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을 마친 홍마관은 방금까지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시끌벅적하며, 모두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당주인 레밀리아부터 시작해서 청소를 맡고 있는 요정 메이드들까지, 누구하나 빠짐없이 말이다. 당초에 레밀리아는 질색하는 듯싶었으나, 실천에 들어가니 그 누구보다도 열혈이 움직이고 있는 중이었다. 마치 할로윈 파티를 준비하는 어린아이처럼. 피할 수 없으니 즐기고 계신 걸까, 아니면 처음만 말로 튕기셨을 뿐인 걸까. 사쿠야는 생각했다.
모두가 그리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데도 질색하는 이는 있었다. 움직이고 싶어 하지 않는 이도 있었다. 따로따로의 인물이 아닌, 단 한 명의 마녀였다. 파츄리 널릿지, 조용히 지내고 싶은 그 마녀는 지금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머리가 아파왔다. 두통을 핑계로, 그것도 아니라면 역할극 설정인 천식을 핑계로 이 아수라장에서 빠져나가 지하 도서관에서 방음결계를 친 다음 조용히 잠을 청하고 싶었다. 그러나 주변 분위기는 허락지 않아, 이내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파츄리가 빠질 수 없는 공사였다. 홍마관 자체를 뿌리에서부터 개조해버리는 수준의 공사를 차질이 없도록 담당하고 있었으니까. 공간을 왜곡해 탄막놀이에 적합한 필드를 만드는 것의 그녀의 일이었다.
아직 이변을 일으키기까지는 날이 서넛 지나야 될까. 그리 짐작한 유카리는 홍마관을 느긋이 돌아다니기로 계획했다. 뼈 빠지게 구르고 있는 마녀가 보면 거품을 물 상황이었지만, 틈새로 뽈뽈 돌아다니는 유카리를 목격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유카리가 방문한 장소는 지하방이었다. 플랑도르 스칼렛이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폭발로 인한 매캐한 연기가 들끓으려 할 때, 유카리가 말했다.
“연기에 참여해줘서 고마워 여동생 양. 덕분에 수월하게 속여 나갈 수 있겠네.”
“솔직히 이런 걸로 속을지는 모르겠지만, 재밌으니 됐어!”
플랑은 갑작스레 튀어나온 유카리를 보고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움직임을 이었다. 스위치를 누르듯, 엄지를 탁 소리 내어 누르자 방금처럼 성대한 폭발음이 나며 벽 하나가 우르르 무너졌다. 위력이 상상이상으로 심해서 층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싶었지만, 어차피 묻힌다 하더라도 누구 하나 쉽게 죽지 않아 그리 상관을 쓸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
“여기는?”
무너진 벽 너머로 하나의 방이 나타났다. 물건 하나 없이 깨끗하고, 카펫 하나만이 깔려있는 의문투성이의 장소였다. 폭발로 인해 생겨난 장소라기에는 벽은 너무나도 정갈히 깎여있었다. 용도가 궁금한 방이었다.
“창고야. 쓸데없는 물건들을 모아두는 장소였는데, 오히려 방이 쓸모가 없어지더라고.”
“아아.”
“자아, 그럼 조금 꾸며볼까!”
플랑이 그쯤 말하니 무슨 의도인지 유카리가 깨달았다. 플랑은 역할에 제대로 심취해볼 심산이었다. 혼자 전부 처리하기에는 일이 많기도 할 테고, 리모델링에 흥미가 떨어질지도 몰라 유카리는 틈새를 열었다. 그 안에서 온갖 장난감이 우수수 비 마냥 떨어져대었다.
“도와줄게.”
땅이 그대로 드러나던 벽은 흰색과 분홍의 격자 타일 무늬의 벽지가 깔리게 되었다. 칙칙함 일색이던 바닥도 하늘색 바탕에 흰 구름이 여럿 달린 매트가 깔리게 되었다. 매트와 벽지만이 깔렸을 때, 플랑은 색깔 배합이 촌스럽다며 질색하였다.
“매트와 벽지만 깔리니 그런 거야. 조금만 기다리면 느낌이 달라질걸?”
유카리는 그리 말하고는 떨구었던 장난감들을 집어 들었다. 벽지와 매트만이 깔려있던 방이 점점 비좁아지기 시작했다. 가정용 농구 골대, 기차와 선로 세트, 기하학적인 패턴이 프린트된 아트패널, 다트 세트, 스케이트보드용 하프파이프. 방 안에 배치되는 장난감 모두가 오래되고, 누군가의 손이 힘껏 닿은 흔적이 있었다.
