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리에게도 사무실이 생겼어!"
부실 공사가 의심되는 허름한 2층 건물을 감개무량한 눈으로 바라보는 요괴가 있었다. 어깨까지 오는 살짝 웨이브가 진 푸른 사파이어 빛의 머리를 찰랑이며 기대감이 가득한 눈으로 「풀뿌리 요괴 해결사」라고 적혀진 간판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이름은 와카사기히메. 인어인 관계로 하반신이 생선인 그녀는 바퀴가 달린 나무 대야에 몸을 담근 채 그렇게 말했고, 이어 뒤에서 그 나무 대야를 잡고 있는 짙은 갈색의 롱 헤어 요괴, 이마이즈미 카게로가 공감하며 맞장구 쳤다.
"그래. 이제부터 우린 해결사야."
"이렇게 사무실이 생기기까지 참으로 힘들었어."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하는 붉은색 숏헤어의 요괴. 세키반키라 불리는 그녀는 지난 날의 일들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의 말에 와카사기히메와 그 뒤에 있는 카게로도 동감이라는 듯 괴로움이 묻어나는 얼굴로 눈시울을 붉혔다.
자신들의 사무실을 갖게 된 일로 울먹거리는 세 명의 요괴. 그녀들은 풀뿌리 요괴 네트워크라 불리는 약한 요괴들의 모임에 소속되어 있는 요괴들이었다. 그런 그녀들이 어째서 해결사 사무소를 개업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제부터 간단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별 볼일 없는 약한 요괴라는 공통점 외엔 아무런 관계도 없던 이 세 명의 요괴 아가씨들은 휘침성 이변을 계기로 서로를 알게 되어 무자비했던 무녀를 악담하며 의기투합 했고, 그 뒤로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친해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의 요괴들과 만나 풀뿌리 요괴 네트워크를 결성하게 되었고, 모임에 참가한 요괴들이 겪는 어려움과 고뇌를 들어왔던 그녀들이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요괴끼리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 그것은 강자들이 넘쳐나는 환상향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확실한 처신법이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살던 그녀들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자들이 자신들 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고 보다 많은 요괴, 인간. 심지어 신까지도 돕기 위한 일을 하기로 한 것이었다.
약한 요괴 주제에 누군가를 돕는 해결사를 하겠다니. 처음엔 같은 풀뿌리 요괴 네트워크의 동료 요괴들로부터도 주제 넘는 소리라고 손가락질을 받았을 정도였다. 그러니, 진정한 강자들의 시선은 오죽할까? 멸시와 비웃음 속에서 그녀들의 마음은 몇 번이나 꺾일 뻔 했다. 그러나 그것도 이젠 과거의 얘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그녀들의 노력의 결실이 바로 저 「풀뿌리 요괴 해결사」사무소인 것이다.
"정말로 길었어. 보답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야."
"그러게. 하지만, 결국 여기까지 왔잖아. 꿈을 이룬 거라고!"
"그래.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세키반키가 독백처럼 중얼거렸고, 카게로가 감격에 겨운 어조로 말을 받았다. 그리고 와카사기히메가 눈을 번뜩이며 의욕을 내비쳤다. 세 여자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만감이 교차하는 웃음 속에서 그녀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뻐했다.
그렇게 얼마간 기쁨을 나누던 그녀들은 이제 충분하다는 듯 서로 떨어져 감정을 가라않혔다. 세키반키가 계단이 보이는 건물 입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풀뿌리 요괴 해결사 사무소의 역사적인 첫걸음을 시작해 봐야지?"
"어쩐지 긴장되네. 에헤헤."
와카사기히메가 기대된다는 눈으로 먼저 걸어 들어가는 세키반키의 등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세키반키가 계단을 밟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와카사기히메와 카게로가 그 뒤를 따랐다.
아직도 점포가 들어오지 않아 텅텅 비어있는 1층을 지나쳐 올라간 2층은 1자로 된 기다란 복도에 임대로 제공되는 사무소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녀들의 사무소는 그 중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었다. 또각또각 발소리를 내며 복도를 따라 걸은 세키반키는 「풀뿌리 요괴 사무소」라고 적힌 명패가 달린 문 앞에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번 하고 나서─
"실례합니다."
