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츠...오빠...?"
테루는 테츠의 몸에 박혀있는 검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테츠가 비틀거리더니 무릎을 꿇고 카라스 텐구를 바라보았다. 카라스 텐구 대신 옆에 서 있던 백랑 텐구가 다가와 테츠의 몸에 박힌 검을 뽑아냈다.
검이 천천히 뽑히면서 고여있던 피가 솟구쳐 나오기 시작했고, 테츠는 입에서 피를 쏟아내고는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백랑 텐구가 하나 더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근처에 서 있던 카라스 텐구가 물었다.
"어차피 저 놈은 혼자고 우리는 다수다. 죽여버려"
카라스 텐구의 말에 다른 텐구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검을 들고 천천히 테루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오빠...그런...어째서...! 오빠...!"
테루는 카라스 텐구와 백랑 텐구가 검을 들고 다가오고 있는 와중에도 아랑곳 않고 머리를 쥐어뜯더니 바닥에 주저앉았다. 카라스 텐구와 백랑 텐구들은 전의를 상실한것으로 판단, 긴장을 풀었다.
테루는 계속해서 머리를 쥐어뜯더니 땅바닥을 후려쳤다. 그러고는...
"으아아아아아아아!!!"
세상이 끊어진듯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테루의 비명에 백랑 텐구들과 카라스 텐구들은 다시 검을 잡고 테루를 향해 달려갔다.
"컥...!"
어딘가에 서있던 카라스 텐구 하나가 목을 부여잡고 쓰러져버렸다. 부여잡은 두 손 사이로 피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카라스 텐구는 이내 땅바닥으로 쓰러져 절명하고 말았다.
"어느 틈에...!"
카라스 텐구를 베어버린 테루를 보려는 찰나 또 다시 누군가의 머리가 달아나 버렸다. 테루는 카라스 텐구와 백랑 텐구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하나 둘씩 베어가기 시작했다.
"이자식...! 물로 보지 마라!"
백랑 텐구 하나가 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테루의 접근을 막았지만 한순간의 빛줄기가 비치더니 손에 들린 검이 반토막으로 잘려나가버렸다. 백랑 텐구는 잘려나간 자신의 검을 보고는 당황했다.
순간. 백랑 텐구의 눈 앞에 테루가 나타났고 백랑 텐구는 본능적으로 잘려나간 검을 들어 내려치려고 했다. 하지만 테루는 방어조차 하지않고 두 자루의 검을 그대로 백랑 텐구의 배에 찔러넣고는 양 옆으로 찢어발겼다.
백랑 텐구의 배는 마치 폭발하는 사방에 피와 살점을 흩날리며 잘려나갔다. 백랑 텐구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흘러나오는 내장을 움켜쥐고 뒷쪽으로 기어갔다. 테루는 천천히 백랑 텐구에게 다가가 가슴에 칼을 찔러넣었다. 백랑 텐구는 그대로 숨이 끊어졌지만, 테루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죽어버린 백랑 텐구의 가슴에 칼을 찔러대며 미친듯이 소리쳤다.
"죽어! 죽어어어!! 개만도 못한 새끼들...! 다 죽여버릴거야!! 다 죽여버리겠어어어!!"
이미 숨이 끊어진 백랑 텐구의 가슴께는 구멍이 뚫리다 못해 너덜너덜해져 마치 넝마처럼 되었다. 가슴과 배는 이미 형체를 알아볼수 없을정도로 뭉그러졌고, 테루는 피를 흠뻑 뒤집어 써 마치 귀신과도 같은 모습이였다.
"허억...!"
백랑 텐구와 카라스 텐구들은 그 모습에 아연실색하여 뒷걸음질 쳤다.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어떤 상대를 건드린건지...
테루는 더 이상 찌를 부위가 없어지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백랑 텐구와 카라스 텐구들을 죽 둘러보았다. 두 눈동자는 예전의 노란 빛을 찾아볼수 없게 붉게 물들었고, 피범벅이 된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어 마치 피눈물을 흘리는듯한 모습이였다.
"크읏...!"
"젠장...모두 덤벼라! 죽기살기로 덤벼!!"
백랑 텐구들과 카라스 텐구들은 비명과도 같은 함성을 지르며 테루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테루는 어떠한 자세도 취하지 않았다. 예전의 자신이 취했던 자세나 검술은 필요가 없다. 어디까지나 상대방의 고통을 최소화 시킨 상태로 끝을 보게 하는 검술이였으니까. 거기에 자신의 유흥을 살짝. 자제해서 첨가.
하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백랑 텐구와 카라스 텐구는 자신의 오빠를 자신의 눈 앞에서 보란듯이 죽여버렸다.
더 이상 유흥을 자제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상대방이 고통을 느낄 찰나도 없이 죽일 필요도 없었다.
자신의 가슴을 파먹듯 고통을 준 녀석들이였다. 똑같은 고통을 느끼게 해줄것이다.
테루는 맨 처음 달려든 백랑 텐구의 검격을 막고 아밍 소드로 백랑 텐구의 손목을 힘껏 내려쳤다. 비명과 함께 피분수가 솟구치며 카라스 텐구의 손목이 공중을 멤돌았다. 하지만 테루의 공격은 적이 공격을 멈추었다고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백랑 텐구의 발목을 잘라낸 다음 땅바닥에 쓰러진 적의 가슴에 죽을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해서 검을 찔러넣었다.