“흐음, 이 정도면 비슷하려나?”
배치를 마친 유카리는 장난감을 일부러 흩트려놓았다. 선로 세트는 중간 중간을 비워두고, 아트패널을 고정하는 못 두 개 중 하나를 빼더니 패널 정중앙에 다트와 함께 꽂아대었다. 농구 골대에는 빠진 선로 부품을 으그러뜨려 집어넣고, 하프파이프 일부를 일부러 부셔놓기까지 했다. 완료되니 완전히 미디어 속 자폐아의 놀이방 같은 모양새가 되어, 플랑도 이제는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어딘가가 찜찜했다. 무언가를 빠뜨린 느낌이 들었다.
“이걸로 끝! N의 방 재현 완료! 잘 됐네, 여동생 양!”
“저기?”
생각해보니, 플랑 자신은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사쿠야.”
“네, 아가씨.”
작업은 원만히 이어지고 있었다. 사쿠야는 능력을 이용해 복도를 끝없이 길게 만들던 도중이었다. 레밀리아에게 이어질 길이었다. 보스를 만나기 위해 거쳐야 할 통상의 필드로 보면 되었다. 그런 와중에 주인의 목소리가 귀로 흘려들어오자 사쿠야는 잔뜩 반기며 고개를 돌렸다. 레밀리아는 사쿠야의 치마폭을 살짝 집은 채로 말했다.
“네 컨셉 약간 수정해보지 않을래?”
“네…?”
레밀리아는 사쿠야의 세부적인 설정을 다듬어줄 생각으로 말했다. 사쿠야는 완벽 소쇄 컨셉을 잇지 못한다는 생각에 동공에서 지진을 일으키며 말을 더듬었다.
“완벽 소쇄 메이드는 그대로 갈 거야. 다만, 설정 하나를 추가했으면 해서.”
그 말에 사쿠야의 안색이 다시 밝아졌다. 언뜻 보기에는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인데, 자신 한정으로는 얼굴에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갭모에에다 매력포인트였다. 역시 종자를 잘 골랐다고 짤막하게 생각한 레밀리아는 본론을 위해 수십 개의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사쿠야, 넌 분명 시간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
“그렇습니다.”
“너는 이 나이프를 탄막으로 사용하도록 해. 보통 때는 그냥 탄막을 사용하다가, 비장의 수 느낌으로 탄막 대신 사용하는 거야.”
레밀리아에게 나이프를 건네받은 사쿠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일체 얼룩도 없이 깨끗하여 제 얼굴이 비쳐 보일 정도의 신품이었다. 건네받은 나이프를 통해 자신의 얼굴을 잠시 반사해서 보던 사쿠야는 잠시 입술을 오물거리다 말했다.
“아가씨, 외람된 말씀이지만 탄막놀이는 기를 형상화한 탄막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사쿠야는 주인의 명령에 또박또박 반발하는 그런 성격은 아니었으나, 이번만큼은 반드시 말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탄막 놀이는 살상이 목적이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나이프는 살상의 목적이 가득했으니까. 레밀리아는 그 말에 가볍게, 별 일 아니라는 듯 얘기했다.
“괜찮겠지. 유카리가 강하다고 보증하는 인간인걸. 이 정도도 못 피하면 강하다 말할 자격이 없지 않겠어? 사쿠야가 판단하기에 그리 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
“나는 나이프를 난무하면서 체크메이트다!를 외치는 사쿠야를 한 번 보고 싶은걸. 이렇게 말이지.”
“……알겠습니다.”
레밀리아는 사쿠야의 의도를 짐짓 눈치 채고 두어 번을 더 물었다. 마지막에는 어느 만화의 페이지를 보여주며 따라해달라 조르기까지 했다. 결국에 사쿠야는 주인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강하다니까 괜찮겠지. 그런 생각을 마음속으로 하며 어물쩍 자신을 설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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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 ~메이링과 파츄리~
“천식 환자한테 이래도 되는 거야?”
“벌써 역할극에 들어가셨나요. 준비 만반이시네요.”
“변함없이 눈치가 없구나. 쉬게 해달라는 소리야 메이링.”
“알고 있어요.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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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떨지마라~! | 17.11.24 01:2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