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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우사미 렌코야.
아, 그렇게 크게 소리 지르지 않아도 돼. 나는 전부 알고 있어. 고마워, 나도 좋아해. 그래도 귀엽다고 하면 좀 부끄러워 지는걸. 이제 학교 졸업한지도 3년 정도 지나서, 드디어 나도 반올림하면 중얼중얼…… 할 만한 나이가 되기 시작했네.
그래도 이렇게 화사하고 가련한 나라도 경찰의 과장을 하고 있어. 여경들의 과장은 아니야. 뭐 맞다고 하면 맞지만, 한자는 잘 쓰지 않으면 안 되지.
젊은 나이에 이런 직위를 달고 있는 건 여러가지…… 그래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 예를 들면 할려고 한 사람이 없었고, 내가 억지로 설립하기도 했고, 반대하는 사람을 좀 위협하기도 했고, 그런 의미로 여러가지 있다는 거야.
이러저러해서 나는 쿄토 경찰에서 비익과라는 곳의 과장을 맡고 있어. 형사라 한다면 형사지. 형사부가 아니라 특수 대책부지만 기분은 형사야. 비익과가 뭐 하는 곳이냐고? 물론 말 그대로 숨기는 일을 하지.
그리고 내 밑에 계가 하나 더 있는데 봉인계라고 해. 뭘 봉인 하냐고? 물론 숨긴 것을 봉하는 거지. 의미를 모르겠으면 보는 편이 빠를 거야. 비익과 봉인계…… 통칭 비봉구락부의 일을.
「그렇게 될 예정이었는데…….」
우사미 렌코는 달리고 있었다. 카라스마 거리에서 호리카와 거리 사이의 골목을 전력으로 뛰고 있다. 저 정도로 뛰면 부끄러움이고 체면이고 뭐고 없다. 그야말로 목숨을 겨우 부지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뛰는 그녀는 도망가고 있다.
아아, 머릿속에서 말하고 있던 멋있는 그녀는 어디로 가버렸는가. 렌코가 눈물을 흘릴려고 하는 순간에 갑자기 그녀의 옆에 있던 쓰레기통이 폭발했다.
「꺄아아악!」
스턴트맨 처럼 앞으로 내팽겨쳐지는 렌코. 연기자와 다른 점이라면 너무 필사적인 모습과 낙법을 너무 못한다는 것이다.
「아야야…… 제대로 무술 훈련을 해둬야 되겠네…….」
재빠르게 팔을 확인 했지만 지금은 긁혔는지 어땠는지 확인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빨리 도망가지 않으면 다음 순간에 숯덩이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니까.
「그만 좀 도망가지 않을래요? 어디에 가고 있는지 알고 있어도 쫄래쫄래 움직여대면 귀찮으니까…….」
등 뒤에 차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이거다. 나는 이 상대에게서 도망치고 있는 것이다. 도망치기만 하면 안 된다. 원래라면 싸워야만 한다. 하지만 도망쳐도 도망쳐도 돌파구는 보이지 않았다.
「왜 이렇게 되버린 거야…….」
1시간 정도 전.
「오…….」
어느 여성이 카페의 오픈 테라스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타블렛을 몰두하면서 바라보며 콧바람을 불며 화면을 넘기고 있었다. 뭔가를 찾아낼때마다 테이블이 흔들려서 끝에 놓여있는 홍차의 컵이 투신 타살 직전이었다. 점원은 이상한 손님한테 주목해야하는지, 아니면 위태로운 컵에 주목해야하는지 망설이며 조마조마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도 괜찮네…… 귀엽고 장식품이 멋져…….」
마에리베리 한.
예전, 대학 재적 시절에는 『경계가 보이는 정도의 능력』을 구사해 수 많은 경게를 파헤쳐 모험을 해 『폭주 히로시게』라 불린 우사미 렌코와 같이 비봉구락부란 이름으로 전국의 오컬트 서클을 떨게 만든 존재다.
금지되어 있는 결계 탐방을 너무 많이 해버려서 비공식 기관에 찍혀버렸다는 소문도 있었고, 그녀들의 활동이나 이것저것이나 적어서는 안 될 것들을 기록해둔 활동 일지의 카피본이 고액으로 거래 된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무튼 전설이라 부를만한 여성이다.
