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물에 잠긴듯 무거웠다. 마치 한줄기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심연 속으로 천천히 빠져드는듯한 기분이였다. 빠져나오고 싶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고 두 눈도 떠지지 않은채 그렇게 심연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두 눈이 떠지지 않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와중에 간간히 머리속에 울려퍼지는듯 말소리가 들리긴 했다.
"위험...넘겼...독...없..."
"백랑...카라스.....마을...피해..."
뚜렷하게 들리지도 않는다. 온 힘을 다해서 들으려고 애를 써도 울림이 너무 심해서 알아들을수가 없었다. 간신히 단어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들어야 간신히 건져내는 수준이였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버린걸까? 마구잡이로 달리다가 갑자기 지쳐 죽어버리기라도 한걸까. 온 몸에 고통도 없었다. 몸 하나하나가 말을 듣지 않다보니 감각조차 말을 듣지 않는 모양이다.
"츠바사...눈...않았..."
"곧...시간....지났...경과..."
어쩌다가는 망가진 라디오에서 나오는듯 노이즈가 낀것같기도 했고, 어쩔때는 물에 잠긴 상태로 넓은 홀에서 오페라를 듣는듯 꽉 막힌듯한 느낌도 들었다. 오페라를 들어본적은 TV에서 간단히 들어주는 저급 오페라밖에 없지만 아마 수조에 갇힌채로 오페라를 듣는다면 반드시 이런 느낌일거라고 지레짐작해버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조차 없다. 그냥 빨리 이곳에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였다. 그렇게 간절히 빌고 빌던 중 갑자기 온 눈앞이 환해졌다. 눈에 힘이 나 자신도 모르게 질뜬 들어갔다. 그 순간 온 몸이 내 대뇌의 통제를 따르기 시작했다. 두 손이 허우적거리고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온 몸의 감각은 갑자기 돌아와버렸다.
무척 다행인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윽고 그 순간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온 몸이 무언가에 덮혀있다는것을 깨달은 지금 몸 위를 두껍게 짓누르는 물건을 힘껏 걷어버리려고 했다.
생각했던것만큼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덮개를 벗겨내는데 애를 먹었지만 이윽고 온 몸에서 천이 벗겨지고 나서야 나는 물 밖에 오랫동안 들어가있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일으키며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눈 앞에 풍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매우 밝은 빛이 눈 안으로 잔뜩 들어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두 눈을 잔뜩 찌푸리고나서야 간신히 두 눈이 빛에 익숙해져 주변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벙어리처럼 한참을 꺽꺽대며 두 팔을 허우적대고나서야 이곳이 어느 방이라는것을 알게 되었다.
내부는 상당히 고풍스러운 분위기였다. 일본식 분위기가 물씬 풍기면서도 묘하게 여태껏 보았던 것들과는 동떨어진 느낌이였다. 약간 근대식으로 꾸며진듯한 느낌이였다. 항상 막사나 간이 건물에서만 지냈던 탓에 이 상황이 너무 낮설기만 했다.
자세히 둘러보고 있자니 예전에 새로운 소설을 쓰기 위해 사전답사를 했던 옛 고위층의 집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일본 여자를 위해 미국의 남성이 이곳에 눌러앉은 집이라고 했었다.
그 남성은 고향에 있었을 당시 크림치즈인지 글리젠나이트인지로 떼돈을 번 유능한 사업가라고 한다.
글리젠나이트는 다이너마이트의 원료인 나이트로글리세린을 젤라틴과 결합시켜 만드는 모양이 변형이 가능한 일종의 폭약이다. 20세기에는 젤라틴 다이너마이트라고 불렸으며, 세상을 폭파시키는데 관심이 있는 부류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탐을 내던 물건이라고 할수 있다.
크림치즈는 크림치즈다. 맛도 좋고 종류도 다양하지만 폭발하는 경우는 없다.
이래저래간에 주변을 둘러보고, 창문 밖의 풍경을 보고서야 이곳이 백랑 텐구의 영토가 아니라는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카라스 텐구의 영토일까. 나는 결국 붙잡혀서 죽을 위기에 처한걸까?
그런데 곧 죽일 녀석을 가둬둔 방 치고는 정갈하고 고급진 방이였다. 게다가 전에 입은 상처에 붕대까지 감아주었다. 어쩌면 간수라는 녀석이 너무나도 친절한 녀석이라 이런일을 벌인것일지도 모른다. 독단적으로.
"눈을 떴네.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길래 진정제를 찾으러 갔던 참인데."
뒷쪽에서 문이 열리더니 왠 여인이 방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여태껏 보왔던 요괴들과는 분위기가 현저히 다른 여인이였다.
잠깐밖에 보지 않았지만 느낄수 있었다. 그 어떠한 특이사항도 보이지 않았다.
인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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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이네요.
훈련 받고 복귀해서 으쌰으쌰하던중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이유는 묻지마! 개인적인 프라이버시야!
덕분에 조금 죽어가는 몰골로 간신히 돌아왔습니다.
2주밖에 안있었으니까 심각한건 아닌 모양입니다.
살아있으니 된거야 암암...
그나저나 크림치즈를 주제로 글을 썼더니 갑자기 크림치즈가 먹고싶네요
휴가나가면 꼭 사서 요리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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