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휴식후 예고된 바와 같이 카라스 텐구들이 우루루 몰려오기 시작했다. 엔제까지나 숲속에서의 기습을 당했을뿐, 직접적으로 침략을 받는건 처음이라서 조금 긴장되었다. 꽤 많은 카라스 텐구들이 하늘을 가득 메운 모습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이 넘어갔다.
"모두 위치를 잡아라! 제대로 대응한다면 적도 쉽게 못쳐들어온다!"
테츠가 외쳤다. 테츠의 말에 다른 백랑 텐구들은 마치 오랜 기간 연습이라도 한것처럼 일제히 방패를 치켜들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방패는 양 옆이 안쪽으로 조금씩 꺾여있는 조금 특이한 모양이였다. 방패의 윗쪽은 안쪽으로 움푹하게 패여있었고, 방패를 들지 않은 백랑 텐구들은 홈 위에 활을 거치하고 일제히 하늘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화살은 하늘을 까마득히 메우고 있는 카라스 텐구들을 하나 둘씩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날개 또는 가슴등 화살에 벌집이 된 카라스 텐구들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카라스 텐구 전부를 몰아내기에는 역부족이였다.
이러니 저러니 하고 있는 와중에 카라스 텐구들이 화살을 쏘아대며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 몸 하나정도는 거뜬히 막아낼 정도로 큰 방패는 몇몇 백랑 텐구만 부상을 입혔을 뿐, 직접적인 전사자가 나오게 만들지는 않았다.
"놈들이 접근한다! 방패를 사선으로 틀어라!"
방패들은 일제히 대각선으로 돌아갔고 카라스 텐구들은 방패의 빈틈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방패에 검이 긁히는 소리와 함께 방패 뒤에 숨어있던 백랑 텐구들이 땅에 착지한 카라스 텐구들을 베어넘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장벽 안쪽은 카라스 텐구와 백랑 텐구들이 한데 엉켜 난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모든 카라스 텐구들이 땅에 착지를 했을때 3분의 1가량의 카라스 텐구들은 땅에 몸을 뉘이고 마지막 숨을 내쉬고 있었다. 승기가 확실한 순간 테츠와 나 그리고 테루는 망설임 없이 검을 뽑아들고 난전의 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사방에서 들리는 기합소리와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 이 모든것이 항데 엉켜 귓가에 뚜렷하게 들려오자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심장의 박동에 맞춰 검이 카라스 텐구들을 하나 하나 베어넘기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테츠의 기합소리와 테루의 신나는 웃음 소리가 들리는듯 했지만 지금은 그런것을 신경쓸 겨를이 아니였다. 예전의 소규모 전투와는 달리 대규모 전투였기에 한눈 팔고 있는 병사를 베는것도 쉬웠지만 그만큼 적들의 중심에 둘러싸일때도 있었다. 3명이 한꺼번에 덤벼오는것을 간신히 쓰러트리고 나서야 한숨을 돌릴수 있었다. 그때 멀리서 낮익은 모습이 보였다. 카라스 텐구의 마을에서 극적으로 탈출했을때 나를 검문 했던 카라스 텐구였다.
어린 모습이였지만 능숙한 검술로 백랑 텐구를 하나 하나 베어 넘기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조용히 감탄했다. 카라스 텐구도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검무를 멈추고는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내가 누군지 알아보고는 검을 바로 잡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기억났다! 그때는 비겁하게 도망쳤겠다...!"
"도망칠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니까 그렇지!"
"시끄러워!"
카라스 텐구는 나의 변명을 단 한마디로 일축하고 검을 휘둘렀다. 세상에 그 여자. 얼마나 빈틈이 없던지 공격을 피하고 막는것마저 버거울 정도였다. 계속해서 뒷걸음질을 치며 공격을 막던중 잠시 빈틈을 보였다.
"빈틈...!"
"죽어라!"
내 빈틈을 놓치지 않고 그 틈을 찌르려 할때 어디선가 낮익은 검이 카라스 텐구의 공격을 막아냈다. 검에 새겨진 한눈에 알아볼수 있는 특이한 음각. 그 음각은 피가 굳지 않고 바닥으로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여 검에 피가 묻지 않게 만들어준다. 어려서부터 대장장이 일에 관심이 많아 취미 삼아 만들었던 검중 가장 아끼는 두 자루의 검중 하나.
테루는 피범벅이 된 얼굴로 나를 흘끗 바라보고는 씩 웃었다. 어린 여자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이였지만 오늘따라 더욱 소름돋게 만드는 미소였다. 갑작스러운 난입에 카라스 텐구는 검을 물리고 뒤로 물러났다.
"오빠. 아직 실력이 물러. 저런 빈틈 투성이의 검술에도 쩔쩔대면 어떻게 해"
"저게 빈틈이 없는건가?"
"물론이지. 볼래?"
카라스 텐구는 자신의 검술에 대한 평가아닌 평가를 듣고는 발끈하여 검을 휘두르며 다가왔다.
"잘 보라고"
테루는 카라스 텐구의 검을 아밍 소드로 간단히 막아내고는 다른쪽 손에 들린 단검으로 복부를 세게 찔렀다. 카라스 텐구의 비명이 들렸다. 테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대로 카라스 텐구의 검을 막고 있던 아밍 소드로 카라스 텐구의 목을 찔러버렸다. 그러고는 검을 비틀어 카라스 텐구의 얼굴이 윗쪽을 향하게 했다.
목에 난 상처에서 피가 솟구치자 테루는 흥미롭다는듯 고개를 갸우뚱하여 상처를 빤히 바라보았다. 카라스 텐구는 부들거리는 손을 들어 테루의 검을 잡았지만 그 자세 그대로 뒤로 넘어가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잘 싸우고 있었는데"
"됬고 오빠 지켜준 나한테 고마워 하기나 해. 다 큰 남자가 되서 말이야"
테루는 흥흥 거리며 콧노래를 부르며 어느 구석에서 달려온 카라스 텐구의 어깨에 단검을 꽃아넣고는 말했다. 카라스 텐구는 비명을 지르며 어깨에 박힌 단검을 뽑으려 몸부림 쳤지만, 테루가 힘껏 휘두른 아밍 소드에 목이 달아나버리고 말았다. 다시 한번 분수가 솟구쳤다.
"너 정말 소름 돋는 애야..."
"이럴때가 아니면 언제 웃어봐? 이젠...슈고키 오빠도 없단말이야"
테루가 이젠 목이 달아나버린 시체에 박힌 단검을 뽑으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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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음
전투신은 언제나 쓰는게 흥겹네요.
쓰기 힘든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잘 써지면 그만큼 기분 좋은것도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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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튀는걸 미화할순 없잖아요! 피 대신 무지개라고 쓰면 더 이상하게 보일지도... | 17.07.17 19: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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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라니 ㅎㄷㄷ | 17.07.17 20:0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