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미스는 사랑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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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구멍을 넘는 것으로 오카자키 교수님 일행은 환상향으로 도달했다는 거야. 간단히 말하자면 인공적으로 결계의 틈새를 만들어내는 것이지. 단 이 경우의 결계라는 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3차원의 세계』 그 자체를 구성하는 결계로 그걸 넘는걸로 수많은 3차원 세계에 갔다올 수 있는 거야. 그래봤자 아직 위험성이 높은 기술이라 일반화 하는 건 어려울……텐데 말이지.」
「항상 시대의 앞을 달리는게 주인님이지. 그리고 그 속도는 마침내 시대를 뛰어넘어 새로운 차원을 개척해내는 입장까지 거의 다 도달한거야.」
나는 그 2번째라구. 치유리 양은 자랑스럽게 주장했다. 물리학자 셋이 모이면 시끄럽다는게 그야말로 이거다.
「혹시 괜찮다면 둘이 다니고 있는 대학을 알려주지 않을래? 꼭 느긋히 실허……아니 연구를 하고 싶거든.」
「아, 네. 괜찮으시다면야…….」
대학의 이름을 알려주니 고개를 끄덕여가며 수첩에 메모하는 오카자키 교수님. 수첩을 닫고 안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어느샌가 조수인 치유리 양이 내 옆에 앉아 있었다.
「그렇구만. 이 쪽으론 제법 명문대잖아. 어쩐지 이런 고레벨인 애들만 모여있더니.」
오카자키 교수님은 렌코의 옆자리에 다리를 꼬며 앉았다. 교수님의 표정은 반짝임으로 가득 차있는게 마치 순수한 아이와 같았다. ……아 그래. 이 분위기 기시감이 느껴진다 생각했더니 렌코랑 매우 닮아있다. 뭐랄까 자기의 흥미를 돋아내는 것에 일직선인 그 인품이.
문이 닫히며 유리카모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음 역은 텔레콤 센터, 텔레콤 센터입니다. The next station is Telecom Center. 오오에도 온센모노가타리, 테일러 메이드, 아디다스 골프 쇼룸에 가시는 분들은 이 역에서 내리시면 편리하십니다.』
안내 방송에 렌코가 반응했다. 우리들의 목적은 오오에도 온센모노가타리다. 다음 역에서 내려야 된다.
「뭐야 둘 다 다음 역에서 내리는 거야?」
「예. 저희는 이제 온천에 갈려고요.」
「온천!? 온천이 있는 거야!? 우와 온천인가. 좋겠네. 주인님, 우리들도 온천 가자구. 오늘은 힐링 여행으로 온거잖아?」
「아냐. 도쿄에서의 시간과 공간의 구멍을 조사하러 온거잖아.」
「그치만 나도 둘이랑 더 얘기하고 싶단 말이야!」
「어리광 부리지마!」
「구시렁구시렁…….」
「그래도 뭐…… 그렇네 한 양의 노력 덕에 그 조사는 공연히 끝날 것 같으니…….」
잠깐 잠깐 잠깐, 뭔가 멋대로 노력자 취급 당하고 있는데!? 렌코는 소리를 죽이며 큭큭 웃고있다.
「혹시 둘이 괜찮다면 우리들도 같이 해도 괜찮을까?」
「나는 별로 상관없는데. 메리는?」
즉답하는 렌코. 나도 처음부터 거절 할 생각은 없었다.
「예, 저희로 괜찮다면야.」
「오오에도 온센모노가타리에서는 유카타나 진베이를 입고 안에 들어가. 또 도쿄답게 평범한 온천이 아니라 간단히 말하자면 온천 테마파크? 뭐 건물 안은 에도처럼 해놨다 해야하나, 옛날 일본처럼 만들어놨어.」
「유카타인가. 나 아직 유카타 입어본 적 없는데.」
텔레콤 센터 역에서 내린 우리들은 보행자 통로에서 보이는 풍경에 엉겁결에 소리를 냈다. 보행자 통로 밑에는 물이 퍼져있고 파도가 잔잔히 치고있다. 원래는 저기가 도로였다는 사실이 투명한 물 속에서 보였다.
