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미스는 사랑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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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마시써, 마시써~!」
라면서 거기다 물만두, 가지 니쿠즈메, 방방지를 주문하는 렌코. 음식을 먹는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다만 가져오는 속도도 같이 빠른 게 문제지. 아무래도 내가 너무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다……그랬으면 좋겠지만……. 나는 내 식사에 전념하기로 했다.
샤오롱바오를 먹었다.
「앗, 뜨거.」
먹자마자 바로 입안에 뜨거운 즙이 새어 나와 퍼져간다. 쫄깃한 피 안에 저민 고기와 즙이 섞여 절묘한 맛을 빚어내고 있다.
「으읍, 하아……마시써……」
작은 찜통 안에 샤오롱바오가 2개. 조금 부족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앗, 이 춘권도 맛있어 보이네.」
렌코가 레인에서 집어온 것은 새우 춘권 이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건가. 춘권이 매우 맛있어 보여 나도 레인에서 한 접시 집어왔다. 젓가락으로 집어 반 정도 베어 먹어보니 끈적한 소스에 새우와 버섯, 죽순이 가득 차있으며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어머 이거 정말 맛있네. 바삭한 피가 정말로 좋아.」
「춘권은 그 피가 중요 포인트라서 그래. 온도를 조절해가며 몇 번이나 튀겨내는 거야.」
「렌코는 지식은 많지만 실제로 요리를 해본 적 있어? 그런 인상이라고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데.」
렌코는 갑자기 “어머머 얘는 갑자기 실례되는 말이나 하고~!” 라는 등 주택가에서 여럿 모여 시끄럽게 떠드는 아주머니들의 말투가 되어서 말했다.
「이래 봬도 밥, 청소, 빨래 뭐든지 가능한걸? 괜히 혼자 살고 있는 게 아니니까. 분명 메리보다는 솜씨 좋을 거라고 확신해.」
하지만 렌코의 방은 빈말이라도 정리정돈 돼 있는 공간이라고 말하기엔 어려웠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처음으로 렌코의 방으로 찾아갔을 때, 나는 깜짝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프린트와 레포트 용지들이 책상에서 바닥까지 어질러져 있고, 부엌은 별로 안 쓰는 것 같이 묘하게 깨끗한데 쓰레기 봉투엔 페트병과 빈 캔, 편의점 도시락 용기가 분류 되어있지도 않고 처박혀 있다. 침대 위에는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옷이 몇 벌. 아마도 빨래하고 난 뒤 개지도 않고 놔둔 것이겠지.
「쓰레기 집이냐!」
「최근 침대에서 자질 않아서 말야~. 그러다 보니 침대 위가 이렇게 되어 버렸더라~」
그 때 렌코는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었다. 단언 할 수 있다. 그건 밥, 청소, 빨래를 하지 못하는 인간의 방이다.
그런 방의 주인이 지금 눈 앞에서 근자감을 펼치고 있으니 왠지 아니꼽다.
「어머 그래? 방이 엄청 더러웠어서 언제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생활을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렌코가 겸연쩍은 듯한 시선을 보내왔다.
「아~ 뭐, 그…… 그 땐 그러니까 레포트에 쫓기고 있어서……」
「그런건가~ 아, 그럼 나중에 뭔가 요리해줘. 렌코가 직접 만든 요리 먹고 싶은걸.」
「엣, 아~ 응…… 알았어! 맡겨만 줘. 기가 막히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줄 테니까!」
그렇게 렌코는 스스로 제 무덤을 파갔다. 분명 렌코는 이 대화도 몇 일 안으로 잊어버리겠지. 나는 잊어버리지 않도록 머릿속에 제대로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언젠가 오게 될 날이 벌써부터 기대 된다.
쓸데 없는 대화를 주고 받는 사이에 요리가 식어버렸다. 나는 남은 춘권을 먹었다. 아까까진 따뜻했던 춘권의 소는 지금은 완전히 식어서 차가워졌다.
「오오, 이건……!」
문득 레인 위에 흘러가는 접시를 보고 엉겁결에 바로 집었다. 꽈리고추와 돼지고기의 중화풍 볶음. 내가 좋아하는 꽈리고추와 돼지고기랑 송이버섯을 매콤달콤한 소스에 버무린 볶음이다.