그런 그녀가 지금 이 카페에서 뭘 하고 있는가.
「하아 행복해…… 이 애는 그냥 사버릴까. 조금 장소가 좁아지겠지만 그 정도는 감안해야지.」
타블렛 화면에는 테디 베어의 사진이 줄줄이 놓여있었다. 아마도 아니 확실히 쇼핑몰 사이트다.
「결국 감봉도 나는 1개월로 끝났고, 최근엔 꽤 바빴으니까 나한테 선물이라도 줘야지. 아아 근데 어쩌지. 만약 지금 화면을 내리면 더 귀여운 애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역시 조금만 더 봐도 괜찮겠지. 아아, 오오, 으으…….」
마치 만남 사이트를 보고 있는 아저씨와 같았다고 점원은 생각했다. 혼잣말을 너무 많이 해서 주의를 주고 싶지만 주위에 다른 손님이 없어서 유감이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후우…… 역시 휴일은 이래야지. 안 그래도 매일이 비일상에 맞닿고 있는걸. 나는 렌코처럼 터프하지도 않고, 애초에 좋아서 하고 있는 일도 아니니까 휴일은 주에 4일을 받아도 부족할 정도야.」
마에리베리 한. 통칭 메리.
그녀의 직업은 도시를 지키는 경찰이다. 학생 시절에 그녀를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얼마나 놀랄지. 딱히 학생으로서 표행 불량이었거나 성적이 많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학생이었기에 경찰이 됐다는 것이 신기하다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말하자면 『어울리지』 않다. 목숨 걸고 뭔가를 지킨다거나, 사명감이 불타오르고 있는 것도 아닌 그저 성실하고 귀여웠던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녀는 잡화상에서 일하고 있었다. 솜씨도 좋아서 자작도 했기에 수공예를 다루는 상점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무렵의 그녀는 눈이 빛나고 있었다. 지금처럼 의욕이 없는 흐릿한 눈이 아니었다.
이렇게 된 시발점은 그녀의 파트너인 우사미 렌코가 그 잡화상을 들어닥쳤기 때문이었는데 그건 지금 꺼낼 이야기는 아니다. 아무튼 지금 메리는 경찰이다. 사무원이긴 하지만 경찰서에서 일하는 건 크게 문제 되지 않았었다.
「사무, 그래 난 사무원이잖아. 사무원이 현장에 나가는 건 이상하다는 걸 렌코는 모르는 건가. 터무니 없는 상관이야 정말.」
메리는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벼랑 끝에서 죽을뻔 했던 컵을 잡아 쭉 들이켜 마셨다.
그녀가 소속한 특수 대책부 비익과 봉인계. 시민의 일상 생활에 불안을 가져오는 세균을 한데 모아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리는 일이다. 소속한 인간은 우사미 렌코와 마에리베리 한 둘 밖에 없다. 그러기에 필연적으로 바빠지게 되고 휴일도 멋대로 줄어든다. 오늘은 신이 그녀에게 내려준 멋진 휴일이다.
「오늘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아무것도 안 하는게 얼마나 가치 있는지 학생 시절엔 몰랐어. 이상한 오컬트가 나타나도 난 휴일이니까, 경계의 틈새가 발견 되도 휴일이니까 아무것도 안 할거고 눈 앞에 이상한 사람이 쓰러져있어도 휴일이니까 아무 것도 안 할 거야. 경찰도 인간인걸 쉬어야만 할 때도 필요한 거야.」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며 컵을 기울였다.
멋대로 말하기 시작한 혼잣말을 들은 점원은 겁을 먹어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걸 깨닫지도 못하고 있는 메리는 혼자 우아하게 실눈을 떴다.
도로를 향하고 있는 카페테라스.
걸어다니는 사람들.
그 안에서 눈에 띄는 사람을 발견한 메리는 무심코 컵을 흔들고 있던 손을 멈췄다.
「……응?」
파스텔 컬러의 아동복, 그에 대조적이라 말할 수준인 화려한 머리카락, 아파보이는 기색, 몸에서 뻗어난 튜브에 왠지 모를 슬리퍼.