「이 장소에 올려면 어떤 방법으로 오든 유리카모메를 탈 수밖에 없겠네…….」
「아니면 보트일려나? 어찌됐든간에 상당히 불편한 방법으로 와야하네. 이런 곳에 일부러 그런 수고를 들여서라도 올 사람은 별로 없을 거 같지만.」
「그런데 우리들이 있지.」
「이런 걸 좋아하는 관광객이 메인인 곳이겠지. 안 그러면 이미 이런 장소는 없어졌을거야.」
저마다 멋대로 말해가며 오오에도 온센모노가타리를 향해 보행자 통로를 걸어갔다. 얼마 걷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 이건 확실히…… 굉장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렌코가 말한대로 확실히 언뜻 보기엔 물 위에 떠있는 건물이다. 그것도 순수하게 일본식이라서 쓸데없이 분위기가 장엄했다. 그렇군. 이건 관광객용이다.
「파도라도 크게 온다면 무사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이거.」
오카자키 교수님이 조금 어이없다는듯 말했다. 확실히 너무 현실적이지 않다. 애초에 도쿄라는 도시 자체가 좀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애초에 『현실이란 무엇일까』…… 안 돼, 자칫 철학의 영역으로 돌입 할뻔했다.
「아~ 뭔가 기대되는걸.」
「그럼 들어가볼까.」
렌코가 문에 다가가니 자동문이 열렸다.
「뭔가 좀 그러네. 일본식인 외견에 반해 자동문이 있으니 이 언밸런스한 느낌이 도쿄라는 걸 느끼게 해줘. 정말이지 『여긴 도쿄라구!』라는 느낌이라 해야하나.」
「저 문이 손으로 미는 거 였어봐. 효율이 나빠지기만 할 뿐이잖아. 손님이 오고가기엔 가장 효율 좋은 방법이야 저게.」
「그러면 아예 문이 없는게 낫잖아. 효율을 생각한다면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구.」
「아 정말 둘 다 바보 같은 의론은 그만둬요. 원래부터 일본식 건축식에 따른 것도 아니라서 괜찮으니까.」
……뭐랄까 마치 영화에 나오는 문제를 일일히 지적하는 렌코가 셋으로 늘은 것 같은 기분이다.
유유상종. 여자 셋이 모이면 시끄럽다. 정말 옛 속담들은 잘 들어맞는다.
안은 엄청 오래된 건물이란 생각이 안 들 정도로 깔끔하고 이 곳이 한 번 바다에 잠겼다는 걸 떠올리니 상당히 재밌다. 예전에 뉴스에서 봤던 말라버린 댐에서 보였던 건물을 연상해 상상한 것만으로도 의표를 찔린 것 같은 기분이다.
「어서오세요~! 자자, 원하시는 유카타를 고르고 들어가주세요.」
우리를 맞아주는 건 도쿄에서는 이제는 소꿉친구 수준이 되어버린 안드로이드다. 일본옷을 입은 모습은 숫되다.
「안드로이드를 만들어서 벌은 막대한 부조차도 연구에 다 써버렸지…… 덕분에 지금은 가난 생활이 한창이라구. 어떤 수입도 생활비에 일절 들어가지 않아. 훌쩍…….」
치유리 양이 지긋지긋하다는 식으로 말했다. ……응?
「시끄럽네. 애초에 안드로이드는 반쯤 장난으로 만들은 거잖아. 그런데 왠지 모르게 이건 평가가 좋고 원래 하던 연구는 전혀 평가 되고 있지 않다니 요즘 사회는 뭔가 틀려먹었어!」
「자, 잠깐만요! 이 안드로이드를 오카자키 교수님이 만들으셨다고요!?」
「그래. 특허는 내가 가지고 있어. 초안전, 초안심의 반 자립형 이족보행 안드로이드. 에너지는 체내에서 자가생산하니까 초클린, 이 더러워진 지구를 배려한 에콜로지하고 이코노미하게 만들어진 거야!」
오카자키 교수님은 매우 자랑스레 말하기 시작했다. 허리에 손을 대면서 우뚝 서며 말하는 사람을 처음 봤다. 그리고 치유리 양이 그냥 가자고 옷을 당겼다.
