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시작됬다. 레이무가 나간 뒤 사나에와 코이시또한 매점으로 향했지만, 코이시가 먼저 돌아왔다. 다리에 붕대를 감은 채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더니 '계단에서 넘어졌어. 전학생이 왔다고 너무 들떠서 다쳤나봐' 하며 웃어넘겼다. 자리에 앉은 코이시의 표정이 좋지 않았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결국 코이시는 다리가 심하게 아팠던건지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조퇴를 해버리고 말았다.
"항상 쾌활하던 애가 갑자기 조퇴라니 별일이네"
내가 말했다. 레이무도 의외라는듯한 표정을 짓고는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전학생 사나에. 학생들의 질문을 능글맞게 피해서 결국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이 친구는 엄청난 앨리트라는 것이다. 전학생의 실력을 테스트 해보기 위해 이치무라 선생이 낸 베베 꼰 문제를 3분도 안되서 풀어버리는등 여러 선생들의 기를 죽여버리기 일쑤였다. 한 선생은 거의 울기 직전까지 가서야 사나에의 실력을 인정해버리고 말았다.
점심 시간에 학생들의 수는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사나에의 곁에는 많은 여자아이들이 있었다. 우아한 태도와 상냥한 말투가 또래 여자들의 이목을 끌며 주변으로 모여들게 하고 싶은듯한 분위기를 풍기니 자연스럽게 그 또래 여자아이들이 모여들만 하다.
"어...이치노세...양이라고 했죠?"
"어! 나야 나!"
이름을 불린 학생 한명이 손을 번쩍 들었다.
"같은 방향인거같은데 제가 아직 이곳 지리를 잘 몰라서요. 방과 후에 함께 가실래요?"
"정말? 나야 좋지!"
이치노세는 신이나서 말했다. 다른 여자아이들이 아쉬워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음에 기회가 온다면 나도!' 같은 말을 하는 여자아이도 있는걸 보니 당분간 사나에의 주변에는 친구들이 바글바글할것 같았다. 원래 여자애들이라는건 그런거니까. 그렇게 하나 둘 그룹을 만들어서 몰려다니곤 한다.
방과후가 되기까지 별 다른 특이한 점을 찾지 못해서 결국 레이무는 자신이 사나에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건 아닌지 나에게 물어보았다.
"글쎄? 근데 네 말은 거의 십중팔구로 맞으니 좀 더 지켜보는게 어때?"
"그렇겠지? 첫날부터 단정짓는건 너무 성급하겠지? 나도 너무 성질이 급한게 문제야..."
레이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레이무의 마음도 이해가 안가는것이 아닌게 레이무는 사람을 보는 눈이 특별하다. 얼굴에서 내비치는 표정 너머로 숨긴 다른 표정까지 읽어버리는 듯한 느낌일까? 레이무의 앞에서는 그 어떤 가면도 통하지 않을거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래서 나도 레이무를 믿을 수 밖에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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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코이시가 풀 죽은 목소리로 문을 열며 인사를 했다. 사토리가 급하게 방에서 나오며 코이시를 맞이 했다.
"너무 빨리 왔는데. 아직 수업이 시작하지도 않은 시간 아니야?"
"학교에서 조금 다쳐서 말이야...병원 가려고 조퇴했어"
사토리는 코이시의 허벅지에 둘둘 말린 붕대를 보았다. 상처가 심했던 모양인지 붕대 사이사이에 피가 배어나와 있었다. 사토리는 붕대에서 시선을 때고 코이시를 바라보았다. 코이시의 표정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부터 보였던 표정과 달리 매우 어두운 표정이었다.
'설마 예전과 같은 일을 당하는건 아니겠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코이시가 긴 잠에 빠졌다가 깨어난 이후 무슨 일인지 사토리는 코이시의 마음을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잠들거나 의식을 잃은 상대는 마음을 읽을때 물에 잠긴거같은 느낌이 들어도 생각을 읽는것이 불가능 하지 않았지만, 코이시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보면 마치 끈적거리는 타르 속으로 들어가는거같아 기분이 나빠졌다. 그렇다고 집중을 해서 마음을 읽는다 해도 전혀 건져지는것이 없었다.
마치 죽은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는것처럼 차갑고 딱딱한 느낌마저 들었다.
"오늘은 조금 쉬려고! 병원에 다녀온 다음에 말이야. 그래도 뭐 소독약이나 반창고같은걸 주지 않을까나?"
코이시가 애써 배시시 웃어보이며 신발을 벗고는 집 안으로 들어왔다. 코이시는 다리의 상처가 불편한듯 절룩거리며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걸맞게 스타킹을 입은 하얀 긴 치마에, 두터운 베이지색 카디건을 걸친 모습이었다. 챙이 큰 검은 모자는 빼먹지 않고 챙겨썼다.
"다리 많이 불편하면 언니가 도와줄까?"
"아니 괜찮아. 그렇게 아프진 않아. 그리고 언니 지금 거울 한번 봐봐. 진짜 웃겨"
코이시가 배시시 웃으며 사토리에게 말하고 집 밖으로 나갔다. 사토리는 '거울?'하고 중얼거린 다음 화장실로 들어갔다. 산발이 된 짧은 머리와 눈에 짙게 낀 다크 서클, 한동안 논문 작성으로 인해 오랫동안 못갈아 입어 때가 낀 파자마까지.