그런 현대 일본에선 기묘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오는 모습을 한 소녀가 이 쪽을 향해 휘청휘청 거리며 걸어오고 있다. 그리고 뭔갈 게속 말하는 것 같아서 왠지 기분이 나쁘다.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도 그걸 알고 있는지 그녀를 피하고 있어서 그녀의 주위는 뻥 뚫려있었다.
그 스녀는 테라스에 있는 메리의 옆을 지나갔다. 그 때 들려온 소리는 마치 저주를 한데 모아둔듯한 매우 낮은 목소리였다.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왜 여기는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야…… 이런 건 듣지 못했다고…… 아 정말 싫어, 안 들을 테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 정말…… 그만둬 …… 부탁이니까…….」
메리는 이건 위험하다고 직감으로 느꼈다.
지금까지 활동을 하면서 만나면 안 될 존재들을 많이 봐온 그녀가 그 중에서도 진짜로 엮이고 싶지 않은 부류에 들어간다. 그것도 악질적인 것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더 무서운 것이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경찰에게도 휴식은 필요하니까.」
자신을 타이르듯 같은 말을 또 말했다.
애초에 왜 슬리퍼를 신고 있는지. 몸에서 뻗어난 튜브 같은 건 대체 뭔지. 생각 할수록 너무 신경 쓰인다.
정말로 안 좋은 상상이긴 하지만 어쩌면 어느 병원에서 빠져나온 환자일지도 모른다. 저 슬리퍼도, 튜브도, 아파보이는 얼굴도, 그러면 전부 다 설명이 된다.
「음…….」
저울의 한 쪽에 휴일이 쿵 앉았다. 확실히 관여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일단 하면 금방 처리 될 사건일지도 모른다. 뭣보다도 이대로 그냥 지나쳐서 나중에 소녀가 뭔 일을 저지르고, 그 근처에 있었다는 것이 들켜버리면 더 귀찮아 질 것이다.
「……어쩔 수 없네.」
타블렛을 집어넣고 자리에 일어나서 계산을 마친다. 점원이 멋대로 가게 안으로 들어가버려서 불러내는데 고생했지만, 그 후로 바로 따라잡을 정도로 수상한 소녀의 발걸음은 느렸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하나. 계속 망설이고 있을 수도 없기에 일단은 아까 생각한대로 말을 걸기로 했다.
「잠깐. 거기 아…… 유감스러운 아가씨.」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단어를 선택했지만 소녀는 멈출 기색이 안 보였다. 애초에 일단 초면의 사람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데 꺼낸 단어 선택이 이런 시점에서 그녀도 유감스러운 인간에 들어가겠지만 그런 사고회로는 메리에겐 돌고 있지 않다.
「실례합니다, 거기 머리 색이 엄청 튀시는 분, 잠깐 괜찮을까요.」
메리는 익살스럽게 웃지도 않고 담담하게 무례한 말을 계속 하고 있다. 예의 없는 말이 드디어 닿은 것인지 소녀는 천천히 뒤돌았다.
「……나?」
소녀는 째려보는 듯한 시선으로 메리를 바라봤다. 소녀가 자신을 향해서 알은 것인데 몸에서 뻗은 튜브는 가슴 근처에 모여있고, 빨갛고 둥근 눈알이 떠있었다.
저 눈알은 뭘까 병원의 치료 도구인가 생각 하고 있을 즘, 그것이 메리에게 찌르는듯한 시선을 보내왔다. 틀림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듯한 움직임에 메리는 몸이 살짝 굳었다.
일단 대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되므로 메리는 렌코를 보고 배운 불심검문을 시작할려고 했다.