「뭐야? 메리 꽈리고추를 좋아 했었어?」
「꽈리고추는 좋아해. 씹을 때 입 안에 퍼지는 쌉쌀한 맛, 즙이 풍부한 과육…… 참을 수가 없잖아!」
「아~ 미안 잘 모르겠는걸.」
손을 휙휙 저으며 약간 이해 안된다는 느낌으로 대답해왔다. 그보다 흥미 없음에 가깝다. 렌코는 그대로 다시 젓가락을 집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버림받은 것 같은 기분이 된 나는 그 볶음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아, 맛있어.」
「음 앞으로 3개 정도 더 먹을 수 있으려나……」
배가 다 차진 않고 살짝 모자란 느낌. 뱃속에 뭔가 싫은 허전함이 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먹고 싶은 기분이다.
나는 메뉴를 열어 그 중에서 3개, 청경채 마늘 볶음, 해파리 냉채, 참깨 경단을 고르고 주문 용지에 적었다. 다들 그렇게까지 무겁지 않고 배를 적당히 채우기에 좋다. 그리고 디저트. 역시 식사의 마무리는 디저트가 필요하다. 나는 주문 용지를 점원에게 주고 음식들이 흘러오기를 기다렸다.
옆을 보니 렌코는 어떻게 된 일인지 카운터에 엎드려 가만히 있었다.
「뭐하고 있는 거야 렌코.」
렌코의 얼굴이 내 쪽으로 조금씩, 조금씩 향해온다.
「아~ 이제 한계인거 같아……」
「한계라니, 다 못 먹겠다고?」
렌코는 고개를 꾸벅꾸벅 끄덕였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정말이지. 그러니까 말했잖아. 앞뒤 생각 안 하고 주문 하니까 그렇지.」
「마지막 2개…… 그게 결정적이었어.」
작게 웃는 렌코. 렌코가 마지막으로 고른 2개는 분명 우남반과 탄탄면이었다.
우남반은 간단히 말하자면 소고기 덮밥이다. 밥 위에 고기를 놓고 거기에 소스를 얹은 것. 푹 삶아 사르르 녹는 소고기에 소스가 섞인 밥과 절묘한 매치가 이러쿵저러쿵이라고 렌코가 말했었다.
탄탄면은 밥공기 정도의 그릇에 담겨진 소면에 잘게 썬 파와 숙주 나물 등이 들어있고 소량의 붉은 빛을 띄는 국물이 들어있었다. 그것들을 섞어서 먹는 음식이다.
「우와, 이거 매워보이네.」
「방금 전의 마파두부에 비하면 그렇게 맵지는 않아. 먹어볼래?」
「노 땡큐.」
그런 걸 두개나 주문하면 싫어도 배가 차는 건 당연한데. 역시 앞뒤 생각 안 하고 주문하는 건 좋지 않다. 세상 일 어떤 것이라도 계획적으로 해야한다. ……그러고 보니 이 여행도 그다지 계획적이지 않은 것 같다. 이상하게 흘러가지만 않으면 괜찮지만.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와중에 레인에서 3개의 요리가 흘러왔다. 그것들을 집고 나열했다.
청경채 마늘볶음은 마늘이 들어갔어도 그렇게까지 냄새가 심하진 않고 맛도 의외로 깔끔한 느낌이었다. 청경채가 생각보다 씹는 느낌이 있었다.
「빨리 다 먹으면 안 돼? 심심해 죽겠는데……」
「바보 같은 소리 마. 앞으로 2접시 남았으니까 조금만 참고 있어.」
해파리 냉채는 채썬 무와 당근, 잘게 썬 파와 젤라틴……아마도 이게 해파리다……이 담겨있고 그 위에 시큼한 중화풍 드레싱이 살짝 뿌려져 있다. 깔끔한 맛에 해파리의 오도독 거리는 식감 덕에 맛있다.
