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탄막에 일방적으로 폭격을 맞듯 두들겨 맞은 요괴는 온 몸이 형체도 없이 젤리가 녹아내리듯 뭉그러져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사나에는 요괴의 잔해 곁으로 사뿐히 내려앉아 잔해 한 가운데에 남은 요력의 조각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붉은색과 푸른색의 조각을 어깨 너머로 던져버리며 한참을 투덜대던 사나에는 그제야 발견이라도 한듯 환한 목소리로 말했다.
"찾았다! 역시나. 멀쩡한 사람 세네명 먹인 결과는 대단하네요!"
사나에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뒷쪽에 서있는 누군가에게 다가갔다. 붉은 무녀복. 짧은 단발과 손에 들린 부적과 불제봉. 그리고 얼굴을 완전히 가려버려 표정조차 읽을수 없게 만드는 커다란 부적. 사나에는 하쿠레이 레이무에게 다가가 녹색으로 빛나는 다면체의 유리조각을 들고 다가왔다.
"레이무씨. 이게 뭔지 아세요?"
"...."
레이무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치 딱딱하게 굳은 밀랍인형이 서있기라도 하듯 어떠한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모르시는구나? 이건 사람이 죽기 직전에 남긴 사념같은거예요. 요괴한테 잡아먹힐때. 얼마나 고통스럽고 두렵겠어요? 그래서 '신님!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하면서 간절히 빌면서 죽어가다보니 이런 물건을 남기게 되는거죠"
사나에는 사념 조각의 기운을 추출하여 자신의 몸 안으로 빨아들였다.몸 주변으로 녹색빛의 기운이 감돌더니 이내 사나에의 몸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물론 그렇게 쉽게 나오는 물건이 아니예요. 인간 한두명 죽여서 나오는 물건이면 왠만한 요괴들에게도 나오겠죠. 근데 이건 마치 진주같아서. 오랜 세월동안 사람을 잡아먹고 산 요괴만이 만들어낼수 있는 물건이죠. 귀하고 소중한 물건이예요."
"...."
"레이무씨도 이 힘을 맛보게 해드리고 싶네요"
사나에가 남은 한조각의 사념 조각을 레이무에게 건냈다. 레이무는 가만히 서서 사념 조각을 바라보았다. 사념의 파동이 레이무의 얼굴 앞에서 불길하게 꿈틀대고 있었다. 하지만 사나에는 레이무의 손에 들린 조각을 다시 빼앗아갔다.
"하지만 이렇게 맛있는건 저만 먹을거예요. 후후"
사나에는 그렇게 말하며 남은 기운또한 모조리 빨아들였다.
"그럼 돌아가볼까요? 오늘은 이쯤했으니 쉬어야겠네요. 그건 그렇고 느껴져요. 점점 제 힘이 강해질수록 그 분들과 제가 정신적으로 가까워지는게 말이예요. 이제 조만간...레이무씨의 모든 존재도 신의 이름 아래에 덮어씌워지겠죠?"
사나에는 빙그레 웃으며 레이무를 끌어 안았다. 레이무는 아무런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
"정말로 레이무씨를 닮을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단호하며 우아하고 절제되고...예전의 저같았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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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리와 앨리스는 커다란 모니터 너머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당에 놓인 풀숲이 인형의 몸을 숨기기에 가장 적당한 크기라 풀숲 안쪽으로 들어가 마리사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리사는 계속해서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문 밖으로는 아무도 출입하지 않았다.
"이상한데...아무도 나오질 않잖아?"
앨리스가 불안한듯 중얼거렸다.
"아마 집 안에 없을지도 몰라..."
사토리가 앨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고는 마이크로 다가가 마리사에게 말을 걸었다.
"마리사. 일단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 시도해봐."