「그게 말이지, 잠시.」
「……잠깐.」
「이야기 좀 하고 싶어서 그런데.」
「기다려주세요!」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메리는 주춤했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저 다른 사람이랑 대화하는게 서툴러서요. 안 그래도 여긴 사람이 많아서 짜증난데…… 아아 그런가요. 제가 수상하다고요. 이런 차림에 병약한 건지 허약한건지 모르겠는 행동을 하며 걸어가는 제가 수상하다고.」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휴……후……하아, 하아. 말하시면 안 되요. 모르는 사람이랑 얘기하면 손이 떨리니까. 더구나 소리가 너무 많이 들려와서 당신의 말을 분별해내는게 힘들어서…… 저 말인가요. 괜찮아요 저는 원래 이런 요……사람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걱정하는게 아니라.」
「조용히 해요! 아아…… 제 모습이 수상하다는 건 인정합니다만, 원래부터 이렇게 지내왔으니까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일단 설명할 필요도 없고.」
「음…… 뭐라 해야 좋을려나.」
「뭐라고요? 불심……검문입니까. 치안 문제로 제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요? 그런 거군요. 제가? 정신 병원에서 빠져나온 환자같다고 말하고 싶으신겁니까?」
「아니 그런 말은 한 적 없어.」
「뭐가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엮이지 않는게 좋겠었네, 실패했구만,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시죠?」
하고 있다.
그건 메리도 인정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경우, 자신이 뭘 잘못한 건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저 휘청거리는 소녀를 보호, 아니면 불심 검문을 할려고 했을 뿐인데.
「잘못 하신건 없어요. 물론 저도 잘못한 건 없고요.」
메리는 생각이 그렇게 얼굴에 나타나는 타입이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부터 특히 그 경향이 심해졌다고 자각하고 있다. 메리는 일단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자신의 뺨을 두들기며 말을 꺼낼려고 한 순간.
「말하지 마세요!」
어쩌라는 것인가.
「됐어요. 말하지 않아도 되요. 다 아니까. 애초에 당신은 말하고 있는 것과 생각하고 있는 것이 너무 달라서 신용이 전혀 안 간다고요.」
「일본인에게는 본심과 배려심이란게 있어서.」
「그러니까 좀! 그리고 당신 일본인도 아니잖아요.」
「그 쪽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잖아.」
「아아! 지금 건 괜찮네요. 생각과 말이 일치했어요. 소리가 하나만 들려왔으니까. 그럼에도 예의가 없는 단어 선택은 변함없지만요.」
이런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정도로 마에리베리 한은 성숙하지 않다.
이렇게 되면 지구력 싸움이다. 그녀가 말하고 있는 것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상대를 알아야 한다. 『이름』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띄워봤다.
「이름 말입니까? 코메이지 사토리예요. 옛 고에, 밝을 명, 땅 지, 사토리는 히라가나예요.」
메리는 조금 당황했다. 설마 진짜로 대답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그러니까 사기 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요. 또 말하자면 저는 분명 밖을 잘 안 나가긴 해요. 태양빛도 싫어하고요. 얼굴이 아파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슬리퍼를 신고 나온 건 걷는 걸 상정하지 않았기에……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요. 별로 눈에 띄고 싶지는 않아서. 머리카락은 제 머리에요. 가발이 아니고. 집 말인가요? 엄청 먼 곳에 있어요. 그러니까 병원에서 나온게 아니라니까요. 보기와 다르게 끈질기시네요. 집에 대한 건…… 현이나 시 같은 건 잘 모르겠으니까 내버려두죠. 그런 제가 왜 이런 곳을 걸어다니냐면은 사람을 찾고 있어요. 만나자고 연락을 한 건 아니지만. 이걸로 만족 하셨나요?」
놀랐다.
만족 같은 건 됐고 뭔가 칭찬을 해주고 싶은 기분이다. 거 참 굉장하네요, 브라보라 말해주고 싶을 정도다. 소녀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 메리의 생각을 읽고, 그 생각에 반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메리가 생각한 건 『어떻게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것 자체에 딱히 신기하다거나 기분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한다. 애초에 그런 건 그녀의 주위에선 자주 있는 일이라서 알고 싶은 건 그 원리다.
수상한 건 뻗어있는 튜브와 조그만한 눈알이다. 어린 시절에 한 게임에 나온 몬스터와 닮아있다.
「잠깐…… 만지지 말아주세요.」
소녀가 못을 박아버려서 실망하며 손을 집어넣는 메리. 렌코가 있었으면 무슨 반응을 보였을까. 분명 소녀의 제지를 듣지도 않고 무아몽중으로 달려 들어서 저 눈알을 만질 것이 틀림 없다. 그 모습이 눈에 훤히 보였다.