「음, 기름졌던 음식이 많았던지라 이건 잘 고른 것 같아. 입 안이 개운해졌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참깨 경단이다. 커다란 크기의 경단을 참깨로 감싸 튀겨낸 디저트다. 향기로운 참깨의 향에 안에 들어있는 검은깨 소가 달고 맛있다. 네 입 정도 먹으니 다 먹어버렸다.
「아…… 다 먹었어? 그럼 계산하고 다른 곳도 둘러보러 가자.」
카운터에 쓰러져있던 렌코는 머리를 들더니 팔을 힘껏 뻗어서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 일어서길래 나도 같이 일어났다.
「두 분, 계산 해드리겠습니다~!」
안드로이드의 점원이 말을 걸어오며 앞으로 왔다. 손에는 계산서를 쥐고 있으며 카운터에 쌓인 접시의 수와 종류를 세기 시작한다. 나는 인제야 접시의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잘 만들어진 시스템이네. 점원이 접시의 수와 종류를 다 세고 계산서에 적으며 우리들의 옆을 총총 뛰어 지나갔다. 그리고 계산대에 서서 싱긋 웃는 얼굴로 우리가 계산대 앞에 오는 것을 맞이해주고 있다.
「합계 7065엔 되겠습니다.」
「가능하면 맞이해주고 싶지 않은 가격인걸…….」
「네가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거야. 먹은 양이 독보적으로 많잖아.」
렌코가 지갑에서 1만 엔권을 꺼내 점원에게 건냈다. 1만 엔권은 요즘 와서는 좀 처럼 보기 힘든 물건이다.
「잔돈 2935엔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 밝은 안드로이드다.
텐텐츠네츠네카이텐보를 나와 렌코는 또 다시 기지개를 폈다.
「아~ 너무 먹었네. 배가 터질것만 같아. 자 지금 시간이…….」
그리고 휴대폰을 보며
「뭐야 아직 2시밖에 안 됐잖아. 그럼 조금 돌아다녀 볼까? 여기 선물 가게도 많아.」
「홍콩도 아닌데 홍콩의 토산물을 둘러본다니, 우리들도 제법 도쿄스러운 일을 하는걸.」
「요즘의 젊은이들에게 대박이라구.」
뭐라고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
보면 볼수록 역시 진짜 홍콩 같은 공간이다. 우리들은 중국 잡화가 잔뜩 놓여있는 노점가 같은 장소를 둘러보고 있다.
왠지 눈이 따끔거린다.
「이런건 어때?」
렌코가 손에 쥔건 뭔지 잘 모르겠는 목걸이. 무슨 동물같이 생긴 석상이 매듭진 빨간 줄에 달려있다.
「이건 비휴라는 전설의 동물을 떠서 만든 목걸이야.」
「비휴……라고?」
나는 렌코에게서 그걸 받고 가볍게 들어올렸다. 호안석으로 만들어진 제법 예쁜 목걸이다.
「그거엔 금운을 가져다 주는 힘이 있대. 비휴는 금이 주식이거든.」
「돈벌레야?」
「아냐. 그래서 비휴에겐 엉덩이 구멍이 없어서 돈이 모인다는 소리가 있어. 그리고 이건 호안석으로 되있는데…… 그 돌에도 금운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었을 거야.」
「얼마나 악착스러웠던 거야. 이거 만든 사람은.」
빨간 줄에 매달려 천천히 돌아가는 비휴를 보며 떠오르는 걸 말했다.
「참고로 비휴의 다른 이름은 피사라고도 해. 이름대로 액막이의 효과도 있어. 액막이와 금운 상승의 부적인거지.」
「아~ 언니들 미인이니까 싸게 해줄게요~」
노점 안에서 컬러풀한 차이나 드레스를 입은 직원(당연히 안드로이드다)이 얼굴을 내밀었다. 어디서 저런 대사를 배운거지.
「이거 2개면 얼마?」
「평소라면 5천 엔이지만 특별히 4천 엔에 해줄게요~! 그대신 소중히 다뤄요~!」
렌코가 4천 엔을 건내니 점원은 고맙다고하며 또 싱긋 웃었다. 대체 뭘까 저 웃음은. 벌써 보기 질려버렸다.