「스위치가 들어가면 한동안은 안 멈추니까 그냥 먼저 가버리자구.」
치유리 양은 딱한 사람을 보는듯한 눈으로 오카자키 교수님을 슬쩍 보며 말했다. 보니까 렌코는 이미 접수에 있었다. 나는 치유리 양에게 끌려가고 있지만 신경 쓰여서 오카자키 교수님 쪽으로 슬쩍 돌아봤다. 우릴 맞이해준 안드로이드에게 자랑스레 말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괜찮은 것 같다. 안심하고 유카타 고르는 데에만 전념하자.
현관을 빠져나와 신발을 신발장에 집어넣는다. 그 앞에는 접수대가 있고 더 안으로 들어가면 유카타가 진열되어있었다.
「자, 입장 티켓. 치유링은 오카자키 교수님의 몫까지 전해줘.」
먼저 가서 접수를 다 끝낸 렌코가 입장 티켓을 건내줬다.
「치유링……아, 알았다구…….」
렌코에게서 티켓을 받았다. 치유리 양도 쓴웃음 지으며 받고 지갑을 꺼냈다.
「아냐 괜찮아. 이번엔 내가 쏠 테니까.」
「아, 그래도…….」
「돈을 따지는 것보다도 이런 곳에선 즐기는게 중요하잖아? 그 대신 재밌는 얘기를 많이 들려줘.」
「……감사합니다.」
작게 인사하는 치유리 양. 렌코에게 있어서 그녀는 동생 같은 존재인 것 같다. 왠지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지는데…… 어라 나도 의외로 저런 취급 당하고 있지않나?
오카자키 교수님이 당황한 기색으로 우리에게 향하고 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안드로이드는 현관에서 경직 된채 끄떡 하지도 않았다. 정보가 너무 많이 들어와 프리즈라도 걸린건가.
「미안해. 우사미 양, 한 양! 그만 이야기에 몰두해버렸네.」
「괜찮아요. 신경쓰지 않으니까.」
렌코는 태연하게 대답했지만 아마도 오카자키 교수님이 말하고 있던 내용을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한 거겠지.
「자 티켓이야. 우사미 양에게서 받았어. 사준다는 것같아.」
「뭐? 그러면 미안하잖아!」
황급하게 지갑을 꺼내는 모습을 보니 역시 치유리 양과 닮아있다. 하지만 그걸 렌코가 말렸다.
「그런 생각은 없으니까 빌려준건데 말이죠. 지금은 군말없이 받아주세요 나중에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니까.」
「……알겠어. 그럼 이 답례는 환상향에서 체험한 일을 들려주는걸로…… 이거면 될려나?」
「네,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둘은 서로를 보며 웃기 시작했다. 왠지 소외감이 엄청나며 조금 쓸쓸해졌기에 유카타를 고르는 것을 서두르기로 했다.
「에치고 실…….」
그런 간판이 걸려있는 방에 유카타가 진열 되어있다. 다양한 천이 있어서 어떤걸로 할지 고민된다.
「그럼 난 이걸로 해야지.」
렌코가 고른건 유카타가 아니라 진베이였다. 감색 배경에 물에 떠있는 연꽃 그림이 등쪽에 그려져있다.
「어머 괜찮은데? 연꽃이 있는게 그야말로 렌코답다고 할 수 있겠네.」
「그렇지? 뭐 이른바 드물게 보이는 내 여자다운 모습? 유기견을 줍는 불량아 이론이야. 분명 엄청 매력적으로 보일거야.」
「여자다운 모습이라면 언제나 자랑하고 있잖아. 렌코의 치마 안이 화려한 건 알고 있는걸?」
「아니 잠깐! 그런 걸 어떻게 알고있는거야!?」
「방금 네가 커밍아웃 해줬잖아.」
「유도심문인가…….」
개처럼 위협하고 있는 렌코를 무시하고 나는 유카타를 봤다. 내가 입을 유카타를 골라야하니. 남녀 분리 된 탈의실에 들어가 유카타로 갈아입었다. 탈의실에는 사물함이 즈르륵 놓여있었다. 사람도 어느정도 있는 것같다.
