라와 코우를 반겨주고 있었다. 쿵, 하고 땅을 찧는 소리와 함께 공중에서 낙하해 온 오니의 등장에 병사들은 놀라움과 공포로 주춤하며 굳어졌다. 하지만, 그러는 것도 잠시. 지휘를 맡은 퇴마사의 호령에 곧바로 병장기를 겨누며 주시하기 시작했다. 실로 훈련이 잘 된 병사들이었다.


그러나 포위망을 벗어나고자 하는 센라의 움직임은 막지 못했다. 다시 무릎을 굽히고 다리에 힘을 준 센라가 그 자리에서 세차게 튀어 올랐다. 자신을 순식간에 뛰어 넘은 센라의 모습에 병사들은 멀뚱히 서서 바라보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런 병사들의 모습에 답답해진 퇴마사가 신경질적인 고함을 내질렀다.



"무엇들 하는 게냐! 가만히 서있지 말고, 어서 쫒으란 말이다!"



상정외의 상황에 약한 병사들을 대신해 퇴마사가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품에서 짚으로 된 인형을 꺼냈다. 그런 다음에 손가락을 이빨로 뜯어 생체기를 내어 짚인형을 거기서 흘려 내리는 피로 적셨다.


그리고는 자신의 등 뒤로 멀어져가는 센라를 향해 집어 던졌다.


짚인형은 땅에 닿기 무섭게 흰 연기에 휩싸였다. 그리고 이내 커다란 귀신의 형상이 되어 앞으로 쏘아져 가는 센라의 등을 덮쳤다.


양 팔을 크게 벌린 채 자신을 향해 독니를 드려낸 귀신의 모습에 센라는 땅을 박차고 급하게 몸을 돌렸다. 그 반동으로 코우는 뇌가 사정없이 흔들리는 것 같은 어지럼을 느꼈다. 센라의 품에 안겨 축 늘어진 코우가 간신히 눈을 떠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목도했다.


퇴마사가 짚인형으로 소환한 식신은 참으로 거대했다. 그것은 머리에 한 쌍의 뿔이 솟아난 데다 전신이 붉은 것이 센라와 같은 오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크기는 센라보다 못해도 세 배는 커 보였다. 입에서 하얀 김을 내뱉으며 당장이라고 덮쳐들 것 같은 기세인 식신을 향해 센라가 도발적인 미소를 지어 보이며 외쳤다.



"이거 퇴마사 나부랭이에게 사역당한 한심한 오니인 모양이군!"



그리고는 끌어안았던 코우를 해방하며 뒤로 물러서라는 듯한 손짓을 취했다. 코우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섰다. 그렇게 날뛰어도 안전할 위치까지 물러난 코우를 슬쩍 돌아보며, 센라는 안면을 험상궂게 일그러뜨렸다.


싸울 자세를 잡으면서 상대를 노려본다. 대답이 없는 식신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퇴마사에게 사역당한 오니였다. 센라는 오니면서 약해빠진 결과라고 비웃으며 꽉 쥔 두 주먹에 힘을 불어 넣었다.


그리고 그 둘은 격돌했다.

강한 파공음이 일대에 퍼져나갔고, 주먹과 주먹이 서로 마주쳤다. 결과는 압도적으로 큰 식신의 패배였다. 자신보다 훨씬 작은 센라의 주먹에 밀려 몸 전체가 되로 기울어진 것이었다. 그 틈을 놓칠세라 센라는 곧장 식신의 몸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올곧게 내지른 센라의 주먹이 식신의 복부를 강타했다. 더 이상 정신을 붙잡고 있을 수 없게된 식신은 외마디의 단말마를 남기고서 흰 연기와 함께 피묻은 짚인형으로 돌아갔다. 그 직후, 땅에 착지한 센라는 시선을 자신을 향해 멸시의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퇴마사를 향해 돌렸다.


퇴마사가 눈살을 부들거리며 분에 겨운 노성을 토해냈다.



"내 최강의 식신을 그리도 간단히..!"



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한낯 오니가 자신의 식신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동요하는 그에게 센라가 한발 한발 내딛으며 다가갔다. 다급해진 퇴마사가 주변을 둘려보며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뭣들 하는 거냐! 어서 저 놈을 쳐라!!"



하지만, 아무리 훈련이 잘 된 병사라고 할지라도 방금 일어난 광경을 보고 난다면 누구라도 머뭇댈 수밖에 없으리라. 눈앞의 오니는 틀림없이 자신들로는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이라고 그곳의 병사들 모두가 그렇게 이해하고 있었다. 겨누고 있는 병장기들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더니, 금세 걷잡을 수 없이 커다란 물결을 이루었다. 여태 느껴보지 못한 공포에 다들 이성을 유지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강함. 저것이 진정 오니란 말인가. 퇴마사의 호통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서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사실상 지휘 계통이 마비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휘자의 명을 듣지 않는 오합지졸이 된 병사들을 향해 퇴마사는 눈을 부라리며 욕지거리를 뱉어냈다.



"이런, 빌어먹을 잡놈들 같으니라고! 네놈들이 그러고도 조정의 명을 받은 병사란 말이더냐!"



이제 남은 건 겁에 질린 병사들이 지휘관인 퇴마사를 놔둔 채 도망치는 일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꼴사나운 일을 순순히 방관하고 있을 퇴마사가 아니었다. 그에겐 이런 일을 대비한 수단이 있었다.



"정 그렇다면, 강제로라도 명에 따르게 해주겠다!"



퇴마사가 그렇게 불만을 토해내고는 입을 달싹이며 무언가 읊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변화는 바로 일어났다. 아까까지만 해도 겁을 집어 먹고 주저하고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병장기의 떨림도 멈춰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은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반드시 지니고 있어야할 생기가 사자(死者)에 가까울 정도로 옅었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명령에 강제로 따르게 하는 술법이었다. 그 술법을 발동시키는 주문구는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몸 어딘가에 새겨져 있었다. 공포의 화신이라 불리는 오니를 상대하는데 있어 당연한 조치였다.