"웃길만 하네..."
사토리는 작게 미소지으며 기지개를 펴곤 씻을 준비를 하러 화장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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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에는 집이 어디야?"
"여기서 조금 떨어진 주택가예요. 아마 이치노세씨는 여기 근처였죠?"
사나에게 말했다.
"어 맞아! 처음 보는데도 집 위치를 잘 알고 있네? 선생님이 알려주셨나?"
이치노세가 말하자 사나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면서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나눠서 좋다. 내일 시내에 가지 않을래? 근처 카페에 파르페가 엄청 맛있거든!"
"좋네요. 그러면 저도 오늘 좋은곳에 데려다 드릴게요. 어때요?"
이치노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나에는 미소를 짓고는 어디론가 이치노세를 안내했다. 외딴 신사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공터였다. 이치노세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사나에에게 물었다.
"좋은곳이 여기야?"
"예. 어렸을때 은인을 만난 곳이예요. 어렸을때 저는 소심하고 연약했어요. 그런데 그분들이 저를 이런 숙녀로 만들어 주셨죠"
"좋은분들이네~"
"그렇죠? 저는 그 분들께 은혜를 갚지 않으면 안되겠죠?"
사나에가 이치노세에게 한걸음 다가오며 말했다. 이치노세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은혜를 갚아보도록 할까요"
사나에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신사의 제단에서 하얀 촉수가 뻗어나와 이치노세를 붙잡았다. 이치노세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 했지만 억세게 죄여오는 하얀 촉수들을 풀어낼수 없었다. 촉수는 하얀 비늘을 가지고 있어 팔이나 다리가 빠져나가는것을 굳게 붙들고 있었고, 끝마디에는 붉은 눈동자같은게 박혀 있었다.
"싫어! 이게 뭐야?! 이거 놔!"
이치노세가 촉수를 마구 때리며 발목을 붙잡은 촉수를 떼어놓으려 하자 촉수가 있는 힘껏 이치노세의 발목을 죄였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이치노세의 발목이 기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아악! 아아아아아!!!"
이치노세를 붙잡은 촉수가 점점 제단으로 이치노세를 끌고 가고 있었다. 이치노세는 돌바닥의 틈에 손가락을 끼워넣고 비명을 지르며 촉수들 사이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사...사나에! 도와줘! 아파!! 어서 도와줘!"
사나에는 이치노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싱긋 웃고는 말했다.
"싫어요"
"어...뭐라..."
"이치노세가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건 분명 이 촉수들을 풀 힘이 없어서 그런거겠죠?"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어서 도와줘!!"
이치노세가 계속 소리를 지르자 사나에는 있는 힘껏 이치노세의 얼굴을 발로 차버렸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피가 튀었다. 이치노세는 코를 감싸쥐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힘이 없다는건 약하다는 증거. 약한 존재는 강한 존재에 의해 먹히기 마련이죠. 저항을 할 수록 비참해질 뿐이니 어서 죽도록 하세요."
"사...사나에에!"
이치노세의 손아귀 힘이 점점 풀리기 시작했다. 돌바닥 틈에 간신히 걸린 긴 손톱도 끔찍한 소리를 내며 손가락에서 뜯겨나가고 있었다. 촉수가 힘을 힘껏 주자 돌바닥에 걸린 손톱이 모조리 빠져나가 이치노세는 순식간에 제단 안쪽으로 빨려들어가고 말았다.
"싫어! 살려주세요!! 살려주...커헉! 아아악!!! 아파!! 아파아아!!! 살려주세요...! 케헥....커헉....."
제단 안쪽으로 뼈가 부러지고 살이 찢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치노세의 비명은 서서히 피가 튀기는 소리에 묻혀갔다. 안쪽을 들여다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지금쯤이면 요괴의 먹이가 되고도 충분히 해체가 됬으리라.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수 없지 않은가. 약자는 이런 결말이 정당한것을.
"많이 먹도록 하세요. 좀 더 힘이 강해지면...요기가 충분히 모이면 그때 퇴치 해드릴게요"
사나에가 웃으며 말했다. 제단 안쪽에서 불길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몸을 돌려 신사를 벗어나 손을 뻗었다. 녹색의 결계의 일부가 깨어졌다. 사나에는 그 틈을 비집고 결계의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때 사나에의 눈에 들어온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검은 챙 모자를 쓴 여자는 어디인가 낮이 익은 사람이었다.
코메이지 코이시. 그녀는 절뚝거리며 천천히 병원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사나에를 눈치채지 못한 코이시는 절뚝거리며 병원으로 힘겹게 걸어가고 있었다.
사나에의 입가에 미소가 피었다.
"다음에는...저 아이가 좋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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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 떠나갔습니다.
일본인 이름 짓기는 힘드네요.
다음 일본인 이름은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음음.
그냥 인터넷 뒤져서 적당한 성만 적으면 될거같네요.
이몸 꽤 천잰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