「자, 메리. 소중히 해달래.」
「응, 그럴게.」
나는 렌코에게서 목걸이를 받고 빨간 줄을 목에 걸었다. 비휴는 목 부분에서 신기한 형채를 띄우고 있다.
「………….」
「헤헷~ 커플 목걸이네.」
「감사합니다~.」
손을 크게 흔들면서 배웅하는 점원과 떨어져 다른 가게를 살펴봤다. 이번 가게는 노점이 아니라 아무래도 중국 옷가게 인 것같다.
「뭐든 다 있네. 역시 다이바 쇼홍콩이야.」
「뭐가 역시인건데.」
딴지를 걸어봤지만 확실히 굉장하다. 각양각색 본격적인 중국의 민족 의상이 죽 늘어서있다.
「헤에…… 시험삼아 입어볼래? 이런 옷 입어볼 기회는 좀 처럼 없다고.」
「그렇긴 한데…… 아, 렌코! 멋대로 들어가지마!」
렌코는 혼자서 멋대로 가게 안을 서슴없이 들어가더니 차이나 드레스를 한 벌 꺼내들었다.
「어머, 제법 예쁜걸.」
그 옷은 연보라색에 금빛 용 자수가 박혀있는 롱 차이나 드레스였다.
「확실히 메리한테 잘 어울릴 거 같지 않아?」
「응? 나야?」
「그야 그런 편이 더 재밌을 거 아냐. 안 그래?」
난 옷 갈아입히기 인형이 아니라고. 뭘 혼자 멋대로 하는거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한 타이밍으로 나타난 점원에 의해 내 호소는 방해받아버렸다.
「괜찮으시다면 입어보시겠어요?」
옆에서 직원이 말을 걸어왔다. 두말할 것 없이 저 안드로이드의 미소는 마치 붙여놓은 것마냥 모두 변함없다. 게슈탈트 붕괴가 일어날 것 같다.
「네, 부탁드려요.」
렌코가 멋대로 대답한다.
「그럼, 이 쪽으로 오세요.」
점원이 멋대로 내 등을 밀어서 걷게 만든다. 이것들은 사람의 의사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면, 다 입으시면 불러주세요.」
그리고 나는 다다미 반 장정도 되는 작은 탈의실에 밀려 들어가지고 커튼이 닫혀버렸다. 그리고 거울에 비춰지는 내 모습은 어째선진 몰라도 매우 즐거운듯 웃고 있었다.
「…………하아.」
알고있다. 내심으론 나도 매우 즐거워 하고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렌코에게 끌려다니기만 하는 입장이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모처럼이니까 즐기지 않으면 손해겠지. 나는 옷을 벗고 렌코가 골라준 차이나 드레스를 입어봤다.
「음…… 어울리나?」
거울 앞에서 자세를 잡아봐도 잘 모르겠지만 사이즈는 딱 좋았다. 커튼을 걷어보니 밖에는 싱긋 웃고있는 점원 혼자 있었다. 템플릿인가? 저 얼굴은. 복사 붙여넣기로 붙여넣은 건가?
「어라…… 렌코는?」
「일행 분은 지금 옆에 있는 탈의실에 계십니다.」
뭐야. 나는 못고르게 하고 자기 멋대로 골라 입은건가. 정말로 마이 페이스구만. 그런 사이에 안드로이드 점원이 단번에 눈 앞까지 다가왔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정말로 잘 만들어졌다.
은은하게 여자의 냄새가 제대로 나는 것도 굉장하다.
「사이즈 쪽은 적당하신 것 같네요.」
「아, 네. 적당해요. 가슴도 그렇게 조여오지 않고.」
「그건 가슴이 없는 날 비꼰거야?」
옆 탈의실의 커튼이 드르륵하고 걷히며 뾰로통한 얼굴의 렌코가 나왔다. 입고 있는 옷은 잘 모르겠는 검은 계통의 옷이다. 왠지 모르게 신부복이랑 비슷한 것 같다.
「창파오라는 옷인가봐. 점원 분에게 추천 받은건데…….」
렌코가 점원을 힐끗 노려봤다.