「잠시만요.」
「응?」
「말하지는 마세요. 지금 생각하신 걸 한번 더 생각해주세요. 그…… 잘 모르겠는 사람이 절 덮쳐오는 장면을요.」
순간 메리는 자기가 뭘 생각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렸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 것이다. 자기가 생각 했던 걸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 영화의 한 장면을 지적하는 말투로 말하면, 그 광경이 싫어도 전두엽에서 반복 된다. 그것이 현실이 아니고 뇌내에서 만들어진 광경이여도.
일단 모든 요소를 모아서 렌코를 떠올린다. 대학 시절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모습에 형사 같은 자켓을 걸친 모습. 학생 시절에서 바뀐 점을 말하자면 그 겉옷 밖에 없는 것 같다.
다음으로 메리는 렌코가 자기 옆에 있는 걸 상상했다. 여기에 렌코가 있고, 눈 앞에 있는 소녀가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걸 알면 어떻게 될 것인지. 멀리뛰기 선수도 질색할 정도로 도약력을 보이며 덮칠 것이 분명하다. 그 이후로는 눈알을 이리저리 만지고, 관찰하고, 기회가 생기면 그걸 핥아 소녀는 달콤한 숨소리를 내──
「이제 됐어요. 됐으니까 그만 해요…….」
그런 상상을 해서 그런지 소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것 처럼 보였다. 어디까지나 메리가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이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제가 말을 잘못했네요. 정확히는 『저를 덮쳐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주세요』라 말했어야 됐는데. 다른 이상한 요청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으니까, 착각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방금 전까지 더듬던 말투가 많이 얌전해져있다. 메리는 입가가 일그러질려고 했지만 그 생각도 읽힌다 생각하니 정색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묻고 싶은데요…… 그 사람은 어디에 있습니까?」
이 시간이라면 렌코는 순찰이란 명목으로 오컬트를 찾고 있을 시간이다.
비익과에 순찰은 있지도 않지만 과장이 직접 나가니까 말릴 수도 없다.
메리는 오늘 비번이지만 렌코의 행동 패턴을 보자면 틀림없이 정기 순찰 코스 어딘가에서 불량 학생을 괴롭히고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 주위를 찾아볼게요. 그럼 안녕히.」
「잠깐만.」
「말하지 마세요! 안 그래도 주위의 소리가 시끄러워서 참을 수 없단 말이에요! 들리는 소리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고요!」
그렇구나. 아까부터 말을 하지 말라는 건 이 때문이겠군. 이걸로 보건대 대화하는 것도 서툴러보이고, 한 번에 많은 『소리』를 처리해내는 것도 힘들어보인다.
밖을 많이 돌아다니지 않는 이유도 이 힘 때문인가. 무의식적으로 차단해버린 귀로 들여오는 정보와 생각을 읽는 걸로 들여오는 정보는 다른 것이라 봐야하는 것인지 메리는 생각했다.
「더 이상 제게 묻고 싶은 건 없어보이네요. ……음, 이건 감사 인사를 해야겠네요. 찾고 있는 사람을 알아낼 수 있어서. 그럼 친구 분에게도 잘 부탁드려요. 인간 씨.」
방금 전까지 비틀거리던 발걸음은 거짓말 같이 부리나케 걸어가버렸다. 말을 걸지도 못했고, 막아서지도 못한 메리는 그 자리에 남겨져버렸다.
대화를 즐겼는데도 뭔가 이상하다. 애초에 그 소녀는 대체 뭘까. 다시 생각해보자면 생각을 읽는 능력 같은 건 있을리가 없다. 그리고 그녀는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렌코의 모습을 생각한 후의 반응을 보아 렌코가 목적, 아니면 단서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어쩌면, 진짜 어쩌면.」
메리는 소녀가 향한 방향과 반대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신중에 신중을 가한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본인답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상한 프라이드에 고집을 부릴 정도로 바보도 아니다.
천천히 목에 걸려있는 통신 장치에 손을 뻗어, 렌코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역시 엮이지 않는 편이 좋았어.」
한 편, 그 무렵.
「아프잖아…….」
대로에서 벗어난 골목의 한 곳에서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자켓을 걸친 여성이 자기의 손날을 어루만지고 있다.
