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랑은 기세좋게 나의 앞으로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깡! 하는 철끼리 맞부딪칠때 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내 팔 너머로 충격이 전해졌다.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막는건 가능했으나 요괴는 썩어도 요괴인지 나는 방어를 취한 자세 그대로 뒤로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분명히 가볍게 휘두른 검일텐데 몸이 붕 떠서 나가떨어지는건 무슨 이유란 말인가?
"땅바닥에 지렁이처럼 누워있을 시간이 없다 인간. 어서 검을 고쳐잡고 일어나!"
천랑이 큰 소리로 외치자 주변에서 검술을 연마하던 텐구들이 움찔하며 이쪽을 바라보았다. 하나같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면 동정의 눈빛이려나. 아마 저놈들의 눈빛으로 보아하니 이 녀석들을 가르치는 녀석들중 이 녀석이 제일 엄격한 모양이다.
후들거리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줘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우는 동안 천랑은 느긋하게 검을 고쳐잡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제 아무리 단단한 검이라 할지라도 일본도는 일본도다. 저 1미터가 넘어가는 양손검을 막아내다간 언젠가 새로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예리한 검과 함께 몸이 두쪽이 나버릴것이다. 내 생각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이미 검이 한번 맞붙어본 자리에는 날이 상해있었다.
'공격을 흘려낸다면...한번 해볼까'
나는 검을 바로 잡고 자세를 잡았다. 천랑은 내 자세를 보더니 검을 고쳐잡았다. 마치 팔짱을 끼고 있는듯 양 손으로 검을 움쳐쥐고 있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 한쪽 손은 견고히 자신의 검을 쥐고 있는 팔을 잡고 있었다. 덕분에 검끝은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주인을 공격하는 적을 반격할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나는 땅을 박차고 달려가 검을 아래로 내려쳤다. 천랑은 가뿐히 내가 휘두른 검을 피하고는 그대로 검을 앞으로 내질렀다. 다시 한번 날카로운 쇳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쇳소리가 길었다.
깡! 하고 둔탁한 쇳소리가 들리더니 끼기기기하는 소리와 함께 내 검이 천랑의 양손검을 매끄럽게 흘려 보냈다. 도신을 타고 옆으로 비껴나간 천랑의 양손검을 있는힘껏 위로 올려 쳐내자 천랑의 자세가 무너졌다.
"지금이다!"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검을 옆으로 휘두르려는 순간 눈 앞이 번쩍했다. 몸이 공중으로부터 한 30cm정도는 떠있었다. 숨이 턱하고 막히고 상황을 판단할수 없었다. 천랑은 아까와 별반 다를것 없는 표정으로 내 복부에 주먹을 꽃아넣은것이다. 몸이 붕하고 뜨자 천랑은 배에 꽃혀있던 주먹을 빼고 반대편 손으로 나의 얼굴을 후려쳤다. 여기서 나의 기억과 의식은 끊어지고 말았다.
===============================================================================================================
"끄으..."
온 몸이 욱신거렸다. 특히나 배가 너무나도 아팠다. 이제보니 얼굴도. 간신히 눈을 떠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낮설은 천장이였다. 주변에서는 신음소리와 천을 찢는 소리. 짤깍거리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옆에는 천랑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정신이 들었나?"
"어떻게 된거지? 분명히 베었다고 생각했는데..."
천랑이 한숨을 쉬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한심하다는 표정이나 모멸감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짜증나는 얼굴이였다. 특히 아무런 상처 없이 곱상한 얼굴로 이쪽을 내려다보는 고고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단순한 연습으로 끝내려 했는데 나도 모르게 방어에 성공한 너를 공격하고 말았더군. 봐줄 생각은 없었다만 주먹에 맞자마자 연습장 벽으로 날아가 쳐박히고 말았다. 꿈틀대면서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키기에 뇌를 다친줄 알았다. 하지만 보아하니 멀쩡한 모양이군"
너무나도 담담히 이야기한다. 걱정하는 티라도 내달란 말이다.
"그나저나 내 찌르기를 막아낸건 대단한 성과였다. 카라스 텐구중 일부는 내 검만 보고 무식하게 막아내려 하다가 낡아빠진 검과 함께 두토막이 나버리기 일쑤였는데 공격을 흘려내는 방법을 선택하다니."
칭찬이라도 해준게 어디일까. 천랑은 자신이 한 말에 만족이라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본적인 실력은 파악했다. 적어도 여기 몸져 누워있는 어중이 떠중이 텐구들과는 다르겠지."
천랑이 뒷쪽을 가리켰다. 천랑 뒷쪽으로는 수많은 부상당한 텐구들이 끙끙대며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몇몇은 심각하지 않은 부상처럼 보였지만 몇몇은 아예 의식을 잃고 누워있거나 쉴새없이 비명을 질러대는 텐구도 있었다. 주변으로 수많은 텐구들이 모여들어 상처를 꿰메고 피를 닦아내고 있었다.
"조금만 더 단련한다면 어쩌면 이누바시리님이 만족할만한 녀석이 될지도 모르겠군. 상처가 낫는대로 본격적인 실전에 들어갈테니 기대하도록 해. 카라스 텐구의 목을 몇개나 떨어트릴지 궁금한데"
"잠깐만"
천랑이 몸을 일으키려던 찰나에 나는 천랑의 옷가지를 붙잡았다. 세상에 몸을 갑작스럽게 일으키며 옷을 잡는 간단한 행위조차 내장이 터져나가는것처럼 통증이 퍼져나갔다. 통증으로 얼굴을 일그러트리긴 했지만 간신히 말을 이을수 있었다.
"대체 너희는 카라스 텐구와 어떤 관계야?"
천랑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이야기하자면 길다."
"상관 없어. 어차피 인간이라서 너희들보다 상처가 회복되는것도 늦을테니 시간은 많아. 느긋하게 이야기 해달라고"
천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꺼림직한 이야기려나?
"인간들은 간섭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지만...뭐. 외지인인데다 이젠 우리의 일원이 되기로 했으니 상관 없나"
천랑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잘 듣도록 해"
천랑이 입을 열었다.
------------------------------------------------------------------------------------------------------------------
한동안 연재 안하다가 갑자기 연재하려니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고...이젠 쓰려하던 이야기도 거의 기억이 안나고...
그래도 읽어주는 사람은 있겠지.
많이 읽어줘요! 이것도 많이 준비해온 녀석이라고요!
(IP보기클릭)113.61.***.***
(IP보기클릭)211.194.***.***
(IP보기클릭)1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