「짜잔~! 어떠냐구! 멋지지!?」
「내 불타오르는 빨깐 후지산에 비하면 별로네.」
이미 옷을 갈아입은 치유리 양과 오카자키 교수님은 서로 유카타를 자랑하고 있었다. 새빨간 후지산의 우키요에가 그려져있는 유카타가 오카자키 교수님. 그야말로 그녀를 나타내는 유카타였다. 그리고 치유리 양은 파도의 우키요에가 있는 유카타였다. 둘 다 자주 보았던 것 같은 것들이다.
「카츠시카 호쿠사이의 후가쿠 36경이네. 맑은 날의 후지산과 카나가와의 거대한 파도야. 후가쿠 36경에 대해서는 히로시게 안에서 말했었지?」
「아마 히로시게가 베껴서 후지산 36경을 그렸었다고 했었지.」
「말하는게 좀 걸리지만 뭐 대강은 맞아. 뭐야, 메리의 기억력도 나름대로 괜찮네.」
「바보 취급해줘서 고마워. 렌코.」
「됐으니까 둘 다 빨리 갈아입어~! 빨리 온천에 들어가고 싶다구!」
치유리 양이 당장이라도 먼저 가고 싶어하듯 근질근질 거리고 있는게 놀이공원에서 부모를 재촉하는 어린애처럼 보였다. 이렇게 보니 아직은 어린애다.
「서두르지마 치유리. 미안해 먼저 들어가도 괜찮을까?」
「네 괜찮아요. 저희도 다 갈아입으면 금방 갈테니까.」
오카자키 교수님은 치유리 양에게 끌려가면서 쓴웃음을 띄우며 먼저 가버렸다. 뭔가 정말로 말괄량이인 어린 아이와 부모님 같이 보인다.
「그러고보니 말이야, 렌코는 유리카모메 안에서 오카자키 교수님이 아직 자기소개도 안 했는데 이름을 말했었지? 그건 어떻게 된 거야……?」
렌코는 와이셔츠를 벗고 브라의 훅을 풀었다. 이렇게 보니까 제법…….
「뭘 보고 있는거야.」
「아무것도 안 보고 있는데?」
「뭐 됐어. 왜 오카자키 교수님인지 알았냐고? 그야 저 새빨간 옷에 새빨간 머리카락. 그리고 일반인한테는 안 좋은 시선을 받을만한 말을 요란할 정도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괴짜는 물리학계가 아무리 넓더라도 오카자키 유메미 교수밖에 연상 되지 않아. 물리학계에 있으면 누구라도 아는 사실이지.」
그렇게나 유명인이었나…… 생각해보니까 세상에 보급한 안드로이드의 제작자이기도 했지……. 굉장한 사람 일지도. 저 사람.
「뭐 나 정도의 기억력을 가지고 있으면 TV에 살짝 비추기만 해도 그 사람을 기억해버리는 정도니까. 저렇게 눈에 띄는 걸 보면 더 기억에 잘 남지.」
렌코는 치마의 훅을 풀고 벗어 내리고 진베이를 입기 시작했다.
「어머, 팬티가 귀엽네.」
「시끄러.」
나도 빨리 갈아입고 렌코와 같이 탈의실을 나왔다.
「우와! 뭐야 여기!?」
넓은 거리라는 공간에 나오니 말문이 막혀버렸다. 놀라울 정도의 데자뷰. 건물 안에 또 거리가 재현되어 있다. 그것도 에도의 거리.
「말했잖아. 온천 테마파크라고. 말하자면 에도 시대의 시뮬레이션? 유사 체험이지. 복장까지 맞춰서.」
유카타를 입은 사람들이 거리에 있는 여러 노점에서 느긋히 있었다. 찾으면 덜렁이 하치베도 찾을 수 있을 것같다.