「나도 아프다고…… 정말 갸냘픈 처녀에게 이런 걸 하게 만들고 있어.」
「그럼 촙을 왜 치는 건데! 애초에 대체 어디가 갸냘프다는 건데! 나이를 생각해라 이 아줌마야!」
「아줌마…… 아직 20대 중반이거든…….」
「나보다 10살 가까이 많잖아. 그런 소리를 들어도 덤덤해질 나이라고 자각 좀……으아아악!」
「이것이 황금의 왼팔…… 이거에 진절머리가 난다면 반성 좀 해.」
우사미 렌코. 20대 중반. 대학생 시절에는 물리학을 전공했으면서, 뭐가 잘못 된 것인지 경찰에 들어가 괴이 현상과 싸우고 있는 나날을 선택해버린 소녀, 아니 여성이다. 『폭주 히로시게』라 칭송 받던 그 성격 그대로 성장해버려 서내 시말서 랭킹, 감봉 랭킹, 봉사활동 랭킹을 2년 연속 1위하고 있을 정도의 인재다.
물론 정규 분야로 활약은 하고 있지만, 그 정규 분야로 인한 사고나 사건도 많아서 그녀가 관할하고 있는 비익과 봉인계는 부스럼 취급을 받고 있다.
그런 그녀가 이런 뒷골목에서 뭘 하고 있냐면.
「역시 젊은 애를 갱생시키는 일은 기분이 상쾌해지는구만. 경찰이란 직업은 역시 모범이 중요해.」
「말을 안 들은다고 폭력을 쓰는 경찰이 어딨냐…….」
「자기가 말을 안 듣다는 건 자각하고 있구나. 그 정도면 아직 갱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있어.」
「내버려둬. 애초에 그런 식으로 나는 잘못한 게 없다고 주장하는 놈이 가장 열받는다고.」
이젠 설명 할 필요도 없지만 비익과의 업무에는 불량아의 갱생 같은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건 그녀의 취미가 아니라 오히려 경찰의 이름을 빌린 직권 남용이라 할 수 있다. 본인은 「선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어쩌 할 도리가 없다.
「평일 대낮부터 이런 곳에서 시간을 축내고 있으면 훈계 받아도 변명 못하지. 번개가 떨어질 정도로 설교 해주니까 오히려 고마워해야 되는 거 아니니…… 엇.」
이제 장황하게 설교를 시작하려고 할 때, 렌코의 무전기에서 소리가 났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지만, 착신음으로 보아 본부에서 온 연락이 아닌 것 같다. 자유 형사 행위가 어디서 누설 되버렸나 생각한 렌코였지만 그 걱정은 바로 사라졌다.
「그래, 우사미야. 왜 그래 메리, 오늘은 비번 아니었나?」
『헬로, 렌코. 지금 어디에 있어?』
「놀자고 하는 거면 거절할 거야. 일단은 근무 중이니까.」
『아냐. 일단이라고 말하는 시점에서 대강 짐작이 가니까, 이 이야기는 그만하자.』
「그건 그거대로 유감이네. 지금은 시조 카라스마의 뒷골목에 있는데. 왜?」
『널 찾고 있는 여자애를 만났어. 귀여운 옷을 입고, 아파보이고, 슬리퍼를 신고 있고, 머리에 벚꽃이라도 피어있는 것 같은 머리색을 하고 있고, 몸 안에서 튜브가 뻗어있고, 커다란 눈알을 매달고 있고, 사람이랑 말하는 걸 싫어하는 여자애. 아 그리고 생각을 읽을 수 있어. 알고 있어?』
「메리…….」
『내 머리의 걱정은 안 해줘도 돼.』
「기다려봐. 속성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서 잘 모르겠어. 그런 애를 알고 있으면 일단 잊어버릴 일은 없을거라 생각 하는데.」
『그렇겠지. 음, 이거 좀 위험하려나.』
「뭐가?」
『네가 있는 곳을 알려준 거.』
「명백하게 수상한 인간한테 뭘 말하는 거야…….」
『안 말했어, 진짜야. 그저 지금이라면 렌코는 이 근처에 있겠다고 생각 했을 뿐.』
「……정말로 그 애는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거야?」
『못한다고 단정은 못해. 그 뿐이야. 뭐 일단은 주의해봐. 그럼.』
「아 메리 잠깐만…… 끊겼네.」