「제가 추천드렸습니다.」
하지만 점원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듯한 느낌으로 싱긋 웃었다. 아니면 그냥 단순히 둔감한 걸까.
「이거 원래는 남성용 옷이야…… 왠지 납득이 안 돼.」
「뭐 괜찮잖아. 제법 잘 어울리는데. 적어도 렌코는 차이나 드레스를 입을만한 느낌은 안 드는걸.」
「그래? 뭐 메리가 그리 말한다면야…….」
렌코는 탈의실에서 나와 한 바퀴 빙글 돌았다. 새까만 옷에 소매에서 보이는 흰 색이 정말 렌코다운 스타일이다.
「괜찮으시다면 그대로 다이바 쇼홍콩 안을 돌아다녀 보시겠습니까? 물론 기념촬영도 가능하십니다.」
「흠. 그럼 그렇게 할게요. 메리, 가자!」
「앗. 잠깐, 렌코!」
오랜만이다. 이렇게 들뜨며 돌아다니는 것도. 쿄토에선 언제나 엄숙한 분위기에 동화되어 있었지만 여기서는 왠지 모르게 그런 것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인간에겐 이러한 휴식이 필요하다.
렌코에게 끌려다니며 우리들은 다이바 쇼홍콩 안을 여기저기 둘러보고 다녔다. 사랑을 맺어준다는 인연석(겉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돌이지만 홍콩에선 제법 유명한듯하다)이나 꽃글씨(새나 물고기, 식물등을 다양한 색으로 글자를 만들어 그리는 것. 엔기모노라는 듯하다), 점과 난킨타마스다레.
「자 그럼 자 그럼 자 그럼 자 자 자 그럼은 난킨타마스다레 살짝 돌리면 살짝 늘리면 단오절의 코이노보리랑 닮아져」
다이바 쇼홍콩 중앙에 있는 광장에서 난킨타마스다레를 하고 있었다. 샤미센과 북의 음색에 맞춰 발을 여러 가지 형태로 바꾼다. 그 모습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얼마 전에 분명 무슨 시대극에서 본 거 같은데.
「난킨, 타마스다……레? 아아! 아지랑이의 카게타로!」
「난징이라 하지만 실은 일본의 거리 공연이지 저거. 원래는 난킨무소우타마스다레라 해서 『난징에도 없는 옥발』이라는 의미야. 난징이라 하면 명나라의 대도시 였으니까. 희소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걸까.」
거리 공연을 하고 있는 아저씨(생김새는 인간이다)는 중국과는 다른 어딘가 괴이하고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그래. 타케토리노 오키나.
「중국이랑 전혀 관계없잖아.」
「그러니까 중국은 관계없다니까.」
타케토리노 오키나 같은 아저씨의 손에 쥐고 있는 옥발은 그야말로 자유자재다. 아저씨가 손을 움직일때마다 여러가지의 형태로 바뀌어간다. 잉어, 도쿄 타워, 수양버들, 끝내는 일본 국기로도 변한다. 바리에이션은 풍부하다. 하지만 빈말이라도 중국답다 할만한 건 아무것도 없다.
「5월의 잉어가 보인다면 도쿄 타워로 변해 도쿄 타워가 보인다면 원래대로 돌아가 원래대로 돌아가」
「우와, 굉장해! 저거 봐봐 렌코 도쿄 타워가 됐어!」
「아 정말 보고 있다고! 우사미 렌코는 틀림없이 당신의 바로 옆에서 난킨타마스다레를 보고 있습니다!」
아저씨는 짤랑짤랑 펼쳐둔 옥발을 접고 크게 인사했다.
「정말로 도쿄답네. 홍콩의 재현을 스스로 망쳐버리다니 꽤 대단하지 않아?」
나는 박수를 치며 렌코에게 말했다.
「아무도 안 한다고. 그런 바보 같은 짓은.」
렌코도 박수를 치며 답했다.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난킨타마스다레도 끝나고 아저씨들은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다. 렌코가 휴대폰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슬슬 갈까? 시간도 적당하고 이제 대강 다 둘러본 거 같은데.」
「그렇네. 그럼 옷 돌려주러 가자.」
시간은 오후 3시. 아직 태양은 눈부시다. 우리들은 다이바 쇼홍콩을 나와 테라스 발코니에 갔다. 거기서는 바다, 레인보우 브릿지, 그리고 도쿄의 낡은 마천루가 보인다. 바닷바람이 불어 뜨거운 햇빛과 대조적이라서 기분이 좋다.