「여기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지금은 온천에 빨리 가자.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
「그렇네. 그럼 갈까.」
렌코가 손을 내밀어왔다. 오늘만 몇 번이나 쥔 믿음직한 선도자의 손. 나는 그 손을 꽉 쥐었다.
「아, 유카타는 걷기 힘드니까 뛰지 말아줘.」
「구시렁구시렁.」
진베이와 유카타는 불공평하다. 온천 앞에 있는 탈의실. 그 안에서 방금 전에 입은 유카타를 벗고 알몸이 되었다.
「으~ 렌코, 나 살 찌지 않았어? 아까 너무 먹었나…….」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괜찮아. 아무도 흥미 없으니까.」
진베이와 속옷을 벗은 렌코는 숨을 내뱉으며 벗은 옷을 포갰다. 그런 렌코의 몸을 아래부터 위까지 말끔히 바라봤다. 렌코의 몸을 맛보는 것 같이 계속 바라봤다.
「………………뭐야.」
「아니 몸에 좀만 더 굴곡이 생기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내버려둬.」
렌코는 퉁명스럽게 몸을 돌리며 그대로 전라로 온천에 들어갔다.
「빨리 하라고~」
「아 잠깐 렌코! 기다려!」
나는 탈의실에 놓여있는 미니 수건을 집고 앞을 가리면서 렌코의 뒤를 따라 온천에 들어갔다. 문을 여니 수증기가 덮쳐왔다.
「꺄앗.」
휙휙 손을 흔들어가며 수증기를 떨쳐내니 시야가 좋아져 눈 앞에 대욕탕이 펼쳐졌다.
「오, 오, 오오~! 뭐야 이거 넓어!」
소리가 메아리친다. 10M 위는 되보이는 높은 천장에 밖에서 빛이 새고 있는 대형 파노라마 스크린. 그리고 이 넓은 공간에 여러 종류의 온천이 흩어져 있다. 다른 손님도 드문드문 보인다.
「어이~ 메리. 여기야 여기.」
오른쪽의 칸막이 건너편에서 렌코가 손을 흔들고 있다. 저기는 샤워장이며 먼저 저기서 몸과 머리를 씻는다는 것 같다.
「이런 대낮부터 온천이라니 뭔가 좀 사치 부리는 것 같네.」
렌코의 옆자리에 앉아 샤워기로 머리를 적신다. 그리고 손에 2,3번 샴푸를 뿌리고 머리를 감는다. 거품이 계속 생겨온다.
「일본인의 9할은 온천을 좋아한다고 자부 할 수 있어. 그야 일본처럼 온천 환경이 충부한 나라도 그렇게 없는걸.」
「확실히 굉장하지…… 일본인의 씻는 것과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은.」
샤워기로 머리의 거품을 씻어내며 머리카락의 물기를 뺀다. 보니까 렌코는 통에 받아둔 물로 머리를 감고 있었다.
「샤워기 안 써?」
「샤워기로 씻으면 뭔가 개 같잖아.」
의미를 모르겠다.
온천의 종류가 많기 때문에 적당히 오카자키 교수님과 치유리 양이 들어가 있는 온천에 들어가기로 했다.
「여기 있다구.」
물 위에 떠있는 상태로 우리에게 손을 들며 인사 해오는 치유리 양. 금발의 트윈테일은 풀려서 물 위에 퍼져있다. 그 옆에는 오카자키 교수님이 편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수건으로 감으며 온천에 담그고 있었다. 어깨랑 머리를 젖지 않게 하고 있는 거랑 어깨랑 머리를 흠뻑 담그고 있는 이 차이는 대체 뭐지.
「떠있는게 아니라구. 정확히는 자고 있는 거야.」
「자고 있는 거야?」
「응. 물 위에서 자는 거야.」
잘 모르겠지만 깊이는 나름대로 있다. 어떻게 물 위에서 잔다는 게 가능한거지…….
「표면장력? 소금쟁이? 유성?」
그런 걸 생각해가며 나도 온천 안에 들어갔다.