정보를 입수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 해야할 정도로 평소의 메리라면 비번인 날에 연락을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 그녀가 주의를 줬으니까 그만큼 예삿일은 아닐 것이다. 렌코는 조금 고민했지만 현재로선 알 수 없는 문제에 씨름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어디 가는 건데.」
「윽…….」
렌코의 팔은 몰래 도망칠려 했던 고등학생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전화에 몰두하고 있는 지금이라면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여성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켕기는게 있으니까 도망치는 거지? 그렇지?」
「귀찮으니까 도망치는 거라고. ㅁㅇ도, 담배도, 술도 아무것도 안 가지고 있다구. 시간 떼우고 있었을 뿐 이거든.」
「학교 땡땡이 치기만하는 어중간한 양아치가 뭘 자랑스럽게 말 하는 거야. 내가 학생일 땐 그런 일은 없었다고.」
「다닌 학교가 다르니 당연하지. 아줌마하고는 살아온 시대도 다르고.」
소년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러 번의 촙이 소년의 머리를 강습했다.
「아프잖아…… 당신 이렇게 폭력을 휘두르고 다니는 걸 보니 경찰이 적성에 안 맞는 거 아냐? 촙 전문가로 전직하는게 좋겠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인간한테 그런 말을 들어봤자 칭찬으로 밖에 안 들리는걸. 애초에 촙 전문가라는게 뭔데. 레슬링 선수야?」
「그거 어울리는구만…… 잠깐 잠깐 잠깐! 때리지마! 이 이상 더 때린다면 나도 가만히는 안 있을 거라고. 경찰도 미성년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걸 들키면 위험할 거 아니냐.」
「이래서 잔머리만 잘 돌아가는 꼬맹이들은 짜증난다니까……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감봉 기간이라고. 이번 달 집세랑 식비를 생각하면 뭐랄까 가슴이 조여오는 것만 같아.」
「……왠지 시험 보기 전의 나랑 다를게 없어보이네.」
「몇 번이나 말하지만 학생이랑 같은 취급은 하지마라. 시험을 못봐도 죽진 않지만 식비와 집세가 없으면 죽는다고. 알겠어?」
「응…… 뭔가 미안하구만…….」
렌코는 소년에게서 동정의 시선을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왠지 모르게 불행 자랑 대회가 된 걸 반성하지만 애초에 렌코의 현 상태는 불행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자기 잘못이다.
「그런 이야기는 아무래도 좋아! 아무튼 이런 곳에서 농땡이부리지 말고 빨리 학교로 돌아가!」
「아, 그러지 말고~」
「그러고 뭐고 빨리 일어서!」
「당신도 대학 나왔는데도 정상적이지…… 아냐 아무 말도 안 했어. 근데 그럼 당신도 학생 시절에 성실하게 보냈어?」
「당연하지. 예를 들면 대학 시절엔 수업을 결석한 적은 한 번도 없고, 밤에 돌아다닌 적도 없었지. 무덤에서 논 적도 없고, 위성에 불법 침입한 적도 없어!」
어떻게 한 적도 없는 일을 구체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것인가. 소년이 그걸 추궁할려고 할 때 목이 쉰 여성의 목소리가 주위에 울렸다.
「거짓말이네!」
두 사람이 뒤돌았다.
방금 전까지 아무도 없었던 곳에 담색에 귀여운 옷을 입은 아파보이는 소녀가 서있었다.
「순수하지 않은 것 같은 소년, 그 여자가 하는 말을 믿으면 안 돼. 전부다 거짓말이야. 그 녀석은 지금 온갖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어.」
「뭐야 너 대체 누군데…….」
「조용히!」
아무리 렌코라도 대화를 시작부터 끊겨버리니 입을 뻐끔뻐끔 거리기만 했다.
