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노 케이타와 아구리의 빗나간 선물 토크」
방과후, 시내의 한 패밀리 레스토랑.
「…후암」
「잠 제대로 못 잤어요?」
「오늘 아침에 도시락 만든다구 일찍 일어났었거든… 타스쿠가 맛있게 먹어주니 행복했어…♥」
우에하라를 떠올리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아구리. 하지만 눈은 졸려보였다. 아구리는 레몬차를 마시며 몽마와 싸웠다.
「타스쿠가 말이야, 맛있어, 아구리라고 말이야, 고맙다고 말이야…」
꾸벅꾸벅 졸면서 남자친구 자랑을 하는 아구리. 졸려서 그런지 이상한 화법을 구사했다.
「아구리, 졸리면 오늘은 여기서 해산하는 게…」
「아냐… 아마놋치… 전혀 안 졸려… 쿨……」
「이렇게 신빙성없는 대답은 처음이에요」
「…아, 아냐! 아구리 아직 살아있어! 쿨……」
「아뇨, 누가봐도 죽기 일보 직전인데요」
아구리는 레몬차를 한모금 마시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래도 졸린지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 아마놋치 말이야… 하아암」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하는 아구리. 졸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스르르 눈이 감겼다.
…아구리는 그대로 의자에 앉아서 조용히 잠들었다.
「……폰 게임이나 할까」
일어날 생각이 없는 아구리를 냅두고 MONO와 함께 보스를 잡았다.
10분 후…
「………헛! 아, 안잤어!」
「아뇨, 누가봐도 잤는데요」
「아구리의 자는 모습을 느긋이 구경한거야?! ………변태놋치」
「뭡니까?! 그 불명예스러운 호칭!」
「아구리를 불러서 잠 재우다니, 무슨 속셈이야! 아마놋치!」
「아구리가 불렀잖아요?!」
「어쩐지 이 레몬차에 이상한 건더기가 있더라니…」
「그거 레몬 과육이잖아요! 수면제 아니라고요!」
「난 수면제라고 말도 안 했는데… 찔리는 구석이 있나봅니다, 변태놋치」
「…저 울어도 되나요」
「울어도 소용없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서에서 하시죠」
아구리는 장난끼 가득한 미소를 머금었다. 몽마는 완전히 쫒아낸 맑은 눈동자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일단 변태놋치 사건은 경찰에 맡겨놓고…」
「…무죄에요」
「아마놋치,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
「티켓몬 챔피언에 도전하는 중요한 날이라 바쁠 것 같은데요」
「네, 다음 개소리 들어오세요」
「…남는게 시간입니다」
「그럼 저번에 아마놋치가 부탁했던 거 이번 주말에 하러가자. 아구리도 한가하니까」
…내가 부탁했던 거?
아, 텐도가 좋아할만한 생일선물을 같이 탐색해달라고 부탁했었지…
「아구리, 그 때 한 말 기억해요?」
「으응?」
「남자친구가 고민해서 주는 선물이라면 무엇을 받아도 기쁘다고 했었잖아요」
그 때 당시, 아구리는 마치 자신이 우에하라에게 선물을 받는 것 마냥 따스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미소를 보니………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제가 직접 고르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오! 아마놋치, 성장했구나! 이 누나는 기뻐!」
「헤헤, 감사합니다. 이미 선물도 정해놨어요」
「오, 뭔데?」
아구리는 기대감에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눈을 빛냈다.