「아아~ 좋다 좋아…….」
머리 위에 수건을 얹어둔 렌코가 숨을 깊게 쉬어가며 말했다. 온천에 몸을 담그고 극락을 만끽할 수 있는 일본인은 역시 온천 민족이다.
「이런 시간에 오는 대중 목욕탕도 제법 괜찮네.」
나는 그 옆에서 손과 발을 쭉 뻗으며 욕조에 몸을 담갔다. 여행의 피로를 푼다……기엔 조금 이른가. 창 밖에서 비치는 빛은 수증기를 비춰 주위를 뿌옇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이른 시간에 즐기는 온천도 제법 괜찮은 것같다.
지금 우리들이 담그고 있는 온천. 벽에는 『키누노유』라고 적힌 간판이 붙어있다. 하얗고 탁한 유황 냄새가 감도는 온천이다. 팔을 어루만지니 피부가 매끈매끈하다.
「메리는 진짜 피부가 매끄럽네. 뭘 먹어야 이렇게 되는 거야.」
「이렇게라니 실례네. 일반적인 여성으로써의 기본 소양만 했는걸? 딱히 뭐라 할만한 특별한 것은…….」
작게 올린 렌코의 손이 탁한 물 속에서 불쑥 나왔다.
「약 한 명, 여기에 그 일반적인 걸 하지 않는 제가 있습니다.」
렌코가 납득 안 간다는 표정으로 분하다는듯이 나를 노려본다.
「나도 하지 않는다구.」
「그런 것에 얽매이고 있을 시간에, 연구에 시간을 투자하는 게 더 유익하게 시간을 쓴다고 생각해.」
치유리 양과 오카자키 교수님이 이어서 말했다. 이래서 물리학자들이란……. 근데 보면 세 명 다 피부 윤기가 괜찮다. 나는 손을 슬쩍 물 안으로 숨겨 렌코의 옆구리 근처를 만졌다.
「꺄앗!? 메리! 갑자기 무슨 파렴치한 짓이야!」
「어차피 여자들끼리인데 파렴치고 뭐고 없잖아. 스킨십일 뿐이야 스킨십.」
그대로 손을 가슴 쪽으로 올리니 렌코는 간지러운듯 몸을 꼬았다.
「으…… 메리, 뭔가 손짓이 야한데.」
「그렇게 생각하는 렌코가 야한거야. 그나저나 뭐야 충분히 매끄럽잖아.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이 정도로 매끄러우면 원래부터 기본이 좋았던 것 같네. 네 쪽이 더 부러운 상황이잖아. 딱히 손 볼 필요가 없는 거니까.」
「응? 그래?」
렌코는 뭔가 의외롭다는 상태로 자기 팔부터 손목까지 손바닥으로 만졌다.
「오오! 매끈매끈해!」라며 놀라고 있다.
「그래? 그럼 꼭 확인해봐야겠네.」
「백문이 불여일견. 어떤 것이든지 만져서 확인을 해봐야 돼.」
「자, 잠깐! 그만! 메, 메리! 도와아하하하핫! 그, 그마아하하하하한……!」
치유리 양과 오카자키 교수님 둘이서 렌코를 여기저기 만지는 광경이 펼쳐진다. 이거야말로 성희롱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쉬웠다.
「……평화롭네.」
나는 다시 어깨까지 담그고 발을 쭉 뻗었다. 온 몸의 근육이 풀리는 느낌 폐 안에서 숨이 새어나온다. 목구멍이 떨려 무심코 소리를 냈다. 온 몸을 감싸는 따뜻한 목욕물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기분 좋다.
………………지금 렌코가 두 명의 정수리에 주먹을 내려쳤다. 좀 조용히, 수면에 커다란 물결을 만들지만 않는다면 안정 될 수 있겠는데…….
「설마 도쿄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생각도 못했어. 역시 시골은 좋네 이런 곳도 있고.」
「도쿄엔 많아. 번화가에 자리 잡은 고전적인 목욕탕 같은 게 말이야. 물론 기본적으론 거주 지구에 밖에 없지만. 유감스럽지만 여기엔 후지산 벽화는 없는 모양이네.」
「우키요에라면 있어. 저기 봐봐.」
오카자키 교수님이 위 쪽을 가리켰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벽 윗 부분에 얼마 안 되는 양의 우키요에가 그려져있다.
