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단연 1순위” SF 판타지와 리얼리즘의 경계를 허문 거장
어슐러 K. 르 귄의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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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SF 판타지 문학의 거장 어슐러 K. 르 귄의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
올해로 작가 경력 55년을 맞이하는 SF 판타지 문학의 거장 어슐러 K. 르 귄의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기프트》, 《보이스》, 《파워》 수록)이 국내 출간 1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가격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10여 차례의 휴고상, 네뷸러상 수상, 전미 SF 판타지 작가협회 선정 ‘그랜드 마스터’, 세계환상문학상과 카프카상, 필그림상 수상 등 SF와 판타지를 아우르는 화려한 수상 경력과 ‘SF 작가가 노벨상을 받는다면 단연 1순위’라며 누구나 인정하는 독보적인 문학성, 무엇보다 반세기 이상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선보여온 다양하고도 충실한 이야기로 매번 독자들을 설레게 하는 르 귄. 잘못된 재능을 갖고 태어났지만 책과 이야기, 그리고 시에 대한 사랑으로 힘겨운 시기를 이겨내는 특별한 아이들의 성장담을 그린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은 헤인/에큐먼과 어스시의 세계를 벗어난 새로운 판타지 성장소설로서 독자와 문학계에 인상적인 궤를 남기며 르 귄의 또 하나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내 마음속에서 깊고 복잡한 반향을 일으키는 이름” _어슐러 K. 르 귄
이전의 작품들과 달리 마법이 아닌 능력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은 ‘서부해안’이라고 하는 동일한 상상계의 세 지점을 배경으로 각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회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프트’, ‘보이스’, ‘파워’ 각각의 제목이 상징하는 특별한 재능을 지니고 태어난 주인공들은 자신이 받은 그 선물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기 위해 뼈저린 성장의 과정을 겪어 나가야만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전 권의 주인공들이 어른이 된 모습으로 등장, 인생의 또 다른 국면을 펼쳐 보인다.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서부해안’은 헤인/에큐먼의 우주나 어스시의 세계에 비하면 그저 하나의 마을로 느껴질 정도로 제한되어 있지만, 작가 자신이 “내 마음속에서 깊고 복잡한 반향을 일으키는 이름”이라고 말한 바 있는 이곳의 삶은 르 귄이 창조한 여러 세계들 중에서도 우리의 현실과 가장 가까이 닿아 있다. 동물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사물을 보이지 않는 힘으로 파괴하고 목소리를 빼앗는 등 마법에 가까운 힘을 물려받지만 한편으로는 혹독한 겨울과 거친 이웃, 가난과 싸우며 살아가야 하는 고원지대(《기프트》), 한때 학문과 예술로 빛나던 자유의 도시였으나 이제는 문자마저 빼앗긴 채 강대국의 억압과 종교적 배척으로 고통받는 안술(《보이스》), 믿음과 사랑만으로는 자신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도 지킬 수 없는 군국주의 신분제 사회 에트라(《파워》). SF 판타지 거장의 완숙한 시선과 특유의 놀라운 상상력으로 창조해낸 이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의 세상을 바라보노라면 ‘판타지는 현실의 은유’라고 말한 작가의 말을 다시금 절감하게 된다.
책과 이야기, 시에 대한 사랑으로 힘겨운 청소년기를 견뎌내는 아이들의 이야기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은 주인공이 멋진 활약을 펼치고, 세계를 구하고, 통쾌하게 복수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들은 서로 다른 지역과 다른 시기에, 다른 고난을 겪는다. 그들에게는 마법과도 같은 특별한 능력이 있지만, 그 능력이 인생을 쉽게 만들어주거나 그들을 구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들에게 능력이란 잘못 주어진 선물에 가깝다.
