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재수 없는 흡혈귀! 흡혈귀에 의해서 가족을 잃은 세건이 악이 되는 것을 각오하면서 손에 피를 묻히고, 스스로의 인성을 사포나 줄, 톱으로 깎아가면서까지 무감각해진 반면 저 녀석은 정의라는 ㅁㅇ으로 자신을 마취시켰다. 저 쓰레기 같은 녀석! 자신의 내면에 자리한 추악함을 외면한 자식이 남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물론 자신의 추악함을 확실히 인지한 자라면 모든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폭력을 사랑하고, 욕망을 따르는 자라면 반드시 그 자신의 내면을 직시해야 한다. 그 추악한 욕망, 파괴본능, 비겁함, 잔인함까지. 그것이 숙명이 되고 굴레가 되어서 제 흉악함을 이기지 못한 이들을 파괴해가는 것이다. 세건 역시 그에 의해서 파괴되었고 미친 달의 훌륭한 주민이 되어 흡혈귀들을 학살해왔다. 하지만 그 추악한 본성을 아름다운 겉포장으로 가린 저 녀석을 보았을 때 세건은 분노한 것이다. 자신도 가능하다면 그러고 싶었다. 복수, 정당한 복수로 모든 것을 미화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으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렇게 단순한 세계관을 가지면, 인간은 얼마나 행복해지는것일까? 무지한 백치가 언제나 웃고 다니는 것처럼 무지의 행복을 누리며 살고 싶었다. 그건 모든 사람의 꿈이아닐까? 하지만 그것은 바로 나약함이다. 타협이다. 노장사상에 거역하는 것이라도 좋다. 불교의 가르침, 유교의 가르침, 도교의 가르침, 기독교의 가르침, 그 무수한 가르침 중의 어느 것과도 타협할 수 없는 추악한 인간은 자신의 추악함을 벗삼아 마수가 될 수밖에 없다. 신이여, 이 영혼을 구원하소서. 아니 차라리 저주하소서! 내가 그 저주로 인하여 지옥에 떨어지리다. 나같이 추악한 마수는 그것이 타당하나이다! "크아아아아아!" 세건의 포효와 함께 바이크가 요동을 쳤다. 한 마리 마수는 고가도로의 비탈길로부터 지면으로 뛰어내려, 아직 열리지 않은 상점가의 셔터문을 부수고 안으로 숨으려고 하는 겁먹은 흡혈귀를 향해 돌진했다. 겁에 질린 흡혈귀가 도망을 쳤다. 그 광기의 마수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황학동 쪽으로 아직 열리지 않은 노점상의 가판대가 길가를 막고 있는 좁은 길을 따라, 필사적으로 달려가는 흡혈귀. 경찰이라도 있으면 모든 것을 맡기고 차라리 잡히고 싶다. 그가 넘어섰다고 믿었던 법의 굴레에 다시 자신의 몸을 구속시켜서라도 저 마수로부터 피하고 싶다. 지금까지 그를 고양시켜온 영웅심리와 그 일면을 자리 잡고 있던 죄책감, 인성 모든 것이 휘발되어 버리고 그곳에 남은 것은 생존 욕구, 살고 싶다는 본능만이 남았다.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를 그러한 감정들이 허우적거리면서 밤공기의 바다를 헤엄치게 만들고 있었다. 달려라! 마수를 피해서! 그 종착지가 죽음이라고 하더라도! 황학동, 청계고가로를 마주보는 곳에 늘어선 낡은 건물들, 이제는 철거만을 기다리고 있는 그 건물을 향해 그는 뛰어들었다. 안엔 오만가지 쓰레기가 쌓여있고, 너무나 낡아서 오래된 홍콩영화에서나 보던 구룡성을 연상시키는데, 이곳의 계단은 다 썩은 철로 된 계단이라 오토바이가 들어올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안도가 되지 않았다. 그 헬멧을 쓴 남자에게 흐르는 광기, 그 악의, 살의가 칼이 되어 심장을 찌르고 목을 조여왔다. 마물이다. 저것은 마물이다. 그 자신 역시 흡혈귀라는 마물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에게는 인간다운 면이 있다. 하지만 저것은 무엇인가? 마치 자신에게 인간적인 부분이 남아있으면 그걸 되다 도끼로 쳐낸 듯한, 그래서 인간에서 마로 변한 마수가 아닌가? -텅! 발소리와 함께 그가 올라왔다. 오토바이에서 도중에 내렸는지 맨몸으로 올라온 그는 일본도와 권총으로 무장한 채 다가오고 있었다. 이길 수 있을까? 전력을 다해서 싸워보면 이길 수있을까? 하지만 그것을 시도해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 비뚤어진 마수의 기백은 시퍼런 불꽃과 같고, 또한 예리한 칼날과 같아서 이제까지 자신보다 약한 이들만을 공격해온 그에게는 맞서싸우는 것이 불가능했다. "으으윽!" 그는 가스관용 파이프를 뽑아들고 앞으로 달렸다. 파이프는 무기로 쓰기 위함이 아니라 만약 칼을 휘두를 경우 막아내기 위한 방패로 고른 것이다. 그 모든 행동엔 일관성이 없다. 그저 어둠 속을 헤엄치듯 팔다리가 다 풀려서 따로 노는 채, 밖으로 달린다. 너무나도 좁은 아파트의 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밖이 보인다. 다 낡은 베란다 밖에는 역시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는 화덕과 높은 굴뚝이 보였다. -푹! 