「정말로 적게 그려져있네…….」
「저게 뭘 표현하고 싶은 건지 전혀 모르겠네…… 벽 2면에 그려져 있었으면 어땠을지는 모르겠는데 말이야.」
「이상하구만.」
댕. 종 소리가 울린다…… 아니 아니. 온천이니까 통이 떨어지는 소리에 더 가까울 것이다.
장난도 이제 끝내고 우리는 다른 온천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모처럼이니 모든 온천을 재패하고 싶은 것도 있다. 절대로 이름대로 될 것 같지는 않은 『백인 욕탕』은 모 창고 회사의 광고처럼 『백 명이 들어가도 괜찮아』일 것 같은 넓이의 온천이다. 아마 가장 큰 온천이겠지.
「백 명이 들어가면 물이 없어지겠네」
「얼음이 많이 들어간 패밀리 레스토랑의 주스 같은거라구.」
「그래. 얼음 빼고 주문하면 주스의 양은 반도 안 차있잖아.」
「사기구만.」
이 온천은 창문에 붙어있어 나는 온천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들으며 창문 밖을 바라봤다. 노천 온천이 있다.
「밖은 노천 온천으로 되어있네. 제법 괜찮을 거 같은데?」
「지금이니까 괜찮은거지. 만약 온천 건설 당시였으면 밖은 엄청나게 공기가 오염되어 있었다고. 그런 공기를 마셔가며 온천이라니 싫어할게 당연하잖아. 광화학 스모그나 산성비나 화학약품의 비가 내릴거 같기도 하고.」
렌코가 하는 말의 진위를 알 수는 없지만 만약 진짜라면 엄청나게 무섭다. 자연=신성한 존재라 불려오는 지금에 있어서는 자연 파괴를 하는 산림벌채나 환경오염은 디메리트 덩어리라 인식되어 법적으로도 심하게 처벌을 받는다. (결계로의 간섭도 자연에 영향을 주는걸 걱정하기에 처벌 받는다.)
「정말 좋은 세상이 됐다니까. 자연주의자가 양손을 올리며 기뻐할거야.」
「동시에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버렸지. 지금까지 그렇게 모아왔던 것들을 얻을 수 없게 되었고. 그 대처 방안을 오랫동안 못 정했었지. 뭐 어떻게든 지금의 형태로 수습이 되긴 했지만.」
「그야말로 진화네…….」
미닫이 문의 건너편에서 햇빛이 들어온다. 햇빛은 증기에 반사해 빛의 장막을 만들어냈다.
「흐음, 제법 괜찮은데. 노천 온천. 도쿄라고 너무 무시했었어.」
울퉁불퉁 튀어나온 돌에 감싸져있는 노천 온천. 소나무와 뭔지 잘 모르겠는 나무가 심어져있다. 그 맞은 편에는 커다란 통이 몇 개나 놓여있는 것이 보인다. 간장이라도 만들고 있는 것 같은 광경이다.
「분위기도 제법 괜찮잖아. 그런 잘 모르겠는 우키요에보단 낫다구.」
그 우키요에가 엄청 마음에 안들었나보다. 치유리 양은 와하하 웃으면서 노천 온천에 다이빙했다. 물보라가 높게 튀어올라 우리들에게 닿았다.
「……치유리. 예의없는 행동을 하면 안 되지.」
공기가 흔들흔들 일그러지는게 보였다. 부들부들 작게 흔들리는 오카자키 교수님의 팔은 그대로 주먹을 쥐었고 일직선으로 치유리 양을 째려보고 있었다.
「아, 위험해…….」
쓴웃음과 함께 바로 도망칠려고 했던 치유리 양은 물 속이라 그런지 다리가 꼬여서 그대로 얼굴부터 온천으로 넘어졌다. 또 다시 물보라가 튀었다. 다른 손님이 이 노천 온천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두 사람, 정말로 요란스럽다.
