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 안은 적막했다. 테루, 테츠, 천랑, 슈고키 모두가 이누바시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누바시리는 가면을 쓴 채로 말을 했다.
"나는...백랑 텐구들과 카라스 텐구들이 화합을 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서로 싸우다가는 두 텐구가 모두 죽을 뿐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뭐라고...?"
슈고키가 숨을 씩씩 내뿜으며 이누바시리에게 다가왔다. 금방이라도 칼을 뽑아 내리칠듯 등에 달린 검을 있는 힘껏 붙잡은 상태였다.
"슈고키 오빠! 진정해! 이누바시리 언니는 그렇게 간단히 상대할수 있는 상대가 아니란거 잘 알잖아!"
테루가 슈고키의 등에 매달려 안간힘을 썼지만 슈고키는 간단히 테루를 집어던지고는 쿵쿵거리며 이누바시리에게 다가갔다.
"나는 카라스 텐구에게 두 아들과 아내를 잃었다. 물론 나와 같은 백랑 텐구들이 주변에는 넘쳐나지...그 녀석들과 나를 간단히 설득 시킬수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마라"
"역시나 그럴줄 알고 있었다..."
이누바시리는 한숨을 내쉬고는 슈고키의 옆을 슬쩍 지나갔다. 이누바시리의 태도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슈고키는 소리를 지르며 대검을 뽑아 이누바시리를 향해 내려쳤다. 이누바시리는 손바닥으로 검의 몸체를 있는 힘껏 쳐냈다. 검의 궤도가 뒤틀리며 슈고키의 몸이 기우뚱 했다.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슈고키의 얼굴을 있는 힘껏 주먹으로 때렸다. 가면에 금이 가는 소리와 함께 슈고키가 뒤로 나동그라졌다.
"복수에 미쳐 네 자신을 잃어버리지 마라 슈고키"
"...마음에 드는 주먹이다...하지만 방식은 마음에 들지 않아"
슈고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가면은 금방이라도 부숴질듯 너덜거리고 있었다. 부숴진 가면 너머로 슈고키의 눈동자가 보였다. 기다란 흉터에 눈동자까지 반쪽으로 갈라져 있는 상태였다. 하얗게 색을 잃은 눈동자가 이누바시리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서 나를 설득시켜 보아라. 두 텐구가 화합이 되었다 하더라도 나를 설득 시키지 못하면...나는 마주치는대로 카라스 텐구들의 목을 꺾어버릴 뿐이다"
슈고키는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던 자신의 대검을 집어들어 등에다 걸었다. 검의 몸체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히 남아있었다.
"확실히...이누바시리님의 말이 맞긴 하다..."
테츠가 중얼거렸다. 슈고키를 제외한 홍염조와 수견조 대부분이 이누바시리의 말에 동의를 하는 분위기였다. 슈고키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어쩔수 없다는듯 고개를 젓고는 밖으로 나갔다.
"가면이 부숴졌잖아...새로 가져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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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산의 길에는 어느샌가 초목이 우거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대충 날씨로 보거나 여기에 온 시기를 대충 어림잡아보아도 4월정도쯤 되는것같은데 무릎깨까지 풀이 차올라 가는 길목마다 우리의 다리를 간지럽혔다. 이누바시리의 말에 의하면 카라스 텐구의 마을도 곧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생각보다 카라스 텐구들의 마을이란건 가까운곳에 있는 모양이다.
이누바시리의 말이 틀리지 않기라도 한듯 멀리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밥을 지을때 나는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이 곳에서 누군가 모여 살고있다고 증명이라도 해주는듯 했다. 우거진 수풀을 지나자 드넓은 벌판이 나타났다. 카라스 텐구 초병이 마을의 입구를 지키다 우리가 모습을 드러내자 기겁을 하며 미친듯이 종을 울리기 시작했다.
"배...백랑 텐구다! 백랑 텐구들이 나타났다!!"
마을안에서 소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분명히 멀리서 들리는 와중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할것없이 비명을 지르며 각자의 집으로 도망치는 소리가 뚜렷하게 들렸다. 이누바시리는 잽싸게 마을의 입구로 달려갔다. 카라스 텐구들이 기겁하며 화살을 쏴댔지만 이누바시리는 특유의 민첩한 움직임으로 화살을 적당히 피하며 순식간에 담을 타고 올라가 카라스 텐구 하나를 쓰러트린 뒤 위에 올라탔다.
카라스 텐구가 안간힘을 쓰며 이누바시리를 품에서 떨어트려놓으려 했지만 이누바시리는 간단하게 카라스 텐구의 양 팔을 쥐어잡고는 품에 가지고 있던 징표를 꺼냈다. 깃털로 꾸며진 예쁜 장신구였다.
"너희의 수장이 우리를 불렀다. 너희는 아무런 전갈도 받지 못했는가?"
"아야마리님께서...? 너희를 불렀다고?"
카라스 텐구가 온 몸에 힘을 쭉 빼자 이누바시리는 상대방이 전혀 공격의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는 힘을 풀었다. 카라스 텐구는 몸에 붙은 잔디를 툭툭 털어내며 칼을 들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카라스 텐구들을 향해 소리를 쳤다.
"중지! 활 쏘는걸 멈춰! 아야마리님께서 저놈들을 찾으신다고 했다!"
카라스 텐구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우리와 소리를 친 텐구를 번갈아보더니 한숨을 내쉬고는 칼을 하나 둘씩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카라스 텐구중 가장 높아보이는 녀석이 다가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듯 하군...그나저나 백랑 텐구가 이곳에 오다니 이상한 일도 정도가 있지...그래. 아야마리님께서 찾으신다고?"