《기프트》의 오렉은 ‘되돌림’(파괴하는 능력)으로 영지를 지키고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지만, 오히려 탄생시키는 능력(시를 읽고 짓는 재능)을 타고난다. 《보이스》의 메메르는 온 마음으로 책을 사랑하지만 책과 글을 사악하게 여기는 정복자들 탓에 책의 목소리를 듣는 자신의 재능을 숨겨야만 한다. 《파워》의 가비르는 본 것 모두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할 수 있지만, 노예로 자란 그에게 예지력은 앞으로 겪어야 할 비극이나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게 해주지는 않는다. 이들은 선택받은 자도, 영웅도 아니며, 자기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서조차 무력하다. 그저 책과 이야기와 시에 대한 사랑으로 힘겨운 청소년기를 견뎌내는 아이들일 뿐이다.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은 ‘잘못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주인공들이 혼돈의 시기를 거쳐 자신의 능력이 가진 진정한 의미와 그것이 쓰일 곳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판타지 성장 소설이다. 하지만 늘 감탄스러우리만치 정교하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내면서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 르 귄이 젊은 세대들에게 전하는 이 이야기에는 성인 독자를 위한 다른 어떤 소설보다 더 많은 것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장르문학과 순문학의 경계를 넘어서는 거장의 저력이, 다양한 독자들이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감동이 있는 것이다.
■ 작품 내용
첫 번째 이야기__기프트
‘잘못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소년
각기 특별한 능력을 가진 브랜터들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고지대의 한 영지 카스프로만트. 아버지 카녹의 뒤를 이어 카스프로 일족을 이끌어가야 하는 오렉은 혈통의 선물인 ‘되돌림’을 이어받아야 하지만 웬일이지 능력의 발현이 늦다. 그의 소꿉친구이자 로드만트의 브랜터 테르녹과 바레의 딸인 그라이는 열 살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에 동물들과 소통하는 ‘부름’의 선물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욕망과 칼룩(능력이 없이 태어나는 저지대 사람들)인 어머니의 입장에 대한 염려로 초초해하던 오렉에게 어느 날 예고 없이 선물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것은 전설의 브랜터 카다드를 연상시킬 정도로 파괴적이며 통제 불가능한 힘이었다. ‘길들지 않은 재능’의 파괴적인 힘을 제한하기 위해 카녹은 오렉의 눈을 봉인할 것을 제안하고, 오렉은 앞을 볼 수 없는 자신의 운명과 능력의 올바른 쓰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두 번째 이야기__보이스
문자가 사라진 도시의 시인, 그리고 책의 목소리를 듣는 소녀
그로부터 10여 년 후 저지대의 안술. 자유롭고 아름다운 도시 안술은 사막에서 온 정복자 알드 지배하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메메르 갈바는 알드의 침공 때 어머니가 군인들에게 ㅁㅁ을 당해 태어난 ‘농성의 자식’으로, 야위고 창백한 얼굴에 양털머리, 한눈에도 혼혈임을 알 수 있는 외모 때문에 마음고생을 할 때가 많다. 그런 그녀에게 안식처가 되어 주는 것이 바깥세상에선 금지된 문자들을 허공에 그려 숨겨진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비밀의 방. 그곳에 들어서면 때때로 책들이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책의 목소리를 듣는 것, 그것은 그녀만의 비밀스런 재능이자, 어머니의 죽음으로 끊어졌던 갈바 혈통이, 집안의 어른이자 안술의 정신적 지주인 수장 어른의 피가 자신의 몸 속에 흐르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연결고리다.
그러던 어느 날, 시장으로 나간 메메르는 갑자기 달려든 말 때문에 사고를 당할 뻔한다. 그때 사자와 함께 나타난 아름다운 여인이 메메르를 도와주는데, 그녀는 바로 오렉과 함께 고원지대를 떠났던 그라이다. 첫눈에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은 급속하게 친해지고, 그라이를 통해 메메르는 이제는 서부해안의 전설적인 시인이 된 오렉을 만나게 된다.
