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타자기》 속 그들처럼요!
이상과 박태원,
그리고 1930년대 경성
1909년에 태어난 박태원과 1910년에 태어난 이상. 실제로도 문학회 동인 활동으로 인연이 있던 두 사람입니다. 박태원은 『소설가 구보 씨의 1일』로 한국 모더니즘 소설의 지평을 열었고, 이상은, 말 그대로 고유명사 이상입니다. 너무나 유명한 한국 문학의 전설이죠.
이상과 구보 박태원
천재 시인으로 불리는 이상 김해경은 짧은 삶을 강렬하게 살다 갔는데, 그의 문학과 생애는 그야말로 극적이고 전위적입니다. 위의 사진에서, 자리에 앉은 이상에겐 역시 범상치 않은 패기와 강단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반면 이상 뒤편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구보 박태원은 어딘가 '모범생' 같은 이미지가 강합니다. 소설가 박태원의 성격 그대로라고 합니다.
김재희의 탐정소설이자 시대극인 『경성 탐정 이상』은 바로 이 사진에서 시작됩니다. 마치 셜록과 왓슨처럼, 두 사람은 기막힌 호흡을 맞추며 1930년대 경성에서 벌어지는 범죄 사건들을 추적합니다. 한국 근대문학의 또 다른 거목이자 둘의 선배인 염상섭이 마치 007 시리즈의 'M'처럼 두 콤비를 은밀히 지휘합니다.
“상에게는 이상스러울 만치 남에게 신뢰를 주는 묘한 구석이 있었다. 외모나 옷차림으로 보나 허술해 보이기도 하였으나, 그가 강인한 눈에서 빛을 발하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은 진리처럼 들리기도 해 경이로운 느낌을 주었다.”
— 『경성 탐정 이상』 1권 95페이지
이상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다소 둔하지만 성실한 박태원을 이끌면서, 복잡하게 꼬인 사건들을 추리하고, 그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음모를 파헤칩니다. 그러나 단순히 캐릭터와 역사적 사실들에 기댄 팩션 소설은 아닙니다. 『훈민정음 암살사건』으로 이미 그 진가를 인정받은 김재희 작가는 사건 하나하나에 세심한 플롯들을 이중 삼중으로 준비해 놓았습니다.
밀도 있는 미스터리와
식민지 시대의 풍경
더욱이 그 범죄들은 모두 당대의 식민지 현실과 절묘하게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작가는 1930년대의 역사에 기록된 여러 인물과 사건들을 꼼꼼하게 복원하면서 식민지 시대를 흥미진진하게 묘사합니다. 작품에선 간송 전형필과 나비박사 석주명, 조선 최초의 여성비행사 권기옥을 비롯하여, 당대를 뒤흔들었던 예술인 윤심덕과 왕수복, 최승희 등등이 등장하기도 하죠.
“사토 박사가 만주에서는 불법 실험을 자행했지만, 이번 일로 크게 깨달은 것 같네. 내게 조선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진심으로 돕겠다고 약속했네. 조선인을 황국 신민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여주었네. 그리고 자신의 조교가 그런 무시무시한 생체 실험에 깊이 관여되었다는 것에 회의를 느꼈네. 아마 의사로서 직업적 양심을 깊이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되었겠지.”
— 『경성 탐정 이상』 2권 163페이지
소설 속 인물이 일본인이라고 다 사악한 것만은 아니고, 조선인이라고 해서 모두 선한 건 아닙니다. 1930년대 경성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신식 문물에 환호하던 모던보이와 모던걸, 고등교육을 받은 채 실업자가 되어버린 룸펜들, 밤을 환하게 밝히는 다방과 술집들, 덕수궁과 명동, 종로와 동묘를 잇는 골목들의 풍경….
그렇지만 김재희 작가가 그린 이상과 박태원 탐정 콤비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절로 식민지의 본질과 한계를 차분하게 복기하게 됩니다. 이상은 유쾌함을 잃지 않지만, 그는 이기지 못할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작품에서 다뤄진 그의 ‘데드마스크’는 『경성 탐정 이상』에서도 다시 한 번 등장합니다.
경성 탐정 이상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을까요? 여러분께도 이 책의 일독을 추천합니다.
조만간 시리즈의 3권도 출간될 예정이니 지금이 <경성 탐정 이상>을 읽을 가장 좋은 때이기도 하고요: )
낭만과 욕망의 도시 경성을 뒤흔든
역대 최강의 미스터리
암호와 추리에 능한 천재 시인 이상과
생계형 소설가 구보의 세 번째 경성 활약극
《경성 탐정 이상 3》 출간 임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