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마치의 모습은 평상시와는 매우 달랐다. 평상시의 졸린 눈동자가 아닌 마치 오랫동안 푹 쉬다 막 돌아온 회사원 마냥 반짝이는 눈동자와 생기 넘치는 모습이 그 증거였다. 물론 옷이나 손에 들린 커다란 낫 또한 평소의 코마치의 모습이 아니긴 했지만.
코마치가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레이무가 불제봉을 겨누고 뒤로 물러섰지만 코마치가 벌써부터 성큼 다가와 우리를 물끄러미 봤다. 안그래도 큰 키의 코마치였지만 마치 게다같은 높이의 나막신을 신고 있어서 그런지 170 후반을 훌쩍 넘긴거같이 커다란 모습이였다. 나와 레이무를 머리 하나 만큼 위에서 내려다 보다가 허리를 숙여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고서는 손가락을 딱 튕기며 외쳤다.
"혹시 코스프레?"
"아니야!"
아무래도 얼치기는 얼치기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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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
"그래. 지난번의 일 이후로 좋지 않은 공기가 느껴져서 한번 와봤지. 이래뵈도 무녀라 제령정도는 가능하니깐..."
코마치가 레이무의 말을 잠자코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나를 바라보고는 말을 걸었다.
"그러는 넌?"
"난..."
"마리사는 코스프레가 취미거든! 야밤에 이러는걸 좋아해서...어쩌다보니 마주쳐서 함께 오게 됬어"
야 이 자식아. 너가 그런 말을 해버리면 내가 무슨 입장이 되어버리니.
코마치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고는 "취미는 취미니까. 존중해줄게"라고 짤막하게 말을 남기고는 몸을 돌려 어디론가 향하려 했다.
"잠깐. 어디 가는거야?"
"음...나도 탐색. 이래뵈도 나도 제령에는 도가 텄거든"
제령? 코마치도 무녀의 일종일까? 하지만 코마치의 옷은 무녀의 옷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물론 팔토시에 짧은 치마등 이쪽도 무녀와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디자인이긴 하지만 적어도 색 배치는 무녀 옷 비슷하다고 티를 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코마치의 옷은 뭐랄까...느낌이 조금 달랐다. 기다랗게 내려와 바닥에 끌리는 연보라색 로브와 그 안쪽으로 살짝씩 비춰져 보이는 옛날 복식의 옷까지...무녀라기보다는 좀더 다른 느낌의 옷이였다.
"탐색은 탐색이야. 하지만 지금 느껴지는 기운으로는 여기에 우리만 있는게 아니야"
"우리만 있는게 아니라고...?"
레이무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코마치는 자신의 주홍빛 눈동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보이지? 이 눈. 이 눈은 상대방의 영혼을 볼 수 있어. 레이무 네 몸안에 있는 영혼도...마리사. 네 몸 안에 있는 영혼도...헤헤. 꽤 멋진 남자애잖아"
심장이 철렁 하고 내려 앉았다. 내 영혼이 이 몸안에 들어가있는건 레이무나 앨리스밖에 모르는 일인데? 진짜로 코마치는 사람의 영혼까지 볼 수 있는걸까?
"뭐...나도 얻고 싶어서 얻은건 아니야. 우리 어머니쪽 집안 피가 섞인 집안은 대대로 이런 체질이라 하더라고. 귀신을 볼수 있고, 흔적을 찾아가며 대화를 하고...나중에는 성불 시켜서 삼도천을 건너게 하는거지"
코마치가 낫을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능청스럽게 이야기 했지만 코마치의 말에는 무언가 쓸쓸함이 느껴졌다.
"그러면 너는..."
"맞아. 네가 예측 하듯이 나는 사신이야. 그리고 지금 이곳에는 혼령들 투성이고...결계를 만들어서 혼령을 한데 모와놨거든"
레이무가 뒤로 펄쩍 물러서며 불제봉을 겨누었다. 그리고는 외쳤다.
"네가 이 결계의 주범이구나! 무슨 속셈이지? 네가 우리 학교의 저주의 장본인인가!"
