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새벽. 테츠의 막사 내부에서는 심문이 이뤄지고 있었다. 카라스 텐구들을 하나하나 앉혀놓고 질문을 했다. 대부분은 혀를 씹고 죽거나 반항적인 말로 테츠의 분노를 끌어내 다시 철창속에 들어가는 신세가 되었다. 마지막 남은 카라스 텐구는 부디 정보를 술술 불어주길 바랄 뿐이였다.
다리를 다친 카라스 텐구는 절뚝거리며 백랑 텐구들에게 붙잡혀 막사 안으로 끌려들어왔다. 백랑 텐구들이 억지로 카라스 텐구를 앉히자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여지껏 네 모든 동료들이 아무런 정보도 불지 않았어"
"잘 훈련 받은 놈들이네. 나는 그렇지 못했지만..."
"훈련 받지 못했다는 말은 우리에게 협조할 수 있다는건가?"
카라스 텐구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테츠는 이 녀석이 요괴를 놀리는것인지 싶어 발끈하였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다시 물어보았다.
"그렇다면 어째서 훈련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거지?"
"잡혀왔잖아. 그리고 스스로 자결을 택하거나, 너희들을 모욕했겠지. 하지만 나는 너희를 모욕할 자신이 없다. 워낙 곱게 자라서 남에게 험담하는걸 즐기는 성격이 아니게 됬거든"
"...장난하자는건가?"
카라스 텐구는 입가에 만연한 미소를 띄고 테츠를 바라보았다.
"미안해. 이런걸 조금 좋아해서. 어차피...내가 너에게 정보를 다 불고 풀려난다 해도 난 카라스 텐구들에게 죽을 운명이야"
카라스 텐구는 고개를 숙이고는 중얼거렸다.
"하나만 알려줄게. 너희 백랑 텐구중에 배신자가 있어"
"배신자...?"
"그래. 조심하라고. 내가 알려줄건 이거밖에 없어"
카라스 텐구는 그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테츠가 화들짝 놀라서 몸을 일으키자 카라스 텐구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져 입에 한가득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한참을 발작을 일으키던 카라스 텐구는 이윽고 숨이 끊어졌다. 목과 얼굴에 돋아난 보라빛 실핏줄이 독살이라는것을 짐작하게 했다.
"동료가 불게 할 바에는 다 같이 죽자는건가...?"
백랑 텐구 하나가 급히 테츠의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크...큰일입니다! 포로로 잡혀있던 카라스 텐구들이...!"
급히 무언가를 전하려던 백랑 텐구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카라스 텐구를 보고는 말을 멈췄다. 잠시 멍하니 숨이 끊어진 카라스 텐구와 테츠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알고있어. 시체는 잘 치워놓도록 해"
"아...알겠습니다...!"
백랑 텐구가 물러간 후 테츠는 자리에 앉아 가만히 고민을 했다. 배신자라는 말이 영 신경이 쓰였다.
"유바리"
테츠는 자신의 부관을 불렀다. 유바리는 막사 안으로 들어와 고개를 숙이고는 테츠의 말을 기다렸다.
"만약 배신자가 있다면...누가 될거같나...?"
"...'
유바리는 잠시 고민하는것 같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게 상관 있습니까? 테츠님은 가차없이 베어버리실게 뻔할테니까요"
유바리의 말에 테츠가 큭큭거리며 소리죽여 웃고는 유바리를 물러나게 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문제될게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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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이누바시리가 마을에 도착했다. 공교롭게도 천랑은 다른 마을에 급한 일로 인해 함께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누바시리가 마을에 왔다는것 하나만으로 백랑 텐구들에게는 큰 의지가 되었고, 이는 곧 사기의 증진으로 이어졌다. 연이은 승리에 피곤함도 잊고 다시 한번 환호성을 지르는 백랑 텐구들이였다.
"다들 수고 많았다. 마지막까지 마을을 지키고, 놈들을 베어버리자!"
이누바시리의 말에 모든 백랑 텐구들이 함성을 질렀다.
머지않아 카라스 텐구의 침공이 시작되었다. 츠바사와 테루는 한 방패 안에 숨어 카라스 텐구가 땅에 착지하기를 기다렸다. 언제나와 같은 전술로 쳐들어오는 카라스 텐구들이였다. 덕분에 다른 방어책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평소와 같이 능숙하게 카라스 텐구들을 베어가는 백랑 텐구들이였다.
츠바사와 테루, 테츠도 망설임 없이 적들을 베어나갔다. 어느샌가 하얀 전투복은 검붉은 피로 물들어갔다.
테츠는 적을 하나하나 쓰러트려가면서도 새벽에 카라스 텐구가 했던 말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배신자...'
