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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고독한 역사가
어느 따뜻한 날이었다. 산들바람이 불고 제법 여름철 같은 기운이 감돌았다. 그런데도 아큐는 아직 세상의 쌀쌀함을 느꼈다. 그것은 그런대로 참는다 해도, 도저히 손과 입이 심심해 참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물론이고 요정들과 요괴들마저 자신을 보면 침을 뱉고 피해 버리는 바람에 이야기를 할 상대도, 장소도 없었다. 평소 귀동냥을 하던 하쿠레이 신사 같은 데를 찾아가도 찬바람만 불 뿐이었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환상향 역사 대대로 전해지는 책에 실어 주겠다고 해서 한두 명을 꼬시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남은 것이 없었다. 그것들로부터 빼어낸 정보는 쓸모는 없어 붕붕마루 신문마냥 뒷간 밑닦이용으로 쓰기에도 내용이 나빠서 쓸 수 없는 내용이었으니 누굴 준다 해도 가져갈 사람이 없었다.
어디 길거리에서 괜찮은 소재거리라도 찾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환상향의 거리는 깨끗하기만 했다. 그녀는 다한 잡동사니들이 늘어진 향림당에 뭔가 쓸만한 물건이 있을까 다시 한번 뒤져보았지만 역시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주인장에게 자신에게 욕정이라도 하여 눈을 부라리냐면서 욕설을 내뱉고 싶으면서도 보복이 두려워 잽싸게 닥치고 빠져나갈 뿐이였다.
결국 그녀는 누군가에게 구문을 하기보다는 직접 조사를 하여 기록할만한 소재거리를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단골로 다니던 장어구이 술집이 보였다. 낯익은 모리야 신사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녀는 모두 지나쳐 버렸다. 멈춰서지도 않을뿐더러 그곳에서 사는 잡것들에게 정보를 캐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가 찾고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아큐 자신도 몰랐다.
환상향의 인간 마을은 원래 그리 큰 장소가 아니어서 잠시 동안 지나쳐 버렸다. 마을을 벗어나면 온통 마경이였다. 눈에 가득 들어오는 것은 온갖 정신이 나간 요정과 요괴와 기타등등 뿐. 군데군데 원형으로 움직이고 있는 흑점은 아마도 "소나노카"를 외쳐대는 루미아(Rumia)일테고, 미개하게 칼을 휘두르면서 춤추는 것은 이름답게 야만스러운 야만바인 사카타 네무노(坂田ネムノ)일 것이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벌레마냥 주접을 떨고 있는 것은 호쥬 누에(封獣ぬえ)의 장난질이였다.
하지만 아큐는 이런 전원의 즐거움을 감상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그저 걷기에 여념이 없다. 왜냐하면 자란 일상적인 광경들은 자신이 원하는 진귀한 정보와는 몹시 동떨어진 곳임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그녀는 마침내 명련사(命蓮寺)의 담 밖까지 가고 말았다.
암자 주위도 논이어서 흰 벽이 신록 속에 솟아있다. 그 뒤의 낮은 토담은 강당으로 이어진다. 아큐는 잠시 망설였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다. 그녀는 담쟁이 넝쿨을 잡고 낮은 토담을 기어올랐다. 하지만 토담의 흙이 주르르 떨어지고 그와 함께 아큐의 다리도 후들후들 떨린다. 겨우 뽕나무 가지에 매달려 안으로 뛰어내렸다.
그렇게 들어간것 까지는 좋았지만 그곳에 있는 것들은 잡다한 요괴들과 설교를 듣는 인간들밖에 었었기에 뭔가 건질 것이란 당연히 하나도 없었다. 아큐가 무엇을 기대하고 들어온 것은 아니었으나 어쩐지 낙담이 되었다. 아큐는 플레이어 기체에서 탈락한 캐릭터마냥 풀이 죽은 채 어정어정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그때 별안간 놀라움과 기쁨에 어쩔 줄 모르게 되었다. 자신의 출입을 눈치채지 못한 누군가가 자신의 치부를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엇기 때문이였다.