「저기 있는 통 욕탕으로 안 갈래?」
「그렇네. 저기 있는게 더 편히 있을테니.」
보니까 마침 오카자키 교수님의 주먹이 치유리 양의 정수리를 직격하고 있었다. 둔탁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렌코와 나는 쓴웃음을 지어가며 안에 있는 통 욕탕으로 향했다.
「저 두 사람, 생김새대로 정말 어린애같네.」
「아……그렇네. 그거 말이야, 오카자키 교수님은 19세, 치유링은 16세라고 해.」
「……뭐?」
「거기다 둘 다 대학원도 졸업했다고 해. 보통 사람이라면 가능할리가 없는 일이지만 거기에도 또 그녀들의 일화가 남아있어.」
통 욕탕은 이름대로 사람 한명 정도는 여유롭게 들어갈만한 크기의 통에다가 끊임없이 온천물을 붓고 있다. 뭐지. 어디서 본 것 같은데……아, 장례할때 쓰던 관이랑 닮았다.
「그녀들의 주장을 한 글자 한 마디 빠짐없이 말하자면 『우리들의 세계에서는 11세에 대학교, 13세에 대학원을 졸업해!』라고 했어.」
「우리들의 세계라니 뭐야 그게. 존 티토?」
「아니, 그 사람은 시간 여행자고. 뭐 미래의 세계가 그런 식으로 되어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은 부정 못 하겠다만.」
「……하지만 두 사람은 이 세계에서 교수를 하고 있지 않아……?」
「그게 말이야, 그녀가 주장하는 그 대학은 이 세계엔 존재하지 않아. 그 전에 의도적으로 『우리들의 세계』라고 말한 걸 보면 아마도 그녀는 이 세계의 인간이 아니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이 세계와 어울리고 있는 것을 보면 어느 의미로 특수한 인간이야. 정말로.」
「아니 아니 아니, 특수한 인간이라고 끝낼 일이야? 그게?」
「남 말할 처지는 아니잖아. 우리들이.」
「아아, 그건 그렇네…….」
어깨까지 푹 담그니 물이 통에서 흘러 넘쳤다. 나이아가라의 폭포 같다.
「……뭐랄까 물리학계의 누구라도 알 정도로 이 세계의 사람들하고 지내고 있으면, 혹시 비밀리에 이 세계 여기저기가 다른 곳하고 이어져있을지도 모르겠네. 국가 기밀의 수준으로.」
「그럴리 없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네.」
야외라 그런지 조금 뜨거운 온천이다. 뼛속까지 피로가 풀리는 것 같은 쾌감에 폐 안에서 숨이 새어나온다. 깊게 깊게 뿜어낸 안락의 숨은 증기와 함께 증발한다.
조용하다. 나는 다시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럴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들어간 힘 조차도 빠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방심하고 있는 몸에 쾌감은 여유도 없이 스며들어온다. 이게 엄청나게 기분이 좋다.
「온천은 철저하게 몸을 안정시키는 것에 의미가 있으니까 몸의 힘을 계속 빼는게 좋아.」
「아~ 으~」
뭔가 이젠 제대로 말 할 수 있는 힘조차 다 빠져나간 것 같다.
「정말 사람 없는 온천에 뛰어들지 말라는 건 수영장에서 뛰어들지 말라는 거랑 같은거라구.」
「수영장에서도 뛰어드는 건 금지야. 이 바보야.」
오카자키 교수님과 치유리 양도 노천 온천에서 날뛰는게 끝난 모양인지 통 욕탕으로 왔다. 머리를 만져가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치유리 양. 아무래도 엄청 혼난 것 같다. 뭐 꺄꺄 시끄러웠던 소리로 연상은 된다만.
「뭐 온천은 안식의 땅이니까 말이야. 뛰어들고 싶으면 바다에라도 가면 되잖아? 저기 봐, 바로 앞에 도쿄 만이 있어.」
「얌전히 욕탕에 들어가겠습니다.」
치유리 양은 어째선지 오카자키 교수님이 들어간 통에 들어가 크게 미소를 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