소음기를 통해 권총이 발사되었다. 총탄을 보고 피한다는 것은 영화 매트릭스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인간에게도, 흡혈귀에게도 불가능한 것이다. "으악!" 피를 뿜어져 올랐다. 게다가 이것은 흡혈귀를 잡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 상처가 쉽사리 아물지도 않았다. 그는 그제야 자신이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자는 흡혈귀 따위가 아니다. 흡혈귀를 사냥하는 존재이지, 흡혈귀 따위가 아니었다! 그는 도망치듯 테라스 밖으로 몸을 날렸다. 4미터 정도의거리를 날아 함석지붕 위에 착지, 그러나 함석이 깨지면서 그만 발이 빠지고 말았다. 다리가 긁히고 피가 흘러나왔지만 권총에 맞은 상처보다 더할 리가 있나? 그는 일어나서 앞으로 걸어갔다. 뒤에서는 재차 사격을 가해와 함석판 지붕으로 피가튀어 올랐다. 문득 엄마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아빠, 가족들, 친구들…, 모든 이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죽고 싶지 않아! 흡혈귀가 되어서, 그들을 보지 못하게 된건, 그래서 자신의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악당들을 죽이고 흡혈을 한 건 왜였을까? 그 녀석들이 나빠. 처음부터 자신을 괴롭혔던 그 D교회에서 나온 사람, 무슨 이유에서 나를 흡혈귀로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그것들이 나빠! 그는 타오르는증오를 억누를 수 없었다. 앞으로 걸었다. 전쟁영화에서는 항상, 다 큰 병사들이 어머니를 부르며 죽어간다. 왜 그러한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득 굴뚝에 난 사다리를 잡고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마수가 그를 따라 지붕에 올라섰다. 무엇을 태우는 굴뚝인지 알 수 없는 그쪽으로 다가와, 천천히 사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옆의 다른 굴뚝으로 뛰어서 피해본다. 하지만 추격자는 품속에서 다른 권총―그는 몰랐지만 토카레프라고 하는―을 꺼내어 사다리 윗부분을 쏘았다. 너무 오래되어서 반쯤 썩어 있는 사다리, 그는 기둥을 박차고 사다리를 휘면서 옆의 기둥으로 넘어왔다. 녀석은 다 죽어가고 있었다. 총에 의한 피격을 막을 줄 모르는 그의 안일한 대처는 그가어쩌다 우연히 만들어진 흡혈귀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하기야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정의의 사도 흉내를 내며 사람들을죽이며 공공연히 돌아다녔겠는가? 하지만 그렇게 맞으면서도 그는 달아났다. 어리석고 단순하다. 이것은 일방적인 학살. 그걸 깨달은 순간 후회가 밀려왔다. 죽일 필요가 있었는가? 죽여야 할 필요가 있는가? 흡혈귀는 모조리 죽여야 한다고? 선량한흡혈귀와 악한 인간 중 누가 더 중요한가. 하지만 흡혈귀는 역병이다. 전염되기 전에 죽여야 하는, 그리고 또한 부정적인 존재다. 자기 파괴적인 존재가 남의 피를 취하여 그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아니다, 자신의 악과 타협하지 말아라! 칼날 위를 걸어라! 불꽃 속을 걸어라! 엄마의 이름을 부르며 죽어가는 소년의 목에 칼을 꽂아라! 나약함을 단절하기 위해 자신을 황폐화 시켜가면서, 그 악으로 자신을 채찍질 해가면서, 세건은 칼을 들어 흡혈귀를 베었다. 워낙 생명력이 약해져 있던 그것은 축 늘어져, 칼에 자신의 무게를 실었다. 사람의 무게, 흡혈귀의 무게, 무엇에 차이가 있을까? 하지만 스스로를 마에 던진 마수는 구원을 바라지 않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다만 자신 안에 가득한 그 무언가를 해방시키고, 스모그로붉게 물든 달을 향해 포효할 뿐이다. 낡은 굴뚝 위, 검은 건물들의 폐허. 슬럼화된 폐허 위에서 하나의 시신을 꿰뚫은 마수는 긴 울음소리를 내질렀다. 보통 라노벨 특징이 새 여동생 마왕의 계약만 봐도 그냥 야설은 문제 없이 출간해주고 이런 고어씬과 함께 살인심리묘사가 담긴 묘사는 거의 없다시피한데 일본 라노벨 편집부 방침이 떡씬은 허용하되 ㅁㅇ총기류 살인씬은 허용하지 않겠다는걸로 봐도 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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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긴... 안 팔리니까 편집부도 저런 묘사를 인정해주지 않는거겠죠 | 18.08.06 11:3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