상대방의 숨이 완전히 끊어진 후에야 다음 적에게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짧은 단검은 정확히 카라스 텐구의 눈동자를 두개로 갈라버렸고, 앞이 보이지 않는 카라스 텐구의 머리에 그대로 아밍 소드를 찔러넣은 후 힘껏 돌려버렸다.
뼈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카라스 텐구의 머리가 한바퀴 돌았다. 테루가 머리에 박힌 검을 뽑자 카라스 텐구의 목은 기괴한 각도로 비틀린채 쓰러져 버렸다.
테루는 계속해서 달려드는 상대의 동맥과 힘줄을 잘라내어 완전히 무력화 시킨뒤 하나하나 참살해나갔다. 숲 한가운데에서 피와 비명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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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비명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검끼리 부딪치는 소리도 들렸다. 절대로 죽어가면서 내지르는 비명이 아니였다. 공포에 미쳐 목이 터져라 내지르는 비명이였다. 하지만 그 비명들은 곧 멈추고 말았다. 날카로운 쇳소리도 안들렸다. 숲에는 오로지 츠바사와 이누바시리만이 숲을 걷는 소리만이 들렸다.
이누바시리의 등에는 피가 잔뜩 배어있었고 쉬지않고 방울방울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아까 전의 전투에서 테루가 테츠를 찾아나서는걸 보다가 뒤를 당했기 때문이였다. 심각한 부상까진 아니였지만, 빨리 치료를 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는 상처였다. 하지만 이누바시리는 반드시 테츠와 테루의 상태를 확인해야겠다고 고집했고, 결국 전투가 끝난 후에야 숨돌릴 틈도 없이 숲 속을 헤매게 되었다.
"...미안하군...그냥 널 따라오는게 아니였다"
이누바시리가 가쁜 숨을 내쉬며 말했다.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 요괴가 자존심이 있지.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으니 이젠 좀 생각하면서 말하라고"
"나도 너희들의 바보같은 집념에 동화되버린건지도 모르지"
이누바시리가 실실 웃으며 말을 하다가 등에 느껴진 통증때문에 가쁜 숨을 내쉬며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피 비린내가 난다"
"나도 느껴져. 역겨울정도로 진해"
인간인 츠바사도 느낄정도로 진한 피냄새가 금세 주변을 물들였다. 어디선가 흐느낌도 들리고 있었다.
이누바시리는 귀를 쫑긋거리며 냄새를 맡더니 금세 냄새의 중심을 찾아내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쪽이다"
이누바시리와 츠바사는 비틀거리며 달려 수풀을 헤쳤다.
나무와 풀에는 피와 살점이 흩뿌려져 있었다. 마치 여러 사람을 모와놓고 폭약으로 폭발시켜버린것같은 모습이였다. 그리고 주변에는 갈갈이 찢겨져 형태도 알아볼수 없는 시체들이 한가득 했다.
이누바시리와 츠바사는 이곳에서 일어난 참극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그 참극의 중심에는 테루가 있었다.
테루는 테츠의 시체를 부둥켜 안고 울고 있었다. 곁에 놓인 두 자루의 검중 '오로치'는 반토막으로 부러져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테루는 테츠의 시체를 부여잡고 흐느끼다가 인기척에 츠바사와 이누바시리를 쳐다보았다.
테루의 눈동자를 본 츠바사는 화들짝 놀랐다. 노랗게 빛나야할 두 눈동자가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피로 물든것같았다.
"...늦었어...늦었다고..."
테루가 넋두리처럼 중얼거렸다.
"테루..."
"늦었다고!!"
이누바시리가 테루에게 다가가자 테루가 소리를 지르며 단검을 휘둘렀다. 단검은 아슬아슬하게 이누바시리의 손 끝을 스쳤다. 이누바시리는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물러났다.
"너희 둘이 늦지만 않았어도...테츠 오빠는 죽지 않았어!"
테루가 악에 받쳐 마구 소리를 질렀다.
"너희 때문이야!! 너희 때문에...! 그리고...그리고..."
"..."
"나 때문에...우리 모두 때문에...! 테츠 오빠는...!"
테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이으려 했지만 결국 잇지 못했다. 다시 한번 감정을 추스리고는 테루는 테츠의 시체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에는 부러진 '오로치'만이 들려있었다.
"나는...너희들따윈 이제 관심없어."
"테루...?"
이누바시리가 당황하여 말했다. 테루는 부러진 검을 겨누며 이누바시리에게 소리쳤다.
"오지마!!"
"...!"
"이젠...나 혼자 행동할거야...마을로도 돌아가지 않을거고...우리 오빠를 죽게 만든 카라스 텐구와 백랑 텐구...전부 마주치는 즉시 죽여버릴거야..."
"테루..."
츠바사가 테루의 이름을 부르자 테루는 츠바사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괴로운 표정을 짓다가 이내 표정을 다시 바꾸었다.
"...미안 츠바사 오빠. 하지만 오빠가 알던 테루는 테츠가 죽으면서 함께 죽었어...이젠 복수뿐이야...너희들이 만든 참극에 대한 복수..."
테루는 이 말을 끝으로 숲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잠깐...테루!!"
츠바사는 테루를 쫒아가려 했지만 뒤에 서있던 이누바시리가 비틀거리더니 결국 쓰러져버렸기에 따라갈수 없었다. 이누바시리는 가쁜 숨을 내쉬고는 테루의 이름을 중얼거리더니 의식을 저 먼 어둠속으로 맡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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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헤헤!
이야기가 점점 어두워지네요!
제가 원하던대로 흘러가고 있어요!!
하지만 결말은 해피 엔딩으로...될까요??
그것도 모르겠네요!!
하하하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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