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는 밖에 나와 있었다. 홈에서 멀리까지 보이는 등불의 야경을 앞에 두고-평소와는 다른 꿈을 꾸어서 일까-방에 계속 있을 수가 없었다.
역시 평소의 모험가의 모습은 피해, 순백의 원피스를 입고 긴 금발을 머리 뒤로 묵었다. 애도의 불빛에 이끌린 듯 , 아이즈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거리를 걸었다.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있어....)
만가제(輓歌祭)는 시작되고 있었다.
중앙광장에서 출발한 사람들은 도시 안에 흩어져있는 기념비를 향해 큰 거리에서 긴 대열을 만들어 이동해갔다.
어떤 사람은 길드의 앞 정원에, 어떤 사람은 제1묘지에, 어떤 사람은 도시 밖으로 각각이 생각하는 얼굴도 모르는 [고대]의 영웅, 아니면 죽음으로 해어지게 된 모험가의 곁으로
만가제(輓歌祭)에서는 많은 일반인들이 면식이 있었던 모험가들에게 꽃을 바쳤다.
가족, 연인, 전 동료, 던전에서 사라져간 모험가들의 관계자들은 미궁도시에 많이 있었다.
양손에 꽃다발을 든 휴먼의 소녀는 눈가에 눈물을 머금었고, 어떤 엘프의 여성은 슬픔을 뛰어넘은 얼굴로 대열에 참가했다.
혼란이 오지 않도록 길드직원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한구석에서 사람들의 흐름에 거스르는 듯이 걷고 있었던 아이즈는, 천천히 눈을 내렸다.
흔들리는 촛불의 불빛을 보고, 가슴속에 지나가는 것은 이별을 알렸던 많은 사람들의 얼굴 이었다.
친했던 사람, 상냥했던 사람, 소중했던 사람, 그중에는 [로키 페밀리아]의 동료의 얼굴도 있었다.
파벌의 선배들도, 그리고 후배들도, 가혹한 미궁탐색 중에서 아이즈는 잃어버렸다.
수많은 죽음의 순간의 광경과, 귓가에 남는 마지막 말들이 되살아났다. 동료가 사라졌을 당시의 슬픔이 가슴한구석에서 고통이 되어 나타났다.
-누군가를 잃어버리게 된다면, 던전에 향하지 않으면 된다.
-[미지]의 포로가 되어 [모험]을 범하는 짓을 하지 않으면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은 모험가들에게 손가락질 하면서 그렇게 말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즈에게는 -아니 제1급모험가 에게는 싸움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물론 개개인의 야망이나 원망도 있기도 하지만, 무었보다도 아이즈와 동료들 에게는 세계전토에서 이루어야 하는 사명이 있었다.
[-아, [검희]다!]
촛불에 얼굴을 비추면서, 사고에 빠져있던 때였다. 사람들의 파도를 스쳐지나가도 있던 아이즈에게 수인의 소년이 놀란 듯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었다.
[검은 없지만, 진짜다!]
[정말로 엘프보다 이쁘다. 마치 여신님 같아!]
[[검희]는 지금 뭐하고 있어?]
대열의 밖에서 나이에 어울리게 뛰어 다니고 있던 아이들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명성 있는 제1급모험가 에게 눈동자를 반짝이며 올려다보는 순진무구한 아이들에게 아이즈는 당황했다.
[안되지 “님”을 붙여야지! 제1급모험가 “님”은 굉장히 위대하니까!]
거기서, 원의 중앙에 있던 하프엘프의 소녀가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친구들을 한마디로 타이른 그녀는 아이즈를 향해, 꽃다발을 들고 입을 열었다.
[저기 [검희]님, 엄마한테서 들었어! 세계의 저편에는 엄청 강하고, 무서운 [용]이 있다고!]
움찔거리며 아이즈의 손이 떨렸다.
입을 다무는 그녀를 보면서, 어딘가 겁을 먹은 듯 하프엘프의 소녀는 말을 계속했다.
[오늘의 축제는, 그 [용]에게서 지켜질 수 있도록, 영웅들에게 기도를 바치는 거라고! 모두가 무서워하는 [용]에게서 모험가님들이 이길 수 있도록!]
[........]
지금은 다른 아이들도 마른침을 삼키며, 소녀는 눈동자를 떨며서 말했다.