하고 아무도 없을 사무소의 문을 활짝 열었다.
그와 동시에 "어서 오시지요." 하는 여자 목소리가 세키반키를 반겨왔다.
"어?"
세키반키는 순간 굳어졌다. 분명, 아무도 없었어야 할 사무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는 것과 그 목소리의 주인이 창문 쪽에 자리하고 있는 사장석에 보란 듯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깐 굳어지긴 했지만, 세키반키는 사고를 가속해 눈앞의 상황을 분석했다.
오늘 막 입주하게 된 사무실.
먼저 확인차 문을 열고 한번 들어왔었던 시각은 고작 30분 전.
그러고 난 뒤로 동업자인 와카사기히메와 카게로를 건물 입구 앞에서 기다린 건 20분 가량.
서로 얘기를 나누며 감개무량하고 나서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즉, 저 정체불명의 여자가 사무소에 침입해 들어온 것은 동업자들과 부둥켜안고 기뻐하고 있었을 때뿐이었다. 그 외엔 자신의 눈을 속여 몰래 들어온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그건 그렇다 쳐도 수상쩍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저 여자가 사무소에 침입한 목적이 불분명했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자신들에게 돈이 있을 리도 없고 애초에 약한 요괴라 누군가에게 원망을 샀던 적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상한 것은 저 여자 자체였다.
"너무 그렇게 쳐다 보시면 조금 부끄럽습니다만."
몰래 들어온 주제에 너무 당당한 태도하며, 복장도 서양의 구관 인형을 보는듯한 붉은 색의 고딕 드레스였다. 여자는 에메랄드 빛의 머리의 정수리 부분을 기다란 붉은 리본으로 장식해 있었고, 무언가에 찌든 것 같은 퀭해 보이는 눈으로 세키반키를 응시하고 있었다.
"누구냐?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감히 내 사무실에 허락도 없이 발을 들여 놓다니.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세키반키는 그렇게 말하면서 적대하는 눈으로 정체불명의 여자를 노려봤다. 그때 뒤따라 온 와카사기히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키. 누구와 얘기하는 거야?"
"몰라.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우리보다 먼저 와 있었어."
시선을 돌리지 않고 그렇게 설명한 세키반키는 경계심을 더욱 강화해 와카사기히메들을 지키듯 섰다. 뒤에서 와카사기히메와 카게로가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해 고개를 빼죽 내밀며 문 안쪽을 훔쳐봤다.
"그렇게 서 있지만 말고 들어와서 편하게 앉으시죠."
여자가 마치, 이곳이 제 사무소인양 얘기했다. 세키반키는 이렇게 경계하고 있어봤자, 해결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고 여자의 권유를 받아들여 사무실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리고 테이블을 중심으로 좌우로 배치된 소파 중, 오른쪽에 몸을 묻듯이 풀썩 앉았다. 이어 따라 들어온 와카사기히메는 문 쪽 방향에 놓여 졌고, 카게로는 왼쪽 소파에 착석했다.
모두가 자리 잡고 앉은 것을 확인한 여자는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반갑습니다. 저는 카기야마 히나라고 합니다."
그렇게 자기소개를 하는 여자.
세키반키가 날선 목소리로 따지고 들었다.
"이름이 됐어! 어서 여길 침입해 들어온 목적이나 밝혀!"
"참 성미도 급하군요. 그래서야 고객을 제대로 접객 하겠습니까?"
"네가 고객이라면. 하지만, 넌 침입자잖아!"
"침입자라니, 너무 하네요."
여자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이 연기로 지어낸 것일 뿐이라는 것이 뻔히 보였다. 그녀를 보는 세키반키의 눈이 더욱 날카로워 졌다.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가운데, 카게로가 불현듯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카기야마.. 히나라... 설마! 그 히나!?"
"왜 그래? 아는 이름이야?"
그렇게 묻는 세키반키에게 카게로는 다소 창백해진 안색으로 대답했다.
"미치광이들이 넘쳐나는 환상향에서도 특히나 피해야 할 위험인물이 있는데... 저기 저 여자가 그 위험인물 중 하나야."
마치, 망했다는 듯한 말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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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가 간다 시즌 2 하지마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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