「이야~ 레버업 갠찮지 안아써?」
「먹으면서 말하지 마. 알아듣질 못하겠잖아.」
그렇게나 『배불러. 더는 못먹겠어』라고 말하고 다니던 렌코는 노점에서 산 왕만두를 먹고 있었다. 편의점에서 보이는 고기 만두의 3배는 되어보이는 크기로 포만감은 괜찮을 것 같지만 내겐 저걸 먹을 용기 같은 건 없었다.
테라스의 담에 기대어 둘이서 나란히 바다를 끼운 마천루를 바라보고 있다. 바다 냄새와 옆에서 렌코가 먹고 있는 만두의 냄새가 섞여서 감돈다.
「제법 괜찮지 않았어?」
「괜찮았어. 재밌는 체험이었네. 도쿄에서 맛보는 본격 중화요리라니 그야말로 도쿄를 맛봤다는 느낌인걸?」
렌코가 만두를 내밀었기에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입 안에 육즙이 주욱 퍼졌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만두와 잘 맞는다.
「음, 도쿄의 맛이야.」
「도쿄엔 중화요리만 있는게 아니야. 전국의 교자를 모아둔 교자 스타디움이란 것도 있을 정도니까.」
「헤에, 교자밖에 없는 거야?」
「교자밖에 없어.」
「뭐야 그게, 이상하네!」
「그렇지? 진짜 이상하니까 나중에 한 번 가볼까?」
「좋네. 대찬성이야.」
이러저러해서 언제가 되었든 2번째 도쿄 여행의 예정이 결정 됐다. 그래봤자 쿄토에서 오는데 1시간도 안 걸리는 곳이다. 지금까지는 도쿄에 갈 발상 자체가 없었던 것이고. 이렇게 체험해보니 도쿄도 제법 괜찮은 곳이다. 그걸 렌코가 알려줬다. 내가 모르는 여러가지를 렌코가 알려준다.
만일 처음부터 보자면 우리들은 도쿄다운 여자였던걸까? 만약 그렇다면 쿄토에 돌아가기 전에 교정 해야겠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갑자기 등 뒤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
뒤돌아본다. 그 곳에는 그저 건물이 있을 뿐이다. 카페의 테이블이 늘어서있고 몇 명의 손님이 차나 식사를 하고 있을 뿐이고 그 외에 이상한 것은 없다. 다만…… 한명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다.
「응? 왜 그래 메리. 뭐 있어?」
갑자기 옆에서 렌코가 얼굴을 내밀어왔다.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렇게 말했어도 솔직히 매우 신경 쓰인다. 아니면 단순한 기분탓인가…… 하지만 분명히 느꼈다. 미약한 전기가 흐르는 것같은 피부에 전해져오는 따끔거리는 느낌. 저 여성에게서 느껴지는 것 같다…….
「진짜 괜찮아? 너무 많이 먹은거 아냐?」
「아무것도 아냐. 잠깐 생각 좀 하고 있었을 뿐이야. 그전에 너무 많이 먹은 건 렌코잖아.」
「그런 적 없어~」
렌코는 마지막 한 입을 입 속에 밀어 넣었다. 그렇게 먹으면 살찐다고 충고하고 싶지만 그런 걸 렌코가 순순히 들어줄리가 없잖아. 나는 조용히 있었다.
「자자, 그보다도 다음은 어떤 멋진 장소로 날 안내해줄 거야?」
「응?……아 그렇네…….」
렌코는 조금 당황한 기색으로 수족관에서 꺼내온 팜플렛을 꺼내 보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한번 뒤를 돌아봤지만…….
「………………」
그녀는 이미 그 기색과 함께 사라져 있었다. 기이한 분위기를 지닌 금발의 여성……. 그녀는 대체……?
「음…… 시간이 조금 남았네…….」
「무슨 시간이 남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