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스 텐구의 마을에는 비상이 걸렸다. 백랑 텐구들이 일제히 집결하여 중심부로 몰려오기 시작했고, 다른 마을에서 지원을 받으려 했지만 여태 보낸 전령들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간신히 성 문을 막아내고는 있었지만, 문이 뚫리는것은 하루안에 끝날 기세였다.
물론 다른 카라스 텐구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텐마라고 예외는 아니였다. 비록 잔인하고 자비없는 텐마였지만 머리만은 빠르게 돌아갔다. 의자에 앉아 다른 카라스 텐구 당주들이 입을 놀리고 있는것을 지켜보고 있는 중에도 텐마의 머리속에서는 끊임없이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성문은 곧 뚫릴것이고 백랑 텐구들은 살육을 자행할것이오! 이 사단을 만든것이 누군지 기억나는가! 텐마!"
"네가 죽음으로서 사죄해야 할것이다!"
모든 비난의 화살은 텐마에게 돌아섰다. 텐마는 고개를 푹 숙이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 상태였다. 다른 카라스 텐구 당주들이 언성을 높히며 텐마를 나무랄때 텐마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내가 죽으면 만사가 해결될거같나?"
당주들이 입을 닫았다. 텐마의 목소리는 짙게 깔려있었다. 평소의 높은 하이톤과는 다르게 진중하고 무거운 음색이였다.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서 참을수 없는 분노가 느껴지고 있었다.
"그럴리 없지...그럴리 없어...내가 죽더라도 녀석들은 진군을 멈추지 않을거야...그렇기에 우리는 우리 모두가 전멸할때까지 싸워야해"
"허튼 소리! 여태껏 직접 나선다고 말만 해놓고 왕좌에 앉아 구경만 하던 겁쟁이 주제에!"
당주 하나가 분을 참지 못하고 허리춤에 매어져 있던 검을 뽑아들어 탁상에 힘껏 박아넣으며 외쳤다. 텐마는 당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슬낫을 던져 당주의 가슴팍에 박아넣었다. 텐마가 사슬을 힘껏 잡아당기자 당주는 탁상위로 엎어져 텐마를 향해 질질 끌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겁쟁이라고?"
텐마는 당주의 가슴에 꽃힌 낫을 뽑았다. 깊게 박히지 않았기에 피가 솟구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텐마는 탁상 위에 엎어진 당주의 머리를 낫으로 찍어버렸다.
뼈가 부숴지는 소리와 함께 당주의 머리통이 무너져 내려버렸다. 다른 카라스 텐구 당주들은 이 모습을 충격을 받은듯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텐마는 붉게 빛나는 눈동자를 굴려 다른 당주들을 쳐다보았다. 겁먹은 모습이 마치 까마귀가 아니라 닭같은 모습이라 실소가 터져나왔다.
"모 아니면 도랬지...승리의 가능성이 아예 없는것도 아니잖아?"
텐마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냥꾼은 무엇이든 사냥을 할때 최선을 다해야하니까 말이야. 죽기 직전에도 사냥을 멈추지 않는것이 진정한 사냥꾼이란 말이야"
텐마가 손짓을 하자 주변에 검은 옷을 입은 카라스 텐구들이 몰려왔다.
"텐마...! 이게 무슨!"
"아무래도 그대들을 쭉 지켜본 결과...진짜 사냥꾼이 될 자격은 없나보이"
텐마가 노인네의 말투를 따라하며 손을 휘젓자 검은 옷의 무리들이 회의장 안의 당주들을 모조리 베어버렸다. 히메카이도 가문와 샤메이마루 가문의 당주 또한 다르지 않았다. 텐마의 손짓 한번에 카라스 텐구 사회의 기틀을 대다수 잡고 있던 요괴들이 절명해버렸다.
텐마는 당주들을 베어버린 부하들을 슥 훑어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자 제군들. 사냥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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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리지 않을것같던 성문이 맥없이 무너져 내렸고 사람 한두명이 간신히 들어갈법한 성벽의 구멍도 점차 넓어져 마치 물이 들어오듯 수많은 백랑 텐구들이 카라스 텐구의 마을로 몰려들었다. 카라스 텐구들은 끊임없이 저항하며 마을을 지키려 했지만 엄청난 물량에는 답이 없었다. 결국 성문을 지키던 카라스 텐구들은 검을 내려놓고 항복을 하기로 했다.
백랑 텐구들은 검을 내려놓은 카라스 텐구를 바라보고는 검을 검집에 넣고는 악수를 하거나 뜨거운 포옹을 나누었다. 주변에서는 이런 일을 하게 되서 미안하다는 말이나 싸우느라 수고했다는 말이 들렸다.
"그대들이 최선을 다해서 싸워준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애꿎은 그대들이 죽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이 사태의 원인을 죽여 상황을 바로잡는것이다."
이누바시리가 항복한 카라스 텐구들에게 우리의 뜻에 동참할것을 권유했다.
"아야마리님이 했던 말도 있으니까..."
"솔직히 텐마 그자는 너무 저돌적이였어!"
카라스 텐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누바시리의 뜻에 동참했다. 이누바시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붉은 띠를 나누어주었다.
"몸 아무데다 차도록 해라. 그게 있어야만 백랑 텐구들의 칼을 피할수 있을거다"
카라스 텐구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마음에 드는 부위에 붉은 띠를 둘렀다. 허벅지, 머리, 팔, 허리등 붉은띠를 두른 카라스 텐구들은 백랑 텐구의 대열에 합류하여 마을로 진격했다.
이누바시리와 천랑 그리고 나는 한 조가 되어 옛 아야마리의 처소로 접근했다. 검은 옷의 무리가 우리들을 에워쌌다.
"두렵다면 지금이라도 도망치는게 나을텐데. 츠바사"
천랑이 말했다.
"됬고. 나중에 돌아가면 네 검술이나 알려줘라. 그거 멋지다"
"아무나 배울수 있는게 아니야. 네 검보다 갑절은 무거울테고"
"그러니까 배우고 싶다는거지"
나의 말에 천랑이 웃으며 말했다.
"그간 배운거 잊지 말고. 이누바시리님과 함께 한놈 한놈씩 베어나가는거다"
"문제없지. 이거보다 더 많은 인파속에서 싸워본적도 있는데...진짜 멋진 스토리인거같아"
"스토...리?"
"됬어! 나중에 알려줄테니 일단 싸워! 놈들이 온다!"
나는 기합을 내지르며 먼저 달려오는 카라스 텐구의 목에 칼을 꽃아넣었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며 카라스 텐구가 쓰러졌다. 다른 카라스 텐구들도 함성을 지르며 우리에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싸움이 또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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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까지 3화정도 남았으려나...
이번달 안에 모두 완결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