[[검희]님, 나쁜 용을 해치워버려!]
[....응.]
[반드시, 쓰러트릴게.]
그리고 결의를 품은, 허무한 웃음을 보냈다.
아이즈의 대답을 듣고, 아이들은 웃음꽃을 피었다.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기뻐하는 그녀들은 [힘내!]라며 지나가는 대열로 돌아갔다.
손을 흔들며 돌아가는 아이들은 지켜본 뒤, 아이즈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쪽의 존재를 알아차리기 시작하는 군중의 주목을 도망치듯, 인기척이 없는 방향으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아무도 없는 높은 건물이었다. 방금 전 아이들의 대화를 되세기며, 아이즈는 별로 채워진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세계의 저편에 있는, 아주강하고, 무서운 [용]
그것은 남겨진 [3대퀘스트]의 마지막 하나.
하계전토의 비원-[흑룡]의 토벌
이곳 오라리오의 땅에서 날아간, 살아있는 종말이라고 까지 불리는 고대의 용을 토벌하는 것.
그것이 아이즈와 동료들이 이루어야할 사명 이었다. 도시의 정점에 있는 [페밀리아]에게 소망되어진 역할이었다.
아이즈와 동료들은 계속 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설사 동료들의 시체를 쌓아올린다 하더라도.
세계최강의 모험가들이 모이는 미궁도시는, 그 재앙을 낳은 오라리오의 땅에는, 용의 왕을 토벌하지 않으면 않되는 책무와 자격이 있었다.
밤바람을 맞는 아이즈는 자신의 머리를 누르며, 마을의 등불을 둘러보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늘에 떠있는 달의 위치가 이동하고 있을 쯤, 곧이어 중앙광장에서 노래가 흘러들어왔다.
축제를 마무리 하는 만가(輓歌)가 시작된 것이었다.
도시중앙에 모인 넘쳐흐를 것 같은 군중들, 겹쳐지기 시작하는 노랫소리.
종족의 경계를 넘어, 역어져가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오라리오의 밤하늘로 올라갔다.
소녀가 말했던 것처럼, 이 만가제(輓歌祭)에서 사람들은 애도와 감사를 바치는 것과 동시에 기도를 바쳤다.
그 기도가 의미하는 것을 제1급모험가 들은 알고 있었다.
-세계는 [영웅]을 원하고 있다.
도시 안에 흩어진 많은 모험가들이 각각의 장소에서, 그 노래를 들었다.
-관저의 한 방에서 파룸의 용사가
-하이엘프의 왕녀가
-드워프의 노병이
-건물의 옥상위에서 베어울프의 청년이,
-아마조네스의 자매가.
-백아의 거탑의 최상층에서 보아스(猪人)의 무인이.
차세대의 [영웅]을 기다리는 비원의 노래를 들었다.
[.....]
희생자는 앞으로도 끝이 없을 것이다.
[영웅]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생명들이 주춧돌이 되어 갈 것이었다.
하계전토의 비원을 이룰 때 까지.
그리고, 분명, 아마도,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신들의 신의(神意)가 성취될 때 까지.
던전의 최심부를 공략하는 그때까지.
눈앞에 펼쳐진 애도의 불빛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그 아이들의 눈을 보는 것이 괴로웠어.)
지금도 흘러가는 만가(輓歌) 듣는 것이 괴로웠다.
아이즈에게는 비원이 있었다. 인류와는 다른 [비원]이 있었다.
되돌려 받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었다.
약속되어진 그때, 아이즈는 반드시 사사로운 원한에 의해 싸울 것이다. 마치 던전에서 몬스터에게 동료를 죽게 만든, 모험가의 말로처럼.
사람들이 바라는 숭고한 [영웅]이 아닌, 자신의 원망에 사로잡힌 우스꽝스러운 꼭두각시로써.
[나는....]
아이즈의 목은 혼자서 떨고 있었다.
아름다운 만가(輓歌)에 괴로워하며, 그 노랫소리에 도망치듯이.
소녀(아이즈)는 스스로 검을 잡은 것이 아니었다.
소녀(아이즈)는, 검을 잡을 것 밖에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본 꿈의 나머지가, 장엄한 노래의 음색이 아이즈의 가슴을 휘저었다.
그리고 마치 토해내듯, 그 말을 입에 담았다.
[....누구가의 영웅이 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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