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이 벌어진 이상 사부님 지시대로 [그것]을 회수해야만 해.'
그녀는 예전에 있었던 스승과의 약속을 상기시키며
"죽림엔 널 쫓는 추적자들이 깔려있다. 같이 잡히기 싫으면 여기서 기다리고 있ㅇ-"
"돌아가지 않으면 안 돼. 당신하곤 상관 없는 일이니까 이만 놔줘."
그녀 자신의 말 대로 그 일에 대해선 철저히 숨겨야만 했었다.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는지 사내도 거친 반응을 보였다.
"누군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아나? 나도 그 자리에 있었고 그 ㅁㅁ들이 무슨 짓거릴 했는지도 똑똑히 봤다."
"넌 아무것도 몰라. 이건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그녀는 그의 팔목을 거칠게 휘어잡고 자신의 총을 다시 뺏으려 했고, 사내는 몸이 먼저 반응하여 그녀의 다리를 걷어찼지만 그녀는 민첩하게 몸을 뒤로 빼며 발차기를 피한 뒤 앞으로 몸을 날리며 사내의 얼굴에 주먹질을 날려 넘어트리곤 그대로 위로 올라타 양 무릎으로 팔을 짓눌러 제압했다. 그의 손에서 자신의 권총을 도로 뺏어가고는 남은 손으로 사내의 얼굴을 두들겨 패며 히스테리컬하게 소리쳤다.
"내, 물건에, 손대지, 마!"
그리고는 밖으로 뛰쳐나가며 마치 공기 그 자체에 녹아드는 것 처럼 점점 모습이 옅어지더니 그의 눈 앞에서 사라졌다. 겨우 몸을 일으켜 세운 사내는 강력한 충격에 잠시 머리를 부여잡으며 비틀거리느라 그 모습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일이 어그러졌다는 사실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제길, 구해줘도 지/랄이군."
"저런 능력을 쓰는 녀석이면 쫓아가기는 힘들거에요."
유일하게 쥐고 있던 패가 사라지자, 시로는 골치가 아파왔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할지는 다행히도 명확했다.
"다시 원점인건가. 다만 돌아간다고 했으니 어디로 갈지는 뻔하겠군. 하는 걸로 봐서 멍청이는 아닐테니 적당히 숨어는 다니겠지. 너, 저 녀석 계속 보고 있어. 그리고 칼잡이 넌 영원정 근처에서 수색을 거들면서 녀석을 찾아라. 그 ㅁㅁ들 중 한놈을 잡으면 여기로 잡아오고. 난 잠시 정보를 더 모으겠다."
"정보를 모을 만한 구석이 있나요?"
요우무가 질문했다.
"두 군데."
"한 군데는 히에다 가 일것 같습니다만, 다른 곳은 어디죠?"
"연락처를 받아놓은 곳이 있다. 녀석에게 좀 질문을 해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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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오는 녀석 없지?"
당고를 우물우물 씹어대며 노란 머리칼의 달토끼가 자신의 동료에게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통신 시간까지는 얼마나 남았어?"
"이제 곧이야."
"좋아, 망 보고 있어. 해보ㅈ-."
"정지."
링고가 달의 도시와 통신을 시도하려던 순간,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둘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듯 울려퍼졌다.
'제대로 보라고 했잖아?!'
'제대로 보고 있었다고! 이 녀석, 위상왜곡 위장복 입고 있단 말이야!'
둘이 어쩔줄 몰라하며 작은 목소리로 서로를 비난하던 중, 둘에게 말을 건 달토끼가 냉정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갑자기 어딜 나가길레 따라왔다. 뭘 하려는거지?"
'침착해야해.'
"저, 정기보고."
노란 달토끼가 침을 꼴깍 삼켜가며 그녀가 하려던 일에 대해 변명하려 했지만, 상대편 달토끼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지금 같은 비상 작전 상황에서 보고는 필요 없다. 다시 묻겠다. 뭘 하려던 거지?"
링고의 동공이 흔들리며 말을 잇지 못하던 차, 세이란이 과감한 태도를 취하며 그 달토끼에게 따져들기 시작했다.
"그건 당신들 사정이고. 우리는 제대로 보고 안하면 물리적으로 모가지 날아갈 참이거든? 너네들이 우리 모가지 보장 해줄거야, 아니잖아?"
"지금 우리 작전에 의문을 품는건가? 월인의 말에 의문을 가지는건 즉결 처분 사유에 해당되는걸 잊었나?"
"너, 말 잘했다. 니가 월인이라도 되는 줄 알아? 똑같은 노예 주제에 우리한테 상전처럼 구는거야?"
그 말을 들은 그 달토끼는 기분이 언짢다는 태도를 보이며 총구를 올리며 언성을 높였다.
"뭐야?"
"쏘게? 그래, 쏴보시지? 보고 누락으로 모가지 날아가건 여기서 이마빡에 구멍 뚫리건 빠르거나 늦거나 죽는건 마찬가지니까 할테면 해봐!
푸른 달토끼는 이레 죽건 저레 죽건 마찬가지라는 발상으로 객기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객기가 먹혀 들었는지 상대편 달토끼는 질렸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던 일 마저 해라. 단, 이 일은 나도 상부에 보고하겠다."
그리고는 등을 돌려 왔던 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쳇, 재수가 없어."
떠나는 뒷 모습을 보며 링고가 불만을 표하고는 이내 달의 도시와 통신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링고.]
[보고하라. 정기 보고일이 아닌데 무슨 일이지?]
[월인들이 부대를 끌고 와서 기지를 빌려줬다. 새로 부대를 파견한 적이 있는가?]
[무슨 소릴 하는건가? 우린 아무도 파견한 적 없다. 귀관은 대체 누구에게 기지를 내주고 있는건가?]
"이런 젠장...!"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다시 돌아보니 그 달토끼가 언제 갔냐는 듯 그 자리에 서있더니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도망가려 하고 있었다. 등을 돌려 달아나려던 차, 세이란이 작심한 듯 탄환을 소환하여 달토끼를 향해 발사하여 쓰러트렸다. 탄환은 머리에 직격하여 큰 상처를 내고 말았다. 아마 죽었을것이다. 라고 둘은 생각했다.
"허억, 허억, 허억..."
세이란은 처음 저지른 실전이 같은 달토끼를 향해 저질렀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었다. 물론 진정되지 않는건 링고도 마찬가지였다.
"어떻해?! 결국 죽였잖아!"
"안 돼. 당장 여길 떠야해. 이 짓까지 한 이상 여깄으면 위험할거야."
"근데 어디로 가야 하는데? 환상향 요괴놈들이 우릴 잘도 받아주겠다. 응? 어쩔껀데?!"
"아무튼 여기 있으면 안돼. 노숙을 하고 다니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여기서 떠아햔다고."
두 달토끼는 진정되지 못한 상태로 최대한 자기들이 머물던 기지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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