자기 선물도 아닌데 기대해주니 왠지 기뻤다. 순수하고 상냥해서 무심코 귀엽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텐도가 좋아하는 게임을…!」
「Out!」
…내 말을 끊고 아구리가 질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걸 받고 싶은 여자 마음을 너무 모르는 거 아니야? 아마놋치!」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명작……」
「게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걸까, 이 외톨이 게이머 오타쿠는!」
「저번에는 남자친구가 고민해서 주는 선물이라면 무엇을 받아도 기쁘다고 했었잖아요?!」
「그래도 말이야, 아마놋치. 생일선물이라구. 1년에 한 번 있는 중요한 날에 매번 하는 게임이라니…」
「아구리가 게임을 안 해서 이런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아구리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마놋치 말이 맞는 것 같아. 만약 아구리가 게임을 했다면 선물로 게임을 받으면 무척 기쁠꺼야. 하지만 아구리는 다른 선물이면 더 기쁠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어떤거죠?」
「연인끼리만 선물할 수 있는 거」
「음… 반지?」
아구리가「옳지, 옳지. 참 잘했어요」같은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런데 반지는 손가락 둘레를 모르면 선물하기 어렵잖아요」
「그건 그렇네. 텐도, 아구리랑 비슷해보이긴 했는데…」
「아구리의 손에 한 번 끼워볼까요?」
「…미안 아마놋치, 나에겐 타스쿠라는 너보다 만 배는 더 멋진 남자친구가 있어서 안 되겠어. 정말 미안」
「반지 이야기를 했는데 왜 제가 아구리한테 차인거죠?!」
「우리 친구로도 지내지 말자」
「보통 이럴 때는 친구로 지내자 아닌가요?!」
난 얼음이 거의 녹아 밍밍한 사이다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런데 아직 사귄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반지같은 건 제 주제에 너무 빠른 게 아닐까요?」
「으음… 빠른가…?」
「그리고 텐도가 학용품 같은 걸 선물로 달라고도 했었고…」
「뭐야, 이미 본인한테 물어봤었잖아? 그런데 왜 고민한거야?」
「그래도 여자친구 생일선물인데 당연히 고민해봐야죠」
「아마놋치답네」
아구리는 다 식은 레몬차를 모두 마시고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어쨌든 꼭 반지가 아니더라도, 연인에게 줄만한 특별한 선물이면 돼. …이제 선물은 아마놋치가 생각해봐」
「알겠습니다. 그럼 역시 명작 게임을…」
「게임 제외로!」
「……알겠습니다」
난 남은 사이다를 모두 마셨고 우리는 서로를 마주본 뒤, 해산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패밀리 레스토랑 입구로 나왔다.
「………잘 가, 아마놋치」
나는 절박한 표정으로 그녀의 팔을 잡았다.
「…살려주세요, 아구리」
어디선가 본적 있는 광경. 우수수 쏟아지는 비와 아구리 손에만 들려있는 우산.
「…아마놋치, 너무 대놓고 아구리 루트 타는 거 아니야?」
「아니아니아니아니, 텐도 루트라면 몰라도…」
「그거 저번에도 써먹었던 대답인데. …혹시 이번에도 일기예보는 봤는데 까먹으셨나?」
「(뜨끔)」
「아마놋치! 아무리 아구리 루트로 와도 “아구리가 사귀여준다”는 선택지는 안 뜬다구!」
「아, 저도 “아구리랑 사귄다”는 선택지는 지구가 멸망해도 누를 생각없으니 안심해주세요」
「어라, 내멋대로 손이 움직이네」
「아아아아앗! 볼 꼬집지마세요오오오오!」
우리는 또 서로 티격태격 말싸움하다 한우산을 쓰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내가 아구리의 우산을 뺏어들었다.
「앗, 고마워. 아마놋치」
「아뇨, 당연한데요 뭘…」
「근데 아마놋치, 키가 작아서 그런지 내가 든 거랑 별차이 없네」
「팩트폭력 자제해주세요…」
「미안」
사과하면서 웃는 아구리. 또다시 무심코 귀엽다고 생각했다. 무서운 소악마다….
「아구리의 생일은 언제에요?」
「아구리는 3월 3일이야. 왜? 선물 줄꺼야?」
「당연하죠!」
「와아! 고마워, 쓰레기통에 채울만한 걸 선물로 주다니!」
「받지도 안았는데 쓰레기 확정인 겁니까?!」
「농담이야, 고맙게 받을께」
재미있게 대화 나누다보니 어느새 버스정류장 앞이였다.
버스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비를 피할 지붕이 있어 혼자서 기다릴 수 있었다.
「아구리, 우산 고마워요. 이번 주말에 맛있는 거 사줄께요」
「저번에 사준 것보다 맛없으면 한 번 더 사주기!」
「엑? 멋대로 불합리한 조항을 추가하다니!」
나는 쓴웃음 지으면서도 아구리의 제안을 수락했다. 아구리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럼, 잘 가. 아마놋치」
「네, 아구리도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아구리가 빗 속으로 사라진 후, 버스가 왔다.
난 버스에 올라타면서 텐도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완벽한 게임 승리」는 우에하라와 오이소 선배 덕에 어떻게든 해결했다.
이제 남은건 실물인데….
으음….
머리 싸매고 고민한 끝에 드디어 선물을 결정했다.
멋지게 생긴「페이퍼 나이프」를 선물하자고.
…왠지 아구리가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아마놋치, 노답이야」라고 한숨 쉰 것 같은 느낌이 났는데… 기분 탓이겠지?
[본편 6권 도중의 선물상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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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도&우에하라 : (부들부들) 도대체 누구누구가 커플인 걸까, 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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