「난 말이야 다른 사람이 말 거는 걸 정말 싫어해. 미안해. 마음 속에서 대답을 생각만 해주면 돼.」
다른 사람이 말 거는 걸 싫어한다기엔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건 콩트인건가 생각이 들 정도로 두 사람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방금 전 까지 있었던 싸움은 어떻게 된 것인지 두 사람은 소녀에게 등을 돌려 얼굴을 맞대고 소곤소곤 말하기 시작했다.
「누구야 저거…… 네 아는 사람?」
「저런 전파스러운 아는 사람이 있으면 인생이 재밌겠네. 근데 친구가 되고 싶긴 한걸. 네 여자 친구야?」
「그딴 농담은 하지 말라고. 입만 다물고 있으면 가련하고 귀여울지도 모르지만 입을 열면 저 모양인데. 저런 여자는 사양하겠어.」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 다 들리거든. 일부러 생각을 읽지 않아도 들리도록 말하는 배짱은 감탄이 나오지만.」
하아, 이건가라고 렌코는 생각했다. 복장, 특징, 발언, 어떤 걸 봐도 메리가 알려준 인물이 틀림없다.
렌코는 소녀 쪽으로 다시 뒤돌아봤다. 과연 메리가 말한 것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흥미가 있다. 우사미 렌코는 그런 인간이다.
「음, 저기…….」
「어머, 날 이미 알고 있네. 응? 이름은 코메이지 사토리야. 잘 부탁해.」
「아, 그러시군요. 알려준 건…….」
「가능하면 입을 열지 말아줄래? 시끄러우니까. 음…… 알려준 사람은 메리라 하는구나. 본인 이름은 신경을 잘 안쓰니까 그런 건 생각을 하지 않거든. 고마워.」
「아 예…….」
「아까 얘기했던 거짓말인가. 잘도 자기보다 어린 사람한테 태연하게 그런 말을 내뱉는구나. 동아리 활동? 이라는 거에 빠져서 학문을 소홀히 하고, 묘지를 어지렆혀놓고…… 별에도 갔었구나, 굉장하네. 하면 안 되는 일이 잔뜩인 것 같은데.」
「아~! 아~!」
큰 소리를 내면서 소녀가 한 말을 가로막을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소년은 렌코에게 시선을 향하며 표정은 동정에서 멸시로 바뀌어갔다.
「얼굴에 무슨 철판을 깔았길래 그런…….」
「거짓말이야! 순 엉터리라고! 애초에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인간이 있을리가 없잖아…….」
「인간? 누가 인간인데?」
그 말을 들은 렌코는 바로 정신을 차렸다.
틀림없이 그 말은 눈 앞에 있는 소녀가 한 말이다.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인간은 없다.
분명 그건 맞는 말이다.
그럼 눈 앞에 있는 생물은 대체 무엇인가.
「너……혹시…….」
「우훗.」
소녀는 삐딱한 웃음을 지으며 양손으로 치마를 잡아 고개를 내렸다.
「다시 인사드리지요. 코메이지 사토리예요. 그런데 렌코 씨, 제 애완동물을 알고 계신지?」
「애완동물……?」
「고양이예요. 이름은 오린. 인간 같은 겉모습에, 타오는듯한 빨간 머리카락을 한 손수레로 인간의 시체를 옮기고 다니는…… 그런 애완동물을 알고 계신지?」
렌코의 뇌리에 예전에 이 도시에 침입한 오컬트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 아무런 느낌도 없었던, 마지막엔 렌코와 메리에게 퇴치당해 경계의 저편으로 되돌려 보냈던 오컬트.
「얼마 전에 우리 오린이 엉망진창이 되서 돌아와서…… 저도 평소엔 방임 주의라 놔두는데 너무 아파보여서 사정을 물어봤어요. 여기에 발을 들였다가 도리어 당해버렸다고. 옷의 특징밖에 못 들었지만 제 애완동물의 복수를 하고 싶었어요. 단서가 너무 적어서 찾는데 고생할 줄 알았지만…… 의외로 쉽게 발견했네요.」
사고의 흐름을 막을려고 했지만 한번 시작 된 기억을 간단히 끝배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각하지 않을려고 할수록 추억과도 같은 것이 계속 넘쳐 흐른다. 그 고양이에게 부적을 때려박고, 경계로 밀어넣는 그 순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