"저주...?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전혀 모르겠어. 애당초 나는 내 선임 사신의 뒷처리를 하기 위해서 이곳에 혼령들을 불러온거라고"
"믿을수 없어. 지금 당장 결계를 해제해!"
코마치가 얼굴에 미소를 잔뜩 띄며 말했다.
"절대. 그럴순 없지"
"그래? 그렇다면 이쪽도 무력을 써야지..."
레이무가 그렇게 말하며 품 안에서 부적들을 꺼냈다. 몸에서 붉은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몸 주변에서 일렁이던 붉은 기운들은 스물스물 부적들 안으로 스며 들어가 특별한 문양을 새겼다. 문양은 밝게 빛나며 주변을 밝혔다. 벽 너머에 무언가 형광색으로 반짝이는 형태가 보였다.
"저기가 결계의 거점이구나!"
레이무가 그렇게 외치며 부적을 던져댔다. 수많은 부적을 바라보고는 코마치가 어이없다는듯 콧웃음 치더니 낫을 휘둘렀다. 낫을 몇번만 휘둘렀을 뿐인데 주변으로 칼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칼바람은 우리의 주위로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며 레이무가 날린 부적들을 모조리 잘라내어 버렸다. 반토막이 나버린 부적들은 효력을 잃고 땅바닥으로 하나 둘 떨어졌다.
"지금 네가 한 짓...선전포고로 봐도 상관 없겠지?"
코마치가 그렇게 말하며 낫을 위협적으로 들었다. 그때 등 뒷쪽에서 들리는 작은 폭발음. 코마치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형광색으로 밝게 빛나던 결계의 중심부는 부적에 맞아 산산조각 나있었다. 학교 주변에 쳐져있던 결계의 기운이 위협적으로 꿈틀대기 시작했다.
"안돼!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하는거야!"
"물론이지. 이 학교의 학생들에게 위해를 끼치려고 했던 너를 막으려는거야"
"바보같은 녀석! 내가 만든 결계는 학생들에게 위해를 끼치려 했던게 아니야! 주변의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을 한데 불러모와 성불을 시키려고 만든 결계란 말이야! 여기 모인 영혼들은 사람에게 위해를 끼칠만한 짓을 전혀 하지 않는단 말이다!"
코마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결계의 중심부가 요동치기 시작했고 결계는 폭발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며 폭주하기 시작했다.
"생전에 끼친 죄 보다 사후에 사람들에게 위해를 입힌 짓이 저승에서 심판을 받을때 더 불이익을 준단 말이다! 그런걸 아는 영혼들이 미쳤다고 인간들에게 위해를 끼치겠냐!"
코마치가 성질을 내며 소리쳤다. 낫은 이미 분에 못이겨 땅바닥에 내팽겨쳐버린지 오래다.
"빌어먹을! 일이 쉽게 풀리나 했어! 이젠 영혼들을 모으는것 조차 불가능해졌어! 결계는 폭주해버리고...젠장...젠장!"
"결계를 해제해 어서!"
레이무가 급히 소리쳤으나 코마치가 불쑥 다가와 레이무의 멱살을 잡아 올려 공중에 띄워버렸다.
"해제...? 너는 지금 중심부를 폭주시킨 주제에 그딴 말이 쉽게 나오냐? 지금 이 마을은 원혼 투성이가 되어버렸을거야! 그리고 결계의 규모가 커진 만큼 일본 전역의 원혼들이 하나 둘 이 마을로 몰려들어 더욱 더 심해질거라고! 왜냐하면..."
코마치가 공중에서 바둥거리고 있는 레이무를 바닥에 내팽겨쳐버렸다. 레이무는 목을 부여잡고 연신 기침을 해댔다.
"이미...결계는 마을 끝자락까지 넓혀져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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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무는 바보! 이런 짓을 잘도 저지르다니!
하지만 주인공이 성급함에 실수를 저지르는것도 써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가 성급해서 스토리에 실수를 저지른거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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