세 번째 이야기__파워
본 것 모두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하는 아이
아르카만드(아르카 집안)의 노예인 가비르는 미래를 기억하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 그 사실은 그와 누나 살로만이 아는 비밀이다. 두 사람은 본래 습지대 출신으로 어린 시절 마을을 습격한 병사들에 의해 에트라로 끌려왔다. 하지만 부모나 고향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으며, 가문의 아버지인 알탄 세르페스코 아르카와 그의 아내를 부모처럼 존경한다. 노예이긴 하지만 가문의 아이들과 함께 교육을 받았고 누나 살로 또한 알탄의 맏아들 야벤과 함께 살아갈 것을 결심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이를 가질 수도 없고 집 안의 비단방에서 평생 아벤을 기다려야 하는 인생을 살게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가비르는 같은 노예 신분으로 알탄의 사생아인 호비가 사사건건 괴롭히는 일도, 둘째 아들 토름의 불같은 성격도 누나를 생각하며 의연하게 견뎌낸다.
그렇게 어린 시절이 흐르고 누나가 야벤의 아이를 임신할 무렵, 가비르가 보았던 미래의 전쟁이 실제로 일어난다. 야벤과 알탄이 전쟁터로 떠나고 토름이 집안을 돌보게 되자 그의 힘을 업은 호비의 괴롭힘이 심해진다. 그러던 중 살로가 토름과 호비의 잔인한 행동에 목숨을 잃는다. 충격으로 넋을 잃은 가비르는 누나를 묻고 정처 없이 걷다가 에트라를 벗어나고 만다.
■ 추천의 글
“젊은이를 위해 쓴 ‘서부해안 연대기 시리즈’는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한 다른 어떤 소설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_ 퍼블리싱 뉴스
“투명하게 빛나는 문장과 우리 시대의 정치적, 정신적 이슈들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르 귄의 능력은 실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_타임스
“놀랍도록 사려 깊고 지적인 소설. 글은 절제되어 있으나 인간적이고, 상상력은 강렬하고 역동적이다. 단연 이번 여름 최고의 책이다.” _인디펜던트 온 선데이
■ 작가
어슐러 K. 르 귄(Ursula K. Le Guin, 1929~)
1929년 10월 21일, 미국의 저명한 인류학자 알프레드 크로버와 동화작가 디어도어 크로버 사이에서 태어났다. 래드클리프 칼리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 대학에서 중세 프랑스 문학을 전공했으며, 1953년 역사학자인 찰스 르 귄과 결혼, 슬하에 엘리자베스, 캐럴라인, 디어도어 세 아이를 두었다.
1962년 시간 여행을 다룬 로맨틱한 단편소설 <파리의 4월>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 현재까지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69년 《어둠의 왼손》으로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 수상해 작가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했으며, 1974년에 발표한 《빼앗긴 자들》로 또 한 차례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휩쓸었다. 1968년부터 시작된 ‘어스시의 마법사 시리즈’는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소설로 꼽힌다. 판타지와 SF는 물론 에세이, 어린이책, 비평, 시에 이르는 폭넓은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작품 활동을 보여주고 있으며, SF 문단 내에서만이 아니라 미국 문학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10여 차례에 걸쳐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등을 수상했으며, 그 외에도 세계환상문학상, 카프카상 등을 수상했다. 평생토록 SF와 판타지소설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2001년 SF 판타지 명예의 전당에 추대되었으며, 2003년에는 제20대 그랜드 마스터로 선정되었다. 2014년에는 미국 문학에 끼친 지대한 영향력을 인정받아 ‘내셔널 북 어워드’에서 수여하는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 옮긴이
이수현
SF작가이면서 번역가로 인류학을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는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체체파리의 비법》, 코니 윌리스의 《양 목에 방울 달기》,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과 《블러드차일드》, 어슐러 K. 르 귄의 《빼앗긴 자들》과 《로캐넌의 세계》 등의 ‘헤인 연대기’와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 테리 프레쳇과 닐 게이먼의 《멋진 징조들》,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의 《꿈꾸는 앵거스》와 《천국의 데이트》, A. M. 홈스의 《사물의 안전성》, 제프리 포드의 《유리 속의 소녀》와 《환상소설가의 조수》, 로저 젤라즈니의 《고독한 시월의 밤》, 존 스칼지의 《작은 친구들의 행성》과 ‘노인의 전쟁 3부작’, 닐 게이먼의 그래픽노블 ‘샌드맨’ 시리즈, 릭 라이어던의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 시리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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