카라스 텐구 하나를 쓰러트렸을때. 저 멀리에서 백랑 텐구가 같은 편을 베는것을 보았다. 아마 카라스 텐구가 말했던 백랑 텐구임이 분명했다.
테츠는 앞길을 가로막는 카라스 텐구를 하나하나 베어넘기며 배신자를 향해 전진했다. 배신자는 테츠의 접근을 눈치채고는 성벽 밖으로 뛰어내려 숲속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놓칠까보냐...!"
테츠는 황급히 배신자의 뒤를 쫒기 시작했다. 카라스 텐구들보다도 더욱 위협적인 존재가 내부의 적이다. 신속히 제거하지 않으면, 마을의 존속은 물론 넓게 가서는 백랑 텐구 전체의 존속에도 위기가 닥칠것이다.
테츠는 검을 들고 배신자를 쉬지않고 쫒다가 어느순간 자신이 숲 속 한가운데에 들어왔다는걸 눈치챘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낭패다. 배신자 색출에 혈안이 되어있다보니...어서 돌아가야겠어'
테츠가 몸을 돌려 다시 마을로 돌아가려던 찰나 어딘가에서 날아온 화살이 팔뚝에 박혔다.
"큭...?!"
테츠가 아직 온전한 한쪽 팔로 주변을 겨누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이윽고 나무와 수풀 사이사이에서 수많은 카라스 텐구와 백랑 텐구들이 나타났다. 모두들 검을 테츠에게 겨누고 있었다.
"...그 녀석이 말한 배신자가...한두명이 아니였군..."
백랑 텐구중 하나가 테츠를 바라보더니 가면을 벗었다. 테츠는 가면을 벗은 백랑 텐구의 모습을 보고는 충격에 빠졌다.
"유...바리...?"
"죄송하게 됬습니다. 테츠님."
"후...신경 쓰지 말라더니...널 죽여도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이였나..."
"모든 백랑 텐구들이 이누바시리의 의견을 따를거란 생각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래. 그럴만도 하지. 하지만 이제와서...? 너무 늦은것 아닌가?"
"...이 모든것은 텐마의 뜻입니다. 테츠님도 그 텐구의 뜻에 따르신다면...목숨만은 살려드리겠습니다"
"..."
테츠는 유바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정말 살려주는것이냐?"
"물론입니다. 빈말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이건...부관으로서 지냈던 제 마지막 성의입니다"
"그렇다면 답은 정해져있군...후후..."
테츠가 허탈하게 웃고는 유바리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엿이나 쳐먹어..."
"..."
유바리는 다시 가면을 썼다. 카라스 텐구와 백랑 텐구들은 일제히 테츠에게 달려들었다. 테츠는 팔에 박힌 화살을 부러뜨리고는 검을 고쳐쥐었다.
유바리는 테츠와 격전을 벌이는 백랑 텐구와 카라스 텐구들을 바라보다 어느순간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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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테루가 츠바사에게 급히 다가와 말을 걸었다.
"왜그래?!"
"테츠 오빠가...보이지 않아...!"
테루가 다급하게 말했다.
"누군가를 따라간것 같은데...!"
"뭐?!"
"내가 찾아볼게...!"
"잠깐...테루!"
테루는 츠바사의 말을 듣기도 전에 성벽을 타고 내려가 숲 속으로 질주했다.
"제발...제발...!"
숲속의 발자국은 그것이 테츠의 발자국임을 알려주고 있었지만, 숲 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점점 혈흔이 진하게 배어나왔다. 테루는 불길한 예감을 숨길수 없어서 더욱 빨리 달렸다.
저 멀리서 테츠의 실루엣이 비쳤다. 테루는 수풀을 헤치고 테츠에게 다가갔다.
"테츠 오빠!"
"아..."
테츠는 테루를 바라보았다. 온 몸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백랑 텐구와 카라스 텐구 사이에서 검을 들고 서있는 그는 마치 전투를 끝낸 전사처럼 보였다. 하지만 백랑 텐구와 카라스 텐구는 한두명밖에 쓰러지지 않았고, 그의 몸에는 기다란 검이 박혀있었다.
"테루..."
테츠는 이 말을 끝으로 땅 위로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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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시간이 없으니 너무 급하게 쓰게되네요.
이래서 사지방은 안된다니깐!
그건 그렇고 휴가가 얼마 안남았네요!
이제 한 4일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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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노리는 바가 그겁니다 그거예요 일단 다른 작품은 확정적으로 해피엔딩으로 결말 냈는데 이건 어떨까요? 해피엔딩일지 새드엔딩일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 17.07.21 21:4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