의지를 지니지 않은 병사들의 움직임에 센라는 혀를 짧게 찼다. 오니 식신과 마주했을 때만 해도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는 것으로 병사들의 움직임을 억제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 했었는데. 이래선 허사가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병사 개개인의 힘은 보잘 것 없었다. 가령 수백 명이 달려든다 해도 센라 본인의 힘이라면 전부 물리 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코우였다. 애초에 저 수많은 병사들 중 하나와 엇비슷한 힘밖에 지니고 있지 않은 코우를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야만 해.

센라는 그렇게 재차 각오를 다지며 전신의 요력을 끌어 올렸다.


꽉 다문 어금니에 힘이 들어간다. 불거진 턱과 함께 그의 몸이 더욱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온 몸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그 신장도 커져간다. 관자놀이의 뿔이 더 크게 치솟았고, 얼굴 전체가 인왕상처럼 험악하게 변했다.


그리고 전신에 숨 막힐 듯한 흉흉한 요기가 휘감았다. 완전한 귀신의 형상이 된 센라는 밀려드는 병사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몸이 수많은 병사들의 바다에 삼켜져 잠식 되는 찰나, 무자비한 폭력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그것은 일방적인 살육이었다. 단 한 번의 주먹질로 수명의 병사들이 비명횡사했다. 발길질 한 번에 또 다시 수명의 병사가 죽어갔고,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는 몸부림에 무수한 병사들이 피와 살을 흩뿌리며 처참한 고깃덩이가 되어갔다.


일절의 자비도 없이 병사들을 빠르게 죽음으로 인도하는 오니의 잔학함에 퇴마사는 악몽이라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질러버렸다. 하지만, 맡은 소임은 잊지 않고 병사들이 그 목숨과 맞바꿔 벌어 놓은 시간을 이용해 주문을 완성해 나갔다.


진언을 읊던 입이 입술을 잘근 깨무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그의 소매로부터 총 열장의 부적들이 줄지어 쏘아져 나갔다. 그것은 허공에서 빙글빙글 열을 맞춰 돌다가 영험한 기운을 띠더니 센라를 향해 벼락처럼 떨구어졌다.


병사를 죽이는 데에 여념이 없던 센라는 그 부적의 행렬을 미쳐 알아차리지 못하고 정통으로 직격 당했다. 부적들은 센라에게 피해를 주기 보다는 뱀처럼 그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그 영향인지 센라의 움직임이 조금 둔해졌다. 하지만, 이 정도 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센라의 폭력은 멈출 기세 없이 계속 되었다.


퇴마사는 그런 센라를 노려보며 속으로 괴물 같은 놈이라고 주절댔다. 어지간한 요괴라면 그 신체의 자유를 완전히 앗아가는 술법을 정면으로 받고도 움직이다니. 역시, 자신의 힘으로는 버겁다고 느낀 퇴마사는 다른 퇴마사가 오기 까지 최대한 시간 벌이를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는 동안, 센라와 병사들로부터 한참 떨어진 장소에서 코우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선배를 돕고 싶으나, 방해만 될 것이 뻔하기에 그는 이렇게 먼 치에서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코우는 그런 현실이 너무도 싫었다.


상황은 센라의 일방적인 우위였다. 하지만, 대치하여 싸우고 있는 토벌대는 극히 일부. 어딘가에 대기하고 있을 본대와 합류하게 된다면 전황은 크게 바뀔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오니인 센라는 결국 퇴치 당해버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으로서 코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선배인 센라의 힘을 믿는 것뿐이었다. 자신들을 가로막는 토벌대들을 물리치고 무사히 이 장소로부터 멀어지기만을 바라면서 센라의 무사를 비는 것.


그래. 걱정 할 건 없어. 선배는 누구 보다 강하니까!


선배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코우는 마음 한편에서 커지기 시작한 불안을 불식 시켰다. 보라! 선배의 강함에 퇴마사가 뒷걸음 치고 있지 않은가. 병사들의 수도 크게 줄어 주변은 온통 시체와 피투성이다.


그때, 센라가 아닌 다른 쪽을 향해 뛰어오는 병사들이 있었다. 그들의 목표가 다름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코우는 어렵지 않게 추측했다. 가까워져 올수록 그 추측은 확신으로 변해갔다.


코우는 언젠가 호신용으로 차고 있던 칼을 빼 들었다. 이대로 선배에게 알릴 수도 있었지만, 코우는 그러지 않았다. 안 그래도 힘겹게 싸우고 있는 선배가 자신 때문에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수는 하나 둘 셋.. 넷. 충분히 혼자서 상대할만한 수였다.


자신에게 가장 먼저 당도한 병사를 향해 코우는 망설임 없이 칼을 휘둘렸다. 그리고 손에 베었다는 확실한 감각과 함께 눈앞의 병사가 맥없이 무너졌다. 코우는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인간을 처음 베었다는 사실에 전신이 고양되어 갔다. 심장은 빨라졌으며 들이 마시고 내뱉는 숨결은 거칠어 졌다. 이게 인간을 죽인다는 건가. 살인이란 말인가.


허나, 감상에 잠겨있을 틈이 없었다. 얼른 다음 병사를 죽이지 않으면, 죽는 쪽은 틀림없이 이쪽이 되고 만다. 미세하게 떨리는 칼을 고쳐 잡고, 크게 심호흡을 한 코우는 자신을 향해 솔직하게 달려오고 있는 병사를 향해 결사의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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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라는 역시 미쳤구만
18.01.1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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