"이 징표면 설명이 되겠나?"
"흠..."
카라스 텐구가 부적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좋다. 아야마리님이 계신곳으로 안내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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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마리가 있는 장소는 마을의 가장 중심부에 있는 높게 솟은 탑이였다. 탑을 지나가기 위해서는 마을에 있는 두꺼운 문을 5번 정도 지나가야 했다. 문을 지나가면 지나갈 수록 마을의 건물들이 점점 화려해지고 높아져갔다. 마을의 중심부로 들어설수록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다 보니 이런식으로 점점 건물이 높아지는건가 싶었다.
"저기가 아야마리님이 계신 건물이다. 아마 전쟁 이후로 이곳에 당도한 백랑 텐구는 너와 네 일행들밖에 없을테지"
카라스 텐구가 말했다. 이누바시리는 고개를 끄덕여 감사의 표시를 표하고 탑으로 걸어갔다. 입구의 초병들은 맨 처음 만났던 초병들과는 달리 화려하고 아름다운 갑옷과 무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전투보다는 겉멋과 제식을 더욱 중요시 하는 녀석들인것 같았다. 초병들은 백랑 텐구를 보며 긴장한 기색이였지만 이누바시리가 보여준 징표를 보고나서는 순순히 길을 비켜주었다.
"징표가 있으니 이리 들어오기는 쉬웠겠지만...아마 회의가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후에 여기를 드나드는것은 죽음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천랑이 나에게 말했다. 모든 무기는 입구에다 두고 가라는 초병의 말에 어쩔수 없이 두고가긴 했다. 카라스 텐구의 심장부로 갈때마다 점점 몸을 옥죄여오는 압박감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손에는 아무런 무기도 없는데다 무기가 없으면 나는 평범한 인간이다. 아마 카라스 텐구들에게 죽는것은 담배에 불 붙이듯 간단하고 쉬운 일이겠지...
"아야마리님께서 호위병 두명과 이누바시리 당신을 제외한 나머지는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하셨다."
고압적으로 보이는 카라스 텐구가 우리를 보며 말했다.
"뭐? 여기까지 오는데 몇시간이 걸렸는데 네놈들 수장 얼굴은 구경도 못하는거야?"
테루가 불만을 잔뜩 품은 채 말했다.
"암.살의 위험이 있으니 최소한으로 호위병을 조정하라는 아야마리님의 명이시다. 그렇다고는 해도...너같은 조그만 꼬맹이가 암.살을 제대로 할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걸...크크큭..."
카라스 텐구가 테루에게 딱밤을 날리며 조롱을 하자 테루가 약이 바짝 올라서 그대로 카라스 텐구의 고.간을 발로 갈겨버렸다. 카라스 텐구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바닥으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암.살 성공"
"테루 너..."
테츠가 어이없다는듯 테루를 쳐다보았다. 테루는 싱글벙글 웃으며 자신도 해냈다고 좋아하고 있었다.
"밖이 왜 이리 소란스럽지?"
문이 열리며 아야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카라스 텐구들이 계속하여 아야마리라고 부르던 텐구는 바로 하나비의 목을 베어버렸던 그 카라스 텐구였다. 당시에 만났을때의 전투복이 아닌 정복을 입고 예의를 갖추어 이누바시리에게 예를 표하는 모습은 예전에 조소를 띄며 하나비와 하야미를 가차 없이 베어버리던 그 모습과 정 반대였다.
"그래. 와주었군 그래"
"아직도 활과 화살을 이용하여 내용을 전하는 이상한 녀석이 있다길래 단박에 찾아왔다"
이누바시리가 꾸깃꾸깃 구겨진 쪽지를 아야마리에게 전하며 말했다. 아야마리가 큭큭대며 웃고는 이누바시리를 안내했다.
"그래. 여전히 재미있는 텐구로군. 호위병은...전에 보았던 저 두 녀석인가?"
"그렇다. 천랑, 츠바사. 따라와라"
이누바시리가 내 별명을 부르자 아야마리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츠바사...라...내 이름과 똑같구나. 선대께서 두 날개를 활짝 피고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라는 뜻으로 지어주었지...그래. 네 이름은 어떤 의미로 지어진것이냐?"
아야마리가 관심을 가지며 나에게 두 눈을 반짝이며 물어보았다.
"음...카라스 텐구의 두 날개를 베어버리면 깃털이 흩뿌려지니까?"
나는 테루에게 들었던 이유를 최대한 기억해내려 애쓰며 말했다. 아야마리는 잠시 어벙한 표정을 짓고는 배꼽을 잡고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재미있는 이유구나! 정말 재미있어! 아무래도 네 부하녀석들은 재치가 넘쳐나는 녀석들인거같구나"
아야마리가 이누바시리와 천랑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내 부하들이 좀 재미있긴 하지..."
"좋아. 이만큼 농을 주고 받았으니 어느정도 분위기가 완화되었겠지..."
아야마리가 말했다. 그러고보니 어느샌가 긴 복도를 지나 아야마리의 방에 도달해있었다. 이 녀석은 사람의 감정을 잘 다루는 녀석인가보다. 하긴 그러니까 카라스 텐구의 수장의 자리까지 올라갔겠지.
"그럼...이제 한번 이야기를 주고받아보도록 하지"
아야마리가 기다란 책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누바시리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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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정도 분량이면 만족이다.
1시간동안 쉬지않고 써서 그런지 손가락이 욱신거리네요!
하지만 보람찼어!
이정도면 만족이야!
그럼 이제 댓글로도 만족하게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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