-(지직...)역시 그러는게 낫겠죠?(...지지직) 그럼 일단 돌아가서...-
-누구와 이야기 하고 있는거죠?-
누군가의 목소리에 앨리스와 사토리가 침묵했다. 앨리스가 손에 펼쳐진 작은 마법진으로 인형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보조 모니터에 비춰진 화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것을 보며 사토리는 숨죽이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아...아무것도 아니야...-
-마리사씨죠? 제 집에는 무슨 일이죠?-
-그게...코이시가 다치기 전에 너와 안좋은 일이 있었다고 레이무가 그랬었거든...-
마리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사나에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요? 무슨 이유로 그러는거죠?-
-매점에 들렀을때 너랑 코이시가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고 해서...혹시 관련이 있는게 아닌가 하고...-
모니터에는 잠시동안 침묵이 감돌았다. 오로지 인형들만 숨가쁘게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을 뿐이다.
-...그 정박아랑 제가요?-
사나에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 사토리는 몸을 움찔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모니터에 정면으로 비치고 있는 사나에의 얼굴은 마치 흉악 그 자체였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그딴애랑 저랑 엮지 말아주실래요?-
-하지만 레이무가...-
-그저 단순한 장난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셨나요?-
-레이무는 거짓말 할 아이가 아니야. 착각할 아이도 아니고. 내가 알아-
-후우...그정도 나불거렸으면 이제 좀 닥쳐주실래요?-
사나에가 목소리를 깔고 마리사를 노려보았다. 마리사는 갑작스런 태도의 변화에 당황하며 뒤로 한걸음 물러섰지만 사나에가 갑작스럽게 달려와 마리사의 두 어깨를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크읏...!-
-아까전부터 계속 뭐냔 말이야...거슬리게. 볼일이 그것뿐이라면 어서 꺼져!-
사나에가 거칠게 마리사를 옆으로 밀쳤고, 마리사는 우당탕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역시나 네 짓이였어...-
-...뭐?-
-코이시가 저렇게 된것도...이치노세가 학교에 나오지 않은것도! 대체 뭐야 넌! 왜 이런짓을 하는거야!-
-....-
잠시동안 침묵이 감돌았다. 사나에는 천천히 쓰러진 마리사에게 다가가 마리사의 배를 발로 힘껏 걷어 찼다. 마리사가 배를 움켜쥐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자 사나에가 다가와 마리사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게 했다.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알려드릴게요. 맞아요. 그 빌어먹을 떠버리와 정박아년이 그 꼬라지가 난게 바로 제 탓이란 말이죠. 이유요? 간단해요. 요괴의 힘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죠-
-인간이 요괴를 돕는다고...? 어째서...!-
모니터에 펼쳐지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다가 사토리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앨리스는 인형 컨트롤을 하다가 문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는 사토리를 보며 당황하며 말했다.
"어디가?"
"마리사를 구해야해!"
"안돼! 너도 마음을 읽을수는 있지 그 밖에는 전부 인간과 다를게 없잖아!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 기다려!"
사토리는 불안한듯 주변을 부산스럽게 돌아다니다가 결국 담배 하나를 꺼내 불을 붙였다.
"야! 담배는 안돼!"
"그럼 나가서라도..."
"후딱 피고 들어와!"
앨리스는 불안한듯 몸을 감싸며 나가는 사토리를 보다가 다시 모니터로 고개를 돌렸다.
-...저는 신을 강림시키려고 해요. 요괴들의 힘으로-
-신...이라고?-
-예! 그것도 두명이나요-
-그래서...요력을 모은거야...? 요력을 모으기 위해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이 죽게 놔두고...?-
-말하자면 그런거죠. 그리고 어째서 제가 이런걸 알려드리는지 아세요?-
사나에의 등 뒷쪽에 알수없는 결계의 틈이 하나 생겨났다. 사나에는 마리사의 머리채를 놓지 않은채 마리사를 질질 끌고가 결계 안쪽으로 집어던졌다. 마리사는 비명과 함께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결계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안돼!"
앨리스가 급히 인형을 컨트롤 하자 수풀속에 숨어있던 인형 하나가 급히 날아가 결계가 닫히기 전에 결계 안으로 들어가는데에 성공했다. 심해지는 잡음 너머로 사나에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리사씨는 이제 여기로 돌아올수 없을테니까요. 어쩌면 눈물의 상봉이라도 해보는게 어떨까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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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까지 아직 한참 남았어!
그러니 맘껏 봐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