그건 비사문천의 화신이라면서 마을에서는 정숙한 척을 다하던 토라마루 쇼는 술에 떡이 되어 보탑이고 뭐고 내던진 상태로 "갑자기 나타나 반짝하고 빛나다가 사라져 버리는 그런 이들과 비교하지마! 우리에게 와 내앞으로 와 힙합을 사랑한다면 다같이 취해봐!"라는 알수 없는 말을 속사포로 쏟아내고 있었고, 그녀를 감시하는 역할의 나즈린은 주정을 견디다 못해 쌩까고 나간지 오래였기에 아큐는 낄낄거리면서 그 광경을 머리에 박아두면서도 그녀에게 엿을 먹이기 위해 슬쩍 보탑을 품에 넣어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명련사를 둘러본 아큐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중의를 뒤짚어 쓰고 있는 쿠모이 이치린(雲居一輪)은 하라는 수행은 하지 않고 술에 떡이 되어 운잔과 함께 브레이크 댄스를 추면서 "쉰세대 아저씨와 신세대 소녀는 어울린다네~"라면서 알수 없는 헛소리를 내뱉을 뿐이였으며, 무라사 미나미츠(村紗水蜜) 역시 마찬가지로 수행은 때려 치운 상태로 지령전과 무연총을 자신의 집마냥 들락날락 하면서 피연못지옥과 삼도천을 건너는 사람들을 괴롭히면서 "히히 오줌 발사!"라는 말과 함께 끔찍한 수난사고를 일으키면서 민폐를 끼치고 있었다.
히지리 뱌쿠렌(聖白蓮) 같은 경우는 설교가 끝난 뒤에 "주지님, 오늘 십일조를 가지고 오지 못했는데 어떻게 하죠?"라는 신도에게 몽둥이를 들면서 "나무삼!"이라고 하는 광경이나, 이리저리 사람들에게 농을 건네면서도 무시당하면서 아싸 분위기를 펼치는 후타츠이와 마미조(二ツ岩マミゾウ)의 볼썽 사나운 모습, 그리고 명련사의 시체를 탐내다가 두들겨 맞고 쫓겨나는 카엔뵤 린(火焔猫燐)의 모습과 같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명련사의 모습을 보면서 감탄한 아큐는 당장 이 광경을 쓰기 위하여 나가려고 했다가 자신을 노려보는 쇼우와 마주하였다.
“나무아미타불, 아큐야, 너 어째서 마을에서만 나를 괴롭히다 못해 이제는 도둑질까지 하면서 나를 엿먹이려는거냐?”
"내...내가 언제 남의 물건을 도둑질했단 거야?”
"A컵도 안되는 가슴을 가진 녀석이 그럼 왜 그리 가슴 부분이 튀어나온건데?"
"땡중이 술에 취해 드렁큰 타이거가 되는 마당에 내가 하룻밤만에 가슴이 커지는게 그리 이상한 일이겠냐!"
그런 쇼우가 보탑이 넣어 불룩 튀어나온 그녀의 앞섬을 보면서 손가락을 까닥거리자, 아큐는 뻔뻔한 말과 함께 신경질적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좋게 말하니까 상황을 모르나 본데, 오늘 안주거리가 되고 싶지 않으면 당장 그걸 내려놓고 10초안에 사라지는게 좋을거야. 진짜 마지막 경고야.”
“모르기는 개뿔, 한번 할수 있으면 해 봐! 설사 죽어도 내가 다시 부활하면 너희 잡것들의 진실을 모두.....”
이렇게 말하다가 아큐는 곧 뛰기 시작했다. 첫째로는 진짜로 빡돌아버린 쇼우가 어디서 창을 들고 자신에게 뛰어 왔기 때문이며, 뒤에서는 카소다니 쿄코(幽谷響子) 한 마리가 쫓아와 아큐를 저녁거리로 삼으려고 하기 때이였다. 이 때 다행히 빈약한 가슴에 걸치지도 못한 보탑이 떨어지고 공포에 질린 나머지 아큐가 오줌을 지려 쇼우와 쿄코가 인상을 찌푸리면서 물러났고. 그 틈에 아큐는 담장 위로 기어 올라가 밖으로 뛰어내렸다.
그렇게 아랫도리가 축축한 상태로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가는 상황은 비참했지만 아큐는 신경쓰지 않았다. 무릇 진실이란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라 누가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자신이 살았기에 지식이 살았다고 아큐는 정신승리를 하면서 뛰쳐나갔고 그걸로 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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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큐정전의 아큐와 본작의 아큐의 성격을 적당하게 혼합한 겁니다. 존중받지 못하는 아큐의 모습이 이러지 않을까도 생각이.... | 17.09.04 23:5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