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상관없지만……아무튼 선배는, 자기를 포함해서 흔적도 없이 다 태워버렸으니까, 뭐라고 따질 여지가 없어."
하지만 미치루 치고는 너무나도 정확하게 가슴이 아파지는 그 표현에, 우타하는 시선을 자기 발치로 되돌렸다.
"저기, 선배……."
"뭔데?"
"……이제, 울어도 되거든?"
"윽……."
그리고, 미치루 치고는……
선머슴에, 밝고, 우타하가 껄끄럽게 여기는 그녀의, 배려로 가득한 서글픈 말에……
"……아쉽게도, 난 아직 전혀 포기 안했어."
"말은 잘하셔……."
이번엔 미치루와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린 우타하는, 도쿄 치고는 보기 물게 별이 빛나는, 화창한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래도, 역시, 울 필요 같은 건 없어."
우타하가 그 말을 쥐어짜낸 것은, 하늘을 올려다보고서 천천히 10초 이상을 세고 난 다음이었다.
"확실히 괴롭긴 하지만, 생각한 것 보다 슬프지만……그래도, 그거랑 같을 만큼, 기쁘고, 즐거운 일이 잔뜩 있으니까."
"………………그렇구나."
그리고, 그만한 시간을 들인 우타하의 마음에.
미치루도, 비슷할 만큼 시간을 들여서,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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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등을 맡긴 큰 나무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선 일부를 덮고서 가지 틈 사이로 하늘의 빛을 엿보게 한다.
그 절묘한 악센트를 환영하듯이, 그녀의 연필은 그 가지를 빠짐없이 포착해서, 밤하늘과, 별과, 나뭇가지가 종이 위에 떠올라간다.
"아……."
생각해보니, 이런 밤 풍경을 몇 번인가 본 적이 있다.
왜냐면 이 나무는, 그녀의 방에서 연결된 2층 발코니까지 가지를 뻗고 있으며.
어린 시절부터, 거기서 조금만 손을 뻗으면, 가지를 잡고서 저택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식은 죽 먹기라.
……둘이서, 빠져나가는 것도, 식은 죽 먹기라.
"……후후."
에리리는 가볍게 웃음을 지으면서 세차게 움직이고 있던 연필의 속도를 바꾸어, 그리고 아주 조금 터치를 바꾼다.
지금 막 떠올린, 실은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 속의 경치를, 지금 풍경에 섞어넣는다.
별과 밤하늘은 더욱 선명하게.
나무는, 가지는, 한층 더 크고, 웅장하게.
그리고 나무 밑에는, 발목을 삔 여자애와, 어깨를 빌려주는 남자애…….
"…………."
아니, 결국 그림 속에 등장시키는 건 그만두었다.
그 대신 크게 서비스라도 하는 것처럼, 실제로는 보이지 않을 유성을 더한다.
시야가 흐릿해지고, 눈에 보이는 별의 모양이 몽롱해져도……
그래도 에리리는,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총동원해서 그려넣는다.
자기 뺨을 타고 흐르는, 유성을…….
7권 이후로 영 실력 발휘를 못 하시더니만
왜 하필 히로인들 실연 당하는 장면에서만 포텐이 터지시는지
아니 뭐, 원래부터 이게 주 특기이신 양반이긴 합니다만....
죽겠네요....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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